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농협, 꼬리에 꼬리를 무는 비리들

바람 잘 날 없는 보은농협 흑역사

2021.12.03 | 조회 9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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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 수분율 조작, 직원의 절도 행위 비호, 공동담보대출 수수료 횡령, '보험왕'의 업무상 배임... 최근 몇 년 간 충북 보은농협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여러 의혹이 제기되자 지난 6월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보은농협 및 농협중앙회를 특별수사 해주세요'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조합원이 3천 500여 명, 자산규모도 2천 900억이 넘는 보은농협에서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난 걸까요?

 

명예직·무보수라던 조합장, 알고보니 연봉 1억 

지난 9월 2일 청주지방법원에서는 곽덕일 보은농협 조합장의 선고공판이 열렸습니다.

농협 직원 3명이 곽 조합장을 대상으로 휴일근로수당 가산임금 2천여만 원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소를 제기했기 때문입니다.

이날 선고공판에서 청주지방법원 형사3단독 고춘순 판사는 곽 조합장의 ‘무보수, 비상근, 명예직 조합장’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피고인(곽덕일 조합장)은 취임 당시 보은농협의 정관 등에 의할 때 조합장은 비상임, 무보수의 명예직으로 대외적으로 조합을 대표하는 지위에 있을 뿐이고

근로자에 대한 임금지급 업무를 비롯하여 조합의 제반업무에 관한 최종 집행권한은 상임이사에게 귀속되어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라고 밝히며 무죄를 선고한 것입니다.

보은농협 내년도 예산안.
보은농협 내년도 예산안.

그러나 곽 조합장은 연 9천6백만 원(상여금 3천6백만 원 포함)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출근도 매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내년도 예산안에도 곽덕일 조합장에게 지급할 돈으로 9천6백만 원이 책정돼 있습니다.

소송을 진행했던 직원 3명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현재 항소를 제기한 상태입니다.

11월 30일 열린 '보은농협 2021년 임시 대의원총회'에서 대의원들은 내년 예산안에 2억 원이 넘는 예산이 소송비용으로 책정된 것을 지적했습니다.

대의원 A씨는 “힘들게 농사지어 모은 돈을 조합원들에게 돌려주기는커녕 소송비용에 써야 한다니 어이가 없다”며 “직원들과의 불화를 해소하기 위해 조합장은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곽 조합장은 “예산이 책정돼 있지만 전부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일단 책정해 놓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소송비용 2억이 포함된 예산안은 원안 가결됐습니다.

 

직원이 하나로마트서 절도행각...조사·징계 없이 비호

이번엔 직원들의 절도입니다.

지난 9월 7일 보은농협노조에 따르면 당시 직원 두 명이 하나로마트 내에서 절도행각을 벌였습니다. 한 고객의 절도 사건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직원들의 절도행각도 들통난 것입니다.

농협측은 이들의 절도와 관련해 “농협 충북검사국에 사고보고를 하고 감사요청을 했는데 절도라고 보기 힘들다는 말을 들었다. 한 명은 아르바이트이기 때문에 징계를 할 수가 없고, 한 명은 직원인데 사표를 냈다. 두 명 다 그만뒀다. 그만둔 사람을 불러서 감사를 한다는 것도 형평성에 안 맞는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보은농협 하나로마트. 2019년 지점 승격 당시 모습 / 보은농협 홈페이지
보은농협 하나로마트. 2019년 지점 승격 당시 모습 / 보은농협 홈페이지

하지만 노조측의 의견을 달랐습니다.

조합 관계자는 “마트의 지점장은 이 사건에 대하여 정식보고 절차를 무시하고 보은농협의 상임이사와 조합장에게만 은폐 보고하였고 두 직원에 대하여 징계나 변상의 요구를 한 적은 전혀 없었으며 또한 피해의 정확한 금액조차 확인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절도행각을 벌인)직원들은 조합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이다. 절도행위를 한 고객에게만 변상케 하고, 조합장 최측근인 직원 두 명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사도 하지 않은 채 흐지부지 넘어갔다”고 비판했습니다.

 

쌀 수분율 조작...당사자는 조합장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충북본부 보은농협분회는 지난 4월 기자회견을 열고 “곽덕일 보은농협 조합장이 벼 수분율을 조작했다”며 “조합장은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보은농협노조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충북본부 보은농협분회는 지난 4월 기자회견을 열고 “곽덕일 보은농협 조합장이 벼 수분율을 조작했다”며 “조합장은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보은농협노조 

지난 4월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충북본부는 “곽덕일 보은농협 조합장이 벼 수분율을 조작했다”며 “조합장은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고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먼저 벼 수분율에 대해 설명드리면,

미곡종합처리장(RPC)에서 수확기에 매입하는 산물벼는 수분율에 따라 건조료와 매입가격이 결정됩니다. 정부가 공공비축 벼를 매입할 때 수분율 기준을 15%로 규정함에 따라 일선 RPC에서도 산물벼 수분율 기준은 15%입니다.

수분율이 15%보다 높으면 농민들은 별도의 건조료를 내야 합니다. 수분율이 높으면 건조료의 비용을 떠 안아야 합니다. 그래서 수분율은 벼 농사를 짓는 농민들에게는 민감한 사안입니다.

그런데 관계자들에 따르면 곽 조합장은 2016년과 2019년에 각각 17.8%와 20.3% 수분율을 15%로 조작했고, 2017년 전표에는 수분율이 아예 찍히지 않고 임의적으로 15.6%로 정산을 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곽 조합장은 “조작한 적 없고 전혀 알지도 못하는 일이다. 나를 음해하려고 나온 것인지, 나도 의심스럽다”며 “자료가 있지만 누가 했는지도 밝혀야한다. 누가 잘못했는지 밝혀진 다음에 언론에 내보내야지, 감사만 하고 퍼트리면 중상모략을 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억울하다. 누가 했는지도 모르고, 지시한 적도 없고, 나는 어떻게 조작을 하는지도 모르는 사람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법적으로 대응할 것이다. 내가 했는지 언론에 발표를 하면 명예훼손이다. 언론에 잘못 나오면 나도 대응할 것이다. 자세한 것은 보은농협 본점에서 알아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보은농협 본점은 ‘수분율 조작’과 관련, “인정한다”고 밝혔습니다.

본점의 한 관계자는 “곽 조합장 수매전표의 수분율이 조작된 것은 사실이다. 조작이 확인된 것은 2016년도와 2019년도 전표다. 수분율은 기계에서 자동으로 인쇄되는 것인데 곽 조합장의 2016년 2019년 전표에는 사람이 볼펜으로 수분율을 다시 적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러나 2017년도 전표의 수분율은 기계적인 오류로 기재가 안 된 것 같다. 전산조작을 한 것은 아니고 미기재된 공란에 사람이 볼펜으로 직접 수분율을 적었다”고 전했습니다.

 

 돈빼돌려 보험 가입시킨 보험왕 A씨 여전히 출근

A씨 홍보영상의 한 장면 / 유튜브 캡쳐
A씨 홍보영상의 한 장면 / 유튜브 캡쳐

"목표의식, CS마케팅, 끊임없는 자기계발이 중요"하다던 보은농협 전국 보험왕 A씨의 성공비결은 횡령과 업무상배임이었습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충북본부와 관계자들에 따르면 보은농협은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 동안 다수의 금융기관과 공동으로 300억 원대 대출업무를 진행했었습니다.

보은농협은 이 과정에서 주관기관으로 약 7억 원의 수수료 수익을 얻었고 당시 총무과에서 근무하던 A씨는 7억 원 중 약 3억 원을 (보장성)보험입금액으로 전환해 자신의 실적으로 둔갑시켜 수당을 받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A씨가 받은 영업 수당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관계자는 “농협 돈으로 지인들의 보험을 공짜로 들어주고 여기서 발생한 보험수당 또한 A씨, 자신이 챙겼다”며 “아마 보험수당이 월급보다 두 배 정도는 더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황금알을 낳는다던 보험왕은 현재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물론 농협도 잘 다니고 있고 특히, 보험왕은 곽 조합장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민청원에도 올라간 보은농협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의혹이 계속되자 지난 6월 29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농협 및 농협중앙회를 특별수사해 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게시자는 앞에서 언급한 벼수분을 조작, 직원 절도, 횡령과 업무상 배임 등을 저지르고 있는 보은농협에 철저한 특별수사와 밝혀진 불법과 비리를 하루속히 바로잡아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청원은 20만명의 동의를 받지 못해 청와대의 답변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불위호성(不爲胡成, 실천하지 않는다면 이룰 수 없다)

지난 3월 보은농협 소식지의 조합장 인사말을 통해 조합의 주인인 조합원의 소중한 자산을 보호하겠다던 보은농협의 초심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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