화상 회의로 진행된 워크숍 3일차 진행을 마치고 난 후 워크숍 디렉터가 메신저로 내일 참여하게 된 다른 부서 직원에게 패널 참여 초대장을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화상회의 우리팀 팀장님의 계정으로 셋업했기에 나는 패널 링크를 생성할 수가 없다. 농담처럼 이렇게 말하고는 팀장님을 태그했다.
“I don’t have that power (제겐 그런 힘이 없답니다), 팀장님?”
팀장님은 워크숍 디렉터에게 우리가 해결하겠다고 말한 뒤 나에게 개인 메시지를 보냈다.
메시지를 받고 잠시 숨이 막히는 듯했다. 오늘치 일정을 마치고 가벼워졌던 마음에 돌 하나가 턱 하고 얹어진듯 하기도 했다. 다시 한 번 읽어봤다. 이 말은 내가 직장인으로서, 팀원으로서 함께 일하기 위해 필요한 말이다. 숨을 고르고 그녀에게 답을 했다.
“고마워요. 이전 직장에서 시니컬한 농담으로 맨날 하던 말이었는데, 생각해 보니 그 말의 무게감에 대해 잘못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잘 알아들었고, 앞으로 주의할게요. 그리고, 이런 피드포워드(feed-forward)가 제가 늘 말하던, 제게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감사히 받을게요.”
팀장님도 곧 내게 답을 했다. 농담인 걸 그녀도 알고 있었다고. 직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는건, 직접 할 수도 있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서 할 수도 있는 것이라는걸 알려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팀장님께 입사후 1년여 만에 처음으로 ‘지적’에 가까운 충고를 들었다. 그런데 이 말을 듣고 나서 나는 팀장님과 한결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 뭐랄까, ‘내 사람’에게 해주는, 따끔한 주사라고나 할까?
1년간 팀장님은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이나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서 나의 롤 모델이었기에, 일상적으로 주고받는 서구권 특유의 유난스러운 칭찬릴레이 속에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한마디의 말을 들었다는게 반가웠다. 피드 포워드(feed-forward)라는 말도 팀장님과 성과관리 면담 중 새로 배운 말이다.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일에 대해 피드백을 부탁한다고 하자 본인은 피드백보다는 앞으로의 행동에 참고 삼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주요목적이라면, 피드 포워드라는 단어를 사용하는게 더 적당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는 얘기를 하는 그녀에게, 언제라도, 피드 포워드를 받을 준비가 되었노라고 말했던 나였다.
‘솔직함’이라는 말이 담고 있는 가치에 대해 생각한다. 솔직함을 가장한 무례함때문에 어떤 말을 하고 싶어도 삼키거나, 한껏 에두른 말로 코팅을 해 어떤 말을 하려는지 모르게 하거나, 아니면 당사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는 경우가 많다. 솔직한 말을 누군가에게 하는 것도, 그것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드니 처음 메시지를 받고 무거웠던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용기내어 한 솔직함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와 상대방 모두의 앞으로의 행동에 도움을 주는 피드 포워드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내 주위에 조금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 매달 17일 ‘일상의 마음챙김’ 진아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뉴스와 시사 인터뷰를 맛깔나게 진행하고 싶었지만, 이제는 미국 수도에 있는 한 국제기구에서 참여자들의 의미있는 경험을 비추기 위해 행사 진행을 돕는 사람이 되어가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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