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온 현대사 돌아보기

2024.01.15 | 조회 1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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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소일기 안부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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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구독자님, 많은 사람들이 새해에 새로 다짐을 하듯, 저도 새해에는 미뤄두었던 독서로 채우는 시간을 늘려보고 있습니다, 최근에 관심을 갖고 보는 것은 '현대사'입니다, 정확히는 한국현대사죠, 저는 학창시절 한국사, 세계사 같은 역사 과목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습니다만, 수능 선택 과목을 한국근현대사로 하기도 했고, 지금의 우리 사회를 이루고 있는 사건들에는 예전부터 관심이 많은 편이었습니다, 

어차피 살아오며 다 겪은 일인데 굳이 그것을 분석하고 해석하고 연구한 저술들을 찾아 읽는 것이 뭐 특별한 일일까 생각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현대사에 대한 저술들을 보면, 똑같이 살아온 동시대이지만 참 몰랐던 사실들도 많고, 그 어떤 사건의 연속이 물줄기처럼 현재라는 강을 이루었구나 새삼 깨닫게 되는 부분도 많습니다, 

이를테면, 특정 사건이 심리적으로 사람들에게 영향 미치는 것과 별개로, 소송, 판례, 혹은 사회적 사건으로 인한 법 제정이 이후의 현대 문화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일들이 제법 있는데요, 대단히 정치적 사건이 아니라도 그렇습니다, 최근에는 외국인 친구가 BTS 군대 가는 얘기라거나 블랙핑크 재계약하는 얘기나 이런 것을 물어봐서 답할 일이 있었는데, 아이돌 그룹이 재계약 시기가 다가오면 해체되거나 멤버에 변화가 생기는 소위 '7년의 저주', '7년의 징크스' 같은 것도, 그런 현대사 사건의 산물이죠, 연예인 표준계약이라 불리는 7년 전속 계약은 고인이 된 장자연씨의 접대 의혹 관련된 사건 이후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정했고, '아이돌 7년 전속 계약'이 실질적으로 더 많이 알려지고 작동하게 된 것은 그룹 동방신기의 멤버들이 JYJ로 분화되며 발생했던 소송 때문이었죠, 이렇게 어쩌면 한 때에는 연예면의 화제성 기사나 가십 같았던 일도, 판례나 제도를 만들고 이후의 산업이나 문화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한 편으로는, 당시에는 모호하거나 음모론만 생산했던 사건이, 한참 시간이 지나서 실체가 밝혀지고, 그 의미와 영향을 뒤늦게 알게 될 때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최근에는 세월호 사건 당시 '박근혜의 7시간'에 대해 현대사 연구자가 쓴 글을 읽을 일이 있었습니다,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중대 재해 상황에서 부재했던 사건을 두고, 미용 시술을 받았느니 굿을 했느니 온갖 찌라시에 정치적 공격이 있었습니다만, 세월호 사건이 있고 나서 4년 정도 흐른 후에야 검찰 조사를 통해 어느 정도 진실에 가까운 증언이 모이게 되었죠, 2018년의 수사 결과 발표를 보면, 온갖 상상을 덧붙인 음모들은 다 사실이 아니었고 오히려 싱겁거나 엄청 안타깝게도, 박근혜는 쉬고 있거나 대충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으며, 최순실이 뒤늦게 청와대 도착해서 박근혜와 회의를 했고, 이 전후 사정을 감추기 위해 관련 보고서가 조작된 것이었다고 합니다, 이 전후 맥락을 야당과 여당의 일부 관계자는 어렴풋이 혹은 상당히 알았을 것이고, 이것이 국회의원들도 탄핵 과정에서 박근혜에게 등 돌리게 된 데에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는 것이, 한참 후에 덧붙여진 해석이 되는 것이지요,  

하나하나 사례를 짚어보면 이렇게, 우리는 뉴스를 보고, 실제 그 사건을 함께 겪었었으며, 우리가 살아온 현대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돌이켜보면 '잘 몰랐구나' 싶은 일들 투성이입니다,

아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역시 최근의 영화 '서울의 봄'의 흥행과 그 반응들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완전히 개인적인 요인이긴 합니다만 제 생일이 12월 12일인 덕에 관심을 가져서 해당 사건을 좀 더 잘 알고 있었기도 했고요, 앞서 서술한 관심 등으로 인해 저는 '제5공화국' 드라마도 엄청 재미있게 봤었거든요, 그러고보니 공화국 시리즈 드라마 정말 훌륭한 학습 자료이고 개꿀잼인데 문민정부 이후 시리즈는 왜 드라마로 안 만드는지 모르겠네요, 저는 90년대에 아버지가 '이 건물이 곧 없어진다더라'라고 해서 조선총독부 청사를 해체하기 전 당시 '국립중앙박물관'이었던 해당 건물에 방문했던 기억이 또렷한데요, 이후에는 조선총독부 청사 첨탑 해체와 철거를 뉴스에서 생생하게 봤었죠, 풀어 내자면 많은 얘기지만 김영삼 대통령은 여러 긍부정 평가를 뒤로 하고도, 캐릭터가 쾌남이긴 했던 것 같습니다, 

'서울의 봄'의 흥행으로 '태극기 휘날리며'부터 '국제시장'을 거쳐 '1987'과 '국가 부도의 날'까지, 한국 영화 근현대사 연표가 정리된 이미지를 보았습니다, 막상 신파는 별로 안 좋아합니다만 은근히 대부분 그 영화들을 보았더라고요,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영화를 만들면 신파가 많은 이유는 실제로 역사에 신파가 많을 수 밖에 없는 배경도 한몫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2000년대 이후를 생각하면, 정치사나 혹은 대부분의 개별적 가족사에서 설움이나 한恨 같은 것이 보편 정서는 아니니까요, 예전은 억울함이 많았던 시대였습니다, 물론 세월호 사건을 포함하여 비극은 계속해서 일어나지만, 이제 젊은 세대들은 과거의 가족 생이별 스토리나 희생 서사 같은 것에 크게 공감하지 못하는 시점까지 온 것은 아닌지 싶습니다, 

막상 개별적인 드라마나 영화에 대한 논평으로 들어가면 글이 한없이 길어질 텐데, 개인적으로는 최근 몇 년 사이에 본 영화 중에 '벌새'가, 80년대 생으로서 90년대에 유소년기를 보낸 사람들의 심금을 미묘하게 때린 영화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고, 회귀물이라는 판타지적 장르 유행 와중에 현대물로서 웹소설로 인기를 끌었고 (막장 엔딩 때문에 그 모든 과정이 묻혀버렸지만) 드라마도 완성도가 괜찮았던 '재벌집 막내아들'도 좋은 현대사 안주거리였다고 생각합니다, 막상 '응답하라' 시리즈는 거의 보지 않았네요, 유튜브 시리즈입니다만 피식대학의 '05학번 is back' 시리즈가 저는 정말 살아있는 고증으로 가득찬 컨탠츠라고 생각하고 정말이지 이건 농담이 아닙니다, 

뻔한 얘기입니다만, 가까운 과거와 그 사건들을 둘러싼 역사를 잘 알아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의 현재를 이루고 있고 제법 직접적으로 현재의 사건을 해석하거나 근미래를 예측하는 단서가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뉴스는 사실만 전달한다기보다 늘 당대의 여론과 이해관계를 포함하고 있고, 역사는 기록하는 사람의 해석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되지만, 그렇기 때문에 '조금 지나간 일들'을 수시로 돌이켜 살펴보는 것은 현실의 인사이트를 얻는 데에 항상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1월의 한복판입니다, 여전히 춥네요, 늘 건강 챙기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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