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는 나의 힘'은 기형도 시인의 시 제목입니다, 어렸을 적에 문학청년 놀이로 시간을 채우던 때에 좋아했던 시 중의 하나였습니다, 20대라면 끌릴만 한 시라고 생각해요, 기형도도 그 시를 쓸 때에 20대였죠, 그렇다고 그 시가 담고 있는 언어나 감성이 마치 젊고 치기어린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 마치 낡아지는 것처럼 제가 한참의 시간이 지나 회고적으로 평해보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런 메시지가 더 이상 가슴에 울리지 않을 정도로 나이가 들어버린 것에 쓸쓸한 기분이기도 하죠, 하지만 '질투는 나의 힘'이라는 단 여섯글자가 많은 이들에게 영감이나, 자기 이해의 단서를 제공했으리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번 주는 어떤 지인의 얘기에서 '정말 질투라는 것은 대단한 것이로군'하며 감탄할 일이 있었습니다, 저도 종종 누군가를 질투하는 인물입니다만, 가슴 깊은 곳에서 끓어 오르는 질투 같은 것은 잘 없는 성격인 것 같습니다, 확실히 인간 전체의 정서와 그에 관한 행동의 총량 중에 가장 일인칭으로 공감하지 못하는 영역의 것들이 '질투'에 연관되어 있는 것 같아요, 이를테면, 가장 공감하기 어려운 말 중의 하나가, '너를 무시하거나 괴롭혔던 사람들에 대한 최고의 복수는 네가 성공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같은 것들입니다, 무슨 말인지 대략 그 심정을 짐작하고 이해는 하지만,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지 공감은 잘 안 되는 것이죠, '내가 잘 되는 것이 어떻게 복수지? 복수는 고통을 되갚아줘야 복수지' 같은 생각을 지울 수 없죠, 저는 은혜는 반드시 갚고, 복수는 반드시 한다는 삶의 철학을 갖고 있기 때문에, 역시 그런 심리적 간접적 복수는 복수로 분류하지 않는 편입니다, 물론 그런 메시지가 말랑말랑한 에세이나 소위 인터넷에 떠도는 '좋은 글'에 포함되어 있을 때에는, 그 이면에 있는 두 가지 메시지로 효용이 있을 겁니다, 첫 째는 그만큼 남을 미워할 시간에 자기 삶에 집중하고 노력하라는 것이고, 둘 째는 설령 누구를 미워해도 진짜로 해를 가하려는 복수는 옳지 않느니 그런 나쁜 마음은 먹지 말라는 것이겠죠,
그런데 이 질투라는 감정의 놀라운 부분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 질투가, 직접적으로 물리적인 해를 입거나 하는 것보다 훨씬 큰 고통으로 다가오더라는 것입니다, 이게 제가 종종 제가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질투가 작동할 때를 보면 놀라는 부분이죠, 그런 모습을 보면 '최고의 복수는 네가 성공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같은 것이 그 이면에 있는 좋은 말로서의 메시지가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진짜 최고의 고통을 선사할 수 있는 복수이겠다는 것도 짐작이 가는 것입니다, 자려고 누우면 생각나고, 길 가다 갑자기 울화통이 터지고, 이런 정도라고 하니, 그렇다고 하면 과연 뺨따구를 한 대 때리는 것보다 훨씬 고통스러운 일인거죠,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제가 '성공하는 것이 최고의 복수' 같은 메시지에 애초에 공감도 잘 안가고 동의도 잘 되지 않았던 이유가, 살면서 성공한 누군가에 대한 질투 때문에 괴로워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으로 귀결이 되었던 것입니다, 실로 그렇지 않습니까? 내가 미워하는 사람이 잘 되어봤자 나에게 크게 나쁜 것도 없고, 설령 그들이 잘 안 되어도 나에게 득될 것도 없는데? 라는 얘기들을 문장으로 적어봤자 역시나 질투에 잘 공감 못한다는 것만 스스로 드러내는 모먼트이겠습니다만, 아니, 정말 나의 라이벌이었다면 현실 세계에서는 걔가 성공하면 오히려 나에게까지 득 되는 일이 생길 확률이 높아지는 경우가 더 많은데? 라고 해도 역시 '질투는 나의 힘'인 질투인들에게는 소용없는 얘기겠고요,
제 경우 질투가 많지 않은 성격은 타고난 기질인 부분도 있겠고, '원래 네 것이 아니었던 것에 대해 아쉬워하지 말라'라고 수시로 가르친 부모님 덕분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애초에 자기 것이 아니었지만 아주 좋은 시나리오에서는 마치 자기 것이 될 수도 있었을 잠재적 무언가'를 얻지 못했을 때의 상실감이나 분노가 큰 것 같은데, 이를테면 사지 않은 코인이 폭등해서 배가 아파지고 코인 때문에 돈 번 사람들을 미워하게 되는 심리 같은 것이지요, 저도 그런 비슷한 경험이 없지 않지만, '뭐 애초에 내 것이 아니었던 것인걸'하고 넘어가려 하는 편입니다, 이렇게 그다지 질투가 없는 편이라고 하는 저 역시 타인의 일에 대해 영향을 받는 것을 보면, 과연 '질투는 우리의 힘'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듭니다, 인간이 더 열심히 살게하고 노력하게 하고, 그 어떤 분개함과 열의에 대한 에너지를 모아 감정을 응축시키고, 행동을 촉발시키는 강력한 힘인 것이지요,
실로 우리는 자랑의 시대이며, 그만큼 질투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각자 삶의 온갖 빛나는 면만 끊임없이 공유되는 시대이기에, 그 자랑과 질투의 변주가 마치 화를 내면서도 계속 보게 되는 막장 드라마의 전개처럼 수많은 사람들을 둘러싸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과학의 연구나 사람들의 증언을 보면 이러한 역동이 대중 다수의 정신 보건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이 분명하긴 한데, 또 그저 문자 그대로 '역동'이라는 관점에서만 보자면, 변화를 일으키고, 어떤 산업에는 에너지를 불어넣는 '힘'이긴 한 것 같습니다,
구독자님은 마음 속에 담아두고 있는 질투하는 대상이나, 혹은 최근에 가장 질투심을 느낀 대상이 무엇이었나요, 저 역시 인터넷 상의 '좋은 글'처럼 편지를 마무리 지어보자면, 무엇이든 가만히 머물러 있고 고여있는 것보다는 개인의 내적 세계에서도 무기력보다 역동은 차라리 좋은 것이기에, 자기 자신을 해하지 않는 범주에서 좋은 질투의 대상과 경쟁심, 그런 것들을 땔감 삼아 불을 지펴 성공의 연료로 삼아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이야기를 전해봅니다, 그 어떤 순전한 미워함이나 분노보다 질투가 순수한 점은, 그 고통만큼, 나 자신이 질투하는 대상보다 무언가를 더 얻었을 때의 기쁨도 크리라는 통쾌함이 있다는 것 아닐까요, 그리고 저는 질투라는 감정이, 그 어떤 독백적 슬픔에 빠지는 것보다 명료하고 깔끔한 종류의 감정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무슨 얘기인가하면, 시작과 끝과, 그 대상과 이유가 명확하고, 오히려 엄한 다른 부정적 감정으로 전이될 확률은 적다는 점에서 순수한 감정이라는 생각이지요, 그래서 제가 <연소일기 삼십 대 편>에 이런 문장을 담아놓기도 했습니다,
"질투는 정확한 감정이다, 사람들은 슬퍼해야 할 때에 화가 나거나, 원망해야 할 때에 우울한 경우가 있기도 하지만, 질투는 늘 분명한 방향으로만 움직인다"
물론 저는 제 글을 읽는 여러분이 질투에 사로잡혀 괴로워하기보다, 늘 마음 편하고 '내가 최고'인 긍정적이고 낙천적 자존감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길 더 바랍니다, 하지만 늘 삶이 그렇지만은 않으니까요, 질투의 감정이 들 때에도, 질투는 나의 힘, 우리의 힘이라는 말을 떠올려 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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