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은 초서(鈔書)의 방법을 통해 자식들에게 끊임없이 지식경영을 훈련시켰다. 목차를 주고 범례를 제시한 상태에서 일정한 방향에 따라 책을 발췌·초록하게 함으로써, 하나의 초점을 가지고 텍스트를 바라보는 힘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스스로 느끼게 했다.
옛사람들은 책을 읽다가 요긴한 대목과 만나면 곁에 쌓아둔 종이를 꺼내 옮겨 적었다. 이렇게 적은 쪽지들이 상자에 잔뜩 쌓인다. 그러면 어느 날 계기를 마련하여 상자를 열고 그 안의 내용들을 하나하나 검토했다.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에 나오는 다산 선생의 독서법에 대한 한 대목이다.
하지만 아버지의 명으로 책을 읽으면서 하나하나 옮겨 적던 아들들은 번거롭게 시간만 많이 드는 초서 독서법에 회의가 들었던 모양이다. 책을 읽다 말고 붓을 들어 카드작업을 하려니까 독서의 맥락도 자꾸 끊기고, 무엇보다 진도가 나가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다산은 두 아들에게 편지를 써서 초서의 효과를 강조했다. 학문에 도움이 되는 독서는 메모하며 하는 독서다. 소설책과 같이 이야기가 전개되며 빠르게 읽으면 좋은 책은 예외지만 일반적인 논픽션 도서는 초서 독서법으로 메모를 쌓아가면 메모들이 연결되며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다. A와 B라는 메모를 했지만 C라는 메모가 두 메모의 연결을 통해 창조된다.
독일의 유명한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 교수는 ‘제텔카스텐‘이라는 유명한 메모법으로 수많은 저작물과 책을 남겼지만, 이미 100년 전에 조선의 실학자 정약용은 이런 메모법으로 책을 썼다. 한마디로 다산의 독서법은 메모와 아웃풋의 독서법이다.
필자는 한 때 ‘1년에 책 100권 읽기‘와 같은 목표를 세워서 독서하곤 했다. 이렇게 독서하면 성취감을 느끼고 뭔가 하고 있다는 지적 성취감을 느낀다. 그렇지만 6개월, 1년만 지나면 책 제목과 대략적인 내용만 기억할 뿐 남는 것이 없었다.
개인지식관리(Personal Knowledge Management)와 제텔카스텐(Zettelkasten) 방법론을 알고 난 후에는 독서법이 달라졌다. 한 페이지, 한 장을 읽어도 메모를 한다. 이렇게 쌓인 메모가 나중에 글을 쓸 때 글감이 된다. 초서 독서법의 장점은 아웃풋을 하기 때문에 한 문장, 한 페이지만 읽어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책을 아무리 많이 읽어도 내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아웃풋을 해야 뇌가 중요한 정보로 인식하여 장기기억으로 보관한다. 다산 선생도 초서 독서법으로 메모를 한 뒤에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책으로 엮었다. 아울러 아웃풋 마인드를 가지고 독서하면 능동적으로 책을 읽게 된다. 아웃풋으로 낼 수 있는 가치 있는 콘텐츠인지 판별하는 눈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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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esM. Kim
다산 정약용의 독서법과 실제 활용하는 학습의 중요성 다산 정약용 선생님께서 1762년에 태어나 약 195년 전에 제시하신 메모하며 독서하는 지혜로운 방법에 대한 내용을, 분석맨님의 2025년 '연 100권 독서' 경험에 비추어 재해석하여 정리해주신 것에 감사합니다. 특히, 읽고 배운 것을 요약하고 출력해야 하는 이유를 직접적인 체험을 통해 알려주신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저 또한 **'무엇을 가장 잘 학습하는 방법은 누군가를 가르쳐보는 것'**이라는 것을 몸소 실천하며 경험을 통해 배웠는데, 분석맨님의 글에서 다시 한번 그 중요성을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자녀 교육과 저 자신의 학습 내용을 기억하고 살아있는 활용 가능한 지식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 소중한 가르침을 얻게 되어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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