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어프로치 : 북촌 그리고 서촌방향

그 동네에 가면, 서촌과 북촌 편

2022.03.17 | 조회 1.42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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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프로치 Approach

격주마다 당신의 취향에 말을 겁니다.

오랜만의 편지입니다. 구독자님의 안부가 궁금한 오전이네요. 그동안 잘 지내고 계셨죠? 저는 한동안 주말마다 서촌과 북촌 사이를 오가며 바쁘게 시간을 보냈어요. 경복궁과 안국역 부근은 예전부터 참 많이 발걸음 한 동네인데요. 그 동네가 주는 특유의 정취가 있다 보니, 집과의 거리가 꽤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주 찾게 되더라고요.  

서촌과 북촌이라는 동네를 워낙 자주 방문하는 탓인지, 도대체 어디까지가 '서촌'이고 '북촌'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이란 무언가 좋아하는 대상이 생기면 그것에 대해 자연스레 궁금해지기 마련이죠. 서촌과 북촌을 가르는 기준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는 걸까요? 두 동네를 나눠 부르기로 약속 했을 때, 어떤 기준으로 나누기로 결정한 걸까요? 행정구역이 기준일까요, 대강 어림짐작으로 구분해 부른 것일까요?

통상적으로 일컬어지는 서촌은 경복궁의 서쪽에 위치한 구역입니다. 많은 이들이 찾는 효자동, 통인동, 누하동 등이 서촌에 포함됩니다. 경복궁역에 하차해 자하문로를 따라 걸어 올라가면 그곳이 서촌인 것인데요. 그에 반해 북촌은 경복궁의 오른 편(동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북촌이 아니라 동촌으로 불려야 하는 게 아닐까요? 

알아보니, 북촌이라는 이름은 경복궁을 기준으로 붙은 것이 아니라고 하네요. 조선시대의 행정구역은 실제 향방과는 거리가 있는 자연지형에 따라 구분됐다고 하는데요. 현재의 기준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북부는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해당하는 구역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연스레 북촌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죠.

무엇이든 의미와 유래를 알면 대상에 대한 애정도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서론이 조금 길었네요. 네 번째 어프로치는 서촌과 북촌에 가서 하면 좋을 것들을 준비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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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주의 추천 앨범, 사이먼 앤 가펑클 <Bookends> 

오늘은 서촌과 북촌에서 하면 좋을 것들을 소개 드리기 전에, 뉴스레터와 함께 감상하면 좋을 앨범을 먼저 추천드리려 합니다. 물론 북촌과 서촌을 거닐면서 듣기에도 손색 없는 곡들이 담긴 앨범이기도 한데요. 사이먼 앤 가펑클(Simon & Garfunkel)의 4집, <Bookends>입니다. 아마 오늘의 뉴스레터를 끝까지 읽어보시면 제가 왜 이 앨범을 추천드렸는지 눈치채실 수 있을 거예요. 

사이먼 앤 가펑클(Simon & Garfunkel)은 폴 사이먼과 아더 가펑클이 구성했었던 포크 듀오 팀인데요. 불화로 해체된 지는 오래이나 그들의 음악은 아직까지도 전설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영화 <졸업>의 OST를 부른 가수로 잘 알려진 아티스트이기도 합니다. 해당 OST 곡 역시 4집 <Bookends> 앨범에 수록되어 있답니다. 이 앨범은 그들이 발표했던 앨범 중에서도 특히나 모험적이고 탐구적인 곡들로 채워져 있으니 꼭 한 번 들어보시길 바라요. 비 오거나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 들으면 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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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촌과 서촌은 갤러리의 성지

서울을 찾은 관광객들이 '서울에서 전시를 보려면 어디로 가야하냐'고 제게 질문한다면, 북촌과 서촌으로 가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마치 뉴욕에서 전시를 관람하고 싶다면 첼시(Chelsea)나 소호로 가라는 말이 있듯이요. 비유가 너무 과한가요? 그만큼 북촌과 서촌은 발걸음 닿는 곳마다 크고 작은 규모의 전시 시설이 즐비해있는 동네입니다. 둘러볼 수 있는 장소가 많은 만큼, 갤러리가 가진 특색도 저마다 다릅니다. 오늘 제가 소개드릴 갤러리들은 현대미술을 주 장르로 다루는 공간들인데요.

현대미술은 작품 속에 숨겨진 작가의 의도를 찾아내야만 할 것 같은 의무감이 항시 동반되어 종종 불친절하고 난해한 장르로 치부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전통적인 미술의 표현 방법과는 거리가 있는 현대미술 특유의 전복성과 신선한 충격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만이 느낄 수 있는 선물인 것도 같아요.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 북촌의 랜드마크나 다름없는 곳이죠. 현재 국현 서울관에서는 <MMCA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과 <올해의 작가상 2021> 그리고 <아이 웨이웨이> 전시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전시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아마 인스타그램에서 한 번쯤 관련 게시글을 보셨을 거예요. 그만큼 세 전시 모두 굉장한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피케팅이라는 <이건희 특별전>은 4월 13일까지, <올해의 작가상>은 3월 20일까지, <아이 웨이웨이> 전은 4월 17일까지만 진행되니 꼭 한 번 들러보세요. (링크)
  • 국제갤러리 서울관 : 주말에도 크게 붐비지 않아 그야말로 전시 작품에만 오롯이 집중하기 좋은 공간입니다. 관람객들이 외부 정원으로 짧게나마 산책할 수 있도록 짜인 전시 동선도 훌륭하고요. 현대미술의 거장이라 불리는 해외 유명 작가부터 신진 한국 작가들의 작품까지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는 공간으로 최근에는 <하종현 개인전>이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국제갤러리에서 개최한 개인전은 결코 놓쳐서는 안 되는 전시들이 대부분이니 꼭 방문해 보시길 바랄게요. (링크)
  • PKM 갤러리 : 삼청동 길을 따라 걸어 올라가면 자연스레 닿게 되는 곳입니다. 이곳은 가든 카페와 레스토랑까지 같이 운영하고 있어 지인과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 딱 좋은 공간인데요. 전시장을 둘러보신 뒤, 야외 정원에 앉아 멋진 풍경을 감상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간답니다.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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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과 커피가 빠질 수 없지

서촌과 북촌에는 분위기 좋은 카페도 많지만 그에 비례하는 수치로 술집도 많습니다. 한옥과 양옥이 적당히 섞인 골목을 걷다 보면 그 정취에 빠져 자연스레 술이 생각나더라고요. 위스키, 칵테일을 전문으로 하는 바부터 시작해서 맛있는 맥줏집, 코가 삐뚤어질 때까지 마시기 좋은 전통 술집까지. 요즘 시국에 적극적으로 권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코로나19가 완화되면 한 번 방문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 법원 : "잘 못 들었습니다..?" 처음 이 위스키 바의 이름을 들었을 때, 잘못 들은 줄 알고 다시 되물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법원'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가게는 버번 위스키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위스키 바입니다. 심지어 헌법재판소 근처에 위치하고 있는데요. 버번, 버번을 연속적으로 발음하다 보면 이 가게 이름이 왜 '법원'인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탁월한 네이밍이 아닐 수가 없는데요. 법원에서는 달콤한 맛과 향을 가진 버번 위스키를 합리적인 가격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내부가 크게 소란스럽지 않아 지인과 대화를 나누기에도 좋습니다. 위스키뿐만 아니라 와인, 맥주도 판매하고 있으니 인스타그램을 참고해 보세요. (인스타그램)
  • 기와탭룸 : 시원한 맥주가 생각나는 밤이면 자주 찾는 가게인데요. 주말에는 항상 만석일 만큼 인기가 좋습니다. 그렇다 보니 가게 분위기가 꽤나 시끌벅적한 편인데, 그 소란스러움이 대화에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어서 재방문하게 되는 곳이에요. 이름처럼 한옥을 개조해 만든 공간으로 다양한 수제 맥주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기와탭룸의 자체 수제 맥주부터 게스트탭까지 다양한 종류의 맥주가 준비되어 있으니 적당히 배를 비우고 가시는 게 좋습니다. (인스타그램)
  • 텍스트 커피 : 북촌 원서동 골목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빨래터'가 나오는 걸 아시나요? 무려 마을버스 정류장 이름도 빨래터인데요. 이곳에는 분위기와 맛을 모두 갖춘 카페 '텍스트 커피'가 있습니다. 브랜딩과 공간 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더 퍼스트 펭귄>의 손에 의해 탄생한 공간인데요. 커피를 주문하는 방식부터 남다르기가 그지없습니다. 마련되어 있는 연필로 주문서를 작성하면 사장님이 맛있는 커피를 내려주시는데, 커피 맛은 입 댈 곳 없이 훌륭합니다. 드립 커피도 좋지만 우유가 들어간 화이트 커피도 꼭 마셔보시라 권하고 싶어요. (인스타그램)
  • 더 마틴 : 혹시, 하몽 좋아하시나요? 크루아상은요? 젤라또도 좋아하시나요? 그렇다면 이곳이 정답입니다. '더 마틴'은 서촌 젤라또 맛집으로 유명한 가게인데요. 최근에는 샌드위치 메뉴를 맛보러 방문하는 손님들이 많아졌다고 해요. 하몽과 올리브유, 젤라또의 맛이 적절히 어우러지는 크루아상 샌드위치는 꼭 한 번 드셔보셔야 할 메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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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립서점 산책

서촌에는 멋진 독립서점들이 많기로 유명하죠. 독립서점은 일반적으로 독립 출판물이나 소규모 출판물을 유통하는 중소형 서점을 말합니다. 이러한 독립서점들은 대형 서점과는 도서를 입고하는 기준이 다를 수밖에 없을 텐데요. 입고되는 도서들은 독립 출판물이 주류이고, 그 가치를 알아본 고객들은 자연스레 독립서점을 다시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서촌에는 특정 분야에 특화된 독립서점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둘러보기 편하신 장소 두 곳을 소개하려 합니다.

  • 더 레퍼런스 : 효자동에 위치한 '더 레퍼런스 서울'은 일종의 복합문화공간입니다. 지하 공간에서는 전시를 진행하고,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서점이 나옵니다. 이곳에서 판매되고 있는 도서들은 대부분 사진, 건축 등과 같은 예술 분야의 서적과 아트북, 독립 출판물들입니다. '더 레퍼런스 서울'은 오프라인 매장 뿐 아니라 온라인 샵도 운영하고 있으니 한 번 둘러보셔도 좋겠습니다. (링크)
  • 이라선 : 아마 사진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한 번쯤 들어보셨을 공간입니다. '사진 책방 이라선'은 사진에 특화된 독립서점입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사방을 둘러싼 사진집들 덕분에 찰나지만 행복에 잠길 수 있었는데요. 아니나 다를까, 포토그래퍼 부부가 운영하는 공간이었습니다. 이라선의 특이점은 사진집을 구매하기 전에 한 번 읽어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통상적으로 사진집들은 포장된 채로 진열되기 때문에 책의 내부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디까지나 책이 훼손되는 경우를 막기 위함이지만, 구매자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는 부분인데요. 이라선에서는 책을 구입하기 전에 열어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덕분에 사진집 특유의 종이 질감이나 배치를 미리 참고할 수 있죠. 사진집을 주력으로 판매하는 사진 책방에서 이는 큰 이점이라고 생각됩니다. 공간 자체는 다소 협소한 편이라, 비교적 사람이 적은 평일에 방문하시기를 권장드립니다. (링크)

 


✍🏻 Editor's Note

오랜만에 편지를 쓰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네 번째 어프로치에서는 서촌과 북촌에서 하면 좋을 것들을 소개 드렸습니다. 편지 제목을 어떻게 쓰면 좋을지 생각하다가, 아무리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 봐도 괜찮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영화 '북촌방향'을 모티브 삼아 <북촌 그리고 서촌방향>으로 지어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성수나 한남처럼 유행이 빠르게 반영되고 그만큼 물욕을 자극하는 동네들도 좋아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걷고 싶을 때는 주로 안국과 경복궁역 근처를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 동네도 '핫플'에 가면 사람이 많기는 마찬가지지만, 역 근처를 벗어나 안쪽 동네로 들어서면 나름대로 산책로도 잘 마련되어 있고 자전거 도로도 잘 정비되어 있어 오고 가기에 좋거든요. 또 한옥과 양옥이 골고루 섞여있어 골목을 산책할 때에도 낮에는 낮대로 그럭저럭 운치가 있고 해가 지면 조용한 밤의 정취를 느껴볼 수 있습니다.

동네를 가볍게 거닐고 나서 야간 개장한 궁을 방문해 시간을 보내다 보면 순식간에 폐장시간이 됩니다. 이미 아실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덕수궁 앞에는 유명한 와플 가게가 있는데요. 저는 그 가게에서 와플을 사들고 돌담길을 걷는 것을 꽤 좋아합니다. 연인끼리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면 헤어진다는 속설이 있기는 하지만, 막상 걸어보면 '누군가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낸 소문은 아닐까' 의심하게 될 정도로 운치 있는 길이죠.

서촌과 북촌에는 아직 제가 찾지 못한 보물 같은 곳들이 많이 숨겨져 있을 거란 확신이 들어요. 오늘 제가 소개 드린 곳 외에도 구독자님만 알고 있는 좋은 아지트가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셔도 좋겠습니다. 오늘은 이만 여기서 줄이도록 할게요. 

그럼 다음 편지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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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퇴한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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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bout 3 years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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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테디

    0
    about 3 years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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