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프런에서 개인과 조직을 더 효과적으로 만들기(개발자 취업, 이직, 역량향상, 팀 리딩)이라는 주제로 1월부터 멘토링을 시작했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시작했는지는 이 글을 참고해주세요. 커리어에 고민이 있는 여러 엔지니어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최근 제가 사랑하는 커뮤니티인 AC2에 새로운 기수인 44기가 시작되어 많은 에너지가 유입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오고간 주제 중에서는 ‘(특히 본인보다 파워가 강한 사람에게) 질문하고 부탁하는 일의 어려움’이 눈에 띄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저 또한 무딘 성격에도 불구하고 과거에는 질문과 부탁이 쉽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별로 그렇지 않은데, 제가 어떤 경험을 했길래 마음가짐이 바뀌었을까요?
질문과 부탁에 따르는 두려움을 제가 개인 차원에서는 어떻게 극복했는지, 그리고 조직 차원에서는 어떤 걸 해볼 수 있을지 정리해봤습니다. 글을 쓰면서 현 직장인 XL8의 그라운드 룰을 재정립할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레터에는 짧은 요약만 담았고, 전문은 제 블로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주니어든 시니어든 질문과 부탁은 언제나 어렵다. 저평가받을까봐 두렵고, 거절당할까봐 두렵고, 민폐끼칠까봐 두렵기 때문이다. 나는 다음과 같은 마음가짐으로 이런 두려움을 어느정도 떨쳐낼 수 있었다.
- 좋은 질문은 오히려 좋은 평가를 받는 초석이 된다. 나쁜 질문이라도 안 물어보고 결과를 망치는 것보다는 훨씬 나으며 그를 통해 질문 스킬을 향상시키면 된다.
- 부탁은 언제나 거절당할 수 있다. 상대방의 거절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다. 부탁을 거절한 것이지 나의 존재를 거절한 게 아니니 상처받을 필요 없다.
- 메시지를 보내는 건 내 자유고, 언제 어떻게 응답할지는 그들의 자유다. 나는 그들의 의사결정을 존중하고, 더 잘 의사결정할 수 있게 돕기만 하면 된다. 우리가 서로 충분히 신뢰하고 정중히 의사소통한다면 민폐를 걱정할 필요 없다.
스타트업처럼 복잡한 문제를 다루는 조직에서는 질문과 부탁이 많아져 컨텍스트 공유가 빈번해질수록 더 만족스럽게 일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다들 알아서 완벽하게 일을 마치는’ 상태보다는 ‘대충 이런 거겠지 추측했지만 알고보니 틀려서 나중에 고칠 게 산더미인’ 상태가 되기 쉽다.
그러나 질문과 부탁에 따르는 두려움을 개인의 노력만으로 극복하라는 건 너무 가혹하다. 질문과 부탁을 하기에도 받기에도 편한 환경을 조직 차원에서 만드는 게 낫다. XL8에서는 나의 개인적 경험과 훌륭한 팀의 특징을 정리한 논문을 참고하여, 두려움을 줄이는 그라운드 룰을 만들어 적용함으로써 더 효과적으로 일하고 있다.
- 내 동료들은 나에게 언제나 무엇에 대해서든 말을 걸 수 있다. 단, 그것에 언제 어떻게 대답하느냐는 내가 결정한다. 실제 응답을 하기 전에 미리 이모지 등으로 읽었음을 표시하는 것도 좋다. 마찬가지로 나 또한 팀원이나 동료들에게 언제든지 무엇이든 물어볼 수 있다. 단, 그들이 언제 어떻게 대답하느냐는 그들이 결정한다.
- 1은 우리가 충분히 현명하게 우선순위를 재조정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서로 믿기 때문에 가능하다. 만약 내 질문이나 부탁이 시급한 것이라면 이를 명시하여 그들의 의사결정을 돕는다. 만약 일정 시간이 지나도 응답이 없다면 다시 메시지를 보낸다. 이는 재촉이 아니라 정중한 확인 요청이다.
- 나는 동료에게 무언가를 부탁받았을 때, 맥락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컨텍스트 보충을 요청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게 지금 시점에 왜 중요하다고 보는가?’를 묻는 것이며, 이는 상대방이 가진 권위와 상관없이 이루어져야 한다. 마찬가지로 내가 동료에게 도움을 요청할 때는 언제나 충분히, 정확하게 컨텍스트를 공유하려고 노력해야 하고, 상대방이 나에게 역으로 뭔가 질문하거나 요청할 수도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누구라도 나의 말에 의문을 표하고, 더 자세히 말해주길 요청하고, 정정해주고, 반박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 3은 현상이 아닌 본질에 더 집중하기 위함이지 상대를 공격하기 위함이 아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듣고 도움을 받았을 때에도 당연히 감사를 표해야 하지만, 본질에 집중하게 해주는 좋은 질문을 받았을 때에도 감사인사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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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쏘쏘이
그라운드 룰 좋네요! 다만 저는 약간의 비관적인 관점들이 있어 이런 룰을 만들었을때 잘 지켜질까 싶은 마음이 들때가 종종 있는데 이럴때는 어떻게 극복하시는 편인가요?
삶의 밀도를 높이는 여정
안녕하세요 쏘이! 네, 당연히 그라운드 룰을 만드는 거랑 지키게 하는 건 별개입니다. 블로그 아래쪽에 사족으로 남겼지만 중요한 내용이 이 두 가지인데요. - 그라운드 룰은 실제 조직 구성원들이 함께 참여해서 오너십을 가진 채로, 그 조직 특성에 들어맞게 만드는 것이 좋다. 그라운드 룰을 합의해서 만든 다음부터는 모두가 그걸 지키도록 노력하여 상호 모니터링 및 피드백을 해주는 게 중요하다. 동시에, 그라운드 룰이 너무 많아지거나 너무 창의성을 제한하고 있진 않은지 주의하며 주기적으로 갱신해줘야 한다. - 그라운드 룰은 사람들을 옥죄기 위해서가 아니라 돕기 위해 존재한다는 걸 명심하라. 다른 애자일 원칙과 마찬가지로, 룰을 따르는 게 핵심이 아니고 룰을 왜 그렇게 만들었는지 이해한 채 행동하는 게 핵심이다. 처음부터 구성원들과 함께 만들어 체화된 상태에서 시작하고, 계속 지켜지도록 장치를 두고(특히 팀 리드들의 노력), 주기적으로 회고해서 갱신을 해야 합니다. 이렇게 안하면 깨진 유리창이 점점 더 커지는 것처럼, 어느새 없는 게 차라리 나은 상태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잘 되게 하기가 어렵습니다만 그래도 심리적 안정감을 더해주니 할 가치가 있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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