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스톤도 뛰어드는 스타트업 대출 시장

불황에 주목받는 벤처대출의 의미와 전망

2022.09.04 | 조회 1.25K

CapitalEDGE 뉴스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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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펀드레이징이 어려워지면서 초기 기업부터 프리IPO 단계까지 대출형 투자에 대한 관심 높아져

Silicon Valley Bank - Venture Debt 101
Silicon Valley Bank - Venture Debt 101

 

팬데믹 직후 에어비앤비에 대출형 투자를 진행한 두 기관, 1년 만에 조 단위 수익 챙겨 - 실리콘밸리에 겨울이 찾아오자 특수상황 펀드와 각종 벤처 대출이 기지개를 켜는 중 

 

프롤로그

2020년 3월, 팬데믹이 터지자 당시 상장을 준비하던 에어비앤비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직상장(Direct Listing)과 일반 IPO를 저울질하며 상반기 내에 나스닥 입성을 완료하려던 찰나에 회사 매출의 90%가 사라지는 전대미문의 위기를 맞이하였기 때문입니다.

이 때 구원투수로 나선 곳이 테크섹터 전문 PE인 '실버레이크'와 TPG의 크레딧 부문이 분사한 '식스스트리트 파트너스'입니다. 두 기관은 한 달 만에 1.2조 원 ($1Bn) 규모의 대출과 지분 투자가 섞인 메자닌 구조를 설계하여 아래와 같은 조건으로 특수상황 투자를 집행합니다.

  • $1Bn 규모 대출 & 연 10% 이자율
  • 대출규모의 30%에 상응하는 워런트 & 행사가격은 기업가치 기준 $18Bn

2019년 진행한 에어비앤비의 마지막 펀드레이징 당시 기업가치가 $31Bn이었으니, 실버레이크 입장에서는 직전 대비 40% 할인된 기업가치에 주식을 살 수 있는 옵션을 확보한 것입니다. 물론 팬데믹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당시에는 상당한 리스크를 부담한 거래로 평가받았습니다. 아래 파이낸셜타임즈의 기사처럼 실버레이크의 딜메이커 이곤 더반이 모 아니면 도의 투자를 했다는 평가가 팽배했었죠.

하지만 결과는? 알려진대로 에어비앤비는 극적인 반전을 그리며 2020년 12월 120조 원의 기업가치로 상장에 성공합니다. 그리고 블룸버그에 따르면 당시 실버레이크 컨소시엄은 투자금을 2배로 불리며 약 9개월만에 1조 원의 차익을 기록하였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성공적인 조 단위 특수상황 투자 사례가 만들어지는 순간이었죠.

에어비앤비의 공동창업자 네이트는 IPO 시점에 비즈니스인사이더와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당시 자본이 아닌 구조화 증권을 선택한 결정을 지지한 바 있습니다. 발행을 진행할 시기에는 팬데믹이 언제 끝날 지 모르는 상황에서 추가 자금 조달이 필요한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고, 모두가 공포에 질린 분위기에서 예전 기업가치를 고수한다는 것은 불가능하였기 때문에 추가 에쿼티 조달은 어떤 형태로든 대규모 희석이 발생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결국 에어비앤비는 프리IPO 진행이 아닌 '대출 + 워런트' 구조를 통해 신속하게 자금 유치를 끝낼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자금 유입 이후 추가로 대출을 일으켜 총 4조 원에 가까운 현금을 큰 희석 없이 확보하였기 때문에, 다시 그 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고 언급하였습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대출형 투자는 발행사 관점에서도 많은 장점이 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블랙스톤, 스타트업 대출시장 진출 선언

지난 주 The Information의 보도에 따르면 전 세계 1위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이 약 2.5조 원 규모의 '스타트업 크레딧 투자'를 준비중이라고 합니다.

경쟁사인 KKR, TPG 및 Bain Capital 대비 비교적 늦게 벤처-그로쓰 투자에 뛰어든 블랙스톤은 2019년 1월 팀 세팅 후 데이팅앱 범블 경영권 인수 등 3년 만에 31개 포트폴리오를 확보할 정도로 맹렬히 투자를 집행하고 있습니다. 이미 $4.5Bn 규모로 조성된 1호 펀드를 모두 소진하고, 1호 펀드 투자기업인 범블과 오틀리의 IPO 만으로도 펀드 원금을 상환할 정도로 성과가 준수합니다.

벤처 투자에서 기회를 찾은 블랙스톤은 이미 300조 원에 육박하는 크레딧 운용자산을 활용하여 시리즈 B - C 단계 전통적인 벤처 대출 뿐 아니라 후기 스타트업의 메자닌 투자, 프리IPO 기업의 특수상황 투자까지 전방위로 구조화 투자를 추진하기 위해 최근 돈줄이 마르고 있는 비상장 테크 섹터에 3조 원에 가까운 금액을 쏟아붙겠다는 복안입니다.

2년만에 다시 스타트업 자금조달 시장에 혹한기가 찾아오자 투자 기회 포착에 기민한 사모펀드들이 움직이기 시작하였습니다. 특히제2의 에어비앤비를 기대하는 사모펀드들, 그 중에서도 전통적으로 크레딧 분야에 강점을 가진 블랙스톤, KKR, 베인 캐피탈이 물밑에서 공격적으로 기회를 찾고 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어떤 의미인가?

실버레이크는 에어비앤비에 투자하던 당시, 투자 후 12 - 18개 월 내에 회사의 매출이 제자리로 돌아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 2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보면 영원한 봉쇄가 불가능하단 점에서 너무나도 당연한 판단이라고 보여지지만, 공포가 지배하던 2020년 4월은 그 누구도 섣불리 투자에 나서지 못하던 시기였습니다.

  • 마찬가지로 현재 미국의 테크기업 IPO를 바라보는 시선 또한 향후 1 - 2년 이내 어떤 형태로든 분위기가 반전될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있습니다. 투심이 돌아오면 혁신기업에 대한 투자 니즈는 늘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 최근 집계에 따르면 미국은 올해 2009년 이후 최악의 공모시장을 기록할 전망입니다. 한국은 여전히 소부장 기업을 중심으로 크고작은 IPO가 이뤄지고 있지만 월가는 사실 올해 IPO 시장은 끝났다는 분위기가 팽배합니다.
  • 닷컴 버블 이후 완전히 사라졌던 고성장 테크기업 IPO는 2004년 구글과 세일즈포스가 상장에 성공하며 점차 살아나기 시작했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암흑기였던 상장 시장도 2012년 링크드인, 페이스북 등 우량 기업이 상장에 성공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합니다.

1,000억 원 이상 매출 등 일정 규모를 달성한 비상장 유니콘 기업에게 대출형 투자를 통해 리스크를 줄이면서 워런트를 가지고 2 - 3년내 업사이드까지 노릴 수 있는 구조화 투자 전략은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또한 어떤 형태로든 에쿼티 라운드 진행 시 지분 희석이 불가피한 비상장사는 런웨이를 늘리고 희석을 최소화하면서 단기간에 자금 조달을 완료하기 위해 대출형 투자로 눈을 돌리는 상황이 되면서 양 측의 니즈가 맞아떨어진 상황입니다. 최근 국내에서도 마이리얼트립이 유사한 구조의 투자를 유치한 바 있습니다.

VAC의 마이리얼트립 투자 뉴스
VAC의 마이리얼트립 투자 뉴스

 

한 걸음 더 들어가보면...

벤처 대출로 불리는 금융 기법은 최근 트렌드에 따라 다시 세 가지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에어비앤비의 사례와 같이 1️⃣ 특수상황 또는 프리IPO 단계에서 대출과 워런트 및 에쿼티가 혼합된 구조화 금융, 2️⃣ 시리즈A 이후 단계에서 브릿지 또는 런웨이 확장을 위해 많이 활용되는 전통적인 벤처대출 (Venture Debt), 그리고 최근 주목받고 있는 3️⃣ 구독 매출과 같은 반복 매출을 가진 SaaS, 핀테크, 이커머스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비희석 투자 (Non-dilutive funding) 또는 매출 기반 대출 (Revenue-based financing, RBF)이 있습니다.

 

1️⃣ 특수상황 구조화 금융은 말 그대로 성장 단계에 관계없이 회사가 처한 상황에 최적화된 방안을 마련하는 투자 기법입니다. 앞의 에어비앤비가 대표적인 사례이며, 한국에서는 컬리가 창업자의 낮은 지분율을 개선하기 위해 2017년 분리형 신구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하여 김슬아 대표가 워런트 일부를 인수한 사례 또한 국내의 대표적인 구조화 벤처 투자입니다.

2️⃣ 전통적인 벤처대출은 Silicon Valley Bank가 30년 전부터 개척해 온 '고금리 대출 + 워런트' 형태의 금융상품입니다. 한국에는 최근 벤처금융의 대안으로 소개되고 있지만 실상은 대규모 펀딩 라운드를 마감한 후 추가 자금을 보다 적은 지분 희석으로 조달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펀딩에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에게 대안이 되지는 못합니다.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보통 연 8 - 10% 이자율에 6개월 거치 후 원리금 상황 및 3 - 5% 워런트 발행 구조로 이뤄집니다.

3️⃣ 마지막으로 최근 주목받는 RBF는 PipeCapchaseFounderPath와 같은 미국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개척해나가고 있는 서비스이며, SaaS, 핀테크, 미디어와 같이 구독자로부터 월 또는 연간 반복 매출이 일어나는 경우 이를 담보로 대출을 제공하는 금융 상품입니다. 보통 연 10 - 15%의 고금리이지만 최근 노코드 툴에 기반한 인디개발자나 1인 Micro-SaaS 기업이 급증하면서 초기 기업들에게 각광받는 서비스입니다. 한국에서는 '레베뉴마켓'이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전망은?

벤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2 - 3개월 전부터는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대출형 투자로 수요가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 결과 급격히 축소되고 있는 벤처 조달과 달리 벤처 대출은 전년도와 유사한 자금 집행 규모를 기록하였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건 당 벤처대출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부분입니다. 아무래도 벤처 대출은 시리즈 A - B 단계에서 다음라운드까지의 런웨이를 늘리기 위해 사용되다보니 $20 - 30Mn 규모로 진행되는 라운드의 30% 정도로 대출금액이 형성되어 왔는데, 최근에는 오히려 시리즈 C 이상 성장단계 기업의 자금 조달이 막히면서 건 당 대출 규모가 상승하는 흐름이 명확히 관측됩니다.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 예전 대비 기업가치를 낮추는 '다운라운드'와 직전 대비 동일 기업가치로 추가 조달하는 '플랫라운드'는 그 효과가 천지차이입니다. '다운라운드'는 희석방지조항에 따라 기존주주의 지분이 자연스럽게 높아지면서 '희석'의 악순환에 빠지는 반면 '플랫라운드'는 특별한 지분조정사항이 발생하지 않고, 기존 투자자들의 반발도 크지 않은 자금 조달 옵션입니다. 때문에 전 세계 스타트업들이 라운드가 끝난지 6개월에서 1년이 경과되었음에도 '+'가 붙은 익스텐션/플랫 라운드를 열고 동일 밸류로 추가 펀딩을 진행하는 것이 지난 4월 이후 두드러진 흐름입니다.

[TechCrunch] Bridge rounds are the late-stage rage

스타트업이 대출형 투자로 눈을 돌리는 것 또한 어떻게든 '다운라운드'를 막기 위한 임시방편 중 하나입니다. 선순위로 자금을 조달하는 한이 있더라도 경영권이 위협받는 '다운라운드'는 피하겠다는 생각인 것이죠. 물론 이 모든 것이 최소한 매출총이익은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실적을 가지고 대출에 대한 원리금 균등 상황이 가능할 때 이야기입니다.

 

📣 스타트업 체크리스트

😄 펀딩 겨울이 무엇? 성장이 가속화된다! 👉 신규 펀딩 돌입

😐 2년 이상 런웨이, 하지만 현금 좀 보충하자 👉 벤처 대출 or 플랫라운드

😥 어, 펀딩이 안되네, 이대로는 6개월도 어렵다 👉 경영권 매각으로 급선회

😫 아직 PMF 못찾았는데? 👉 Aqui-hire로 일단 큰 기업에 들어가자!

 

벤처대출도 결국은 대출입니다. 모든 대출이 그렇듯이 상황이 급하지 않고 현금흐름이 양호할 때 좋은 조건으로 자금을 융통할 수 있습니다. 현재 펀딩 중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대금 지급이 미뤄지고 담보권 처분이 예상되는 경영 위기가 왔다면 이미 원하는 조건으로 펀딩을 받을 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고 보는게 맞습니다. 아마 부릉, 왓챠, 오늘회의 위기는 이제 시작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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