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4주차 세모] '독전' 다시보기, '겨울왕국' 10주년

드디어 첫 번째 레터입니다!

2023.11.23 | 조회 4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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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모

둥글지도 않은 것이 각지지도 않은 것이…

안녕하세요, 구독자 형아들. 세모에서는 처음으로 인사드려요.

처음 무언가를 한다는 건 굉장히 설레고 떨리는 일 같아요. 무슨 이야기를 쓸지 며칠을 고민했는데 결국 답을 못 내리고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저는 지금 홍콩에서 이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저한테는 이번이 다섯 번째 홍콩인데요, 다섯 번째인데도 취엔 완(췬완) 부두쪽은 처음이에요. 주거촌인지 근처에 아무 것도 없긴 한데요(ㅎㅎ)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홍콩의 야경을 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순간의 고요한 풍경을 공유해 봅니다.

맥주 마시고 있어요
맥주 마시고 있어요

세모 뉴스레터는 기본적으로 제가 쓰고 싶은데 쓸 곳이 마땅치 않은, 혹은 진짜 써서 누군가에게 보여드리고 싶은 글을 공유하는 창구가 됐으면 해서 만든 곳이에요. 그래도 뭔가 큰 틀은 필요할 것 같아서 몇 가지 카테고리를 만들어 봤는데요. 리뷰나 사설 같은 느낌의 진지한 글 하나, Alog(기사+로그(Articel+log)라는 뜻인데 제가 만들어봤어요. 취재를 하는 과정, 그 사이에서 느낀 바 등을 일기처럼 써내려가는 콘텐츠로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A컷일 수도 B컷일 수도 있을 사진들을 모은 AB컷. 일단 이렇게 크게 세 가지입니다. 물론 막상 하다 보면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어요. 언제든, 무엇이든 의견 많이 부탁드려요!

오늘은 '독전2' 개봉 이후 다시 보게 된 '독전' 이야기와 10주년을 맞은 '겨울왕국'(사실 제가 그래서 홍콩에 온 거거든요), 그리고 홍콩 디즈니랜드에 새롭게 오픈한 겨울왕국 테마존 사진을 나눠보려고 해요. 아무쪼록 이 글을 보시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유익하시길 바라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리뷰]

'독전' 믿으십니까? 그렇다면 그 실체는 무엇입니까

*이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스포일러를 알고 봐도 '독전'은 재미있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ㅎㅎ)

저는 '독전2'가 '독전'의 2편이 아닌 독자적인 작품이었다면 이렇게 짠 평점을 받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약을 두고 벌이는 전쟁과 거기에 얽힌 이런저런 사람들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하면 '독전2'는 썩 나쁜 작품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높은 점수를 주지도 않았겠지만.)

아마도 '독전2'가 영화를 본 사람들을 화나게 하는 건 이 작품이 전작이 돼 버린 '독전'(2018)의 세계관과 캐릭터성을 모두 붕괴시켰기 때문 아닐까 싶어요.

사진='독전' 포스터(배급사 NEW)
사진='독전' 포스터(배급사 NEW)

저는 '독전'은 '마약 전쟁'을 수면 위에 올리고, 그 아래에선 '믿음'에 대해 치열하게 질문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독전'의 영어 제목을 아시나요? '믿는 자'라는 뜻의 '빌리버(Believer)'인데요. 문자 그대로 '신자'라고 쓰이기도 하죠.

그렇다면 '독전'에서 신자는 누구일까요. 아마도 종적은 물론 누구인지도 파악하기 어려운 마약 카르텔의 수장 이선생을 쫓는 조원호(조진웅)일 것입니다. 그는 이선생이라는 자의 실체가 반드시 있다고 믿고, 그 실체를 자신이 잡을 수 있다고 믿고 있거든요.

결론을 스포하자면 조원호가 쫓던 이선생은 바로 락(류준열)이었습니다. 이선생 밑에서 시답잖은 심부름이나 하는 줄 알고 조원호가 데리고 다니며 써먹던 인물이죠.

사실 조원호도 락을 아예 의심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의심을 했으니 락이 아끼던 강아지에게 위치추적 칩을 심죠. 락을 언제든 자신의 시야 안에 두고 싶었던 겁니다. 왜냐하면 락은 '대리'라는 직급임에도 이선생의 마약 사업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비즈니스에 너무 깊이 연관돼 있었거든요.

그런데 락은 정말 스스로를 이선생이라고 생각할까요. 여기서 마약을 '가짜 구원', 락을 '구원자가 된 누군가'로 치환해보겠습니다. 처음 락이 마약을 만들어 유통했을 때만 해도 그는 자신이 그렇게 대단한 인물이 될 줄은 예상하지 못 했을 겁니다. 그는 아마 자신의 부모를 쩌들게 하고 기어이 밀항선에서 죽게 한 마약이라는 존재를 자신의 발 아래 두고 싶었던 것일지도요.

그런데 락이 만든 마약이 공교롭게 너무 효과가 좋은 겁니다. 거기에 탐닉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그런 가짜 구원을 찾는 사람들에게 '이선생'의 존재감은 무척 커지게 되죠. 마약계에 대단한 영향력을 끼치지만 누구도 실체를 모르는 이선생. 그런 이선생을 누군가 사칭하기 시작하고, 락이 통제하지 못 하는 일들도 '이선생'의 이름으로 일어납니다. 락은 생각합니다. 이선생은 누구인가, 나는 정말 이선생인가, 이선생은 정말 존재하는 것인가.

저는 이 영화의 주제의식을 가장 명확하게 드러내는 장면이 바로 비닐하우스에서 조원호가 락에게 자신이 파헤친 진짜 서영락의 파일을 건네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락은 자신이 서영락이라고 했는데, 조원호가 알아 보니 진짜 서영락은 따로 있었더라는 겁니다. 그러자 락은 이렇게 말하죠.

"이거 저 아니에요. 근데 저 맞아요."

사실 락은 어린 시절 배를 타고 한국으로 밀항했는데요. 이유가 정확하게 나오진 않았지만, 부모의 마약 문제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부모가 모두 밀항선 안에서, 락이 보는 앞에서 사망했거든요. 마침 아들이 공장 차에 깔리는 사고로 세상을 떠난 부모가 밀항선에서 혼자 살아남은 어린 락을 발견합니다. 그리곤 자신의 아들 서영락으로 키우죠. 락은 서영락 앞으로 온 입학통지서를 들고 학교에 갔고 서영락의 신분으로 자랐습니다. 락은 묻습니다.

"이렇게 되면 저는 서영락입니까, 아닙니까?"

명확한 것 같지만 보이지 않는 실체와 실존, 그리고 그것에 대한 믿음. 이것이 바로 이것이 '독전'이 던진 질문인 것입니다.

이 영화에서 브라이언(차승원)은 계속해서 자신을 믿으라고 하고 자신에게 기대라고 하고 기도를 하자고 하죠. 그것은 브라이언이 이선생 행세를 하는 가짜이기 때문입니다. 사이비, 재림예수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어요. 조원호가 '믿는 자'라면 브라이언은 '현혹시키는 자'쯤 되겠죠. 심지어 세상은 브라이언을 진짜 이선생이라고 믿으니까요.

락은 이선생이지만 이선생이 한 모든 일을 다 락이 한 건 아닙니다. 진짜 이선생은 락이지만,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락과 조원호, 그 외엔 몇 없습니다. 서영락이 이선생이라는 주장은 입증할 수 없는 이들의 주장입니다. 세상은 브라이언을 이선생이라 여기고 있죠. 그렇다면 여기서 진짜 락은 누구인가요.

사진='독전' 포스터(배급사 NEW)
사진='독전' 포스터(배급사 NEW)

락은 노르웨이까지 자신을 찾아온 조원호에게 말합니다. "이선생은 죽었어요." 조원호는 "그렇지. 근데 넌 안 죽었잖아"라고 대꾸하죠. 그러자 서영락은 "저는 이제 제가 누군지도 모르겠어요"라고 합니다. 실체가 없는 것의 실체를 찾아온 것만 같은 조원호의 표정이 그토록 허무한 이유입니다.

형아들은 진짜 이선생은 누구라고 생각하시나요. 믿음에 대한 영화 '독전'이었습니다.

[Alog]

렛잇고~ 렛잇고~

'겨울왕국' 하면 뭐가 제일 먼저 떠오르시나요. 저는 '겨울왕국' 1편의 OST인 '렛 잇 고' 커버로 급상승한 가수들을 인터뷰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때가 바로 떠오릅니다. 그 가운데 한 분은 '미스트롯2'에 나가 대성하기도 하셨고요.

아직도 엘사가 '렛 잇 고. 렛 잇 고'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겨울왕국'이 나온 지 10년이 흘렀다고 하더라고요. 북미 기준으로 '겨울왕국' 1편은 2013년 11월 19일에 처음으로 공개됐고요, 한국에는 이듬해 1월 상륙했습니다.

'겨울왕국'이 쓴 기록이야 뭐 너무 잘아시겠지만. 국내 애니메이션 흥행 기록 1위, 애니메이션 최초 국내에서 누적 관객 수 1000만 달성, 2편까지 1000만 돌파하며 시리즈 쌍천만 등이 있겠네요.

첨부 이미지

얼마 전 홍콩 디즈니랜드에는 '겨울왕국' 10주년을 맞아 '프로즌 테마존'이 오픈했습니다. '프로즌'은 '겨울왕국'의 영어 제목이고요, 이 테마존은 '겨울왕국'에서 엘사와 안나가 다스리는 아렌델 느낌으로 꾸며졌어요.

잠깐 다른 이야기지만 디즈니에서는 공개작들의 기념일을 제법 열심히 챙기고 있는 거 아시나요. 10주년, 20주년, 30주년이 될 때마다 한정판 굿즈를 내고 기념 행사를 하는 경우도 있답니다.

'겨울왕국'은 국내에서도 크게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특별상영 등 여러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특별상영은 오는 30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되고요, 이 외에도 같은 날 11월 30일에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등 멀티플렉스 3사를 비롯한 전국 주요 극장에서 '겨울왕국' 1, 2편을 재개봉한다고 하네요. 또 CGV용산아이파크몰 7층으로 가시면 디즈니의 발자취를 돌아볼 수 있는 특별 포토존과 인기 애니멘이션 OST를 감상할 수 있는 바이닐 청음존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겨울왕국' 하면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요. 2019년에 짝궁과 나갔던 '런 디즈니'입니다. 런 디즈니는 디즈니랜드에서 뛸 수 있는 마라톤 행사인데 미국 올랜도, 프랑스 파리, 홍콩에서 개최돼요. 대략 미국에선 1월, 파리에선 9월, 홍콩에선 11월쯤인데 정확한 날짜는 런디즈니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셔야 한답니다.

렛 잇 고~ 렛 잇 고~
렛 잇 고~ 렛 잇 고~

마라톤을 시작한 지 몇 달 되지 않았을 때 그런 대회가 있다는 걸 알고 바로 신청을 했어요. 11월 홍콩에서 열린 런디즈니 토이스토리 10K에 나갔는데요. 디즈니랜드에는 보통 코스튬을 입고 들어갈 수 없는 거 아시죠? 디즈니 캐릭터들로 자칫 오인받을 수 있어서 성인의 코스튬 착용은 열심히 단속하는 편인데요, 런디즈니 날에는 자유롭게 코스튬을 입고 디즈니랜드를 활보하며 뛸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답니다.

김앤정에서 몇 번 언급됐던 올라프 옷은 사실 이때 입으려고 샀던 거예요. 그런데 배송이 늦는 바람에 저는 한복을 입고 뛰었고 엽은 엘사 드레스를 입었답니다. 시력 보호를 위해 얼굴을 가렸습니다.

처음엔 부끄러워하더니 주변에서 "엘사!" 하며 연호하자 마법 봉까지 휘두르며 "렛 잇 고! 렛 잇 고!"라던 게 얼마나 웃기던지요. 뛰면서 만난 디즈니 캐릭터들도 '퀸'이라며 깍듯한 인사를 해줬답니다.

[AB컷]

홍콩 디즈니랜드 프로즌 테마존은 '서머 스노우 데이'라는 주제를 갖고 있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이 이름에 맞게 가짜 눈발 같은 걸 조금 흩날려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사실 저는 아렌델이 아니라 엘사의 얼음성을 기대하고 갔기 때문에 살짝 아쉽단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ㅎㅎ)

저는 TVA 직원으로 현장을 찾았습니다. 엣헴. (디즈니플러스 로키 후드를 입고)
저는 TVA 직원으로 현장을 찾았습니다. 엣헴. (디즈니플러스 로키 후드를 입고)

테마존 내 어트랙션은 완더링 오큰스 슬라이딩 슬레이와 프로즌 에버 애프터 등 두 종류가 있어요. 프로즌 에버 애프터는 실내에서 보트 같은 것을 타고 다니면서 '겨울왕국'의 이런저런 장면들을 볼 수 있는 놀이기구였는데 저는 아주 좋았어요. 중간중간 약간 스릴있게 떨어지는 구간도 있었고요. 올라프가 특히 시선강탈.

프로즌 에버 애프터는 홍콩 디즈니랜드 가시면 꼬옥 타보셔요
프로즌 에버 애프터는 홍콩 디즈니랜드 가시면 꼬옥 타보셔요

그런데 완더링 오큰스 슬라이딩 슬레이는 솔직히 비추천이에요. 급격한 경사는 없고 빠르기로 승부하는 롤러코스터여서 무서운 거 못 타는 저도 도전해봤었는데요. 40분 정도 줄을 서서 탔는데 30초도 안 돼 끝난 것 같았어요. (체감 5초) 약간 '아 이 정도 예열했으면 지금쯤 한 번 무섭게 달려주겠군' 생각을 했는데 그 예열이 끝이었습니다. 예.

첨부 이미지

마지막으로 홍콩 디즈니랜드에서 업어온 '겨울왕국' 굿즈 두 개를 소개합니다. 이제 슬슬 트리 꾸밀 철이라 올라프 가렌드(정식 명칭은 목걸이네요?)를 하나 샀고, 홍콩 디즈니랜드 스타벅스에서 파는 '겨울왕국' 텀블러도 샀습니다. 텀블러 크기가 너무 크고 빨대 닦기도 귀찮을 거 같아서 고민을 많이 했지만 일단 그래도 겨울왕국 보겠다고 홍콩까지 온 거니까요. 예쁘긴 예쁘고요. 전시용으로 두죠 뭐.(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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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블

    1
    about 2 years 전

    전쟁 같이 지나가는 매일마다 놓치는 것들에 대해 허해지는 마음을 채워 주셔서 고맙습니다 💙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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