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춥다면 추운 소설로 이겨내 보는 건 어떤가

임성순의 소설 '극해'를 읽고 이 서신을 보내네

2024.12.06 | 조회 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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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우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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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Unsplash의Jusdevoy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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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말이 다 되어 가도 날씨는 여전히 따뜻했습니다. 부쩍 추울 거란 올겨울이 언제 오나 싶었는데 단 2주 만에 엄청나게 추워지네요. 지난주에는 11월에 때 이른 폭설로 난리가 났어요. 그래서인지 이번 주는 유독 시리도록 추웠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코를 훌쩍이고, 기침하는데 우리 문우는 건강하실까요?

여름에는 더위를 더위로 이긴다는 이열치열이란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겨울에는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신다는 표현이 있어도 이한치한이란 말은 잘 쓰이지 않아요. 하지만 추위를 추위로 이길 수 있다는 말이 과학적으로도 통할 수 있다는 것 아셨나요? 아주 어릴 때 '호기심 천국'이라는 TV프로그램을 보곤 했는데, 추위를 떠는 사람들이 얼음을 먹으니 추위를 덜 느낀다는 그런 내용을 본 기억이 아직도 아련히 있습니다.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이번에는 우리 문우에게 아주 춥고 서늘한 소설을 추천해 보려 합니다. 밖에서 칼바람을 맞고, 눈에 젖은 신발을 털어내고 따뜻한 집에 들어섭니다. 뜨거운 물로 목욕을 마치고 난방을 틀어요. 후끈해진 집이 편안합니다. 이때 아주 추운 소설을 꺼내 얼음을 부숴 먹든 잘게 씹어 먹어봐요. 이게 또 별미거든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한국 소설가 중 한 명인 임성순 소설가의 '극해'라는 작품을 추천합니다. 전 감히 한국판 '모비딕'이라고 부르고 싶어요. 배경은 일제강점기, 일본인 선장의 포경선은 일본인, 조선인, 대만인, 필리핀인 등을 싣고 출항합니다. 전쟁으로 인해 배는 군사용으로 징발되고 고기잡이 선원들은 낚시도 하고, 군사 업무도 합니다. 상황은 약간씩 꼬이면서 배는 극해로 닿고, 인간은 극한으로 치닫습니다.

망망대해 위 배는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비좁고 절망적인 공간입니다. 숨도 쉬어지지 않는 이 공간과 사회에서 인간들이 얼마나 지독해지고 또 무서워지는지요. 그리고 인간이 지독해지면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상만 해도 두려워 팔뚝에 닭살이 돋습니다. 배 위 인간들, 그 인간들의 비인간화.

왜 고통받는 사람들이 오히려 타인의 고통에 무감한 것일까? 고통 받는 사람들은 타인의 고통을 보며 생각한다. 겨우, 그걸 가지고!

소설 '극해'에서

인간이 모든 것을 잃어가도 포기하지 않는 것이 무엇일까요? 생존? 자신의 목숨일까요? 혹시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마지막 장면을 기억하시나요? 골룸은 자신이 죽는 것을 망각한 채 절대반지로 향해 몸을 던집니다. 펄펄 끓는 용암에 녹으면서 반지를 착용하죠. 성욕, 식욕, 수면욕 그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물욕일지 모릅니다. 인간성을 순간 잃게 만드니까요.

게다가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입니다. 인간은 무리 지어 사회를 구축하고, 사회를 통해 생존하고 발전해 왔습니다. 사회성이라는 인간의 습성은 차별이라는 그림자를 동반합니다. 나, 너, 우리, 너희, 그들. 다양하게 표현될 수 있죠. 이 작은 배에서 얼마 안 되는 사람끼리도 그게 뭐라고 지독하게 구분 짓고 그에 따라 규정하고 행동합니다. 인간이 모이면 무리를 짓고, 구분하는 것은 본능일 겁니다.

이 소설을 통해 뼈를 뚫는 듯한 추위를 배경으로 인간의 몸과 마음 구석구석 꿰뚫는 통찰과 스토리를 경험할 수 있어요. 극해 바다 위에서 인간의 추악함을 관찰하세요. 

깊고, 어둡고, 시린 겨울밤 함께 극한으로 치닫는 독서 경험을 하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해요요. 전 3번 읽어도 책을 덮고 나면 순간 오한을 느끼며 몸이 부르르 떨립니다. 읽을 때마다 뼛속까지 시리게 만드는 소설 '극해'는 정말 잘 지어진 소설입니다. 정확하고 풍부한 어휘, 빠른 전개, 쉽게 읽히는 문장, 그 와중에 인간성을 샅샅이 분해하는 통찰력까지 경험할 수 있습니다.

 

*소설가 임성순의 다른 소설들도 정말 재밌습니다. 극해와는 완전 다른 스타일을 확인할 수 있어요. '자기개발의 정석'이 정말 재밌으니 일독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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