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엠블럼은 왜 대칭형이 더 어울릴까?

현대차 엠블럼이 불안한 느낌을 줬던 이유

2022.10.20 | 조회 3.67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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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 브릭

시선의 높이가 다른 브랜드 리포트

운전을 할 때 저의 취미 중 하나는 자동차 뒤태를 감상하는 일입니다. 각기 다른 느낌과 분위기를 가진 차체의 모습들을 비교하다 보면 막히는 출퇴근길이 오히려 즐거울 때도 있습니다. 네바퀴로 구르는 같은 조건과 체격을 가진 이 자동차들의 생김새가 어쩌면 이렇게 다를 수 있는지 신기합니다. 마치 각자 다른 표정과 신체적 특징을 가진 사람 같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도로에서는 아무래도 국내 자동차 브랜드인 현대차를 만날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그런데 매번 볼 때마다 제 눈에 거슬리는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차체의 정중앙에 자리 잡고 있는 엠블럼입니다. 번듯한 전체 외형과는 다르게 뭔가 어긋나 있는 모습이 전체 디자인의 감상을 방해한다는 느낌을 받곤했습니다.

그 이유가 뭘까를 참 오랜 시간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다른 엠블럼은 모르겠는데 현대차 엠블럼을 유독 그랬으니까요. 차체에 안정감 있게 착 달라붙는 느낌이 아니라, 뭔가 동동 떠있는 기분이랄까요.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현대차 외형 디자인을 받쳐주지 못하는 엠블럼은 그래서 매번 볼 때마다 아쉽습니다.

물론 이 마크가 자동차 엠블럼이 아니라 모기업의 아이덴티티이었다면 전혀 상관이 없었을 것입니다. 상호 협력을 강조한 철학을 담은 ‘H’의 유려한 조형은 꽤나 괜찮은 컨셉으로 보이니까요. 현대차가 지향하는 미래 비전 또한 무리 없이 잘 담아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그 좋은 마크가 자동차에 붙는 엠블럼으로 쓰일 때는 문제가 있어 보였습니다.

 

불안함의 결정적 단서

볼 때마다 그런 아쉬움을 품고 보던 중에 그런 느낌을 받게 되는 이유에 대한 결정적인 단서가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자동차가 아닌 보통 제품이나 기기에는 움직임이 없습니다. 집에 있는 가전도 그렇고 각종 설비나 건축물 등도 마찬가지죠. 그런데 이런 고정된 제품들과는 다르게 자동차는 움직일 때가 많습니다. 멈춰있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자연스럽게 움직임과 속도를 상상하게 됩니다. 도로 위를 질주하는 자동차의 모습이 진짜 본연의 모습이니까요.

이런 특수한 '움직임'이라는 자동차의 조건이 현대차 엠블럼의 느낌을 더 불안정하게 보이게 하는 것 아닐까라는 가설을 세워봤습니다. 이 불안하고 어색해 보이는 엠블럼이 각종 가전이나 설비에 붙는다면 괜찮을 거 같거든요. 이런 움직임이 없는 정적인 제품들에 붙은 현대차 엠블럼을 상상해보세요.본체가 움직이지 않으니 크게 어긋나거나 불안정한 느낌을 주진 않을 것입니다.

가설의 검증

그렇다면 도대체 현대차 엠블럼은 뭔가 문제였을까요? 어떤 점이 볼 때마다 안정감을 느낄 수 없게 하는 걸까요? 한번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보통 자동차의 엠블럼은 차량의 전후면에 위치합니다. 자동차라는 3차원의 제품 위에 1차원의 평면 엠블럼이 붙어있는 것이죠. 그런데 자동차는 3차원 공간이라는 공간에서 속도와 방향 생깁니다.

더구나 현재차의 경우에는 1차원의 엠블럼 또한 사선으로 뻗어가는 동세가 있습니다. 이 둘의 방향이 딱 맞다면 상관없겠지만, 다른 방향의 힘으로 작용한다면 어떤 결과가 생길까요? 차는 앞으로 신나게 달리고 싶은데, 엠블럼은 자꾸 비스듬히 하늘 방향으로 끌어 올라가려고 합니다. 이 둘 사이의 힘에 충돌이 발생합니다. 그러니 힘이 분산되어 보이고 차와 엠블럼의 동세의 힘이 모아지지 않습니다.

앞으로 움직이는 3차원의 자동차와 하늘을 향해 사선으로 기운 엠블럼은 어긋난 방향성과 힘을 가집니다. 그런 이유로 엠블럼은 차체 위에 안착된 느낌이 들지 않고 차체를 벗어날 것만 같은 움직임이 생기는 것입니다.

[그림 1]의 모습을 보겠습니다. 어떠신가요? 자동차를 앞으로 돌진해가는데, 엠블럼은 기울어진 오른쪽 방향으로 계속 이끄는 모습입니다.

 

[그림 1.] 자동차의 진행 방향과 엠블럼의 조형적 방향성
[그림 1.] 자동차의 진행 방향과 엠블럼의 조형적 방향성

 

이런 힘의 부조화 현상은 특히 엠블럼이 바퀴의 휠에 사용될 때 더욱 확연히 드러납니다. 정면에서 360도로 빙글빙글 돌아가는, 돌아가도 전혀 원래의 모양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대칭형의 벤츠 엠블럼에 비해 현대차의 엠블럼은 움직이는 궤적의 흔적을 연결해보면 굉장히 복잡한 그림이 그려질 것입니다. 그런 기준으로 자동차 휠에 대칭형 엠블럼을 가진 폭스바겐, 아우디, 인피니트, 시트로엥 등과 비대칭형인 현대, 렉서스, 쉐보레 등의 엠블럼을 적용한 상황을 상상해보세요. 차량의 적용성과 활용성, 심미적 측면에서도 당연히 대칭형의 엠블럼이 훨씬 나아 보입니다.

자동차 엠블럼을 보면 유난히 날개 형태의 엠블럼이 많죠. 이 또한 움직임이 있는 동체를 가진 제품의 특징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날개는 좌우 대칭형 조형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날개의 형태는 기본적으로 좌우의 균형을 이룬 조형성을 반영해야 날개다워 보입니다. 더구나 날개라는 요소는 조형 자체에는 비록 동세가 없더라도 나는 듯한 움직임을 상상하게 해 표현하지 않아도 움직임이 표현되는 거의 유일한 소재일 것입니다.

 

좀 더 다양한 사례를 적용해 왜 자동차에는 대칭형 엠블럼이 더 좋아 보이는지에 대한 이유를 생각해보겠습니다. 오히려 자동차 브랜드가 아닌 전혀 다른 영역의 브랜드의 심벌들을 골라 대입해 본다면 제 주장의 근거가 더 탄탄해질 것 같습니다.

대칭형 심벌로는 몽블랑, 비대칭형 심벌로는 나이키와 애플을 자동차 엠블럼 대신 대입해봤습니다. 좌상향으로 치켜 올라가는 움직임이 있는 나이키나 좌우가 다른 사과 모양인 애플은 아무래도 차제에 딱 붙어 있는 느낌이 약합니다. 시각적 무게 중심이 완벽하게 정중앙에 쏠려 있는 몽블랑이 더 안정감 있게 보입니다. 물론 몽블랑, 나이키, 애플가 기존에 가진 브랜드 이미지 때문에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렇게 3개의 엠블럼을 달고 차가 움직인다고 상상해봅시다. 차체의 성능과 디자인은 같은데, 눈앞에 이 3대의 차가 내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과연 여러분은 어떤 차를 고르겠습니까?

 

애플이 2027년 출시를 목표로 전기 자동차 영역에 진출한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애플카’라니 상상만으로도 흥분되는 그림이다. 그렇다면 앞서 설명했던 대칭형 엠블럼이 자동차에 어울린다는 내 주장대로라면 애플 심벌은 자동차에 그다지 어울리는 마크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한 비대칭이나 사선형의 엠블럼은 아니라서 크게 불안한 느낌은 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애플카가 만들어진다면 엠블럼은 과연 어떻게 적용될지 저는 차체의 디자인보다 오히려 궁금해지네요.

 

이 두 브랜드는 전기차 시대를 준비하는 리뉴얼이 확실해 보인다
이 두 브랜드는 전기차 시대를 준비하는 리뉴얼이 확실해 보인다

 

전기차 시대의 엠블럼

그렇다면 최근에 바뀐 KIA와 GM의 엠블럼은 어떨까요? 두 엠블럼 모두 문자 중심의 플랫한 이미지가 IT기반의 전기차 이미지를 더욱 강화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KIA 엠블럼의 경우 완전한 대칭은 아니지만 알파벳 형태의 유사성을 최대한 반복하여 대칭형에 가까운 엠블럼을 만들어냈습니다. 기존 엠블럼보다는 대칭형에 가까운 조형성 때문에 적용했을 때 이전 엠블럼보다 훨씬 나아 보였습니다. GM은 대칭을 보완하기 위해 네모 틀의 시각적 장치를 활용했습니다. 그렇더라도 자동차에 적용했을 때 굉장히 갸우뚱하고 균형감이 없어 보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G, M이라는 문자가 서로 대칭이 아니니 더더욱 그럴 것입니다.

이에 비해 같은 전기차지만 테슬라의 경우 완전한 좌우대칭형의 'T'모습을 한 엠블럼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 안정된 모습을 볼 때마다 자동차 외관 디자인의 완성도에 화룡정점을 한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전기차가 주는 첨단과 미래의 이미지 때문에 기존 내연기관에서 많이 쓰고 있는 대칭형 엠블럼을 벗어난 느낌들이 오히려 잘 맞지 않겠냐는 생각이었지만 테슬라의 엠블럼을 보고는 그래도 자동차라는 특성에는 대칭형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엠블럼이 자동차의 전부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현대차 엠블럼은 왜 볼 때마다 불안해 보일까?라는 저의 궁금증에서 출발한 분석을 마칠까 합니다.

앞 서 말씀드린 대칭형 엠블럼이 자동차에 더 적합하다는 저의 가설은 사실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당장 람보르기니, 롤스로이스, 페라리의 엠블럼만 봐도 그렇습니다. 이런 브랜드차들은 대칭에서 한참 벗어난 엠블럼을 사용하고 있죠. 오히려 그러한 비대칭성이 브랜드의 카리스마를 더욱 강하게 풍기는 느낌을 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동차 디자인 자체가 아주 강력한 아이덴티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사실 자동차는 차 자체가 중요하지 엠블럼이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하지만 일반적으로 자동차와 같은 속도감이 있는 제품의 엠블럼을 만들어야 한다면, 그곳 어딘가에 붙는 엠블럼을 구상해야 한다면, 앞 서 제가 길게 설명드린 대칭형의 안정감 있는 조형이 유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다른 대안들을 생각하기 전에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인 건 분명합니다. 자동차 엠블럼이 자동차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적어도 우리 머릿속에 그 브랜드를 떠올릴 때의 시각적인 중요 포인트인 건 틀림없는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부터 혹시 도로 위에 계신다면 자동차 엠블럼들을 유심히 봐보세요. 그리고 제가 들려드렸던 얘기들을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목적지까지 빨리 가는데는 별 도움이 되진 않겠지만 심심한 출퇴근 길이 되지는 않을거라 확실합니다.

 


글. 우현수 @woohyunsoo

브랜드 컨셉 빌더 [브릭] BRIK.co.kr을 설립해 브랜드 스토리와 스타일 구축을 돕고 있습니다. 저서 <일인 회사의 일일 생존 습관>을 실천하며 더 나은 미래를 차곡 차곡 쌓아가고 있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 리포트에서 또 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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