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이자 8월

함수 속의 캐나다

2023.08.07 | 조회 1.82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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떫은 단풍

전직 홍보대행사 AE 조무래기의 캐나다 LifE

여행하며 그리고 캐나다에 살며 생긴 버릇 중 하나는 티켓을 모으는 일이다. 어렸을 적 부터 종이가 주는 그 빳빳하고 단순하지만 영구한 감정을 좋아했던 나. 일상도 그런 티켓의 단면처럼 기록 할 수 있지 않을까. 

캐나다 데이

7월 1일은 캐나다의 건국 기념일인 <캐나다 데이(Canada's Day)> 였다. 보통 캘거리 촌구석에 살고 있는 거주민으로서 꼭 한달에 한번씩 먼슬리 패스라는 대중교통 티켓을 사는데, 이날 내가 너무 급해서 전자 티켓이 아닌 종이로 배달을 시켜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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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뻔뻔해질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하여 

7월 1일에 나는 내 룸메이트와 함께 행사 구경을 가고자했다. 티켓을 샀지만 티켓이 없었던 나. 홍철 없는 홍철팀도 아니고. 아무튼 그래서 다시 3불을 주고 전자 티켓을 사려고 했는데 

룸메 왈 : You don't need to buy a ticket again. You can just show the receipt you got in your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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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마음 편하게 티켓을 구매하려고 했던 나에게 일주일 동안 이 충고와 조언이 거의 60불은 아끼게 만들어준 것 같다. 사실 기사님들한테 일일이 영수증 보여주면서 태워달라고 애원하는게 내 성격상 그리 정말 쉽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행동함으로서 내 자신의 편견을 하나 깼달까. 그래서 사람은 같이, 함께 살아야 됨을 알게 된 소소한 날.

저번 달, 내 룸메가 로우인컴이 되지 않아서 100불이 넘는 돈을 내고 먼슬리 패스를 사야한다고 했다. 만약 나였다면, 100불을 주고 샀을 것 같다. 정말 생각도 없이. 근데 룸메는 학생이고, tuition을 내야하는 상황이다보니 자전거를 공짜로 받아서 그 자전거를 타고 집을 왕복했다. 비가 오나, 날씨가 흐리나, 더우나, 그 자전거를 타고 유료구간에서 집까지 다녔다. 매번 자전거가 집 앞에 세워져있나 자기 전 확인하고, 귀가 문자를 받고 나서야 나도 잠에 들었다. 룸메가 귀가할 때는 너무나도 어두웠기 때문에. 나는 그 친구에게 '존경'이라는 감정이 들었다.

캐나다 옷을 입고 길을 거닐고 깃발을 흔들며 맛있는 것을 먹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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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까지 자신의 나라를 사랑하고 기념하는 날이 있었을까. 한국에는. 그리고 이 길을 걷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자국에는. 한국 국기가 그려진 티셔츠 하나 없는 내가 여기와서 캐나다 국기가 그려진 셔츠를 입고 다니려니 조금은 많이 민망했다. 결국 룸메가 먼저 집에 가자마자 나는 다시 옷을 갈아 입었지. 하지만 너무나 당연하게도 캐나다 국기로 제각각 꾸민 사람들을 보니 어떠한 이질성과 동시에 작은 괴리감이 느껴지곤 했다. 완벽한 캐나다인만이 완벽하게 캐나다를 사랑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나온 나의 선입견이었을까. 아직은 나도 생각이 참 어리다 싶다. 

스탬피드(Stampede Festival)

북미라는 곳에 있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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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은 캘거리의 가장 큰 행사인 스탬피드가 있었던 날이었다. 겨울부터 조금은 고대하던 행사였기에 아는 동생과 함께 다녀왔다. 갑자기 길거리 인터뷰에 붙잡혀서 영어로 인터뷰도 하고 한국에서 안 하던 별에 별 상황들에 담대하게 맞딱드리는 것 같다. 아무튼 우리는 여러가지를 관람하고 어트랙션을 타기 위해 티켓을 구매했다. 1불에 1개 탈수 있는 줄 알고 1불짜리를 산 황당한 영수증을 공유한다. 

이브닝 쇼를 관람하며 불꽃놀이가 진짜 장관이었는데, 후에 룸메랑 좀 더 좋은 스팟에서 다시 한번 불꽃놀이를 관람했다. 이 친구랑 놀면 돈 없이도 목적만으로도 행복함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을 조금씩 배우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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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enbow 미술관과 강가에서 수영하기 

내가 전시를 좋아하게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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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에 있는 회사를 다녔을 때 점심시간 때마다 혼자 주변에 열리는 전시를 보러다녔다. 지금 생각해보면 전시를 보는 이유는 영화를 보는 이유와 엇비슷하지 않을까한다. 생각만으로 머무를 수 있는 상상을 구현해내는 작가들로부터 오는 경외감과 기시감. 컨템포러리 캘거리라는 미술관에서 봤던 사진전도 인상 깊게 남은 전시였지만 무료로 봤던 이 <Revelations> 전시도 굉장했다. 특히나 <피크닉>이라는 사진으로 구성된 영상이 내 시선을 끌었는데 이 작가는 길가의 마켓과 같이 어떠한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도 돗자리를 펼치면 그 자리에서 즐길 수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정말 대단해. 

후에는 나의 룸메와 강가에서 수영을 했다. 나는 생전 비키니를 입어본 적도 없는데 룸메는 정말 당당히 강가에서 비키니를 입고 수영하고, 그 차림으로 트레인까지 타러가서 내가 도중에 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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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 야 이제 길가인데 옷 안 입어? 

룸메 : 브라질에서는 원래 바다에서 수영하고 나면 한동안 옷을 안 입고 자연스럽게 걸으면서 말려

아직은 적응 못하겠는 이 문화. 나로서 좀 당황했지만 나 혼자 제일 당황한 사람이었고 그 주변 강가에는 비키니를 입고 누워서 자는 사람, 대마를 피우는 사람, 책을 읽는 사람 등등 다양했다. 나 혼자 제일 보여지는 시선에 신경쓰고 있었던 것이었다. 

여름의 밴프(Banff) 

겨울보다 웅장하진 않지만 다채로웠던 여름의 밴프 그리고 여행

캔모어에 잠시 살 때 지나가다가 한 판넬을 발견했다. 레크레이션 행사가 12월 31일날 열립니다. 봉사활동도 할 수 있어요. 나는 거기서 봉사활동이나 해볼까? 하고 바로 지원했고, 신기하게 그들의 일원이 되어 참여할 수 있었다. 호스텔에서 만난 일본인 친구 역시 그 봉사활동에 흥미가 있어 날 따라 함께했고, 거기서 만난 Dale 할머니가 지금까지도 인연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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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함께하고 6개월이 지난 이번 여름에 함께한 여행으로 나는 너무 행복했다. 그냥 정말 붙잡고 싶을 만큼 행복했다. 그리고 늘 나를 남들에게 '친구'라고 소개하는 할머니에게서 나는 어떠한 특이한 감정 역시 느꼈다. 지긋한 80대 할머니와 나와 친구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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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끝나고 나는 픽업 차량을 기다려야했고, 1시간 정도 할머니와 차에서 단둘이 이야기를 나눴다. 할머니는 23년이 넘는 시간 동안 토론토에 위치한 같은 회사에서 엔지니어 코디네이터로 일했고, 그 직업이 너무 좋아서 계속 일하셨다고 한다. 이 대화에서 느낀 나의 네 가지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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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강요한 적이 없다는 할머니 

할머니와 수다를 떨고 있는데 할머니의 따님과 한 남자가 함께 왔다. 난 그들이 떠나고 자연스럽게 "혹시 따님의 남편분인가요?"라고 물었다. 할머니는 "남편은 아니야. 그들은 4년동안 한 집에서 함께 살고 있어. 하지만 나는 한번도 그들에게 결혼하라고 강요하지 않았어"라는 대답을 했다. 옆에 남자가 있다고 섣불리 남편이라고 단정지었던 나의 짧은 생각과 동시에 한번도 결혼을 '강요' 해 본적이 없다는 할머니의 생각에서 느껴지던 어떠한 해방감

남미에서 여행하는 방법

할머니의 며느리는 일본인인데, 파라과이에서 일본어를 가르치면서 잠시 살았다고 한다. 며느리 분이 남미를 좋아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6년 간 스페인어를 배우고, 거기서 일본어를 가르쳤다고 하는데 나도 생각해보니 돈을 벌면서 남미 여행을 하면서 그곳에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달까. 물론 스페인어를 지금보다 더 열심히 배워야겠지만. 

캐나다 사람에게 묻는 캐나다 영주권

할머니에게 내 주변 친구들 중에서 캐나다 영주권을 갖고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왜 그런 생각을 할까?라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질문을 함. 본투비 토론토 캐내디언에게. 그러자 할머니는 한국과 다른 '라이프 스타일' 과 '문화' 때문이 아닐까?라는 대답을 했다. 심플하면서도 생각을 하게 하는 답이었다.

홍보가 부족해

할머니가 날 처음 봤을 때 북한이 아니라 남한에서 왔지?라고 물었던게 생생하다.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본인은 일본에 대해서는 캐내디언이 많이 안다고 하지만 한국은 아직 잘 모른다고 했다. (물론 이건 할머니의 관점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 할머니는 한국에 대한 홍보가 부족하다고 했다. 홍보 대행사 출신에게 홍보가 부족하다고 하니 나는 '일침'으로 느껴졌다. 아직 지긋한 노인분들은 한국에 대해 여전히 잘 모르는 구나 싶었다. 우리가 떠드는 K pop과 드라마는 젊은 세대에서나 통하는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고된 길도 늘 함께 해주던 할머니 
고된 길도 늘 함께 해주던 할머니 

나에게 치킨 파이와 토마토 수프의 맛을 알게 해준 Dale 할머니가 항상 건강하시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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