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브레인] 코로나가 뇌를 공격한다?

코로나 시대를 읽는 뇌과학 (1): 코로나 바이러스와 뇌신경 시스템

2020.12.07 | 조회 1.17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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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의 시선

[넷플릭스가 쏘아올린 뇌과학] 소셜 딜레마에 놓인 뇌

[펜데믹 브레인] 시리즈를 시작하며

수천 년 동안 수백만 마리가 넘는 흰 백조를 보고 또 보면서 견고하게 다져진 정설이 검은 백조 한 마리 앞에서 무너져 버렸다. 검은 백조 한 마리로 충분했다.

 『블랙 스완』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 그리고 올해 1월 우리나라, 어느덧 코로나바이러스가 우리 일상으로 들어온 지 일 년입니다. 요즘 들어선 또 확산세가 심상치 않네요. 밖을 나다니기 좋아하는 저도 꼼짝없이 집에 묶여서 글을 씁니다. 우린 지금껏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전대미문의 시대를 살아내고 있습니다. 

[펜데믹 브레인]코로나바이러스와 뇌, 그리고 펜데믹 쇼크가 빚어낸 우리 정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몇 달 전부터 전하고 싶은 주제였지만 망설였습니다. 과학자들이 코로나와 펜데믹이 우리 뇌와 정신 건강에 미칠 수 있는 문제를 다룬 지 채 몇 개월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탄탄한 근거를 마련하기엔 턱없이 모자란 시간입니다. 지금도 여전히 과학자들의 검증이 필요하지만, 올해가 가기 전에 코로나 이슈는 짚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3주 동안 조금은 급하게(?) 코로나와 뇌과학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1. 코로나가 뇌를 공격한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뇌신경 시스템
  2. 마음은 안녕하신가요?: 코로나가 불러온 정신 건강의 문제들
  3. 코로나 쇼크와 미래세대: 팬데믹이 바꿔놓은 아이들의 뇌

저는 바이러스나 감염병 전문가가 아닙니다. 그래서 팬데믹 상황이 얼마나 지속할지, 또는 코로나 백신이나 치료제가 언제쯤 나올지 감히 예단할 수 없습니다. 단지 뇌과학이 말할 수 있는 코로나와 팬데믹 이야기를 전달할 뿐이죠. 앞으로 연재할 모든 레터는 세계 각국의 뇌과학자들이 코로나와 관련해서 올해 발표한 논문과 인터뷰를 편집한 결과물입니다. 작은 바이러스가 불러온 불안과 공포 속에서, 앞으로의 글들이 있는 사실을 그대로 담아내길 바랍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뭐길래?

왕관처럼 생겼다 해서 붙은 이름 코로나(corona), 이 아름다운 이름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을 기준으로 6,5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고, 그 중 15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우리나라 상황도 녹록지 않습니다. 요즘 들어서는 하루에 600명 이상의 확진자를 보고하기도 하죠.

바이러스는 살아있는 생명체가 아닙니다. DNA 또는 RNA라고 불리는 유전 물질과 이를 감싸고 있는 단백질 막으로 구성된 감염성 입자죠. 그래서 바이러스 스스로가 증식할 순 없고, 숙주의 세포 안에서만 증식이 가능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빨간색으로 그려진 '돌기 단백질'이 세포막에 있는 ACE2 수용체와 맞물려 세포 안으로 들어간다. © Science Source
코로나 바이러스. 빨간색으로 그려진 '돌기 단백질'이 세포막에 있는 ACE2 수용체와 맞물려 세포 안으로 들어간다. © Science Source

코로나바이러스(COVID-19, SARS-CoV-2)에서 주목할 부분은 바로 '돌기 단백질(spike protein)'입니다(위 그림의 빨간색). 바이러스 자체는 세포를 둘러싼 세포막을 뚫고 바로 세포 안으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 표면에 난 돌기 단백질이 세포막에 있는 ACE2라는 수용체를 만나면 세포막 구조를 바꾸고 세포 안으로 침투할 수 있죠. 

코로나바이러스가 뇌에 이르기까지

뇌 입장에서 몸 밖으로 통하는 가장 가까운 길은 바로 코입니다. 콧구멍 바로 위에 있는 후구(olfactory bulb)라는 신경 회로가 코로 들어온 후각 정보를 뇌의 후각 피질로 연결해주죠. 코로나바이러스 또한 이 후각 통로를 따라 뇌로 들어갈 수 있는데, 특히 코 안쪽을 덮고 있는 점액질에도 코로나바이러스와 결합할 수 있는 ACE2 수용체가 있어서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실제로 후각 기능이 떨어지는 것은 코로나 감염 증상 중 하나죠. 이탈리아 연구진은 코로나 확진자 중 일부에서 손상된 후각 피질을 관찰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후각 경로를 거쳐 들어온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뇌가 감염되었다고 할만한 직접적인 근거는 아직 부족합니다.

신경세포(뉴런)도 코로나의 돌기 단백질과 붙을 수 있는 ACE2 수용체를 갖고 있다. 아직 보고된 케이스는 적지만, 뇌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침입할 수 있는 곳 중 하나이다. © Zubair, Adeel S., et al.
신경세포(뉴런)도 코로나의 돌기 단백질과 붙을 수 있는 ACE2 수용체를 갖고 있다. 아직 보고된 케이스는 적지만, 뇌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침입할 수 있는 곳 중 하나이다. © Zubair, Adeel S., et al. "Neuropathogenesis and Neurologic Manifestations of the Coronaviruses in the Age of Coronavirus Disease 2019: A Review."

코로나바이러스가 뇌로 침투한다면 후각 경로보다 혈뇌장벽(BBB: Blood Brain Barrier)을 통과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겁니다. 혈뇌장벽은 말 그대로 혈관과 뇌조직 사이의 벽인데, 혈관을 타고 다니는 물질 중 뇌에 필요한 것만 선택적으로 흡수하기 위한 필터입니다. 뇌가 워낙 중요하다 보니 뇌로 출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혈뇌장벽의 검문을 거쳐야 하죠. 여기서 혈액 속 물질이 바로 코로나바이러스가 될 수 있습니다. 대개 바이러스는 이 장벽에 막혀 뇌 안으로 들어갈 수 없지만, 몇몇 연구진들이 코로나 확진자 중 기존에 뇌질환을 앓고 있었던 경우, 코로나바이러스가 혈뇌장벽을 거쳐 뇌를 감염시켰을 것으로 추정하는 사례를 보고한 적이 있습니다.

코로나가 뇌를 공격한다고?

그렇다고 코로나바이러스에 무방비로 노출될 우리의 뇌가 아닙니다. 코로나의 감염 경로와 관련한 연구를 종합해볼 때, 우선 뇌혈관 벽을 구성하는 세포는 코로나바이러스와 결합하는 ACE2 수용체를 비교적 적게 갖고 있죠. 다시 말해서 혈액 안을 떠돌던 코로나바이러스가 뇌 안으로 침투할 확률이 애초에 적다는 겁니다. 설령 코로나바이러스와 붙을 수 있는 수용체가 있다 해도, 뇌혈관은 이미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바이러스에 감염될 때 생기는 인터페론(interferon)이라는 물질을 민감하게 포착해서 재빨리 항바이러스 상태로 돌입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도 코로나에 감염되었을 때 우리 뇌와 신경계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짚어보겠습니다. 올해 7월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병원 소속 신경학 연구팀(UCL Queen Square National Hospital for Neurology and Neurosurgery COVID-19 Study Group)은 코로나 확진자 43명의 증상을 토대로 바이러스 감염에 관한 뇌신경계 증상을 5가지로 나누어 보고했습니다. 먼저 뇌의 병변이 악화하거나 특정 부위가 위축되는 뇌병증(encephalopathy)입니다. 이 연구에서는 섬망(과다행동 또는 환각)이나 정신증을 동반한다고 보고하죠. 다음으로는 뇌염으로,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뇌혈관에서 염증 반응이 일어났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그 밖에도 뇌출혈, 말초신경계 장애, 기타 중추신경계 질환 등을 언급하고 있죠.

그래도 생기는 질문들

하지만 여전히 의문입니다. 과연 코로나바이러스가 앞서 보았던 증상과 뇌 손상을 일으켰다고 할 수 있을까요? 아직은 코로나바이러스와 뇌 손상 사이의 인과관계를 설명할 수 없다고 봅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뇌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기에는 여전히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이죠. 또한 코로나바이러스 치료 이후의 뇌신경계의 변화에 대해서도 알지 못합니다. 코로나바이러스를 발견한 지 갓 일 년이 지났으니, 완치자들에 대한 장기적인 후속 연구를 할 수 없었던 거죠. 아무래도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겠습니다. 물론 더 많은 확진자가 나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마음으로 불어닥친 코로나

코로나바이러스가 불러온 팬데믹은 우리의 마음을 파고듭니다.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코로나 블루'로 불리는 우울과 불안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아졌다는 뉴스를 심심치 않게 듣습니다. 최근 정신의학 연구자들도 이같은 정신 건강 문제들을 앞다투어 보고하고 있어요. 다음 주에는 팬데믹과 정신 건강에 관한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아마 이번 주도 집콕하며 글을 준비하게 생겼습니다. 힘이 들겠지만 모두 평안하시길.

 

레터에 도움을 준 논문들

  1. Hernández-Fernández, Francisco, et al. "Cerebrovascular disease in patients with COVID-19: neuroimaging, histological and clinical description.Brain 143.10 (2020): 3089-3103.
  2. Paterson, Ross W., et al. "The emerging spectrum of COVID-19 neurology: clinical, radiological and laboratory findings." Brain 143.10 (2020): 3104-3120.
  3. Zubair, Adeel S., et al. "Neuropathogenesis and Neurologic Manifestations of the Coronaviruses in the Age of Coronavirus Disease 2019: A Review." JAMA Neurology (2020).
  4. Solomon, Isaac H., et al. "Neuropathological Features of Covid-19."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2020).
  5. Iadecola, Costantino, Josef Anrather, and Hooman Kamel. "Effects of COVID-19 on the nervous system.Cell (2020).
  6. Fontana, Igor C., et al. "PET imaging as a tool for assessing COVID-19 brain changes.Trends in Neurosciences (2020).

 

인스타그램 @brain_l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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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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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e Daeri

    0
    over 3 years 전

    코로나가 뇌까지 들어간다니 소름이네요 ㅠㅠ 뇌가 항바이러스 모드로 돌입하면 코로나 바이러스를 물리치는 방법은 폐에 들어올 때랑 동일하려나요..

    ㄴ 답글 (1)
  • 뇌과학의 시선

    0
    over 3 years 전

    최근 워싱턴대 연구팀이 쥐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뇌 안으로 침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3-020-007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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