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샤인 코스트 Sunshine Coast

힘들 때면 나는 배를 예약해

2023.12.17 | 조회 6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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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코라 in 캐나다 🍁 여행같은 일상을 전해요

오늘 편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선샤인 코스트 Sunshine Coast 여행한 이야기입니다. 스크롤 압박 사진 폭탄 미리 안내말씀 드려요. - 코라 🥰

 


 

6월 말 쯤 밴쿠버살이 180일을 돌아보는 글을 쓰면서 나의 제2의 고향 강릉을 대체할 제3의 고향(두번째 마음의 고향)을 칠리왁이라고 말했다. 그 때는 정말 그럴 줄 알았다. 사람이 얼마나 시야가 좁은지, 고작 내가 아는 게 세상의 전부라고 착각하기 얼마나 쉬운지 '칠리왁'을 생각할 때마다 되새긴다. 

한줄 요약하자면, 나에게 제2의 강릉이자 제3의 고향은 칠리왁 아니고 선샤인 코스트! 👉 Sunshine Coast 구글 맵에서 어디인지 한번 보기

 

처음 내가 선샤인 코스트를 알게 된 건 초여름 쯤 이커머스 전용 공유 오피스 공간에서 열리는 해피아워 밋업을 가서였다. 인사를 나눈 몇몇 사람들과 여름 휴가 얘기가 우연히 나왔는데 밋업을 운영하는 매니저가 지난 주 선샤인 코스트를 다녀왔다며 너무너무 아름다웠다고 하는 거다.  

멀지 않으면 아이를 데리고 가볼 심산으로 숙소나 장소를 추천해달라고 했는데, "그냥 선샤인 코스트 하이웨이 따라서 달리다가 아무 해변에나 차를 대고 수영하다가, 또 좀 더 이동해서 또 다음 예쁜 곳에서 수영하다가, 그렇게 2박 3일을 보냈다" 는 매니저의 말이 그대로 마음에 남아버렸다. 

 

여름방학 시작할 때 쯤 레이크 Lake 에서 혼자 패들보드 Paddle Board 타는 맛을 알아버린 어린이는 패들보드 패들보드 노래를 부르고 살았는데, 문득 선샤인 코스트가 떠올랐다. 물가를 따라 달리는 도로라면 어딘가 패들보드 탈 곳도 있지 않을까? 구글맵을 펼쳤다.

별 표시가 너무 많네
별 표시가 너무 많네

선샤인 코스트는 생각보다 훨씬 큰 '지역'인데다 레이크도 여러 개 아닌가! 페리 Ferry 편도 1시간도 안 걸리고 가격도 싸네? 좋아, 여기다! 당시 팔이 좀 아파 도수 치료를 받으러 다니고 있었는데 심지어 치료사 선생님도 얘기한다, 가족들과 늘 1년에 한번은 여행하는 곳이라고. 세상에.  

 

그렇게 처음 선샤인 코스트 여행을 떠난 것이 지난 8월 초였다. 아이가 방학이기도 했고 기왕 배를 타고 가는데 하루만에 돌아오는 게 아쉬울 것 같아 숙소도 에어비앤비로 넉넉히 2박을 잡았다. 야심차게 아마존에서 구입한 패들보드와 에어펌프를 싣고, 자동차까지 페리를 탄다고 신나서.

무엇을 만날지 전혀 모르는 채로 배에 탔는데
무엇을 만날지 전혀 모르는 채로 배에 탔는데
항구 벗어나며 이미 나랑 어린이는 넋을 잃었고
항구 벗어나며 이미 나랑 어린이는 넋을 잃었고
저녁 먹으러 가던 길에 갑자기 만난 노을과 바닷가
저녁 먹으러 가던 길에 갑자기 만난 노을과 바닷가
다음날 우리는 드디어 만났지, 루비 Ruby 레이크를
다음날 우리는 드디어 만났지, 루비 Ruby 레이크를
하얀 챙모자 쓰고 민트색 패들보드 탄 사람 = 어린이
하얀 챙모자 쓰고 민트색 패들보드 탄 사람 = 어린이
간식도 없이 6시간 놀고 늦점 먹으러 간 식당 앞에도
간식도 없이 6시간 놀고 늦점 먹으러 간 식당 앞에도
귀가길에 다시 들러 결국 물에 들어감
귀가길에 다시 들러 결국 물에 들어감
다음날은 물 대신 숲
다음날은 물 대신 숲
나무의 키를 설명하기 위한 비교샷
나무의 키를 설명하기 위한 비교샷
숲에서 나와 20분만에 만난 또 다른 바닷가
숲에서 나와 20분만에 만난 또 다른 바닷가
배 타기 전 들렀던 로컬 브루어리 2층에는 서점이 있었다
배 타기 전 들렀던 로컬 브루어리 2층에는 서점이 있었다

 

9월은 당일로 다녀와 보자며 첫차(x) 첫배(o) 타고 건너갔다 해 지는 저녁에 돌아왔는데, 비 온다고 해서 걱정했지만 숲에서 잠깐 만난 것 외에는 비구름이 우리를 피해가줬다. 맥주 맛있는 롯지 펍 사진은 왜 한 장도 안 남았지, 옆 테이블이랑 같이 쏘니 Sonny 경기 보면서 먹었는데.

눈 뜨자마자 달려와서 배를 탔는데, 정신이 번쩍 드는 풍경
눈 뜨자마자 달려와서 배를 탔는데, 정신이 번쩍 드는 풍경
저번에 그 숲 아니고 다른 숲
저번에 그 숲 아니고 다른 숲
하늘도 잘 안 보이는 숲을 실컷 걷다가 갑자기 만난 브라운 Brown 레이크
하늘도 잘 안 보이는 숲을 실컷 걷다가 갑자기 만난 브라운 Brown 레이크
페리 타러 되돌아가다 만난 트라우트 Trout 레이크 - 다음엔 여기서 낚시하자
페리 타러 되돌아가다 만난 트라우트 Trout 레이크 - 다음엔 여기서 낚시하자
내가 계속 중간에 차 세우고 내려서 걷자고 해서 어린이 짜증냄
내가 계속 중간에 차 세우고 내려서 걷자고 해서 어린이 짜증냄

 

10월 말 쯤에는 끝나가는 청명한 가을날을 이대로 보낼 수 없어 또 배를 탔다. 이때만 해도 당장 11월부터 비가 주룩 주룩 올 것 같은 불안에 떨고 있었으니까 (밴쿠버 겨울은 길고 비가 많이 온다) 해가 쨍한 날이면 왠지 당장이라도 어딘가 떠나야 할 것만 같았다.

늦가을 달라진 복장 보이시나요
늦가을 달라진 복장 보이시나요
차에서 내리기 진짜 싫어하는데, 일단 내리면 다시 타기 진짜 싫어함, 어쩌라고
차에서 내리기 진짜 싫어하는데, 일단 내리면 다시 타기 진짜 싫어함, 어쩌라고
일행 기다리는 동안 잠깐 들렀던 동네 운동장 (인데 막 잔디 축구장)
일행 기다리는 동안 잠깐 들렀던 동네 운동장 (인데 막 잔디 축구장)
다른 숲입니다
다른 숲입니다
같은 해변 다른 노을입니다
같은 해변 다른 노을입니다
밤에 도착했는데 아침이 기대되었던, 즐비한 요트의 불빛들
밤에 도착했는데 아침이 기대되었던, 즐비한 요트의 불빛들
다음 날 발코니 난간의 살얼음 (이슬 서리 아니고 비온 뒤 얼었던 듯)
다음 날 발코니 난간의 살얼음 (이슬 서리 아니고 비온 뒤 얼었던 듯)
반드시 들렀어야 했지, 늦가을 쌀쌀한 날의 루비 Ruby 레이크
반드시 들렀어야 했지, 늦가을 쌀쌀한 날의 루비 Ruby 레이크
난 하루종일 있을 수 있었는데
난 하루종일 있을 수 있었는데
지나가다 갑자기 만난 자갈 해변, 돌멩이는 지나칠 수 없지
지나가다 갑자기 만난 자갈 해변, 돌멩이는 지나칠 수 없지
다른 숲입니다, 여긴 작은 폭포가 있었다
다른 숲입니다, 여긴 작은 폭포가 있었다
놀이터 찾다가 만난, 정-말 고요한 마을 (사진 반대편에 집들이 모여 있음)
놀이터 찾다가 만난, 정-말 고요한 마을 (사진 반대편에 집들이 모여 있음)
해변 놀이터(?) 너넨 좋겠다, 이렇게 놀아서
해변 놀이터(?) 너넨 좋겠다, 이렇게 놀아서
귀가길 하늘, 이 때만 해도 올해 마지막 선샤인 코스트 여행일줄
귀가길 하늘, 이 때만 해도 올해 마지막 선샤인 코스트 여행일줄
배에서 맞이한 만월
배에서 맞이한 만월

 

오늘, 12월 중간의 어린이와 나는 네번째 선샤인 코스트 여행에서 돌아왔다. 1박만에 돌아오는 걸 너무너무 아쉬워하면서, 다음에 언제 올 것인지, 그 때는 어디 어디를 가보고 무엇을 할 것인지 벌써부터 계획을 세우면서 집에 도착해 저녁을 먹으면서도 선샤인 코스트 얘기를 했다.

이번 핵심은 노을이었는데, 배가 늦게 출발해서 간신히 흔적만
이번 핵심은 노을이었는데, 배가 늦게 출발해서 간신히 흔적만
왜 맥주 사진이 이거 하나 뿐이지, 매 여행 끼니마다 로컬 브루어리에서 IPA 마셨다
왜 맥주 사진이 이거 하나 뿐이지, 매 여행 끼니마다 로컬 브루어리에서 IPA 마셨다
해가 진 후 도착한 서쪽 끝 숙소 발코니
해가 진 후 도착한 서쪽 끝 숙소 발코니
아침에 만난 코 앞의 풍경
아침에 만난 코 앞의 풍경
건너가보고 싶어 배편까지 알아봤지만, 다음 번을 기약하며
건너가보고 싶어 배편까지 알아봤지만, 다음 번을 기약하며
비현실적인 반영을 만나 차를 세웠는데, 전깃줄 합성 같네
비현실적인 반영을 만나 차를 세웠는데, 전깃줄 합성 같네
어찌나 거울 같은지 어린이는 계속 바라보고 있으면 멀미 난다며
어찌나 거울 같은지 어린이는 계속 바라보고 있으면 멀미 난다며
놀랍게도 늘 찾던 루비 Ruby 레이크였다! 반대쪽이라 몰라봤다
놀랍게도 늘 찾던 루비 Ruby 레이크였다! 반대쪽이라 몰라봤다
한장만 더, 스마트폰 렌즈의 한계가 느껴진다
한장만 더, 스마트폰 렌즈의 한계가 느껴진다
다른 숲입니다
다른 숲입니다
숲에서 벗어나면 이렇게 초록빛 해변을 지나
숲에서 벗어나면 이렇게 초록빛 해변을 지나
이렇게 한쪽은 숲, 한쪽은 바다인 돌산(?)을 따라
이렇게 한쪽은 숲, 한쪽은 바다인 돌산(?)을 따라
이제 호수인지 바다인지 잘 구분도 안 되는 풍경, 1시간 30분 정도 산책 
이제 호수인지 바다인지 잘 구분도 안 되는 풍경, 1시간 30분 정도 산책 
돌아오는 길에는 아직 햇살이 남아있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아직 햇살이 남아있었다

 

내가 이렇게 열을 올리며 선샤인 코스트 얘기를 하면 다들 물어보신다. "가면 뭐가 있어요?"

잠깐 생각해보면 또 별로 없다. 정말 오래된 나무들이 많은 깊은 숲 산책? 그 숲에서 등돌려 조금만 가면 바로 펼쳐지는 잔잔한 바닷가? 가도 가도 계속 나오는 그림같은 레이크? 구석 구석 숨어있는 수제 맥주 브루어리들?

며칠 전 회사 동료와 미팅하다 말고 또 선샤인 코스트 얘기를 했다. 고생한 나 휴식하라고 거기 갈 거라고 - 어떤 곳이냐고 묻길래 웃으며 그랬다, 나를 위한 all-in-one place야. (채널톡이 all-in-one business messenger인 것처럼???🤭) 

아마 곧 다시 배를 예약할 거다. 예보가 정확하진 않아도 45일 날씨를 확인할수 있는 앱을 깔아둔 이유가 여기 가려고 수시로 살펴보는 것. 다음에는 건너편 빌리지까지 더 가봐야지. 아직도 모르는 숲과 레이크와 해변이 너무 많이 남아 있다.

 


 

리프레시가 필요한 분들, 밴쿠버를 '경유'해서 선샤인 코스트 다녀가세요.

마음에 씻어내고 싶은 것이 있을 때, 혹은 반대로 가득 채우고 싶은 것이 있을 때, 깨끗하게 지워야 하는 것이 있을 때, 혹은 되새기고 기억하며 힘을 내야 할 때, 선샤인 코스트를 추천합니다.

브루어리, 숙소, 산책로까지 가성비 + 압도적인 자연의 위로를 선물할게요🎁

(끝.)

코라가 된 마음씨 🌿 더 많은 이야기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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