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기술 혁신이 느린 ‘자산 관리’ 분야를 타겟하며 총 700억원을 투자 받은 두 팀을 이야기해봅니다.
자산 데이터 다 모아줄게. 210억 투자.
스페인 스타트업 Flanks 팀은 기존 금융 서비스보다 기술 혁신이 느린 자산 관리 분야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이미 100개 이상의 금융기관이 총 390억 달러(약 52조 원) 이상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으며 매월 50만 개 이상의 포트폴리오를 처리하고 있죠.
이들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있을까요?
1. 데이터를 “한 곳”에 모으기만 해도..!
자산 데이터는 너무 파편화돼있습니다. 자산의 종류가 너무 많은 데다가, 자산마다 데이터 포맷도, 저장되는 곳도 모두 다릅니다. 이건 문제입니다. 데이터의 잠재력에 비해 뽑아낼 수 있는 게 너무 적어지거든요. Oracle의 래리 엘리슨은 데이터 파편화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습니다.
“국가가 데이터를 잘 쓰고 싶다면, 일단 한 곳에 모아야 합니다.”
Flanks는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합니다. 말 그대로, 모든 자산 데이터를 자체 플랫폼에 모아주는 거죠. 심지어 일반적인 자산이 아닌 카테고리도 포함합니다. 이 팀은 흩어진 데이터를 잘 모아주는 것만으로도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데이터”를 둘러싼 7가지 문제
데이터는 이미 현 시대의 핵심 해자입니다. 하지만 이걸 제대로 다루는 기업은 극소수죠. 왜 그럴까요? 다음의 7가지 문제가 데이터를 다루는 걸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 데이터를 못 모으고 있는 경우
- 데이터를 모으고는 있는데, 좋은 구조로 모으지 못한 경우
- 모았는데, 한 곳에 합치지 못한 경우 (파편화)
- 잘 모았는데,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는 경우
- 데이터 접근성이 제한된 경우
- 데이터가 일관되지 않은 경우
- 데이터가 최신이 아닌 경우
이 중에 Flank 팀이 지원하는 것은 2, 3, 6번입니다.
기존 솔루션과의 차이?
Flanks는 전통적인 금융 상품의 데이터만을 모아주지 않습니다. 어떤 데이터든 자산이라면 다 모아주고, 구조화해줍니다. 데이터의 가치를 극대화해주는 거죠. “데이터”가 핵심 해자인 세상에선, 잘 모아주는 것만으로도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잡무만 해줄게. 460억 투자
이어서 460억원을 투자 받은 Unique 팀의 FinanceGPT를 보겠습니다. 이들은 재무 자문가들이 고객에 행하는 ‘금융적 조언’을 발전시키려고 하고 있어요. 그 수단이 AI 에이전트라는 점이 조금 다릅니다.
이들은 핵심 문제를 “재무 자문가들이 수작업 업무로 리소스를 낭비하고 있음” 으로 설정했습니다. 수작업 업무를 콕 집은 점이 재밌습니다.어떤 업무를 수작업으로 하길래 이러는 걸까요?
재무 자문가들은 데이터 입력부터 리서치, 규제를 준수하는지 체크하는 것 등을 모두 수작업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필요한 일이긴 하죠. 하지만 이들이 해주어야 할 훨씬 핵심적인 일들이 있습니다. 고객과 신뢰를 쌓고,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 말입니다.
물론 금융 기관들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습니다. AI를 적극 활용해보려고 하죠. 문제는 금융 데이터는 사용하기 위해선 아주 까다로운 규제를 돌파해야한다는 거예요.
Unique와 FinanceGPT는 바로 이 점을 찌릅니다. 이들의 핵심 가치는 구체적으로 이렇습니다.
“우리 FinanceGPT로 2시간 분량의 잡무를 처리해줄게.”
이들은 무려 25개 이상의 즉시 사용할 수 있는 AI 솔루션을 지원합니다. 금융권에서 AI를 도입할 때 골머리를 썩이는 보안과 규제 준수를 보장하죠.
핵심 기능은 다음과 같습니다. 간단하지만 모아놓으면 부담되는 업무들이죠.
- 고객 미팅 후 자동으로 이메일을 보내거나,
- AI가 고객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피드백을 제공하거나,
- 자체 플랫폼으로 바로바로 내부 정보를 검색하는 식입니다.
이미 30,000명 이상의 금융 전문가가 사용 중이며, 관리 자산 총액 $2.3조(약 3,000조 원)에 달합니다.
기존 솔루션과의 차이?
사실 이런 솔루션, 정말 많이 쏟아져나왔습니다. 이들이 해자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받은 이유는 뭘까요?
=> “핵심 업무”는 니들이 해라. 우린 잡무를 해줄게.
기존 경쟁사들은, “투자 관리”에 대한 기능 향상에 집중했습니다. 즉 핵심 업무에 AI를 도입하는 거죠. 하지만 아직 AI가 ‘주도’하긴 어렵습니다. 인간이 필요해요.
FinanceGPT를 만든 Unique는 이렇게 말합니다.
“핵심 업무? 니들이 잘하잖아. 그거 해. 우린 그걸 못 하게 만드는 잡무를 처리해줄게.”
이것이 그들의 진짜 차별점이죠.
금융은 아직 노다지?
지금까지 금융은 비전문가가 이해하기에 너무 복잡하고, 규제도 많았습니다. 이제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금융도 다음 혁신의 파도에 올라타고 있죠.
폐쇄적인 영역이다보니 파이프라인에 직접 참여해본 플레이어만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내가 직접 참여하지 않았더라도, 호기심을 가지고 플레이어들과 대화해보면 분명 새로운 기회를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이걸 느꼈습니다.
- 비슷한 문제를 보더라도, 날카롭게 찌르는 문제도, 제공하려는 핵심 가치도, 만들어 낸 솔루션도 제각각입니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이든 사용할 수 있습니다.
- “데이터”를 다루는 능력은 더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데이터를 모으는 것 자체가 어려웠던게 불과 10년 전인데, 이제는 데이터를 모으는 것 이외에도 여러 주요 문제가 터지고 있습니다. 이걸 해결해줄 사람이나 팀은 희귀합니다.
- 그만큼 “보안”도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데이터를 대신 다루어주려면 이걸 안전하게 쓸 것이라는 확신을 주어야 합니다. 또, 겨우 구축한 해자를 외적들에게 빼앗길 수도 있죠.
- AI의 힘도 계속 강해지고 있습니다. 이젠 어떤 모델이든 갖다 써도 걸출한 성능을 내주고 있어요. 이걸 통해 가치를 창출하고자 한다면 필요한 것은 “나만의 독점 데이터” 겠지요. 기술은 오픈소스화되더라도 데이터는 더더욱 금고에 갇힐 겁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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