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연말이다. 2024년이 이렇게 끝나가고 있다. 회사 동료분이 나눠준 새해 달력에서, 친구와 함께 본 점신의 신년운세에서, 그리고 집 계약이 두 달밖에 안 남았다는 사실에 올해가 끝나가고 있음을 조금씩 실감한다.
새로운 연도인 '2025'이라는 숫자를 적어 보면 아직은 어색하지만, 곧 익숙해질 날이 온다는 걸 알기에 어딘지 모르게 허무해지기도 한다. 이상하게도 연말이 되면 한 것도 없이 허송세월만 보낸 것 같은 기분에 쓸쓸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렇지만 올해를 이렇게 바라보기로 했다. 드넓은 우주에 로켓을 쏘아 올릴 땐 그저 텅 빈 공간처럼 보였지만, 탐험을 계속하다 보니 내가 벌여놓은 크고 작은 일들이 마치 여기저기 흩어진 위성처럼 떠다니고 있었다. 연말이라는 시간은 그 떠다니는 위성들을 하나씩 수거해 정리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준다. 특히 올해는 Y와 함께 쌓아온 밥캅스를 찬찬히 돌아보며, 탐험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길 수 있었다.
인스타그램 스토리처럼 올해의 하이라이트를 조명해보자면 뭐니뭐니해도 평소 가보고 싶던 레스토랑에 B와 함께 방문했는데 웬걸, Y가 그 날 거기서 일하고 있었던 장면일 것이다. 나는 Y가 그 곳에서 일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서로 깜짝 놀란 눈을 마주치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 깔끔하게 유니폼을 차려입은 Y가 골라 준 와인과 멋진 공간에 뜻밖의 즐거움이 있어 더더욱 기쁨이 있던 식사 자리였다. 12년간 서로의 이름만 알던 B와 Y가 드디어 “네놈이 그놈이구나” 할 수 있었던 날이자, Y와 내가 멋진 식사에 대한 개념을 서로 말하지 않아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던 기념할 만한 날이었다.
그 때 나눈 대화들에 대해서 밥캅스에 남기고 싶었지만 고급스러운 비평을 할 재간과 지식 그리고 용기가 없어 말을 삼켰다. 그 후에 Y를 따로 다시 만나 그 가게의 매력과 아쉬움에 대해 한참을 논했다.
한 여름에 밥상을 체포하겠다는 우렁찬 포문을 열었으나 어느샌가 Y에 비해 내 글은 신선하지도 않고 밍숭맹숭 니 맛도 내 맛도 아닌 글이 되지 않았나 되돌아본다. 오늘조차 밥 얘기가 없다. 맛있는 걸 매일 먹고 싶은 사람 치고는 귀찮음이 많아 새로운 것도 먹지 못했고, 여러번 다듬고 올렸던 시즌 1의 프롤로그와 달리 발행 두시간 전에야 글을 끝맺는 쪽대본 특집도 여러 개 있었지만 8월부터 긴 호흡으로 내 생각들을 이어갈 수 있어 뜻 깊었다. 그건 다 꾸준히 밥캅스를 읽어준 독자 여러분 덕분이다.
밥캅스 시즌 3가 태어날 지, 밥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비정기적인 간행물이 되어 돌아올 지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지만 돌아온다면 그것도 다 밥캅스를 꾸준히 읽어준 사람들이 있어서다. 우리 모두 각자 새로운 여정을 준비할 엔진을 다시 싣고, 잘 살고 있다보면 어느날 76년만에 헬리 혜성처럼 만날지도?
- J의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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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방에 체가 없는 사람
25년 24(이사) 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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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볼라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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