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트를 통해 알아보는 2022년 주목했던 키워드 10가지
2022년은 여러모로 역사의 변곡점으로 기록될 한 해가 될 것입니다. 2009년부터 시작된 13년의 호황과 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렸고 전 세계 곳곳에서 인플레이션과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고난의 시기를 겪고 있습니다. 지구촌 한 편에서는 이미 사라진 줄 알았던 20세기 형 국가 간 침략 전쟁이 다시 등장하여 아직까지도 끝을 알기 어려운 형국입니다. 그리고 엔론 이후 최악의 스캔들로 기록될 FTX 사태는 이제 막 시작된 듯 합니다. 팬데믹이 끝나면 부흥의 시기가 올 줄 알았는데 오히려 엔데믹과 함께 다시 불확실성의 시대가 도래한 모습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AI을 필두로 일상을 바꿀 기술은 발전하고있고 누군가는 한 켠에서 새로운 혁신과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을 것입니다. 차트를 통해 올해 꼭 기억해야할 트렌드를 짚어보고 2023년을 위한 투자 아이디어도 미리 챙겨보고자 합니다.
(1) 전례없는 초고속 금리 인상
2022년은 우리가 사는 세상의 대부분이 금리의 함수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 한 해였습니다. 지난 13년 간의 경제 호황도 결국 저금리가 원동력이었고, 팬데믹 동안 넘쳐나던 유동성도 결국 금리의 마법이었던 것입니다.
올해의 금리 인상은 지난 30년 중 가장 빠른 속도에 해당합니다. 그만큼 유례없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경제를 누르고 있으며, 대부분의 경제전문가는 2023년 경기 불황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습니다. 이제 시장은 방향성에 대한 이견이 아닌, 연착륙이냐 경착륙이냐에 대한 기대에 반응할 정도로 앞으로의 험난한 길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2) 틱톡으로 기우는 소셜앱 대전
2022년 2분기 틱톡 유저가 하루 평균 틱톡을 사용하는 시간이 무려 95분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이는 유튜브의 75분은 물론 인스타그램 51분의 2배에 가까운 활동성 지표를 의미합니다. 사실 하루 95분은 소셜앱 중에서도 유례없는 앱 몰입도를 의미하며, 특히 핵심 사용층이 10대 - 20대 초반이라는 점에서 틱톡이 가지는 성장 잠재력은 앞으로도 무한하다는 평가입니다.
틱톡에 대항하여 유튜브는 '쇼츠', 인스타그램은 '릴스'라는 숏폼 서비스를 출시하여 그나마 어느정도 경쟁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모든 서비스들이 '틱톡화'가 될 정도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서비스가 바로 틱톡인 것입니다
틱톡은 전 세계 어떤 소셜 앱보다도 빠른 이용자 증가 속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2021년 이미 '페이스북 + 인스타그램 + 와츠앱'을 보유한 메타 매출의 3분의 1 수준으로 올라온 틱톡의 매출은 지금 추세라면 향후 2 - 3년 내로 메타를 추월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습니다.
(3) 리셀커머스의 성장
리셀커머스는 여전히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소비 시장에서 그 잠재력이 과소평가되고 있는 영역입니다. 중고의류 거래 시장은 향후 3년 간 일반 의류 시장 대비 11배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2025년에는 시장규모가 무려 100조 원 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네이버는 중고거래라는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위해 올해 2조 원이 넘는 돈을 들여미국의 중고거래 플랫폼 포쉬마크를 인수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유럽의 왈라팝, 동남아의 캐로셀, 일본의 소다, 한국의 크림 등 전 세계 중고거래 플랫폼을 연계하는 M&A와 투자에도 활발히 나서며 C2C라는 새로운 버티컬 커머스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4) 영어 중심의 글로벌 컨텐츠 시장에 생긴 균열
2021년 오징어 게임의 등장은 한국 컨텐츠 산업의 쾌거로도 볼 수 있지만 더 넓게는 전 세계에서 나타나고있는 비서구권 컨텐츠의 성장의 흐름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이 재생된 쇼는 오징어게임이고, 틱톡에서 가장 많은 팔로워를 보유한 틱토커는 세네갈 출신의 2000년 생 Khaby Lame이며 스포티파이에서 가장 많이 재생된 아티스트는 푸에르토리코의 Bad Bunny입니다. 모두 영어와는 관계없는 컨텐츠들이죠.
이미 음원과 영상 컨츠 시장에서 영어로 된 서구권 컨텐츠의 독점력은 무너지고있습니다. 특히 인도와 인도네시아와 같은 이머징 마켓의 소비자가 구매력 향상에 힘입어 글로벌 컨텐츠 시장의 큰 손으로 등장하면서 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로컬 및 아시아 컨텐츠는 더욱 각광받을 전망입니다.
(5) 크립토와 NFT의 폭락
NFT가 갑자기 인기를 끌기 시작하였을 때, 크립토 씬에서는 왜 앞으로 NFT가 필요한지 열성적으로 설명하는 수많은 트윗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보수적인 투자자들은 반신반의하면서 민팅에 참여하는 사례가 부지기수였습니다.
하지만 비이성적인 열기는 금방 사그라들었습니다. 주요 NFT 마켓플레이스의 거래량은 작년 대비 90% 가까이 폭락하였으며, 가장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던 BAYC의 유인원 그림 NFT조차도 고점 대비 가격이 절반 이상 하락했다는 소식입니다.
물론 여전히 블록체인을 위시한 분산 네트워크 기술에 대한 수요는 꾸준할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아직까지 규제 정비도 필요하고 각종 이슈도 많지만 기술의 효용성을 고려할 때 쉽게 사라질 수 있는 단계는 넘어섰다는 것이죠. 2023년에도 블록체인 생태계가 발전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6) 프리랜서, 인플루언서, 크리에이터 전성시대
미국의 프리랜서 수는 2010년 2천만 명에서 2020년 6천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3배에 가까운 폭발적 성장을 기록하였습니다. 플랫폼 노동자와 같은 새로운 고용 형태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인플로언서와 크리에이터라는 새로운 형태의 프리랜서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유연한 고용계약을 내세웠던 미국에서도 정직원이란 개념이 희박해지는 모습입니다.
팬데믹과 함께 등장한 크리에이터 경제는 여전히 그 인기를 더해가고 있습니다. 특히 아마추어 크리에이터의 경우 3분의 2 가량이 인스타그램을 주요 플랫폼으로 사용하는 반면 전문 크리에이터의 50% 이상은 유튜브를 전문 플랫폼으로 이용할 정도로 유튜브의 영향력은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전 세계 1위 유튜브 크리에이터 Mr.Beast는 최근 자신이 100% 소유한 제작사 지분 10%를 1억 5천만 불에 매각하는 거래를 논의하면서 전 세계 최초로 '유튜브 빌리어네어' 등극을 앞두고 있습니다.
(7) 생성AI 엔진의 임계점 돌파
지난 10월 24일 WeeklyEDGE에서 언급한대로 2022년을 관통하는 실리콘밸리의 키워드는 '생성AI'가 될 전망입니다. 알파고의 등장 이후 버즈워드로만 남아있던 추상적인 AI라는 단어가 이제는 알아서 글을 쓰고 (Copy.ai) 그림을 그리고 (Midjourney | StabilityAI) 코딩을 하는 (Co-pilot) 단계에 이르면서 AI를 활용한 어플리케이션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OpenAI가 2020년 출시한 GPT-3보다 파라미터 규모가 500배 이상 성장한 다음 버전인 GPT-4가 내년 초 출시를 앞두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특히 GPT-4는 기계가 인간을 넘어서는 능력치에 대한 판단 기준인 '튜링테스트'를 통과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면서 2023년이 AI의 발전에서 하나의 전환점이 될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8) 생성AI를 활용한 어플리케이션의 폭발적 성장
생성 AI 엔진의 발전에 힘임어 이를 활용한 어플리케이션 시장도 본격적으로 개화하는 모습입니다. 이번에는 OpenAI가 GPT-3.5를 활용하여 만든 대화형 AI 엔진인 ChatGPT가 인터넷을 휩쓸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ChatGPT는 출시 5일만에 백만 사용자를 모으며 오랜만에 전 세계 IT인들이 열광하는 서비스로 등극하였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AI 대화가 구글 검색을 대체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으며, 아이언맨에 나오는 '자비스'의 등장이 머지않았다고 점치고 있습니다.
그림그리는 AI로 지난 10월 히트를 쳤던 StabilityAI의 오픈소스를 활용한 아바타 생성 프로그램 Lensa AI가 연간 $35.99에 달하는 유료 플랜에도 불구, 12월 첫주 틱톡을 제치고 미국 애플 앱스토어 1위에 등극할 정도로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습니다.
Lensa는 Prisma Lab에서 2018년 출시한 사진 편집 앱입니다. 이번에 '매직아바타'란 기능을 추가하며 하루아침에 전세계 인싸 앱으로 등극한 것입니다. 신규 스타트업 뿐 아니라 기존에 서비스를 제공하던 스타트업도 AI를 활용하여 새로운 도약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2023년에도 LensaAI를 따르는 많은 어플리케이션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9) 재택근무의 진화
팬데믹 이후에도 재택근무가 여전히 유효할 것인가라는 논쟁이 이어져왔지만 적어도 미국에서는 하이브리드 근무 형태가 자리잡아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미국의 경우 사무직 근로자 중 50%가 넘는 비중이 아직 완전 재택근무 또는 부분 재택근무를 유지하고있어 재택근무와 관련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시장도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빅테크 기업의 직원들은 회사가 출퇴근을 요구할 때마다 지난 2년 간 원격으로 업무를 진행해왔지만 회사 성과는 더욱 좋았다며 반발하고 있는 반면, 얼마전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는 '재택근무' = '비생산적'이라는 프레임으로 몰아세우며 이를 실리콘밸리의 문화 논쟁을 끌고가는 모습입니다. 2023년에도 재택근무가 대세로 남을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10) 정신건강 관리와 고독의 관리가 일상화된 사회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서도 높은 스트레스가 일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20 - 30대의 정신건강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극소수의 이슈로 치부해왔던 공황장애와 같은 병이 이제는 누구나 한 번쯤 의심해볼 수 있는 일상의 질환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40대 이상의 장년층은 고독과 싸우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개인들은 더욱 고립되어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게 됩니다. 매년 높아지고 있는 혼자사는 노인의 숫자는 전 세계 선진국에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2023년에는 자신과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트래픽이 지배하는 세상
2009년 스마트폰이 탄생한 이후 모든 컨슈머 인터넷 기업의 지상 과제는 이 디바이스에서 고객이 보내는 시간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이폰이라는 하드웨어와 OS를 모두 보유한 애플은 전 세계 1위 시가총액을 굳건히 지키고 있고, 안드로이드와 유튜브, 지메일을 보유한 구글은 여전히 1조 달러 클럽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 윗단계 어플리케이션인 소셜앱에서 트래픽과 광고를 독식한 기업이 메타 - 페이스북이었는데 이제 틱톡의 거센 도전에 직면한 것이죠. 결국 우리가 주목해야하는 세상의 변화 중 하나도 이 트래픽의 쟁탈전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에 대한 전망일 것입니다.
올해 7월부터 뉴스레터를 작성하며 독자분들과 소통한지 6개월이 지났습니다. 처음에는 꾸준히 무언가를 하자는 생각으로 무작정 쓰기 시작하였는데 가끔은 너무 개인적인 의견 위주로 글을 쓰는게 아닌지 고민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글을 통해 새로운 인연이 생기고 또 여러 가능성을 확인하면서 개인적으로는 후회없는 여정이었습니다.
올해 무료 뉴스레터는 이번 호로 마감하고자 하며, 재정비의 기간을 거쳐 2023년부터 다시 발행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그럼 이만 인사드리고 내년에 다시 좋은 글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