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 Tech Bites
Vol.3 · 2026.05.06
파일럿의 마지막 회차였어요. 세 번을 달려오면서 쌓인 것들이 있었는지, 이번엔 발표가 끝난 후 모두가 자리를 지키며 소감을 나눴어요. AI에게 "해줘"를 반복하는 것과 AI와 함께 생각하는 것 사이의 거리 — 그 거리를 좁히는 이야기들이 오갔습니다. 파일럿은 여기서 마무리되지만, 다음 시즌은 더 단단하게 돌아올 예정이에요.
이번 모임 주제 딥다이브
AI에게 아이디어를 먼저 물으면 안 되는 이유
발표: John
독일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GPT를 사용할 때 사람들은 첫 번째 결과물에 고착되어 이후에는 그것을 수정하는 흐름에만 집중하게 된다고 해요. "이미지 크기 키워줘", "폰트 바꿔줘" 식의 수정 루프만 반복되는 것이죠. 창의적 사고에는 발산(가능성을 확장하는 단계)과 수렴(방향을 좁혀가는 단계)이 반복되어야 하는데, AI가 첫 결과물을 제시하는 순간 발산 단계가 사라져버린다는 거예요.
발표자가 직접 경험한 해커톤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어요. '아프리카 돼지열병 조기 탐지'라는 아이디어를 미리 정해두고 증명하려 했는데, 당일에 농가 9곳을 직접 방문해보니 완전히 달랐어요.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한 마리만 걸려도 집단 폐사가 의무화되어 조기 탐지가 무의미했고, 진짜 문제는 PRRS(돼지 생식기·호흡기 증후군) — 번식 능력을 무력화하지만 폐사로 이어지지 않아 보험 처리도 안 되고, 농가가 실질적으로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이었어요. 방향을 바꾼 발표 직후, 투자 심사위원이 명함을 건네며 투자 의사를 밝혔어요.
CBL(Challenge-Based Learning)도 같은 구조예요. 결과를 미리 정해두는 게 아니라 "모르는 게 뭔지, 아는 게 뭔지, 더 알아야 할 게 뭔지"를 반복하는 사이클이에요. AI와의 대화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정말 좋은 결과물은 결과를 먼저 상상하지 않고 처음부터 쌓아 올릴 때 나와요. AI에게 "해줘"가 아니라, 발산과 수렴을 함께 하는 과정이 훨씬 좋은 결과물을 만드는 것 같습니다.
AI 기업들이 컨설팅 시장을 노린다 — PE 구조 전환과 FDE 파견 모델
발표: Simon
Anthropic과 OpenAI가 사모펀드(PE) 구조로 대규모 펀드 운영을 시작했어요. Anthropic은 Blackstone·Goldman Sachs 등과 약 15억 달러(2조 원) 규모의 JV를 구성했고, OpenAI는 19개 기관과 약 100억 달러(13조 원) 규모로 연 17.5% 수익률을 5년간 보장하는 전례 없는 조건을 내걸었어요.
핵심은 팔란티어가 활용해온 FDE(Forward Deployed Engineer) 모델이에요. AI를 잘 활용하는 엔지니어를 고객사에 직접 파견해 사업 전환을 지원하는 방식이에요. Fortune은 이를 "컨설팅 산업에 총을 겨눈 것"이라고 표현했어요. 배경에는 수익성 구조의 변화가 있어요. GPT의 API 가격이 100만 토큰당 60달러에서 2달러로 약 30배 하락했고, AI 기업들은 더 많은 외부 자본 유입이 필요한 시점에 놓여 있습니다.
General Catalyst가 2년 전부터 15억 달러를 투입해 이미 검증한 모델이기도 합니다. 주택관리 회사를 2년 만에 EBITDA 1억 달러로 끌어올려 63억 달러에 매각하거나, 콜센터를 80% 이상 자동화해 마진 60~65%를 달성한 사례가 있어요. 같은 EBITDA 1달러 개선이라도 'AI 네이티브로 전면 재구축'하면 기업 가치가 8~10달러 창출되지만, '컨설팅으로 개선'하면 0.1~0.3달러에 불과해요.
국내 AI 스타트업에게는 직접적인 신호예요. FDE형 사업이 괜찮은 먹거리였는데, 글로벌 AI 기업들이 직접 이 시장에 진입하고 있어요. "AI를 쓰는 것"과 "AI로 다시 짓는 것"은 가치가 완전히 달라요. SpaceX, Anthropic, OpenAI 세 회사가 올해 안에 합계 약 2,400억 달러 이상을 IPO 시장에서 흡수해야 하는 구조도 눈여겨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이폰이 전문 촬영 현장으로 들어간다 — Blackmagic Camera 업데이트
발표: Mason
호주 기반 영상 장비 전문 회사 Blackmagic Design의 아이폰용 촬영 앱이 대형 업데이트를 했어요. 세 가지가 핵심인데요. 첫째, 애플 워치 연동으로 아이폰을 손이 닿기 어려운 위치에 거치하고 워치로 원격 녹화 제어가 가능해졌어요. 둘째, ATEM Mini 스위처 연동으로 방송 조정실처럼 여러 카메라 앵글을 실시간 스위칭하는 라이브 프로덕션 카메라로 활용할 수 있어요. 셋째, 시네마 장비 수준의 포커스·줌 조작 장비를 아이폰에 연결해 터치 없이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게 됐어요.
결과적으로 아이폰(촬영) → 애플 워치(원격 조작) → 아이패드(모니터링) → Mac(DaVinci Resolve 색보정)으로 이어지는 완결된 프로 워크플로우가 구성돼요. 기존에는 이 수준의 촬영 셋업을 대여만 해도 상당한 비용이 들었는데, 아이폰 하나로 추가 장비 대여 비용만으로 구성이 가능해졌어요. Apple Vision Pro 전용 콘텐츠 촬영을 위한 Blackmagic URSA Cine Immersive 카메라도 출시했는데, 약 5,000만 원 수준으로 시네마 장비 기준으로는 상대적으로 합리적이에요.
Blackmagic은 가성비 포지션이었지만, Apple 생태계와의 연계를 강화하면서 빠르게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어요. DJI 초기를 연상시킨다는 반응도 나왔어요.
화면을 그리는 게 아니라 관계를 설계하는 일 — 에이전트 시대의 신뢰 UX
발표: Jay
디자인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어요. 기존엔 디자이너가 입구부터 과정을 설계해 사용자가 결과에 도달하게 했지만, AI 이후엔 과정이 생략되고 결과만 나왔어요. 이제 에이전트 시대엔 한단계 더 나아가 에이전트가 모든 것을 처리해요. 이 흐름의 끝은 "화면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AI와 사람 간의 관계를 구조화하는 일"인것 같습니다.
핵심 개념은 신뢰를 온/오프가 아닌 다이얼(Dial)로 설계하는 거예요. 4단계로 나뉘는데, 1단계는 알림만 제공하고 계획은 세우지 않는 단계, 2단계는 계획은 세우지만 실행은 사람이 하는 단계, 3단계는 행동 직전 승인 요청만 하는 단계, 4단계는 모든 것을 처리하고 사후 통보만 하는 단계예요. 에이전트에게 항공편 예약을 맡긴다면 단순히 "실행/미실행"만 묻는 것이 아니라 "이 플랜대로 진행 / 계획 수정 / 내가 직접 할게" 세 가지 선택지를 제공할 때 사용자의 신뢰감이 훨씬 높아요.
흥미로운 점은 실패가 오히려 신뢰를 만든다는 거예요. "이 부분 실패했습니다. 뭘 잘못 이해했고, 어떻게 수정할 수 있는지 제안하겠습니다" — 이런 방식은 오히려 신뢰를 높여요. 실수를 인지하고 개선하려는 태도 자체가 인간과 일하는 것 같은 신뢰감을 주거든요.
디자이너의 역할이 "모든 뷰를 직접 설계하는 것"에서 "AI가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구조화해 모든 사용자에게 동일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으로 전환되고 있어요. 이 변화를 빠르게 수용하는 디자이너일수록 에이전트 시대의 핵심 역할을 맡게 될 거예요.
AI를 극한까지 쓰려면, 먼저 암묵지를 꺼내야 한다 — Harness Engineering
발표: Steve
Harness Engineering은 AI에게 일을 어떻게 쪼개고 전달할지, 그 능력들을 어떻게 통제·활용할지에 대한 설계 방법론이에요. CLAUDE.md 같은 지침 파일은 자주 쓰는 프롬프트 모음이 아니라 헌법 체계처럼 구조화되어야 하고, 반복되는 업무를 에이전트 구조로 옮기는 일은 회사를 하나 만드는 것만큼의 고민이 필요하다는 게 핵심이에요.
가장 중요한 개념은 암묵지의 언어화예요. AI에게 일을 줄 때 "이 정도는 알겠거니" 하고 생략하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AI는 내가 어디서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사회적으로 암묵적으로 지켜온 기준들을 모르죠. 업무를 쪼개고 → 지침으로 구성하고 → 아웃풋을 보고 → 피드백을 반복하다 보면 "어, 이 지침을 내가 준 적이 없네"라는 발견이 계속 생깁니다.
발표 후 Simon이 보충했어요. Oh My Open Code 시리즈(Claude Code, Codex 등을 활용한 오픈소스 CLI 에이전트 툴)는 이미 GitHub 리포지터리에서 봇이 이슈를 받아 PR까지 올리는 과정을 수개월째 운영 중이고, 운영자들 스스로도 AI가 어떤 업데이트를 했는지 모르는 "Human in the Loop가 끝난" 단계에 들어섰어요. 이 감각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개인 간 격차가 지수적으로 벌어지고 있어요.
"어떤 문제가 주어졌을 때 측정 가능한 방법만 있으면 해결할 수 있는 시대" — 이 감각의 유무가 개인 간 격차를 만들어요. Claude Code로 전 세계 사용량 1위를 기록한 한국인 개발자가 국내에서 Harness를 구축하기 시작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신호예요.
현장 토론 하이라이트
발표 세션 전반에 걸쳐 하나의 질문이 반복됐어요. "AI를 쓰는 것"과 "AI와 함께 생각하는 것"은 어떻게 다른가. John의 발산·수렴 프레임, Jay의 에이전트 신뢰 설계, Steve의 암묵지 언어화 — 세 발표가 결국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게 토론 중반에 드러났어요.
AI를 하나의 개인으로 보고 "해줘"를 반복하던 것에서, 서브 에이전트 각각을 하나의 사람처럼 보고 시스템을 만드는 것 — "기존 회사에서 하던 걸 프롬프트로 옮기고 있는 거구나"라는 감각이 이번 세션을 통해 처음으로 다가왔어요.
— JohnObsidian을 쓴 이후 가장 자주 하는 일이 "이 규칙 추가해"예요. 계속 반복하다 보면 "이 규칙이 빠져있네?"라는 발견이 생기고, 그게 모델 퍼포먼스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체감하게 돼요.
— Jay사이먼 아티클에 대해 스티브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른 백그라운드를 가진 사람들이 같은 아티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을 시간이 더 있었으면 좋겠어요. 각자 발표만 하고 끝나면 크로스 시너지가 덜 나요.
— Sian · John (공통 제안)현장의 목소리 — 파일럿 3주를 마치며
발표가 끝난 후, 발표자와 청중 전원이 파일럿 3주를 돌아보는 소감을 나눴어요. 세 가지 감각이 반복됐어요.
참석자들이 공통적으로 표현한 감각은 "AI를 도구가 아니라 관계로 다루는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에이전트 신뢰 설계, 서브 에이전트를 사람처럼 보는 시각, Harness Engineering — 세 발표가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어요.
AI가 현재 업무를 대체할 수 있을지 막연했는데, 배워가다 보니 "활용 안 하면 격차가 벌어지겠다"는 감각이 생겼어요. AI는 예전 대기업 오너 밑에 있던 비서팀·전략기획실 같은 역할을 해줄 수 있다는 걸 체감했어요.
— Steve각자 색깔이 뚜렷한데, 듣다 보면 서로 연결되는 순간들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여러 명에게서 나왔어요. 혼자 서치해서는 얻기 어려운 가치였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제이·존·메이슨·스티브·사이먼의 내용이 서로 연결되는 순간들이 있었어요. "커넥팅 닷츠"를 하게 되는 장이었어요. 최근 자기 분야에 대한 혼란이 컸는데, 다들 많은 정보량을 얻으면서도 자기 색깔을 유지하는 것을 보며 나도 내 색깔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 Sian아티클 정보를 쏟아내는 것보다 그 안에서 인사이트가 도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어요. 다음 시즌에는 발표자 수를 줄이고 크로스 피드백 시간을 대폭 늘리는 방향으로 개편할 예정이에요.
테크·AI를 잘 몰라도 "나도 잘 하고 있는 부분이 있었구나"라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발표자들에게도 자신의 개성을 살려서 특정 역할을 하게 되는 의미 있는 준비 과정이 됐을 것 같아요.
— SanoTech Bite — 이번 호의 한 줄
"AI에게 '해줘'를 반복하는 것과 AI와 함께 생각하는 것 사이의 거리
— 그 거리를 좁히는 것이 지금 가장 중요한 역량이에요."
해당 내용은 팩트 체크가 되어있지 않습니다. 각 러너들의 인사이트를 알아보자는 취지를 중심으로 구성되었으니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파일럿 3회를 함께 달려준 모든 분들께 감사해요. 더 단단해진 모습으로 돌아올게요. 그럼, 다음 회차에서 또 봬요 :)
Academy Tech Bites에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해요.
Academy Tech Bites · Vol.3 · 기록 운영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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