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만에 2천만 달러 시리즈A를 성사시킨 Rewind AI의 비결
지난 4월 15일, Rewind AI의 창업자 댄 시로커(Dan Siroker)는 자신의 트위터에 시리즈A 피치 영상과 함께 타입폼 링크를 하나 올립니다. 만약 영상을 보고 투자를 원하는 벤처캐피탈이 있다면 본인들이 제시하는 투자금과 기업가치를 제출해달라는 내용입니다. 트윗은 순식간에 바이럴을 타며 현재까지 1,900만 뷰를 기록 중입니다.
5월 9일, Rewind AI는 약 30조 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운용하는 NEA와 기업가치 3억 5천만 달러($350M)를 기준으로 총 2천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진행하는 텀싯(Term Sheet)에 서명을 하였습니다. 3월 기준 회사의 연 환산 매출(ARR)이 70만 달러이니 산술적으로 ARR의 495배에서 기업가치가 책정된 것입니다. 댄 시로커는 트윗을 올린 후
- 1,010명의 투자자가 투자 제안을 제출하였으며
- 170곳은 투자 약정(Commitment) 단계까지 진행되었고
- 61곳은 NEA가 제시한 $350M보다 높은 기업가치를 제시했고
- 이 중 22곳은 $1B 이상의 기업가치를 제안했다고 밝혔습니다.
댄은 추후 인터뷰에서 애초에 가장 높은 기업가치를 제시한 곳을 선택할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벤처캐피탈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눈치게임을 하기보다는 좀 더 효율적으로 현재 회사의 위치를 파악하고 투자자의 제안을 받아보고자 트위터를 통해 공개적으로 글을 올리게 되었다고 언급하였습니다.
댄의 시도는 펀드레이징 관점에서는 대성공입니다. 불과 3주 만에 2천만 불에 가까운 자금을 끌어모으며 신속하게 실리콘밸리 유명 VC와 시리즈A를 마무리하였기 때문입니다.
Rewind AI, 어떤 회사인가?
2020년 4월 설립된 Rewind AI는 데스크탑(현재는 맥북만 가능)에서 사용자가 조회한 화면, 영상 및 대화를 모두 저장하여 1) 언제든지 돌려가면서 확인할 수 있고 2) OCR을 이용해 저장된 화면의 텍스트 검색까지 지원하며 3) GPT-4를 연계하여 개인비서 챗봇과 대화를 하며 원하는 기록을 찾아볼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페이스북을 넘겨보다가 스쳐 지나간 피드를 다시 찾아보려고 할 때 기억이 나지 않았던 경험이 있다면 Rewind AI 서비스가 요긴할 수 있습니다. 서비스의 열렬한 지지자들은 아이언맨 '자비스'의 현실 버전이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2022년 11월 데모 버전이 출시되었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사용 후기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회사는 2023년 2월 ChatGPT를 연계한 개인비서 버전 Ask Rewind를 출시한 이후 매출이 수직 상승하자 본격적으로 시리즈A 펀드레이징에 나선 것입니다.
회사는 하루아침의 성공이라고 표현하지만 사실 Rewind AI는 설립 이후 2년간의 스텔스 개발 기간을 거쳐 제품을 출시한 기업입니다. 회사의 펀드레이징 기록을 살펴보면 2020년 4월 설립 이후...
- 2020년 5월 샘 알트만 리드 $1.2M 엔젤라운드
- 2020년 10월 퍼스트라운드캐피탈(First Round Capital) 리드 $4.5M 프리시드라운드
- 2022년 11월 안데르센호로위츠 리드 $10M 시드라운드 (Post-Money $75M)
- 2023년 5월 NEA 리드 $20M 시리즈A 라운드 (Post-Money $350M)
총 4회의 라운드를 진행하였으며, 데모 버전을 출시한 2022년 11월 시드라운드, 유료 버전을 출시한 2023년 2월 이후 시리즈A를 진행하며 전형적인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성장 경로를 밟고 있는 기업입니다.
회사의 창업자 댄 시로커는 A/B 테스트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옵티마이즐리(Optimizely)의 창업자입니다. 2007년 오바마 캠프의 애널래틱스 총괄로 근무하며 A/B 테스트를 활용, 성공적인 캠페인을 이끌었던 댄이 2009년 자신의 경험을 살려 창업한 회사가 바로 옵티마이즐리인 것입니다.
옵티마이즐리가 인간이 가진 무의식의 인지 및 반응에 관한 스타트업이었다면 Rewind AI는 기술을 통해 인간이 가진 기억력의 범위를 확장하는 미션을 가진 스타트업입니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세컨드브레인'의 자동화 버전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일주일 안에 90%의 기억을 잃어버린다고 합니다. 또한 청력과 시력처럼 우리의 기억력도 나이가 들수록 감퇴하게 됩니다. 하지만 보청기가 청력을 보완하고 안경이 시력을 보완하듯이, 우리의 기억력도 기술을 통해 보완되고 개선될 수 있다면 어떨까요?"
Rewind AI
댄은 20대부터 겪은 청력 감퇴, 이후 보청기를 사용하며 깨닫게 된 인간의 능력을 보완하는 기술에 대한 관심이 Rewind AI를 창업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전형적인 연쇄창업자의 길을 걷고 있는 댄은 두 번째 창업에서 '투자 제안 공개 모집'이라는 새로운 펀드레이징 방식을 시도하며 또 한 번 실리콘밸리의 관심을 한몸에 받게 된 것입니다.
AI 시대 더욱 높아진 스타트업에 대한 기대치
Rewind AI는 생성형 AI 시대 스타트업이 어떻게 진화해나갈 것인지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회사가 프리젠테이션에서 제시한 장표들을 찬찬히 뜯어보면 AI 기술을 활용한 스타트업이 어떤 주안점을 가지고 투자자 설득에 나서는지에 대한 인사이트도 엿볼 수 있습니다.
1️⃣ 더욱 빨라진 서비스 채택 속도
챗GPT의 확산 속도는 AI 시대 스타트업 성장에 대한 기준을 바꿔버렸습니다. 월 40% 성장과 같은 SaaS 황금룰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이제 대중이 반응하는 서비스라면 일주일 만에도 전 세계로 바이럴이 가능합니다.
2️⃣ 적은 펀딩으로 많은 일을 하는 스타트업
AI가 가져온 생산성 혁명은 스타트업이 더 적은 인력과 자금으로도 동일한 결과물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투자자들 또한 AI 시대 스타트업은 보다 ROI가 높은 운영 성과를 보여야 한다는 기대치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3️⃣ OpenAI가 하지 않을 서비스
'네이버나 카카오가 진출하면?',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진출하면?'은 지난 10년간 스타트업이 받은 단골 질문이었습니다. AI 시대에는 '왜 이 서비스에 OpenAI가 진출하지 않을 것인지'가 핵심 질문이 되고 있습니다.
반면 여전히 변하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결국 펀딩을 받는 스타트업은 고객들이 기꺼이 돈을 내고 꾸준히 사용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스타트업이란 점은 만고불변의 진리입니다.
- Rewind AI가 자신 있게 공개적으로 펀딩에 나선 배경 또한 유료화 서비스의 성공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 이번 라운드를 리드한 NEA의 파트너는 업계 최상의 고객 유입 (Activation), 활동 (Engagement) 및 유지 (Retention) 지표가 Rewind AI 투자를 결정한 가장 큰 이유였다고 언급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스타트업 펀드레이징에서 Rewind AI의 경우처럼 짧은 기간 공개적으로 진행되는 사례가 늘어날 지도 주목됩니다. AI 분야에서 Product-Market Fit을 찾은 기업이 성장의 수직 상승을 경험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여러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이 Rewind AI가 제시한 공개 제안 방식의 펀드레이징 전략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