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육아에 대한 단상

대 AI 시대, 내 아이를 어떻게 길러야 할까요?

2023.11.17 | 조회 4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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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밀도를 높이는 여정

우리의 시간과 에너지를 더 가치있게 써봅시다

최근 글을 많이 못 썼는데, 생각할 만한 거리가 생겨 오랜만에 레터를 보냅니다.

지난 레터들에서도 몇 번 언급한 적 있지만 저는 다음주에 4번째 생일을 맞는 딸 여은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요즘은 키우는 재미가 참 쏠쏠해요. 여은이가 하는 귀엽거나 놀라운 말들을 가끔씩 기록하고 있는데, 명제를 갖고 노는 모습이 놀랍습니다.

 

딸과의 대화 몇 꼭지

밖에서 산책 중.

명제의 ‘역’을 묻는다.

  • 나: 코스모스는 가을에 피는 꽃이야.
  • 여은: 가을에는 코스모스만 펴?
  • 나: (가을에 피는 다른 꽃을 모르겠다..) 아니, 가을에 피는 꽃은 여러 개 있어. 그리고 봄에 피는 꽃, 여름에 피는 꽃도 있고. 겨울에 피는 꽃도 있을 수도 있지.

<아빠는 내가 지켜줄게>라는 책을 같이 읽은 뒤.

추상화하고 일반화한다.

  • 나: (책에 나오는 문구) 우리 딸은 아빠밖에 모르는 바보네!
  • 여은: 배배(아내 뱃속에 있는 둘째의 태명) 태어나서 엄마밖에 모르는 엄마 바보 되면 어떡해?
  • 나: 엄마밖에 몰라도 되고, 아빠밖에 몰라도 되고, 다 괜찮아! 아빠는 다 좋아.
  • 여은: 근데 아무것도 모르는 아무바보 될지도 몰라~

목욕하기 싫어서 자꾸 이것저것 물어보며.

질문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 여은: 남극과 북극은 왜 추워요?
  • 나: 밖에 나가면 언제 따뜻해?
  • 여은: 해뜰때. (개떡같이 물어봤는데 찰떡같이 대답했다)
  • 나: 그러면 봄, 여름, 가을, 겨울중에 언제 가장 해가 오래 떠있어?
  • 여은: 음….. 겨울! 아니… 여름!
  • 나: 맞아. 여름에는 해가 가장 오래 떠있어서 제일 더워. 겨울에는 해가 별로 안 떠있어서 춥고. 그리고 남극과 북극은 지구에서 해가 가장 멀리 있는 곳이야. 그래서 추워.
  • 여은: 거기서 해를 만나러 가려면 어떻게 해야돼?
  • 나: 어.. 하늘 높이 높이 날아가면 되겠지?
  • 여은: 하늘나라?
  • 나: 맞아. 하늘나라는 해랑 가까워서 엄청 더워질걸?

 

AC2 커뮤니티에서의 대화 - AI 시대의 육아

위 글을 AC2 커뮤니티에 올린 뒤 다른 분들과 대화하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촉발되었습니다. 짧은 주고받음이었지만 AI 시대의 육아 방식에 대한 제 생각을 정리하는 기회가 되었어요.

전**님

(전략) 따님과의 대화로 오버랩된건 '아 knowledge가 전부가 아니고 instuctions도 중요하구나'였습니다. 따님은 이 안에서 rule/pattern을 익히면서 스스로 instructions를 업데이트 하는 것 같구요 ^^

요즘은 LLM들로 OS를 만들려고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요. 그래서 우리(나와 다음 세대)는 앞으로 어떤 능력을 기르는데 주목해야 할까 생각해보게 되네요. 어떻게 보면 컴퓨터와 잘 대화하기 위해서 기계어-프로그래밍언어가 나왔고, 그 과정에서 컴퓨터와 같은 논리적인 사고를 요했던 흐름이 있는 것 같은데요. 컴퓨터와 자연어로 대화할 수 있다면, 우리는 더 잘 대화하기 위해서, 어떤 사고를 요하는(혹은 강요하는) 시대가 올지 두렵기도 하고 기대도 되는군요.

말씀하신 걸 보니 올해 초에 읽었던 유발 하라리의 인류 3부작이 떠오르네요. 이 책들은 대 인공지능 시대 한참 전에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요즘 시대에 걸맞는 고민과 화두를 많이 던져줘서 좋았습니다. 

그 중 하나는 ”자유의지에 대한 환상“이었습니다. 자유의지라는 개념 자체가 생긴지 오래되지 않았고, 실제로 인간의 무의식이 너무나 취약하고 갈수록 알고리즘의 힘이 강력해지기 때문에, 정신차리고 살지 않으면(얼빠져 있으면) 그냥 휩쓸리게 된다는 요지였죠.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가 아니라 ”나는 무엇을 원하길 원하는가?“에 가깝다고. 

이게 섬뜩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인간(나 스스로, 가족, 친구, 동료)에게든 GPT에게든 instruction을 잘 주면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다른 한편으로는 내가 원치 않는 instruction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엄청나게 깨어 있는 훈련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그래서 읽기 시작한 게 인간의 인지편향을 잔뜩 알려주는 카네만의 <생각에 관한 생각>이었죠. 이게 **님 말씀과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습니다. 

여담이지만 저는 아이에게는 영어공부를 비롯해 현시대의 한국인 학생들에게 반 강요되는 교육들을 웬만하면 피하려고 합니다. 
여은이가 성인이 되는 15년 뒤 시점에는 일반인들에게 언어장벽이 거의 사라져있지 않을까, 즉 외국어는 취미의 영역(시 같은 걸 읽기 위해서) 정도로만 남지 않을까 하는 예상이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요즘 너무 시대가 빠르게 변하니 현재의 '상식'으로 특정한 지식이 미래에 중요하다고 예상하여 대비하는 게 거의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든 게 더 큽니다. 

그래서 여은이에게는 되도록이면 특정 과목의 성적 같은 것보다는, 논리적 사고력/가정과 추론 능력/잘 읽고 잘 말하고 잘 쓰기/편견을 피하고 다양성을 확보하기 같은 쪽으로 포커스를 맞춰 교육을 하고 경험을 시켜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뭐 아직까지는 아주 열심히 그런 교육을 하고 있진 않지만요.

김**님

저는 영어는… 10년 전에도, 앞으로 기술이 발전되면 영어 공부는 별로 필요 없을거라는 의견을 접했는데 10년이 지난 지금 보면 영어를 해야 gpt 쓰는게 확 달라서… 

모국어를 이길수야 없고 이겨도 안되지만(적어도 하나는 아주 풍부해야하고 둘 다 애매하느니 하나만 풍부한게 낫다고 생각해요), 영어가 편한 언어이긴 한게 훨씬 유리한거 같아요.

네 100% 동의합니다. 
AI 시대에도 AI에게 알아듣게 일 시키기에는 영어가 다른 언어보다 더 유리할 것이고 이 차이는 계속 있을 겁니다. 하지만 갈수록 갭이 줄어들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상하는 것이고요. ㅎㅎ 한글 잘 쓰면 영어 번역도 잘 될 테니까요. 이 번역도 자동화될 것 같고. 물론 갭이 오히려 커질 수도 있지만, 지켜보고 스탠스를 달리 취하면 되겠죠. 

어쨌든 요지는, 어차피 시간과 돈과 에너지가 한정되어 있으니, 영어를 비롯해 부모로서 조기교육 열풍에 휩쓸리지 않고 사회적 인간으로서의 능력에 집중하겠다는 선택을 하려는 거였어요. 
예를 들어 단순히 '영어 공부시키기' 보다는 '논리적 사고와 글쓰기' 훈련이 훨씬 어렵고 중요하며, 후자를 잘 하고 나서 영어 배우면 훨씬 더 잘 배울 것이라고 봅니다.

 

맺으며

AI로 급변하는 세상이 두렵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하지만 저는 그래도 기대되는 게 더 많습니다. 하지만 무작정 이용만 하다 보면 예상보다도 훨씬 빠르게 주인과 노예가 바뀌어버리겠죠. 평상시에 기계와 알고리즘에 대해 더 많이 의존하게 될수록, 거꾸로 인간 그 자체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만 AI를 주인님이 아닌 '여러 유용한 도구 중 하나'로서 써먹으며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야 내가 나로서 살아가며 아이를 현명하게 키울 수 있겠죠. 나의 가치와 삶의 밀도를 높이는 건 물론이고요.

그런 의미에서 요즘은 본업인 소프트웨어 개발 외에도 인간의 학습, 협력, 사고, 인지편향 등의 주제에 개인적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투자하고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과 1:1로 대화하고 코칭하고 교육하는 데에도 신경을 쓰고요.

여러분은 이 물결에 어떻게 대응하고 계신지도 궁금하네요. 댓글 남겨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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