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프런에서 개인과 조직을 더 효과적으로 만들기(개발자 취업, 이직, 역량향상, 팀 리딩)이라는 주제로 1월부터 멘토링을 시작했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시작했는지는 이 글을 참고해주세요. 커리어에 고민이 있는 여러 엔지니어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2023년 1분기가 이미 지났습니다. 3개월 좀 넘는 시간동안 코칭과 멘토링을 포함한 1:1 대화를 상당히 여러 번 했습니다. 이러한 대화에서는 주로 상대방이 고민하고 있는 주제를 들으며 그의 내면을 함께 탐색하게 되는데, 사안에 대한 다양한 해석 가능성을 발견하면서 통찰이 생기는 일이 잦았습니다. 여기에는 유일하고 뭉뚱그린 해석에 거부감을 느끼며 다양성에 큰 가치를 두는 제 성향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시작은 대략 15년 전, 한 교수님과의 상담 자리에서 Fred Brooks의 <Mythical Man-Month>라는 책을 추천받은 때부터였습니다. 1975년도에 출판된 고전이었고, 전공만 전산학이었을 뿐 뭐 하나 제대로 아는 게 없던 저조차도 상당히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물론 당시에는 내용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했지만 개발자로서 경험이 쌓여갈수록 책의 몇몇 문구가 기억에서 떠오르며 곧잘 인용하게 되더군요. 제목이기도 했던 ‘맨-먼스는 미신이다(늦어지는 프로젝트에 사람을 더 투입하면 오히려 더 늦어진다)’보다도 제가 자주 인용했던 문구는 ‘은총알은 없다’ 였습니다. 소프트웨어 세계에는 늑대인간을 한 방에 죽이는 은총알 같은 완벽한 기술이나 방법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죠.
이 문구를 자주 써먹다 보니 위대한 철학이나 개념이 흔히 그렇듯 이게 다른 분야에도 잘 들어맞으며, 어쩌면 삶 전반에 적용했을 때 건강한 정신과 만족스러운 커리어를 지속하는 데에도 유리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즉 ‘삶에 은총알은 없다’는 것입니다. 이 개념은 제 안에서 세 갈래 행동전략으로 분화되었습니다. (뉴스레터에서는 간단히 요약만 남겼고, 전문은 제 블로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패턴인 줄 몰랐던 것을 패턴으로 인지하기: 가까이에서 볾으로써 주장의 빈틈을 찾고, 멀리서 볾으로써 새로운 연결 가능성을 찾아보자.
- 의도적으로 패턴을 깨고 도전하기: 양자택일의 함정에 빠지지 말고 선택지들 사이에도 공간이 있음을 기억하자. 새로운 실험은 당연히 잘 안 될 가능성이 높으니 실패를 예상하고, 관찰하고, 학습하자.
- 현 상황에서 유리한 패턴을 선택적으로 따르기: 패턴을 깨보기에 충분한 에너지가 없다면 주어진 패턴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괜찮다. 리스크가 높아 고점을 낮추더라도 저점을 높여야 하는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단, 당장은 패턴을 따르더라도 나와 조직 안에서 패턴이 팔딱팔딱 살아있게 만들자.
이 전략들은 제가 스타트업이라는 변화가 극심한 세계에서 살아남고자 발전시킨 것이었으나, 요즘은 스타트업 외부에서도 변화가 너무 심해서 전략의 유효성이 더욱 커졌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제가 이들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정리해두면 이후의 코칭을 비롯해 제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데 도움이 되겠다 싶어 이 글을 적었습니다.
이 글은 기존 패턴을 무조건 거부하자는 주장과는 거리가 아주 멉니다. 패턴을 그냥 따르는 게 훨씬 쉽지만 단점이 있으니 반대쪽에서 균형을 잡으면 유리하다는 주장에 가깝죠. AI와 기후변화, 인구구조 변화 등으로 인해 당장 5년 뒤 한국과 지구가 어떻게 바뀌어있을지 상상도 가지 않네요. 그러니 깨어있는 상태로 패턴을 인지하고, 패턴을 선택적으로 따르고, 때론 습관화된 패턴도 부숴보는 습관을 가지면 불확실한 세상에서 더 오래, 더 만족스럽게 생존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이 글을 정리함으로써 저 스스로의 생존 가능성도 조금이라도 올라갔길 바랍니다.
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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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ger
새로운 패턴을 발견하거나 깨지 않은지 오래 된 것 같은 느낌을 스스로 받았네요. 현재 삶의 패턴을 좀 바꿔봐야겠어요. 좋은 글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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