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소일기 짧은 글 모음집 2024년 3월

2024.03.04 | 조회 1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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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소일기 안부 편지

매주 월요일 안부 편지를 보냅니다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이제 봄의 시작입니다, 이번 주 안부편지는 '연소일기 짧은 글 모음집'을 부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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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폼 시대에 걸맞게 짧은 문장으로만 작성된 일기 컴필레이션을 준비해봤습니다, 서로 다른 날, 다른 맥락의 제 일기장에서 따온 오직 짧은 글들, 다른 사람이 저에게 했던 말을 함축해서 메모해두었다가 일기로 쓴 것도 많습니다, 일부러 sarcastic한 것들만 모은 것은 아니지만, 더 문장을 길게 가져갈 필요 없는 말들은 종종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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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그러니까 '여기에 돈을 안 쓰시면 큰일납니다'라고 협박하거나, 아니면 정말 좋은 것을 만들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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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목표 설정이란 대단할 것도 없는 거야, 나이들수록 생각지도 않게 어려워지는 것들도 있지, 운동에서 유연성과 가동범위의 목표치를, 몸에서 가려운 곳을 모두 직접 긁을 수 있는가, 로 설정해야하는 때가 온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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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라는 제도는 혹시나 잘못된 선택을 했더라도 자녀를 키우느라 정신없이 10년 정도를 보낸 후에, 10년 정도 더 어찌어찌 버티면 확률적으로 둘 중 한 명은 적당한 때에 사망했던 기대여명을 지니고 있던 시대에나 유효했던 제도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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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녀를 셋이나 낳았는데 후계로 삼을만한 사람이 한 명 밖에 없다는 것은 선천성의 뽑기 확률에서든 후천적 교육에서든 썩 성공하지 못한 것 아닌가요
- 3할 타자는 대단한 타자라는 것을 생각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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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스타트업을 하면서 비타민을 만들지 말고 페인킬러를 만들어라 이런 얘기를 하는데, 나는 그러니까 츄파춥스나 버블검 같은 걸 만들고 싶었단 말이야, 대단한 영양가는 없어도 누군가는 사랑하는 것들, 그런데 가끔 좀 입술이 빨개질 수는 있지만 건강에 나쁘거나 유해하진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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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로서 함께하는 동료들과 또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받으며 일한다는 것만큼 큰 보상은 없다,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보상임, 이 앞의 문장은 일기 속에서 마침표를 찍어도 될 만큼, 그 뒤에 어떤 이어지는 부연이나 다른 서술의 여지를 남겨둘 필요 없이 삶 속에서 분명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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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중에는 드럼을 좀 치려고 연습실을 검색해봤다, 원하는 마땅한 공간이 나오지 않아서, 분명히 예전에 가봤던 곳이 있는데 설마 망해서 없어졌나 다시 잘 찾아봤더니, 전에 갔던 곳은 연습실이 아니라 합주실이었다, 연습실과 합주실 사이의 거리, 그것은 폐소공포증을 유발하느냐 아니냐 정도로 큰 것임, 원래 혼자 살아야 할 정도의 공간에 더 비싼 돈을 내고 여러 명이 아웅다웅 살고 있는 서울의 축소판 같다는 생각을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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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명언 제조기 같은 것과는 거리가 멀지만, 종종 자아 성찰에 대해 가장 솔직하고 통찰이 넘치는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친구인 김진욱은, 내가 요즘 공부할 것이 생겨서 즐겁다는 얘기를 하니 이렇게 이렇게 말했다, 행복이라는 것은 결국 가장 원초적인 너로 돌아가는 거야, 초등학교 3학년으로 돌아가는 거지, 너는 그 때부터 책을 읽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걸 좋아했을 것이고, 그때 행복했던 순간들이 있었을 거야, 그게 지금의 너를 만들었기 때문에, 너에겐 그게 행복인거야, 그러니까 그게 진짜 너인 거고, 공부도 공부지만, 공부를 하면서 진짜 너가 나오기 때문에 행복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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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능력과, 창조적 협업 능력은 기업이 생긴 이래 늘 중요했던 능력이다, 도움을 청하는 능력에는 그 사람의 성격이나 의지와도 상호작용한다, 창조적 협업 능력이란 자신이 하는 일을 직렬로 위임하거나 혹은 병렬로 효율화시키는 것 이상으로, 업무의 순서도를 새롭게 설계해서 협업의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기획하는 능력이다, 고전적인 리더십 교재 같은 데에 나올법했던 얘기지만, 이 두 가지는 소위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에 가장 중요한 능력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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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연소일기 칭찬기록장 베스트는, '너는 조리를 전공한 것도 아니고 요식업에 관련된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집에서 요리도 안 한다면서 그런 것치고는 신기할 정도로 음식을 잘 아는구나?' 라고 미슐랭 레스토랑 셰프님께 들었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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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웃긴 얘기같긴 하지만, 나는 가아끔 데이터 분석 하는 꿈을 꾼다, 다음 문장은 내가 얼마 전에 아침에 깨자마자 메모해둔 것임, 데이터의 엄밀함은 아주 중요한 것이지만 그렇게 엄밀한 데이터를 만들어놓고 결국 해석 단계에서 우리는 임의성을 발휘해야만 한다, 필연으로 연역되는 것만을 살펴보아선 설득력있는 해석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오히려 데이터가 신뢰성이 있고 사실 판단이 확고하다면 그 토대 덕분에 해석에서는 종종 자유롭게 임의성을 발휘할 수도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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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키즘이나 반사회세력 같은 부류에서나 언급할 법한 얘기지만, 나는 AI 시대도 도래한 김에, 인간이 근대에 발명한 사상과 제도 중에 은행과 법원이 앞으로 길면 100년 정도면 전혀 다른 형태로 개혁되리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은행과 법원이 필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더 문명적으로 진보된 형태의, 더 기술적으로 우등한 형태의 은행과 법원을 기획해야하는 것이 인류의 숙제라는 생각을 하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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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 대한 조언인데, 쓴소리인데, 상대방 입장에서도 쉽게 하는 얘기가 아니라 어렵게 꺼내는 얘기라면 귀담아 들어야돼, 감놔라 배놔라 던지는 말은 아무나 할 수 있지, 그런데 내가 고민이 깊어진 이유는 내가 무엇을 잘했나 못했나에 대한 생각 때문이 아니라, 저 사람이 나를 위해 얼마나 어렵게 저 말을 꺼냈을까 느껴졌기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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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ve and Take'를 두고 조선반도식 표현으로 '정 없다'라고 표현하는 분들도 종종 있으나, 나는 'Give and Take'야말로 정이 넘치는 인간 관계의 근본이라 생각한다, 물론 이것이 정이 넘치는 이유는 'Take'가 먼저가 아니라 'Give'가 앞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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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탐구 중에 중에 하나는 '중년은 어떻게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가?'이다, 다가올 내 인생에서도 중요한 문제이고, 나아가서는 한국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중년의 고립이나 그들의 교우관계가 있다는 생각 때문임, 대부분은 완전 새로운 사람을 사귀기보다는, 평생에 걸쳐 마주쳤던 사람 중에 다시금 발견하듯 친해지는 경우인 것 같다, 관계의 분포가 sparse하고 삶의 격차가 다양한 상황에서 이미 살만큼 살아버린 중년에게 그 이상의 최적의 전략은 없을까, 나는 부캐나 이런 것보다는 차라리 익명 커뮤니티가 그럭저럭 괜찮은 대안이라고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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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삼십 대가 되어서야 뒤늦게 알게 된 것들이 너무 많다, 이를테면 피자 위에 올라가는 짭짤한 고기 덩어리, 뭔가 고기를 갈아서 향신료와 함께 뭉쳐놓은 그것이 미트볼이라거나 무슨 미트 이런 이름이 아니라 이탈리안 소시지라 부르는 녀석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데에, 초딩시절 처음 피자를 먹어 본 이후로 30년 정도가 걸린 일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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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변화와 트렌드라는 것은 단 하나의 큰 파도로 이해하기보다는, 여러 갈래로 흩어졌다 뭉쳤다는 반복하는 강줄기의 모습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크고 작은 물줄기가 갈라지고 다시 합쳐지고, 어딘가는 빠르게, 어딘가는 또 넓고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세상의 변화 역시 큰 흐름과 작은 흐름을 모두 읽을 때에, 그 굴곡진 전체 지형을 더욱 잘 그려볼 수 있게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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