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점'으로 살아가기

2024.02.05 | 조회 1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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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소일기 안부 편지

매주 월요일 안부 편지를 보냅니다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지난 주 안부 편지는 제가 바쁜 관계로 한 주 쉬었습니다, 원래 안부라는 것이 가끔 뜸해도 영 끊어지지만 않는다면 괜찮은 일이겠죠, 나쁜 일로 바쁜 것도 아니고 사업하느라 바빴으니 따지자면 좋은 일인 쪽입니다, 주변을 살펴보니 꼭 좋지만은 않은 일로 경황이 없거나 바빠진 지인들도 보이는데요, 가족이 편찮다거나, 송사에 휘말린다거나, 소속된 회사가 어려움에 처한다거나, 이런 것들 때문에 바빠질 수도 있으니 말이죠, 이 편지를 받는 구독자님도 늘 평화롭고 여유로운 나날들이셨으면 좋겠네요, 저는 그래도 제 사업으로 바쁜 것이지만, 그저 바쁜 것에 그치지 않고 성과를 내는 데에 집중하는 계절이 될 것 같습니다,

오늘의 편지 제목은 '한 점'으로 살아가기, 라고 적어봤는데요, 문장에 쓰이는 쉼표나 마침표 같은 점이 아니라, 하나의 '데이터 포인트'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최근에 생각할 일이 있었거든요, 저는 원래 유튜브 프리미엄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에 요금을 대폭 올린다는 얘기에 구독 해지를 했거든요, 돈이 비싸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용자가 앵커링 되었다고 해서 그 요금을 올리는 폭이 조금은 부당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소비자의 선택은 늘 분명하죠, 비싸다고 생각하면 안 쓰면 되는 것, 하지만 비싸다고 생각하면서도 계속 쓰게 된다면 그만한 효용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고요,

이 때에 저는 그저 몇천 원이 부담되어서가 아니라, '확실히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그에 맞는 의사표현을 해야지'라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사실 내려면 충분히 낼 수 있는 돈입니다만, 구독 해지를 하는 것으로 제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죠, 누구에게 표현하냐면, 기업의 잠재적 의사결정자들에게 하는 것입니다, 저는 실제로 여러 업종의 기업에서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또 그런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을 돕는 컨설팅을 제법 오랫동안 했었는데요, 특히나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 정도 된다면 요금제 개편 이후에 구독자가 유의미하게 빠지게 되면, 반드시 그 이유를 분석하고 사후 조치를 취하게 될 겁니다, 저와 비슷한 생각을 저만 했다면, 그래서 구독해지가 거의 없었다면 기업의 의사결정자들은 '음, 역시 가격을 대폭 올려도 손해가 될만큼 구독해지가 일어나지 않는군'하고 그들은 요금제를 유지하거나 혹은 이런 레슨을 바탕으로 다음에 더 올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향후 데이터를 관측하며 저같은 의사표현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요금제를 다시 인하하진 않는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이전에 장기 가입했던 고객에게 할인 쿠폰을 준다거나, 후속 조치를 취하게 되겠죠,

별다른 의미없는 행동일 수도 있지만, 저는 이렇게 '한 점'으로 고작 살아가는 와중에도, 때로는 이러한 점들의 집합이 세상을 움직이는 대부분이라는 것을 자주 생각합니다, 제가 데이터에 관련된 일을 해왔기 때문에 더욱 그럴 수도 있습니다, 유튜브 프리미엄을 해지하니 유튜브 뮤직을 더 이상 쓸 수 없어서 기존에 유튜브 뮤직 아이콘이 있던 자리에 다시 아이튠즈를 배치 시켰는데요, 예전에 구매해둔 플레이리스트를 듣는 것이 추억 여행 갖고 재미있는 부분도 있더라고요, 그리고 유튜브 영상을 볼 때에 광고가 뜨는 것이 정말 생각 외로 불편한데, 그게 시간이 더 들고 이런 불편이라기보다는, 너무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는 게임 광고 같은 것이 떠서 별로더라고요, 그런데 그러다보니 그게 싫어서 유튜브 자체를 여는 횟수와 시간이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생각지 않았던 여러 효과를 체험하고 있지만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얼마 후면 이제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제가 무언가를 구매하거나 구매하지 않거나 하는 의사결정보다, 훨씬 큰 민주주의 구성원으로서의 권리 행사이지만, 역시나 '한 점'이 모인 집합이 결국 대부분을 결정하거나 혹은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전부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이벤트가 아닐까 합니다, 데이터 포인트가 수만, 수백만 개인데, '나 하나'가 무언가 의사표현을 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겠어, 라고 생각하고 살아가는 방법이 있고, 때로는 전체 분포 안에서, 어떤 순간에는 경향성이나 유의미함을 바꾸는 그 소수에 내가 속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살아가는 방법이 있죠, 개인의 입장에서는 때로는 약간의 비용을 들이거나 혹은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그 '한 점'으로 살아가는 의미를 생각하는 것이, 그 자체로 효용도 있으면서, 삶의 의미를 풍성하게 만드는 것이라 생각해요, 이를테면 구독해지를 하는 행동을 저 혼자만의 생각이나 행동에 머무르게 두지 않고, 뭔가 비싸고 부당하다는 것을 주변에 알리고 불매운동 같은 운동을 하면, 마치 선거운동을 통해 지지자들을 결집하는 것처럼 문자 그대로 movement가 되는 것이겠습니다만, 대단한 그런 '운동'을 하지 않아도, '한 점'의 행보는 늘 그 자체로 의미를 다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복잡다단한 우리 사회에, 그 안의 데이터를 세계를 들여다보면, 우리는 모두 '한 점'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그 '한 점'이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렇게 되어도 상관 없도록 만드는 것도 개인의 선택이고, 의미의 가능성을 찾아가는 것도 개인의 선택인 와중에, 시시각각 여러 각도에서, 그 '한 점'이 때로는 어떤 의미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믿고, 그 효용을 다하도록 살아가려고 하는 태도는 우리 삶을 다르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항상 아웃라이어거나, 리더이거나 운동가일 필요도 없습니다, 쓰다보니 무슨 투표 독려글처럼 되어버렸네요, 다만 분포와 확률의 세계를 보면, 물론 현실에서 정말 그 '한 점'이 별다른 의미가 없는 경우도 많더라도, 반드시 확률적으로 그 '한 점'이 무언가를 바꾸는 일도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러니 '한 점'이라도 의미있게 살아내는 시간들로 이 편지를 읽는 분들의 일상이 좀 더 의미있게 채워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조심스레 덧붙입니다, 물론 일상에서 더 중요한 것은 내가 '한 점'에 불과한 일들보다, 내가 곧 '전부'나 마찬가지인, 가족, 연인, 일들에 더 신경을 쏟는 것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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