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편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선샤인 코스트 Sunshine Coast 여행한 이야기입니다. 스크롤 압박 사진 폭탄 미리 안내말씀 드려요. - 코라 🥰
6월 말 쯤 밴쿠버살이 180일을 돌아보는 글을 쓰면서 나의 제2의 고향 강릉을 대체할 제3의 고향(두번째 마음의 고향)을 칠리왁이라고 말했다. 그 때는 정말 그럴 줄 알았다. 사람이 얼마나 시야가 좁은지, 고작 내가 아는 게 세상의 전부라고 착각하기 얼마나 쉬운지 '칠리왁'을 생각할 때마다 되새긴다.
한줄 요약하자면, 나에게 제2의 강릉이자 제3의 고향은 칠리왁 아니고 선샤인 코스트! 👉 Sunshine Coast 구글 맵에서 어디인지 한번 보기
처음 내가 선샤인 코스트를 알게 된 건 초여름 쯤 이커머스 전용 공유 오피스 공간에서 열리는 해피아워 밋업을 가서였다. 인사를 나눈 몇몇 사람들과 여름 휴가 얘기가 우연히 나왔는데 밋업을 운영하는 매니저가 지난 주 선샤인 코스트를 다녀왔다며 너무너무 아름다웠다고 하는 거다.
멀지 않으면 아이를 데리고 가볼 심산으로 숙소나 장소를 추천해달라고 했는데, "그냥 선샤인 코스트 하이웨이 따라서 달리다가 아무 해변에나 차를 대고 수영하다가, 또 좀 더 이동해서 또 다음 예쁜 곳에서 수영하다가, 그렇게 2박 3일을 보냈다" 는 매니저의 말이 그대로 마음에 남아버렸다.
여름방학 시작할 때 쯤 레이크 Lake 에서 혼자 패들보드 Paddle Board 타는 맛을 알아버린 어린이는 패들보드 패들보드 노래를 부르고 살았는데, 문득 선샤인 코스트가 떠올랐다. 물가를 따라 달리는 도로라면 어딘가 패들보드 탈 곳도 있지 않을까? 구글맵을 펼쳤다.
선샤인 코스트는 생각보다 훨씬 큰 '지역'인데다 레이크도 여러 개 아닌가! 페리 Ferry 편도 1시간도 안 걸리고 가격도 싸네? 좋아, 여기다! 당시 팔이 좀 아파 도수 치료를 받으러 다니고 있었는데 심지어 치료사 선생님도 얘기한다, 가족들과 늘 1년에 한번은 여행하는 곳이라고. 세상에.
그렇게 처음 선샤인 코스트 여행을 떠난 것이 지난 8월 초였다. 아이가 방학이기도 했고 기왕 배를 타고 가는데 하루만에 돌아오는 게 아쉬울 것 같아 숙소도 에어비앤비로 넉넉히 2박을 잡았다. 야심차게 아마존에서 구입한 패들보드와 에어펌프를 싣고, 자동차까지 페리를 탄다고 신나서.
9월은 당일로 다녀와 보자며 첫차(x) 첫배(o) 타고 건너갔다 해 지는 저녁에 돌아왔는데, 비 온다고 해서 걱정했지만 숲에서 잠깐 만난 것 외에는 비구름이 우리를 피해가줬다. 맥주 맛있는 롯지 펍 사진은 왜 한 장도 안 남았지, 옆 테이블이랑 같이 쏘니 Sonny 경기 보면서 먹었는데.
10월 말 쯤에는 끝나가는 청명한 가을날을 이대로 보낼 수 없어 또 배를 탔다. 이때만 해도 당장 11월부터 비가 주룩 주룩 올 것 같은 불안에 떨고 있었으니까 (밴쿠버 겨울은 길고 비가 많이 온다) 해가 쨍한 날이면 왠지 당장이라도 어딘가 떠나야 할 것만 같았다.
오늘, 12월 중간의 어린이와 나는 네번째 선샤인 코스트 여행에서 돌아왔다. 1박만에 돌아오는 걸 너무너무 아쉬워하면서, 다음에 언제 올 것인지, 그 때는 어디 어디를 가보고 무엇을 할 것인지 벌써부터 계획을 세우면서 집에 도착해 저녁을 먹으면서도 선샤인 코스트 얘기를 했다.
내가 이렇게 열을 올리며 선샤인 코스트 얘기를 하면 다들 물어보신다. "가면 뭐가 있어요?"
잠깐 생각해보면 또 별로 없다. 정말 오래된 나무들이 많은 깊은 숲 산책? 그 숲에서 등돌려 조금만 가면 바로 펼쳐지는 잔잔한 바닷가? 가도 가도 계속 나오는 그림같은 레이크? 구석 구석 숨어있는 수제 맥주 브루어리들?
며칠 전 회사 동료와 미팅하다 말고 또 선샤인 코스트 얘기를 했다. 고생한 나 휴식하라고 거기 갈 거라고 - 어떤 곳이냐고 묻길래 웃으며 그랬다, 나를 위한 all-in-one place야. (채널톡이 all-in-one business messenger인 것처럼???🤭)
아마 곧 다시 배를 예약할 거다. 예보가 정확하진 않아도 45일 날씨를 확인할수 있는 앱을 깔아둔 이유가 여기 가려고 수시로 살펴보는 것. 다음에는 건너편 빌리지까지 더 가봐야지. 아직도 모르는 숲과 레이크와 해변이 너무 많이 남아 있다.
리프레시가 필요한 분들, 밴쿠버를 '경유'해서 선샤인 코스트 다녀가세요.
마음에 씻어내고 싶은 것이 있을 때, 혹은 반대로 가득 채우고 싶은 것이 있을 때, 깨끗하게 지워야 하는 것이 있을 때, 혹은 되새기고 기억하며 힘을 내야 할 때, 선샤인 코스트를 추천합니다.
브루어리, 숙소, 산책로까지 가성비 + 압도적인 자연의 위로를 선물할게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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