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도키오(히가시노 게이고) _읽고 쓰는 소시민

젊은 날의 아버지와 죽음을 앞 둔 아들의 시간을 뛰어넘은 만남

2023.03.18 | 조회 283 |
0
|

책전달자

바쁜 현대인을 위해, 책을 요약해 드립니다.

1. 책을 소개하는 이유

 

아주 오랜만에 다시 찾은 책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쓴 아들 도키오’.

2008년도쯤 황매 출판사에서 도키오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어요. 이후 절판되었다가 20204월에 비채 출판사에서 제목에 아들을 더하고 표지를 갈아입혀 출간했습니다.

황매 출판사 버전의 정감 있는 표지에서 일본 학원물에서 자주 보이는 특공복 분위기가 나는 옷을 입은 두 남자가 표지에 등장해서 뜨악한 느낌이 들었지만, 다 읽고 나서는 여전히 좋다고 생각했지요.

2020년판 앞표지 사진
2020년판 앞표지 사진

 

 

개인적으로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가 쓴 작품 중에 세 손가락 안으로 꼽는 작품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 개인적으로 인상 깊게 읽었던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았어요.

그새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 나의 얼굴에서 가끔 아버지의 얼굴을 찾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러다 궁금해졌어요. 아버지가 아버지가 되기 이전의 삶은 어땠을까. 궁금해하는 것은 저 혼자만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아들 도키오의 주인공 도키오역시 아버지 미야모토의 젊은 시절이 궁금했나봅니다. 과거의 어느 때를 시간을 거슬러 오게 된다는 설정.

비교적 최근에 읽었던 책 중에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의 원작소설인 <미키7>이 있는데, ‘미키뒤에 붙은 숫자는 데이터가 복제되어 출력(3D프린터처럼)된 횟수를 나타낸 것입니다. 몸을 이루고 있는 모든 성분이 달라졌는데 원본과 동일한 인격체로 볼 수 있는지. 이른바 테세우스의 배를 인용하면서 문제제기하는 부분이 나와요.

이번에 읽으면서 보니까 테세우스의 배에서 제기한 문제도 떠올랐어요. 도키오를 만나기 전의 미야모토와 만난 후의 미야모토는 같은 사람일까요? 궁금해졌습니다. 도키오를 만나고 언젠가 아버지와 아들로 만날 때를 기다리면서 미야모토는 어떤 삶을 살게 되었을까요? 도키오는 과거의 아버지를 만나지만, 도키오가 태어났을 때의 아버지는 이미 그 전과는 다른 사람일 듯 합니다. 그 변화에 과거에서 온 아들이 영향을 미쳤다? 도키오의 시간여행은 아버지 미야모토의 인격완성을 위한 필연이었을까요?

좋은 책은 읽을 때마다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주는 것 같습니다.

시간 여행 관련된 책이라면 없어서 못 볼 정도로 좋아합니다. 복수를 위해서 혹은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서 시간여행을 하거나 같은 시간대로 수회 회귀하는 내용도 좋지만, 순전히 과거의 누군가와 함께 있기를 원한다는 이유로 시간여행을 하는 이야기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아요.

 

2. 젊은 날의 아버지와 그가 처한 상황, 그리고 그를 지켜보는 아들의 이야기

 

후자의 경우 영화 <어바웃 타임>에서 아버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장면이 떠오릅니다. <아들 도키오>도 그런 이야기였어요.

이야기의 첫 장면은 병상에 누워 의식을 잃은 아들과 그 옆을 지키고 있는 부모를 보여주면서 시작됩니다.

미야모토와 아내 레이코는 결혼할 때부터 혹시라도 태어날 아이가 남자아이일 경우 아이에게 유전병이 생길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유전병의 이름은 그레고리우스 증후군. 십대 중반까지는 아무런 증상이 없다가 점차 운동신경을 잃고 의학적 도움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하다 결국 죽음에 이르는 병(검색해봤는데 실재하는 병은 아닌 것 같더라구요)입니다.

임신 사실을 알고난 후 출산을 두고 논쟁하던 중 미야모토의 귓가에 어떤 청년의 목소리가 되살아납니다.

내일만이 미래가 아냐.


아들이 태어났어요. 이름은 도키오. 미야모토가 지었습니다.

알고는 있었지만 얼마 전까지도 생기넘치게 움직이던 중학생 도키오는 운동신경을 잃게 되고 병원에 입원 중이다 급기야 의식을 잃었습니다. 그런데 의식을 잃은 아들을 보면서 미야모토는 의사에게 아들이 한번만이라도 의식을 회복할 수 있는지를 묻습니다.

이어질 것 같지 않은 이야기는 미야모토가 회상하는 것으로 다시 시작합니다.

- 사실 말하고 싶은 사실이 있어. 도키오에 대해서. 옛날에 나는 도키오를 만났어. 이십 년도 더 된 일이야. 나는 스물세 살이었지.

 

23살 무렵 그는 지금처럼 다정하고 성실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성실하게 직장생활을 하면서 월급을 받는 생활은 도무지 맞지 않는 것 같았어요. 일이든, 동료와의 트러블이든 곧잘 그만 두었습니다.

뭔가 수상해보이는 차림을 한 그 아이를 만난 것은 실직 직후였어요. 선배와 함께 시골에서 상경한 것으로 보이는 어린 학생에게 영양가 없는 여행 할인권을 강매하는 것이 그가 해야 할 일이었어요. 어린 학생이 분위기에 휩쓸려 엉겹결에 할인권을 구매했다가 환불을 요구하자, 노골적으로 협박하며 거절하는 선배를 때리고 도망나왔어요. 결국 패거리를 끌고 온 선배에게 구타를 당합니다. 말리던 그 아이 역시 같이 맞지요.

어쩔 수 없이 그 아이를 데리고 본인이 살던 집에 데리고 갑니다. 그 아이는 눈을 빛내면서 신기해하죠. 우리는 이유를 알고 있습니다. 그 아이는 그의 아들 도키오니까요. 아마도 어릴 때 아버지로부터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스무살 무렵 살았던 곳과 먹었던 음식들 등등을. 이상하게 밉지 않은 그 아이는 본인이 그의 친모와 친분이 있다고 합니다. 그는 이때만 해도 이복동생일지 모른다고 생각하죠.

그리고 그의 옆에는 여자친구 지즈루가 있습니다. 그 아이는 그의 여자친구의 존재가 신경이 쓰입니다. 괜찮은 사람처럼 보이거든요. 고민이 시작됩니다. 지금 그와 여자친구의 사이가 계속 이어진다면 자신은 태어나지 못할지도 모르니까요.

그런데 지즈루가 그를 말도 없이 떠납니다.

남자친구인 그를 위해 아는 손님이 운영하는 회사에 면접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하여 면접기회를 얻고 그에게 당부하죠. ‘성실하게 일하는 보통사람이 되어달라. 그런 그녀의 부탁에도 그는 면접에 지각을 합니다. 면접에도 성실하게 응하지 않고 곧장 나와서 오락실에 가죠.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지즈루가 회사 근처에 온 것이 보입니다. 그는 숨었어요. 알고보니 지즈루는 그의 모습을 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떠났어요.

사라진 여자친구를 찾아.

이제 2막이 시작됩니다. 그는 지즈루가 자신을 떠났음을 알고 있어요. 그럼에도 이유를 직접 듣지 못했다는 이유로 찾으러 떠납니다. 도키오와 함께. 그런데 지즈루의 행방을 찾는 다른 무리들이 있어요. 그것도 두 부류나. 한쪽은 그에게 지즈루를 찾아서 데려와달라면서 돈을 주기도 합니다. 정말 무슨 일이 생긴 걸지로 모르겠습니다. 그는 도키오와 언젠가 지즈루에게 들었던 친구가 머무른 곳을 찾아갑니다.

여행경비는 어떻게 마련했냐구요? 지즈루를 찾아달라는 부탁과 함께 받은 20만엔 중에 10만 엔을 경마에 겁니다. 도키오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서요. 아이의 정체에 대한 그의 의심은 깊어갑니다. , 먼친척 뻘이라는 말을 믿을 수 밖에요.

지즈루의 친구 거처를 찾으러 가기 전에 도키오와 한 약속을 지키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뗍니다. 그의 친모의 집. 아마도 도키오는 아버지에게 들었겠죠. 후회했던 일에 대해. 어머니를 만나게 됩니다. 그는 사실 알고 있었어요. 자신을 버린 그녀의 삶도 평탄하지 않았음을.

그래도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도키오는 어른이 된 그의 속내를 듣고 젊은 시절의 그를 설득한 것이겠죠.

지즈루의 행방과 그녀를 쫓는 두 무리의 정체.

결국 지즈루를 찾아냅니다. 다른 두 무리 역시 그녀를 찾았다는게 문제가 되죠.

지즈루를 구해낼 수 있을까요?

지즈루는 끝내 그녀를 찾아낸 미야모토와 인연을 이어갈까요?

도키오의 엄마가 될 레이코와의 인연은?

도키오가 과거의 시점으로 회귀하게 된 비밀과 둘의 헤어짐의 전말.

젊은 시절 아버지를 본 아들의 마음과, 아들의 탄생과 언젠가 있을 조금 빠른 헤어짐을 알고 있는 아버지의 마음.

끝이 아니기를 바라는 그 마음은 어떻게 그려질까요?

불성실하고 책임감 없는 젊은 시절의 아버지를 만난 아들은 그가 후회할 행동과 결정을 하는 것을 보는 것이 견딜 수 없다고 털어놓습니다. 그에게 아버지란 어떤 존재였을까요?

죽음을 앞두고 다시 찾아갈 정도의 부자의 연.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젊은 시절의 자신을 찾아와주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소원은 이루어질 것인가.

 

뒷장을 넘긴 후 다시 앞의 대사를 찾게 되는 소설.

어색하지만 따뜻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소설 아들 도키오였습니다.

 

3. 좋았던 문장

 

아버지와 아들의 만남 장면 (39P-40P)

미야모토 - “, 언제부터 날 지켜본 거야? 무슨 꿍꿍이야?”

도키오 - “지켜봤다는 말은 좀 어폐가 있어. 찾았다는 편이 더 어울리겠지. 솔직히 고생했어. 실마리라고는 하나야시키 놀이공원뿐이었으니까. 힌트를 좀 더 주었어도 좋았을 텐데 말이지. 덕분에 계속 입구 근처에서 기다렸다고.”

 

자신의 미래가 걱정되는 도키오 (57P)

저 사람, 다쿠미 형의 여자친구?” 도키오가 물었다.

그래. 꽤 좋은 여자지?” 다쿠미가 대답했다.

. ....그런 것 같아.” 도키오는 어째서인지 곤란한 듯한 얼굴이었다.

그래도 결혼은 하지 마.”

 

죽음을 앞둔 상태에서 회귀한 자신의 마음을 투영하며 했을 도키오의 말 (396P)

좋아하는 사람이 살아 있다고 확신할 수 있으면, 죽음 직전까지도 꿈을 꿀 수 있다는 말이라고. 당신 아버지에게 어머니는 미래였어. 인간은 어떤 때라도 미래를 느낄 수 있어. 아무리 짧은 인생이어도, 설령 한순간이라 해도 살아 있다는 실감만 있으면 미래는 있어. 잘 들어. 내일만이 미래가 아냐. 그건 마음속에 있어. 그것만 있으면 사람은 행복해질 수 있어. 그걸 알았기에 당신 어머니는 당신을 낳은 거야. 그런데 당신은 뭐야. 불평만 하고, 스스로 무엇 하나 쟁취하려 하지도 않아. 당신이 미래를 느끼지 못하는 건 누구의 탓도 아냐. 당신 탓이야. 당신이 바보라서.”

 

4. 글쓴이 소개

매달 18일, 읽고 쓰는 소시민

스무살에 읽은 무라카미 하루키 <상실의 시대> 이후로 한동안 일본소설에 빠져들었다가 점차 가리지 않고 읽기 시작했다. 한때 독서량에 집착하여 읽은 책의 권수에 가치를 두었으나, 점차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에 관심을 두는 중이다. 세상은 넓고 아직 읽지 않은 책은 많다. 그 많은 책 중에서 가끔 발견하는 혼자 읽기 아까운 책들을 소개하고 싶다. 내 개인의 취향이 대중의 취향과 맞아들어갔을 때 희열을 느낀다.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csu2700

 

 

 

'책전달자'가 전해주는 뉴스레터는 구독료 없이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혹시라도 오늘 받은 글이 공감이 되었거나 유익했다면, 하단에 있는 커피 한 잔 보내주시는 건 어떨까요? 보내주신 구독료는 좋은 책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필진들에게 큰 힘이 됩니다! :) 관련 문의는 vlalvlal16@naver.com 으로 부탁드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책전달자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 2024 책전달자

바쁜 현대인을 위해, 책을 요약해 드립니다.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53길 8, 8층 11-7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070-8027-2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