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호
차가운 겨울 바람을 뚫고 동네 서점 문을 열었을 때, 따뜻한 책 향기와 함께 마음까지 녹는 기분을 느껴본 적 있으신가요? 책을 고르는 손길, 책방지기와의 짧은 대화 속에서 동네 서점은 작은 연결의 공간이 되죠. 책 한 권, 따뜻한 차 한 잔, 그리고 동네 서점의 조용한 온기가 이 계절을 특별하게 만들어 줍니다.
여러분은 서점의 날을 알고 계신가요? 매년 11월 11일은 책과 서점, 그리고 독자를 이어주는 날이에요. 동네 서점의 소중함을 되새기며,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서점의 날에 대한 소개와, <나의 돈키호테>의 저자 김호연 작가와의 이야기를 함께 만나보세요.
그럼, 서점ON이 준비한 2호 뉴스레터 함께 보실까요?
한국서점조합연합회(이하 한국서련)에서는 2016년 11월 11일을 '서점의 날'로 제정하고 선포했어요. 11월 11일은 ‘서가에 꽂혀 있는 冊(책)’과 이를 읽기 위해 ‘줄지어 서점에 방문하는 사람들’을 연상케 하는 날짜로 전국 서점과 서점인들의 권익과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지역서점을 활성화하기 위해 제정되었어요. 이를 기념하여 한국서련에서는 매 년 서점의 날 기념식을 추진하고 있답니다.
이번 기념식에서는 서점인들과 서점 및 출판유통 관련 업계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점과 책 문화의 중요성을 되새기고, 이어진 시상식에서는 그동안의 업적을 기리고 격려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2024 서점의 날 기념식 하이라이트 영상은 여기에서 감상하실 수 있답니다.
시상식에서는 서점문화발전 유공자 장관포상, 올해의 서점인 상, 우수 조합상, 공로상, 서점인이 뽑은 2024 올해의 책과 작가, 감사패 등이 수여되었어요.
구체적으로 수상자들을 살펴보도록 할까요?
- 서점문화발전 유공자 장관포상: 오명영(서협문고 대표), 김정명(신구대학교 겸임교수), 김단비(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대리), 임인자(소년의서 대표), 구선아(책방연희 대표), 이아름(경주 파주교하도서관 지방사서주사보), 김임이(경상남도교육청 양산도서관 지방사서주사)
- 올해의 서점인 상: 권순호(영동문고 대표), 장기림(상암누리문고 대표)
- 우수 조합상: 인천서점조합
- 공로상: 한주리(서일대학교 교수)
-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책: 김호연의 『나의 돈키호테』(나무옆의자), 박참새의 『정신머리』(민음사), 이꽃님의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문학동네), 강지나의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돌베개), 최정균의 『유전자 지배 사회』(동아시아), 정여울의 『오직 나를 위한 미술관』(웅진지식하우스), 송길영의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교보문고)
-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작가: 정보라 작가
서점 문화 발전에 기여한 많은 분들의 노력을 기리는 뜻깊은 시상식이었어요.
매년 11월 11일마다 시행되는 서점의 날과 관련된 더 많은 정보는 여기를 확인해주세요.
Q. 올해의 책에 선정되신 소감이 어떻게 되시나요?
A. 무엇보다 서점인이 주는 상이라 꼭 받고 싶었습니다만, 받을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워낙 상복이 없어서요. 그래서일까, 두 배로 기쁩니다.
Q. 이 인터뷰를 통해 작가님을 처음 알게된 독자들이 작가님 책을 사게 된다면 어떤 책을 추천하고 싶으신가요?
A. 제 최신작이자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인 <나의 돈키호테>를 추천합니다. 그리고 <불편한 편의점>, <망원동 브라더스>, <연적>, <고스트라이터즈>. <파우스터> 순으로 역주행 하시는 걸 강추합니다. 도중에 멈추지 않으시길 부탁드리며...
Q. 서점 운영은 물질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무모한 도전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서점은 일상 속에서 문화 경험을 제공하는 필수적 공간이기도 하죠. 이렇게 서점은 이상이 담긴 공간이라는 점, 일상적이고 소박한 공간이라는 점에서 <나의 돈키호테>, <불편한 편의점>과 닿아있는 부분이 있을 것 같은데요. 작가님 소설 속 공간이나 소재가 서점이었다면 어떤 부분이 달라질까요?
A. 알려드리자면 서점을 배경으로 한 작품도 제 글감에 내내 들어있었습니다. 언젠가는 쓸 수도 있겠지요. 서점은 제게 고향과도 같은 편안함을 주는 곳이고, 다양한 이야기의 보고이기 때문에 저의 이야기가 펼쳐질 것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읽은 멋지고 훌륭한 책들을 작품 속에서 많이 소개하고 싶습니다.
Q. 작가님은 작업실을 구하는 조건 중 하나로 휴식할 만한 장소가 있는가, 즉 '쉴 만한 물가'를 말씀하셨는데요, 서점이 작가님께 '쉴 만한 물가'로서 기능했던 적이 있나요? 있다면 어떤 경험을 하셨나요?
A. 당연하게도 서점은 쉴 만한 물가이자 힐링 스팟이지요. 저는 시내 대형서점에 일주일에 한번은 꼭 방문해 출판 트랜드부터 신작의 스타일, 표지와 카피 연구까지 합니다. 지방 도시에 가면 반드시 그 지역 독립서점에 방문해 그곳만의 큐레이션과 책들을 살피며 즐깁니다. 서점은 제가 책을 쓰는 사람이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란 정체성을 재확인하는 곳이며, 수많은 좋은 책을 보며 더 좋은 작품을 쓰겠다고 투지를 불태우는 공간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Q. 작가님은 서점에서 북토크, 사인회 등과 같은 형태로 독자들과 소통하셨는데요, 서점에서 이루어진 독자들과의 만남이 작가님께 어떤 인상을 남겼나요?
A. 저는 데뷔 이후 작은 독립서점과 지역 서점에서 꾸준히 독자와의 만남을 가져왔습니다. 이는 독자들을 직접 대면하고 살갑게 이야기 나누는 거의 얼마 되지 않는 자리입니다. 당연히 제게 소중하고 무척이나 기쁜 자리입니다. 특히 지역 서점에서 만나는 그 지역만의 특징과 정서를 배우는 게 좋습니다. 멀리 와 줘 고맙다고 인사하는 현지 분들에게 오히려 좋은 공간을 지켜주셔서 감사하다고 답합니다. 계속 건재하고 계속 오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그리고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은 마음에 <나의 돈키호테> 속에 등장하는 ‘라만차클럽’을 현실로 가져와 실제 북클럽을 결성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7월 지역서점 남해산책과 제주귤다방에서 ‘라만차클럽’을 진행했고, 12월에는 광주마음정원산책과 일산너의작업실에서 ‘라만차클럽’을 이어나갑니다.
Q. 이외에도 작가로서 서점에서 독자들의 반응을 살펴본 적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서점에 가서 당연하게도 제 책을 찾다보면 제 책을 읽고 있는 독자를 마주칠 때도 있습니다. 책을 사드리고 사인도 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무척 수줍은 편이라 차마 그러지 못합니다. 다만 마음속으로 감사를 전하고, 흐뭇한 기분을 느끼며 돌아섭니다.
Q. 작가님께서 서점 주인이 된다면 서점에 어떤 특색을 담고 싶으신가요?
A. 실제로 한때 소설 전문 서점을 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읽고 추천하는 소설만을 파는 공간이지요. 그런데 아무래도 책이 잘 안 팔려 오래 운영이 가능할 것 같진 않습니다. 그래서 그냥 그런 꿈만 꾸어봅니다.
Q. 서점ON은 오프라인 서점과 독자를 연결하는 온라인 창구가 되겠다는 목적의식이 있습니다. 서점ON과 같은 지역서점 플랫폼이 작가와 독자를 연결하는 데 어떤 역할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혹은 바라는 역할이 있으신가요?
A. 서점과 독자를 연결하는 창구로서 서점ON이 훌륭한 연결점이 되었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지역서점과 지역독자들 간의 연대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거기에 지역작가들도 끼워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서점ON을 통해 서점을 이용하고 책을 향유하는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A.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책을 찾고 아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책이 자리한 서점과 책에 대해 다루는 서점ON을 많이 신경 써 주시기 바랍니다. 작가와 독자를 연결해주는 공간인 서점이, 수많은 자극적인 곳들 사이에서도 자리를 잃지 말고 건재하기를 응원해주세요. 작가들도 애쓰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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