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만에 또다시 펀드레이징에 나선 스페이스X, 하락한 테슬라의 기업가치를 상쇄하는 머스크의 히든 카드
스페이스X가 연초부터 다시 펀드레이징에 나섰습니다. 이번에는 약 175조 원 기업가치로 1조 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최근 트위터 인수전에도 거금을 투자했던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탈 안데르센 호로위츠(a16z)가 리드투자자로 나섰다는 소식입니다.
지난 7월 무려 2조 5천억 원의 자금을 모집할 당시 책정된 기업가치가 약 150조 원 ($127 billion)이었으니 산술적으로 6개월만에 기업가치가 약 15% 상승한 것입니다. 지난 12월 블룸버그의 최초 보도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175조 원 기업가치로 직원 및 기존 주주의 주식을 매각하는 세컨더리 거래를 주선하였으며, 이번 자금조달은 해당 구주 매각과 함께 진행되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지난 7월 초 뉴스레터를 통해 스페이스X의 펀드레이징 소식 및 회사가 운영하는 체계적인 구주매각 프로그램에 대해 다뤘었으니 정확히 6개월만에 다시 자금조달에 나선 것입니다. 물론 모멘텀은 충분합니다. 지난 주 언급한대로 최근 국방 및 항공우주와 같은 기간산업에 대한 벤처투자가 급증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스페이스X의 전략적 가치도 한 층 부각되었기 때분입니다.
특히 이번 스페이스X의 펀드레이징은 머스크가 테슬라의 주가 폭락 및 트위터와 관련한 일련의 이슈들로 여론의 질타를 받는 와중에 진행되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사실 머스크의 미래 자산 규모는 테슬라가 아닌 스페이스X에 달려 있다고 할 정도로 잠재력을 높게 평가받고 있는 기업이 바로 스페이스X이기 때문입니다. 과연 어떤 경쟁력이 스페이스X의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것일까요?
어떤 의미인가?
스페이스X가 주기적으로 기업가치를 올려가며 펀드레이징을 진행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눈으로 확인 가능한 실적입니다. 회사는 지난 7월 기준 2022년 말까지 총 41회의 로켓발사를 예상하고 있었으나 실제로는 총 61회에 달하는 발사 실적을 기록하여 2021년 31회 대비 무려 두 배에 가까운 실적 향상을 기록하였습니다. 실제로 2022년에는 6일에 한 번 스페이스X의 로켓이 우주로 발사된 셈입니다.
스페이스X의 로켓 발사 실적게다가 로켓의 재사용 비중이 높아지고 스타링크와 같은 저궤도 위성이 대량으로 공급되면서 스페이스X만의 독보적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는 비용효율성이 더욱 공고해지고 있습니다. 머스크의 말대로스페이스X의 주력 로켓인 팔콘9은 "1년 간 가장 많이 발사된 단일 기종 로켓"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명실공히 스페이스X의 핵심경쟁력으로 자리잡았습니다.
1980년에서 2011년까지 이어진 NASA 주도의 우주왕복선 시대에는 우주 개발이 민간의 영역이 아니었기 때문에 로켓개발의 비용효율성에 대한 기술적 고려가 전무하다시피 하였습니다. 그 이후 테러와의 전쟁 등으로 미국 정부의 우주개발 예산이 빠르게 감소하던 틈을 비집고 들어온 것이 바로 2002년 설립된 스페이스X였죠. 당시에도 비전은 명확했습니다. 스페이스X가 로켓재사용 기술만 성공한다면 우주개발의 퀀텀점프를 열어갈 수 있다고 본 것이죠.
2011년 로켓분사에 사용되는 제1단 로켓을 회수해 재사용하는 구상을 발표한 스페이스X는 2017년 처음으로 회수한 제1단 로켓을 재사용하여 팔콘9을 궤도에 올리는데 성공합니다. 그때부터 스페이스X 로켓 발사 중 재사용로켓의 활용 비중이 꾸준히 높아집니다. 또한 2017년은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가 30조 원대로 급등하기 시작한 시점과도 일치합니다.
한 걸음 더 들어가보면...
최근 테슬라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머스크는 (자유세계) 제 1위의 부호 자리도 LVMH 회장에게 내어줬다는 소식입니다. 역사상 재산 손실 1위 인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는 뉴스도 있었죠.
특히 이번 트위터 인수를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테슬라 주식을 매도한 사례를 통해 미뤄봤을 때, 여전히 머스크가 단기간 조달 가능한 자산은 테슬라 주식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머스크가 테슬라를 매각하여 트위터 인수에 투자하여도 여전히 히든 카드가 있습니다. 바로 지분 40% 이상을 보유하고있는 스페이스X입니다.
머스크가 보유한 테슬라 지분은 옵션을 제외할 경우 약 13.1% 수준입니다. 작년 연말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보유지분의 가치는 약 60조 원 수준으로 추산됩니다. 반면 스페이스X의 경우 2020년 정부 입찰 문서에 명시된 머스크의 지분율은 47.8%, 그리고 의결권 보유 비중은 78.4%에 달합니다. 이후의 지분 희석을 고려하더라도 머스크의 지분율은 아직까지 40% 내외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제는 머스크의 스페이스X 지분가치가 이미 테슬라 지분가치를 넘어섰을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물론 스페이스X의 지분은 당장 유동화하기도 힘들며 지분가치를 공개시장에서 인정받은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스페이스X는 기술주 폭락 이후에도여전히 프리미엄이 더해져 구주가 거래되는 몇 안되는 글로벌 비상장 기업인 점, 그리고 여전히 테슬라보다도 성장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점에서 스페이스X가 머스크의 미래 계획에 킹핀이 될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또 한 가지, 시장에서 스페이스X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 중 하나는 아이러니하게도머스크가 일선 경영에서 손을 떼고 장기적인 비전 설계에만 집중하고 있어 트위터나 테슬라처럼 롤러코스터 경영에 직면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스페이스X는 'President and COO'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그윈 샷웰 (Gwynne Shotwell)이 장기간 경영을 책임져오고 있습니다.
스페이스X가 창업된 2002년 회사에 합류한 그윈은 '재사용 로켓 개발'의 근간이 된 NASA의 Commercial Resupply Services 프로젝트 수주를 따낸 공로로 2008년 대표이사에 오른 후 14년 간 스페이스X를 이끌고 있는 인물입니다. 머스크의 절대적인 신뢰를 받고 있는 전문경영인 그윈은 좌충우돌하는 비전가 머스크와 조화를 이루며 스페이스X를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혁신기업으로 만든 일등 공신으로 꼽힙니다.
앞으로의 전망은
스페이스X는 오는 1월 31일 역대 최대 규모의 발사 이벤트를 준비 중에 있습니다. 텍사스 발사장인 스타베이스에서 '슈퍼헤비의 부스터7' 및 '스타쉽 S24'의 테스트 발사가 진행될 예정이죠.
게다가 이제는 스타링크 사업도 본 궤도에 올랐으며, 유인우주선 비행 또한 올해부터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입니다. 2019년 투자 유치 당시에는 계획에 불과했던 일들이 하나둘씩 실행되면서 투자자들의 스페이스X에 대한 믿음은 더욱 굳건해지고 있습니다. 현재 스페이스X의 가장 중요한 마일스톤인 2024년 화성 왕복선 사업 또한 조금씩 성공 가능성을 점치는 모습입니다.
아직까지 머스크는 최소 3 - 4년간 스페이스X의 상장 가능성은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테슬라의 경우 2008년 상장을 통해 대부분의 자금을 시장에서 조달한 반면 스페이스X의 경우 최대한 상장을 늦추고 사모 시장에서 조달을 계속 이어가는 모습입니다. 수 년간 테슬라 공매도 세력과 싸움을 벌여야했던 머스크 입장에서는 스페이스X의 상장은 최대한 늦추고 싶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스페이스X의 주식은 지난 번 뉴스레터에서 소개했던 회사 주도의 구주 매매 프로그램에 힘입어 상당히 손바뀜이 자주 일어나는 비상장 주식입니다. 장외에서 꾸준히 유의미한 거래데이터가 확인되고 있으니 비상장 단계에서의 기업가치도 공정가치와 유사하게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스페이스X의 소액투자자들은 오히려 매일매일 시장 변수에 주가가 영향을 받는 상장을 실제로는 반기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회사의 발사 실적은 매년 2배 씩 성장하고 있고, 장외 기업가치도 2년만에 2배로 뛴 반면 여전히 주식을 매입하고자하는 수요는 풍부하니 오히려 안정적이고 믿을만한 투자처란 인식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과연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가 올해는 200조 원을 돌파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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