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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일린 워노스(Aileen Wuornos)는 미국의 여성 연쇄 살인마로, 1989년부터 1990년까지 미국 플로리다에서 7명의 남성을 살해한 혐의로 잡혀 유죄 판결을 받아 사형에 처했습니다. 그의 이야기는 영화 '몬스터'와 드라마 '마인드헌터:시즌2' 등 다양한 작품에서 소재로 사용되었으며 현재까지 가장 유명한 살인범 중 하나인데요. 도대체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길래 미국 전역이 발칵 뒤집혔던 걸까요? 잊혀진 여성들의 61번째 뉴스레터에서 연쇄 살인범 에일린 워노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주 뉴스레터에서는 인물의 인생을 서술하며, 성폭행, 가정폭력 등 다소 자극적인 내용이 묘사되어 있으니 읽기 전 양해 부탁드립니다.
대부분의 연쇄살인범이 그렇듯이, 에일린의 어린 시절은 불우했습니다. 그가 출생할 당시에 그의 부친은 조현병 환자로 아동 성범죄로 유죄를 받아 감금되어 있었고, 그가 태어나기 2개월 전 모친은 그의 부친과 이혼을 신청해 에일린와 그의 오빠를 조부모에게 맡기고 홀연 떠났습니다. 하지만 불행한 그들의 삶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외조부모가 아이들을 신체적으로 학대했기 때문입니다. 에일린은 발가벗겨진 채로 침대에 엎드린 채 채찍질을 받기도 했으며 조부와 사촌오빠는 에일린이 10살이 넘는 해부터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가했습니다. 폭력적인 조부모를 보고 자란 탓일까요. 친오빠 또한 어린 에일린의 얼굴에 불장난을 해 평생 남는 흉터를 새기기도 했죠. 1940년, 잦은 성폭행으로 조부의 아이를 임신하자 14살 나이에 집에서 쫓겨나 미혼모를 위한 시설에 보내지게 되었고 그의 아들은 즉시 입양을 갔습니다. (훗날, 에일린는 그의 아들의 친부가 이웃에 사는 늙은 남성이라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그의 가족뿐만이 아니라 이웃까지 그를 이용한 것입니다.)
의지할 곳 없이 세상에 떠밀려 방황하게 된 15살의 어린아이는 스스로 살아가기 위해서 자신이 유일하게 알았던 방법인 길거리 매춘으로 생계를 유지하게 됩니다. 그러다 플로리다 해변가에 정착하여 웨이트리스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되죠. 하지만 새 삶을 시작하려는 첫발을 내딛은 순간, 자신의 친오빠가 인후암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말았습니다. 자신의 인생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는 허망함 때문일까요. 그는 사소한 범죄를 저지르기 시작하고 술과 마약이 동반된 자기 파괴적인 생활방식에 중독되어버렸습니다. 이 시기, 사랑과 안정감에 절박했던 그는 한 남성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되는데요. 남편의 폭력 때문에 이 결혼 생활은 9주 만에 막을 내립니다.
에일린 워노스의 첫 희생자는 1989년 버려진 차량 한 대를 수색하는 과정에서 나왔습니다. 당시 수사관은 혈흔이 발견된 차량 수색 중 풀숲에 떨어진 지갑을 발견했고, 곧 51세 리처드 말로이의 시신을 발견했죠. 이후 희생자는 우후죽순 나왔습니다. 한 고속도로에서 발견된 버려진 트럭과 한 달 뒤 발견된 43세의 데이빗 스피어스의 시신, 외진 지역에서 발견된 40세의 찰스 콜스캐돈 등. 경찰은 금방 피해자들의 공통점을 발견했는데요. 피해자들은 전부 성매매 또는 술과 관련이 있는, 차량을 소지 중인, 중년 남성이었습니다. 특히 첫 번째 피해자 리처드 말로이의 경우 매일 술을 마시고 스트립 클럽에 다니며 여성을 함부로 대하는 인물로 알려졌었다고 합니다.
에일린 워너스는 총 7명의 피해자를 낸 뒤, 위장 수사관의 함정 수사를 통해 검거됐습니다. 그리고 그는 범행 당시 목격자에게 함께 목격된 동성 애인 타이리아 무어를 지키고자 순순히 범행을 자백했습니다. 에일린 워노스는 자백의 순간 "제 여자친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거듭 주장하며 연인을 지키고자 애썼죠. 이후 재판에서 에일린은 첫 피해자 리처드 말로이가 먼저 강간 및 폭력을 저질러 스스로를 지키고자 총을 쐈다고 ‘정당방위’임을 주장하는데요. 안타깝게도 그의 애인 타이리아 무어가 “에일린 워너스는 위험한 상황을 겪지 않았다”고 주장하여 결국 에일린 워너스를 사형대에 올리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에일린은 이에 큰 충격을 받게 되죠.
이 뉴스를 본 미국 전역은 그의 처벌을 두고 갑론을박을 펼치게 되는데요. 재판이 이루어 지는 과정에서 에일린은 경계선 인격장애와 반사회성 인격장애임을 판정 받지만 살인에 대한 정당방위는 입증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에일린은 결국 12인 배심원 전원의 만장일치로 사형선고를 받게 되고 재판부에 “난 강간당했으니 당신들도 강간당했으면 좋겠다”라고 울분을 토합니다. 에일린은 플로리다 교정국에서 마지막 여생의 몇 년간 여성들을 위한 사형수 감방에 수용되었고, 2002년 10월 9일, 그는 마지막 식사를 거부하고 커피 한 잔을 마셨습니다. 그리고 오전 9시 47분, 한 번도 따뜻한 적 없던 세상과 영영 작별하게 됩니다.
샤를리즈 테론 주연의 영화 몬스터 (2003)
에일린을 ‘세상으로부터 버림받고 상처받은 인간으로 바라보는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그의 기구한 인생은 몬스터 (2003)이라는 영화로 그려지게 됩니다. 샤롤리즈 테론은 에일린 역할을 위해 긴 머리를 자르고, 체중을 빼고, 얼굴과 몸을 바꾸는 등의 변신을 거쳐 촬영에 임했습니다. 그 결과, 그는 그동안의 할리우드 최강 미인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난폭하고 광기 어린 에일린 워노스의 모습을 완벽하게 표현해 냈습니다. 그의 연기는 영화 관객들과 영화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으며,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비롯한 많은 시상식에서 수상했죠. 샤를리즈 테론은 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많은 위안이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그 이유는 기구한 삶을 살았던 한 사람을 연기하며 자신의 상처도 함께 치유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죠.
사실 샤를리즈 테론과 그의 모친은 알콜 중독자인 부친에게 지속적인 신체적 폭력을 당하던 피해자였습니다. 그의 부친이 술에 취해 무차별로 총기 난사를 하던 어느 날, 모친은 어린 딸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총으로 부친을 쏴 죽였고, 정당방위 판정을 받았는데요. 이후 샤를리즈 테론의 모친은 홀로 딸을 키우며 그가 배우가 될 수 있도로 물심양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 어머니를 향한 그의 무한한 애정과 감사가 위 영상에서 잘 드러납니다.
샤를리즈 테론은 세상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에일린 위노스의 가슴 아픈 사연을 연기하며 자신의 가정사를 깊이 회상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에일린의 사연을 통해 구조적으로 취약한 상태에 놓일 수 밖에 없었던 에일린과 자신을 연민하고 맘껏 울기도 하며 부친을 떠나보냈을 때의 복잡한 감정을 계속 꺼내보았겠지요. 공기를 접해야 몸의 상처가 아물듯 마음의 상처 역시 끄집어내 털어놓고 흘려보낼수록 가벼워집니다. 비슷한 고통을 겪은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만으로 많은 위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단순히 ‘쟤에 비하면 나는 행복한 거구나’하는 우월감이 아니라, 같은 결의 아픔에서 오는 진정한 공감을 통해서요. 샤를리즈 테론에게 그랬듯, 에일린 위노스의 이야기가 이 글을 읽는 모든 독자분에게 위안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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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지
왜인지 위로가 되는 글이에요. 그가 떠난 후의 세상은 그에게 커피처럼 따뜻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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