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라예요🌿
캐나다 도착한지 어언 석 달이 다 되어갑니다. 그리고 저는 아직도 이사 중(!)이예요.
"원래 다음 이사 때까지 정리는 끝나지 않아" 라지만 아무리 그래도 너무 심한가? 자책이 들어서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제 문제가 아니라 그럴 수 밖에 없었다는 걸 합리화하고 싶어서요😁
원인 1. 첫 집이 내 집이 아니었어요
입국 후 12월 말부터 지난 3월 첫 주까지 에어비앤비 주택에 머물렀습니다. 그 사이 장기 거주할 집을 구해 렌트 계약을 했고요. 이 숙소 자체는 뷰도 좋고 환경도 좋고 시설도 나무랄 데 없는 공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집은 내 집이 아닌 걸...?
이고 지고 온 대형 캐리어 8개 중 1.5개 정도만 열어서 꼭 써야 할 것만 꺼내 돌려 쓰며 살았습니다. 쇼핑도 이 악물고 참으며 지냈죠. 물론 어쩔 수 없이 밥솥도 사고, 에어프라이어도 사고, 아이 운동용품도 사고, 책도 조금 늘어나고...(먼산)
이사갈 집 키는 2월 중순에 받았고 서울에서 배 타고 온 짐은 다음날 모두 도착했습니다. 그 때만 해도 체크아웃까지 무려 3주 가까이 남았으니 '먼저 짐을 빼면 환불 해주는지 물어볼까?' 호기로운 생각도 했죠.
그런데 한 집 살면서 다른 집 정리하고, 매일 쓰고 있는 짐을 나눠서 옮긴다는 게 마음처럼 되지 않더라고요. 결국 나가는 당일 시간을 탈탈 털어 몰아서 이사를 했습니다. (숙소와 이사갈 집을 6시간 사이 무려 열 번 넘게 왕복)
하🥴 모든 걸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네요?! 온 집에 박스 박스 박스, 가방 가방 가방... 게다가 에어비앤비 숙소의 생필품이 워낙 잘 갖춰져 있어서, 거긴 있었는데 새 집에는 없는 거의 모든 걸 사고 있어요. 체크리스트가 따로 필요 없네요.
원인 2. 캐나다 온라인 쇼핑, 배송보다 재고가 문제였어요
일찌감치 도면을 보고 실측을 하고 필요한 가구를 열심히 물색했습니다. 가격을 보니 한국에 두고 온 튼튼 저렴이들이 눈에 아른거렸지만, 여기까지 가져오려면 돈이 더 많이 들었을 거라고 애써 마음을 달랬죠.
재고 없음(out of stock) 표시가 종종 보이더라도 당연히 금방 들어오겠지 생각하며 책장, 의자, 침대, 수납장 등을 북마크 해두었어요. 무게나 재질을 확인하고 싶어 주말마다 아이 데리고 30키로 넘게 떨어진 쇼룸도 찾아다녔습니다.
가구 위치를 정하고 조립을 도와줄 기사님과 일정을 정하고 결제하려고 배송 날짜를 설정하면서, 저는 그제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재고가 없는 제품은 언제 내 손에 들어올지 누구도 모른다는 사실을요.
일정만 확실하면 within 20 weeks(🤦20일 아니고 20주 이내) 표기라도 있었습니다. 전국 어디라도 잔량이 남아 있기만 하면 배송 받아볼 수 있었어요. 둘 다 아닌 건... 캐나다(아니 북미) 대륙 어디에도 재고가 없고 언제 배가 들어올지 알 수 없는 거어요😰
비로소 몇몇 가구점에서 "즉시 배송 받으세요", "국내 생산입니다, 창고에서 바로 실어가세요" 하는 걸 왜 강점으로 내세우며 판매 중이었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현지 분들 얘기로는 코로나 기간을 지나며 너무 심해진 거라고 해요.
결론은, 저는 아직도 수납장 구매를 끝내지 못했고 뜯지 못한 박스가 거실 한쪽에 쌓여 있습니다. 꼭 필요한 크기의 제품은 품절이고, 재고 있는 건 집에 둘 수 있는 모양이 아니고, 어렵습니다아아(울고싶다)
원인 3. 토막 시간의 딜레마
혼자의 이사가 아니라 가족의 이사, 특히 아이가 있는 집의 이사가 어려운 건 어쩌면 '내가 기필코 오늘 하루 시간을 몽땅 써서라도 정리를 끝내겠다'는 결심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 아닐까요.
아이가 기관 간 사이 집을 홀랑 뒤엎을 수는 있지만, 귀가 시간 전까지 대부분을 다시 일상에 불편이 없는 자리로 원상복귀 시켜야 합니다. 바닥에 산처럼 쌓아둔 옷이나 주방 집기, 박스 더미 사이에서 아이의 나머지 시간을 보내게 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다용도실 좀 정리하다 멈추고 (저녁 밥 시간 되면 모두 제자리) 책장 한쪽 정리하다 멈추고 (하원 시간 전에 무조건 위에 다 올려놓기) 붙박이장의 옷들을 다 꺼내 분류하다 말고 다시 집어넣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다시 정리를 이어가죠. 더디고 속도가 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연결성이 떨어집니다. 후딱 해내는 추진력이나 일관된 패턴의 정돈은 커녕 진행하던 방향성을 잃지나 않으면 다행이에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급하게 마무리 하느라 온갖 생활용품을 마구잡이로 넣어둔 주방 캐비넷을 다시 열어보면 한숨부터 나와요. 목표는 아이 봄방학 끝난 후 재정비를 하는 것인데 과연 제가 결심한 대로 실행할 수 있을까요.
* 브런치에 발행한 remote work 얘기와 왠지 일맥상통🤭
제가 밴쿠버 처음 와서 투숙했던 에어비앤비를 공개합니다!
투숙이라는 말도 어색할 정도로 2개월 반 정말 행복한 반지하 생활을 했어요. 제 인스타그램 보시는 분들은 아실 거예요, 거의 매일 스토리에 올리던 반지하 마당뷰🌲
Cozy 2 bdrms unit 👉 https://www.airbnb.ca/rooms/32113727
💖 혹시 저 보러 밴쿠버 오실 분들은 무조건 이 숙소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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