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BOKEH 2024 상반기 중간정산

2024년 상반기를 풍성하게 채워준 작품과 사건들

2024.07.27 | 조회 2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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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KEH

음악/공연 문화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문화 이야기들을 전해드리는 BOKEH입니다.

BOKEH 2024 상반기 중간정산

 

 어느새 한 해의 반이 지나갔다. 빠르게 흘러간 상반기를 정리하며, BOKEH의 에디터들이 2024년의 상반기 인상 깊었던 세 가지를 뽑아 보았다. 모두 공통적으로 올해의 사건과 올해의 앨범을 하나씩 선정하고 한 가지의 자유 주제를 선정하여 각자 1년의 절반을 꾸며준 작품과 사건을 뽑아 보았다. BOKEH의 상반기를 풍성하게 채워 준 일들을 만나보자.


주연

 

상반기의 음악 - 이랑x모어 〈왜 내가 너의 친구라고 말하지 않는 것인가〉

 “나는 왜 알아요”라고 노래하던 이랑과 “나는 왜 모를까”라고 노래하는 이랑을 꼭 연관지어 말할 필요는 없겠지만, 두 개의 곡을 연달아 들으며 “나는 왜 다 모를까/왜 다 모르면서/왜 다 안다고 말했을까” 속으로 중얼거리고 싶은 날은 언제나 있는 것이다.

 이미 친구인 친구들에게, 우리가 어떻게 하면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묻고 있는, 유령에게 노래해주는 앨범. 〈왜 내가 너의 친구라고 말하지 않는 것인가〉의 앨범 소개를 부분 인용하고 글을 끝마친다.

 

‘잘 살고 있니’라고 쓰려다 ‘잘 있니’라고 말하게 되는 친구들에게.일상이 어쩜 이렇게 비루하고 ASMR처럼 과잉 생산되는지.
살아있는 동안에는 사랑하고 싶은데 내 사랑은 작고 보잘것없어서 일상을 채우는데 다 썼다.
살아있으면 자꾸 사라지는 사람들이 생긴다.
오직 슬픈 자들이 살아있는 건가? 살아있는 자들이 슬픈 건가?
이미 우리 곁을 떠난 친구들아. ‘어떻게 하면 너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너희는 이 노래를 듣지 못하겠지. 애석하다. 이렇게 좋은데.
살아있어야 한다. ‘지금 당장 유령이 될 수는 없다’
‘어제는 그랬고 오늘은 이렇고 내일은, 빛’
사랑해. 곧 보자.

 

 상반기의 사건 - 동성 배우자 피부양자 법적권리 인정 판결

사진 출처: SBS 뉴스
사진 출처: SBS 뉴스

 작년의 언젠가, “사랑이 이겼다!”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한 편의 글을 읽었다. 법원이 동성 부부의 건강보험 피부양자격을 인정했다는 1심 판결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의 나는 조금 지쳐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친구는 나에게 “판결이 바뀌면 미래가 바뀐다”고 말해주었다.

 미래가 바뀌면 과거도 바뀐다. 어제는 울었고, 내일은 또 모르지만, 우리가 싸워서 얻어낸 ‘이겼다’는 감각 덕분에, 어제 그렇게 울길 잘했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랑이 이긴다는 건 사랑하니까 져도 된다는 거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졌을 때도 이긴 마음으로 살게 된다. 그런데 이번에 우리는 정말 이겨버렸고, ‘슬픔’이라는 감정 안에 ‘슬픔’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운동 후에 오는 근육통처럼 내일 또 달리고 싶어지는 몸을 가진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야호!

 

상반기의 시 - 차도하 [기억하지 않을 만한 지나침]

〈기억하지 않을 만한 지나침〉이 수록되어 있는 차도하 시인의 시집 〈미래의 손〉
〈기억하지 않을 만한 지나침〉이 수록되어 있는 차도하 시인의 시집 〈미래의 손〉

복숭아를 좋아하는 죽은 친구를 둔 사람과 딸기 디저트를 좋아하는 죽은 친구를 둔 사람이 어느 날 거리에서 마주치게 되었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일어났던 일이란 이런 것이다. 두 사람이 마주침, 두 사람이 서로를 몰라봄, 두 사람이 서로를 지나감, 두 사람이 멀어짐. 두 사람이 한 사람씩의 영혼을 더 업고 있었다 해도, 그들이 여름 복숭아와 겨울 딸기 디저트를 포장해 가는 길이라고 해도

사실은 서로 다른 계절에서 온 사람이라고 해도

시공간은 그들을 잘 소화해 낼 수 있다. 교차로의 신호등처럼 사물을 규칙적으로 어긋나게 하는 게 시공간의 몫.

어떤 사람의 죽음이 오늘의 교통 상황에 숫자로 기록되는 동안

두 사람은 갑자기 자신의 어깨에 매달려 있던 어떤 영혼이 떠나가는 것을 느낀다. 두 사람의 마주침 때문은 아니다. 두 사람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지나쳐 가는 거리의 복잡성이 영혼에 대한 믿음을 부드러운 방식으로 앗아간 것이다.

이제 두 사람은 집으로 돌아가 각자의 방식으로 애도를 마무리하고 남은 삶을 살아갈 것이다.

차도하, [기억하지 않을 만한 지나침]

 

 차도하 시인의 〈미래의 손〉이 출간되었다. 차도하는 시를 잘 쓰는 시인이다. 시를 아주, 아주 아주 잘 쓰는 시인이다. 나는 차도하 시인이 말을 하다 마는 방식으로 시를 쓰는 것을 좋아한다. 초반부에서 이미 보여준 이미지를 가져와 새롭게 설명하며 시를 마무리하는 방식도 좋아한다. 보이는 것을 들리게 하는 것, 모두가 아는데 아무도 말하지 않은 것을 포착하여 등장시키고 날리고 때리고 받아들이는 것도 좋아한다.

 [기억하지 않을 만한 지나침]은 말하자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좋은 시다. 죽은 친구를 둔 두 사람이 마주친다. 그러니까 하나의 세계를 잃어본 두 사람이 서로를 지나가는데, 서로에게 잃은 세계가 있음을 전혀 알아보지 못한다. “한 사람씩의 영혼을 더 업고 있었다 해도, 그들이/여름 복숭아와/겨울 딸기 디저트를 포장해 가는 길이라고 해도” 가던 길을 간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문장은, 언제나 무슨 일이 끊임없이 반복 재생되었기 때문에 쓰이는 반어 문장이지만, 화자 1과 화자 2가 잃은 세계는 각각 한 개의 세계다. 그들이 살고 있는 전체-세계는 깨지지 않고 온전하다. 과일이 싱싱하고 거리가 멀쩡하다.

 

 


 

상반기의 음악 - ARTMS 〈<Dall>〉

 동경하던 누군가의 새 출발은 언제나 설레기 마련이다. 이달의소녀의 전 멤버 희진, 하슬, 김립, 진솔, 최리로 이루어진 ARTMS의 첫 정규앨범 〈<Dall>〉은 그동안 착실히 쌓아온 세계관을 바탕으로 이를 계승-발전 시킴으로써 새 출발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음악 뿐만 아니라 공개된 뮤직비디오에서도 ARTMS만의 미학을 느낄 수 있다. 잔혹한 아름다움을 담은 Birth 이달의소녀 때부터 인연을 이어온 스튜디오 DIGIPEDI(디지페디)와 함께한 〈Virtual Angel〉은 케이팝 내 새로운 형태의 아름다움을 제시한다.

 멤버 개인, 유닛 ‘ODD EYE CIRCLE’의 음악들을 확장시켜 새로운 페이지의 시작을 알리는 〈<Dall>〉은 기존 이달의소녀의 팬들도, ARTMS로 이들을 처음 접한 사람들도 모두 즐길 수 있는, 준비된 이 순간 더 높이 떠오르는* 5명의 virtual angel의 비상을 담은 앨범이다.

 

*ARTMS - Butterfly Effect

 

상반기의 사건 - FC서울 서포터즈

 상암에 없는 내 모습을 상상한 적 없는*, 24시즌 내내 수많은 고난이 덮쳐 왔지만 FC서울의 팬으로서 끝까지 응원했던** 뜨거운 상반기를 보냈다.

 무언가에 시간과 열정을 쏟는 경험은 삶의 활력소가 된다. 끝도 없이 펼쳐진 그라운드 위 11명의 선수들을 응원하는 것이 상반기의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였다. 비록 지더라도 그들의 투혼에 박수를 보내고, 이겼을 땐 누구보다 기뻐하는, 팀과 하나가 되는 듯한 감각은 나를 들뜨게 한다.

 팀을 응원한다는 것은 답답하고 화나는 순간의 반복이지만 그럼에도 나는 매 경기 FC서울을 응원하러 경기장에 간다. 오늘(앞으로도)은 서울의 날이니!

 

*FC서울 응원가  - 서울만이

**FC서울 응원가 - 서울을 위한 노래

 

상반기의 공간 - 봉천동 카페 [히코]

 2023년 한 해 동안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의 부재에 대해 고민했다면, 올 상반기는 운 좋게도 여러 공간에 애정을 느끼고 정착했다.

 그 중 한 곳이 봉천동에 위치한 카페 히코이다.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통창과 적당히 산미 있는 커피가 있고 좋아하는 밴드의 음악이 나오는 이 카페는 상반기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NEW-PIECE #1 TripleS 〈ASSEMBLE 24〉]와 [TALK ABOUT #4 빌린 신호를 이어] 등 상반기의 굵직한 기획은 물론 매 주 업로드 한 BOKEH PLAYLIST까지 내가 참여한 대부분의 글들이 이 곳에서 쓰여졌으니, BOKEH의 숨은 공신 아닐까.

 좋아하는 공간이 주는 의미는 특별하다. 때로는 집보다 더 집같다. ‘히코’를 비롯한 여러 공간들이 지속 됐으면 한다. 언제나 편히 쉴 수 있게.

 

카페 히코 서울특별시 관악구 남부순환로 1746-1 영업시간: 12:00 - 22:00 tel: 0507-1313-8161

 


 

상반기의 음악 - Yuta Orisaka 〈呪文(주문)〉

 3집 〈心理(심리)〉이후 2년 8개월 만에 발매된 오리사카 유타Yuta Orisaka의 네 번째 정규 앨범이 지난 5월 발매 되었다. 인스트루멘탈 곡인 5번 트랙을 포함하여 총 9곡이 수록되어 있다.

 오리사카 유타를 처음 알게 되었던 건 한글을 제목으로 사용한 3집의 〈윤슬(ユンスル)〉이라는 곡 때문이었다. 음악가 이랑의 피쳐링으로 듣게 되었는데 ‘저는 자주 슬픈 사람이지만/슬프지 않은 사람을 좋아합니다/저는 슬프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를 한국어 나레이션으로 반복하는 구간을 좋아했다.

 4집의 가장 좋아하는 곡을 고르자면 8번 트랙인 〈無言(무언)〉을 이야기하고 싶다. ‘그것이 「슬픔」이라는 걸 알고/어디든 갈 수 있다’ (それが「悲しみ」だと知って/何処へだって行ける). 오리사카 유타 특유의 냉소하지 않으면서도 어둠 밖에서 삶을 관조하는 듯한 태도가 좋다.

 ’비극을 해결할 수 없는 풍경 속에서 그것을 받아들이면서 노래에 싣고, 언제든지 그곳에 돌아올 수 있도록, 기억해 낼 수 있도록‘* 주문을 외운다. 디다바디. 디다바디.

 

  *원문 인용: 음악 나탈리(音楽ナタリー) - 折坂悠太インタビュー|“今の自分自身”へ宛てた「呪文」という名の手紙 (오리사카 유타 인터뷰 - "지금의 자기자신" 앞으로 보낸 「주문」이라는 이름의 편지 ) https://natalie.mu/music/pp/orisakayuta02

 

상반기의 사건 - '나는 사랑받는 것이 정말 좋다'

유치원에서 나는 늘 구석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그러고 있으면 남자애들이 내 팔을 끌고 놀자고 했다. 그 모습을 본 여자애들이 내 다른 팔을 잡고 끌었다. 우리랑 놀 거야. 팔이 아플 정도로 양쪽에서 나를 끌어당겼다. 우리 거야. 우리 거야. 곧 유치원의 모든 아이들이 몰려들어서 줄다리기를 시작하였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웃고만 있었다. 평생 이렇게 서로가 날 가지겠다며 끌어당기기만 했으면 좋겠다. 이 중간에서 이렇게 팔이 아팠으면 좋겠다. 나는 탐험가이자 시인이 되었으며, 내가 사교 모임에 나타나면 모두가 내 주위로 모였다. 내가 오지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설명하면, 많은 이들이 귀를 기울였다. 혹은 내가 겪은 일들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자, 나와 대화하기를 간곡히도 원하였다. 나는 언제나 일찍 집으로 돌아갔다. 내 여행기와 시집에 등장하는 화자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무국적, 무성별, 무인간이라는 데 있었다. 나는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이라는 작품을 좋아하였는데, 거기서 특히 한여름 밤이라는 무대를 좋아하였다. 한여름 밤은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다. 여름은 본래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괴롭히기 위해 뜨겁고, 축축한 것이 아니며. 누군가를 기분 좋게 하기 위해 가끔 바람이 불고, 종종 달콤한 것이 아니다. 안개도, 구름도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는다. 자기 자신 조차도. 어떻게 그럴 수 있지? 한여름 밤의 꿈 속에서, 사람들은 눈을 떴을 때 처음 본 사람에게 깊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한여름 밤은 눈을 뜨지도 감지도 않는다. 한여름 밤은 사랑을 하지 않는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나는 오랫동안 공간이 내 시의 화자가 되기를 바라였으나, 항상 실패하고 말았다. 어떤 부족의 남자들은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닌 모습으로 자신을 꾸미고, 구애의 춤을 추었다. 그들은 한여름 밤이 되고자 하는 것 같았다. 어떤 학술회에서 만난 저명한 시인은 사물에는 원래 의미가 없으며, 모든 존재는 잉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럴듯한 시를 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여름 밤이 되고자 하는 것 같았다. 그날도 나는 일찍 집으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전차 안에서 나는 미소짓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나는 사랑 받는 것이 정말 좋다.

김승일, [자살하려는 마음]

 어떤 사건들은 잠에서 깨어 세수를 할 때 일어나기도 한다. 지난 봄에는 김승일 시인의 [자살하려는 마음]이라는 시를 좋아했다. ‘나는 사랑 받는 것이 정말 좋다.‘라는 문장으로 끝나는 이 사랑스럽고 솔직한 시를 몇 번이고 읽고 또 읽었다.

 정확히는 이 시를 곱씹으며 세수를 하는데 몇 년 전 보았던 김새벽 배우의 인터뷰가 떠올랐다. 왜 연기를 하게 되었냐는 질문에, 사랑 받고 싶어서 시작했다는 답변이 충격적이었다. 사랑 받고 싶다고 말해도 되는구나.

 이 시의 좋은 문장들을 인용하고 싶다. ‘한여름 밤은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다. 여름은 본래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괴롭히기 위해 뜨겁고, 축축한 것이 아니며. 누군가를 기분 좋게 하기 위해 가끔 바람이 불고, 종종 달콤한 것이 아니다. 안개도, 구름도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는다. 자기 자신 조차도.‘

 ‘평생 이렇게 서로가 날 가지겠다며 끌어당기기만 했으면 좋겠다. 이 중간에서 이렇게 팔이 아팠으면 좋겠다.‘ 나도 팔이 아팠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나는 사랑 받는 것이 정말 좋으니까.

 

상반기의 라이브 - 다음 곡은 뭐죠?**

도쿄 아오야마의 라이브하우스 Wall&Wall에서 이시바시 에이코와 짐 오루크의 라이브가 끝나고
도쿄 아오야마의 라이브하우스 Wall&Wall에서 이시바시 에이코와 짐 오루크의 라이브가 끝나고

 올해 상반기에도 매달 3번 정도는 라이브를 보러 다녔다. 그 중 기억에 남는 날들을 추려본다(시간 순으로 이어진다).

 지난 3월 슬로우다이브(Slowdive)의 내한 공연에 다녀왔다. 고등학교 1학년, 드림팝이라는 장르를 접하면서 좋아하게 된 슬로우다이브를 직접 보게 되다니. 최고의 순간은 〈Catch the breeze〉와 〈Sleep.

 5월에는 도쿄에서 일주일 정도 지냈다. 머물면서 라이브 하우스에 몇 번 갔는데 평소 좋아하는 이시바시 에이코(石橋英子)짐 오루크(Jim O'Rourke)의 라이브를 직접 볼 수 있어 행운이었다.

 클럽 빵의 30주년을 기념하여 2004년 3집〈거울 놀이〉를 끝으로 활동을 중단한 후 20년만에 무대에 오른 잠(Zzzaam). 7월의 아주 덥고 습했던 여름날에도 모두 더위를 잊은 듯 라이브 클럽 안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팬들로 발 디딜 틈 없었다. 그리고 문득 느꼈던 두고두고 회자될 시간 안에 있다는 기분.

 

** 언니네 이발관의 노래

 


상욱

 

상반기의 음악 - Free Hukky Shibaseki & the God Sun Symphony Group : Odyssey.1

  인간 최성호의 수많은 사건/사고, 그리고 반복되는 기행에도 불구하고 음악인 B-Free비프리의 음악은 여전히 빛난다. 〈 Korean Dream〉부터 〈FREE THE BEAST〉 시리즈까지 한국 음악사에 굵직한 한 줄로 남을 작품들을 꾸준히 만들어 온 비프리가 프로듀서 허키 시바세키Hukky Shibaseki와 함께 한〈Free Hukky Shibaseki & the God Sun Symphony Group : Odyssey.1〉역시 그의 기행에도 음악적 가치가 가려지지 않을 2024년 상반기의 수작이다.   

 화려하게 번쩍이고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재미들이 산재한 시대에서, 비프리와 허키 시바세키의〈Free Hukky Shibaseki & the God Sun Symphony Group : Odyssey.1〉는 거칠고 묵직한 메시지가 담긴 앨범의 재미를 상기시킨다. 이런 진솔한 삶에 대한 갈망과 열기가 느껴지는 음악을 사랑하지 않는 일은 어렵다. 

 

상반기의 사건 - 댈러스 매버릭스, 준우승!

 스포츠 팀을 사랑한다는 것은 고통의 연속이다. 아예 우승 경쟁에서 밀려난 하위권 팀도, 그렇다고 확실하게 강팀도 아닌 애매한 중상위권 전력의 팀을 사랑 할 수록 더더욱 고통은 커진다. 그런 팀을 응원한다는 것은 시즌 내내 아픈 손가락과 함께 살아가는 셈이다. NBA 팀 댈러스 매버릭스가 내게는 그러하다. 

 2023-24 시즌, 댈러스 매버릭스는 NBA 파이널에서 보스턴 셀틱스에게 3-1로 패배했다. 쟁쟁한 강팀들이 가득한 서부 컨퍼런스에서 우승하여 파이널에 진출 한 것만 해도 시즌 초 기대했던 성적보다 한참 좋은 결과였지만, 패배의 고통은 뒷맛이 아주 긴 감각이다. 한 달이 넘게 지난 지금도 준우승이 확정되던 6월 18일을 떠올리면 위산이 역류하는 기분이 든다.  

 그러나 프로 스포츠는 엔터테인먼트고, 엔터테인먼트의 가치는 딱 떨어지는 승패에서만 오지 않는다(준우승팀의 정신승리가 아니다). 팀의 성적보다 그 성적에 이르는 과정들이 우리가 스포츠를 진정으로 사랑하게 만드는 핵심적인 요소다. 수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가치를 바라고 열망을 공유하는 순간들을 사랑한다. 다가오는 새 시즌에도 내 심리적 주소지는 서울시 마포구 댈러스동이리라. 못난 팀이지만 사랑한다. 

 

상반기의 성취 - 아보카도 기르기

아보카도. 이름은 포켓몬스터의 캐릭터 이름을 따 온 아보크. 
아보카도. 이름은 포켓몬스터의 캐릭터 이름을 따 온 아보크. 

 2월부터 수경재배한 먹고 남은 아보카도 씨가 어느새 준-나무에 다다를 정도로 자랐다. 이렇게 잘 자라주어 고마우면서도 뭐 해 준 것도 없는데 너무 쑥쑥 자라 머쓱한 마음이다.

 인터뷰가 유난히 많았던 BOKEH의 상반기였다. 좋은 인터뷰는 좋은 인터뷰어의 기획과 질문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하지만, 때때로 기획 단계에서 기대했던 것 이상의 멋진 순간들이 인터뷰에 담길 때 나의 노력만으로 만들어지는 일은 없다는 생각과 함께 겸손해지게 된다. 크레딧에 우리의 이름이 적혀 있지만 특별히 좋은 순간들은 별달리 손대지 않았는데도 잘 자란 아보카도처럼 만들어 질 때가 많았다. 물론 순간 번뜩이는 좋은 말들을 잡아내는 것도 제때 아보카도의 물을 갈아주고, 화분으로 옮기고, 햇빛을 쬐어주듯이 꾸준한 노력이 선행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인간으로 치면 중학생 쯤 되는 것 같은데, 나무가 되는 과정의 사춘기만 잘 넘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새로운 아보카도를 만드는 건 바라지도 않으니 건강하게만 잘 자라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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