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취미"
10월호의 주제는 '커피와 취미'입니다. 7명의 에디터들이 해당 주제로 이야기를 담아주셨습니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커프레.' 커프레에 모인 프렌즈들은 어떤 취미를 가지고 있을까요. 에디터들이 가지고 있는 취미에 대한 시선을 볼 수 있는 이번 호입니다. 커프레 매거진 속에 차곡차곡 쌓이는 이야기들을 즐겁게 읽어주세요.
목차
- 1. 커프레가 취미 -로댕
- 2. 카페인도 해장이 필요한가요? -찰리
- 3. 어쩌다 사진 -혜니
- 4. 커피와 카메라 -녕
- 5. 커피와 웨이트 트레이닝 -병규
- 6. 커피와 독서 -릴리
- 7. 커피와 수영으로 만들어가는 일상의 균형감 -레이첼
- 8. 커피 한 권 -소연
1.
커프레가 취미
로댕
단풍이 물드는 계절이다. 노랗게 변해가는 나뭇잎을 보면서 가을이 깊어짐을 느끼고 있다. 그러다 겨울이 성큼 다가오면, 어느덧 올해도 지나간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커프레는 어느덧 1년이 훌쩍 지나버렸다. 긴 시간동안 많은 프렌즈들과 만나 수많은 이야기와 커피를 나눴다. 이제는 서로가 서로를 잘 아는 사이가 되었고, 서로의 취향에 대해서도 공유하는 사이가 되었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였다가, 사람들을 만나는 게 좋은 커뮤니티가 되었다.
바쁜 나날을 보내다 오랜만에 모임에 나왔다. (구)아지트에서 프렌즈들이 어느때와 같이 커피를 내리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왜인지 정겨운 친정에 온 느낌이 들었다. 익숙하고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그 풍경이 반가웠다. 가벼운 농담이 오고가고 커피 이야기도 나누고, 이런저런 안부도 나누다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커프레는 '커피' 이전에 '사람과 사람'이 있음을 다시금 확인하게 되었다.
커프레에서는 커피 이야기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 간다. 단백질과 헬스 이야기에 흥분하는 프렌즈도 있고, 실없는 농담을 던지는 프렌즈들, 날씨가 좋으면 좋다고 사진을 찍어서 보내는 프렌즈들. 일상에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는 프렌즈, 궁금한 것들을 올리는 글도. 다양한 이야기가 채팅방에서 오르락 내리락하며 커프레의 하루를 채우고 있다.
커프레가 가지고 있는 가장 좋은 점은 이와 같은 점이라고 운영진으로서 당당히 말하고 싶다. 커피를 통해 연결된, 사람들과 사람들이 연결되어 있는 사람 냄새나는 커뮤니티.
그런 사람들은 어떤 생활을 하고 있고, 어떤 취미를 가지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가지며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들어보면 어떨까. 이번 '월간 커프레' 10월호를 통해 커프레의 모습을 엿보시길.
2.
카페인도 해장이 필요한가요?
찰리
커피를 취미로 즐기는 사람들이란 어떤 사람들일까요? 햇살이 비스듬히 비치는 카페에서 드립커피를 즐기며, 바에 비스듬히 기대어 장발의 바리스타와 커피를 토론하는 장면. 모두 아름답지만 화려한 빛 뒤에는 그림자가 자리 잡는 법이죠. 비어가는 지갑, 역류성 식도염 등 수많은 잿빛 그림자가 있지만 그중에 카페인 두통을 주제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커피를 사랑한 만큼, 커피로 괴로워하는 날들을 견디고 있잖아요!
한때 낮에는 스타벅스 리저브에서, 밤에는 개인 카페 로스터리에서 로스팅을 배우면서 보조로 일했습니다. 당시에 카페인을 무지막지하게 섭취했던 것 같아요. 스타벅스에서는 바쁜 러쉬 타임을 버티기 위해, 아침 6시 30분 출근을 버티기 위해 카페인을 먹었고 개인 로스터리에서는 샘플을 체크하기 위해 끊임없이 마셨습니다. 특히 저희 로스터리는 대회 준비생들이 많아 외부 사람들이 북적였습니다. 매일 10종류의 다른 커피를 마셨던 것 같습니다. (뭔가 커피도 섞어 먹으면 더 해롱해롱하는 듯한 느낌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비틀비틀 집으로 돌아가는 저는 숙취와 비슷한 경험에 정신을 차리질 못했습니다. 머리는 빙빙, 심장은 두근두근 핸드폰만 봐도 멀미가 나서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죠. 마치 육지 멀미 같았습니다. 그렇게 카페인과 1년을 동고동락하며 카페인 해장을 위해 터득한 스킬들이 있습니다. 첫 번째, 뜨거운 물로 샤워, 목욕입니다. 어떻게 보면 가장 효과가 좋은 방법입니다. 카페인을 먹지 않아서 두통이 심하거나, 과다하게 먹었을 때 샤워를 조금 오래 하면 머리가 많이 개운해지더라고요! 각성 상태를 이완시키는 것 같아 샤워하면서 멍~때리는 게 저의 습관이 되었습니다.
두 번째, 따뜻한 차 마시기입니다. 효과는 좋지만, 그다지 끌리지 않는 방법입니다. 수분을 더 많이 섭취해야 하지만 솔직히 커피가 목 아래까지 차 있어서 또 무언가를 마시고 싶진 않습니다. 그럼에도 카페인이 없는 허브티, 과일티를 뜨겁게 마시면 두통과 어지러움이 나아지는 것 같습니다. 수분 섭취는 덤! 세 번째, 따뜻한 편의점 햄버거와 라면 먹기입니다. 민간요법이지만 가장 좋아하는 방법입니다. 아침에 나가서 밤늦게 퇴근하는 날, 유일한 도파민인 햄버거와 라면. 왜인지 모르겠지만 커피를 많이 먹으면 따뜻한 거 + 밀가루가 엄~청 당깁니다. 그때 뜨끈한 라면 혹은 편의점 햄버거를 따끈따끈하게 데우면 극락을 맛보는 것 같습니다. 사실 효과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일단 속이 조금 편해지는 느낌이에요. 위에도 안 좋고 건강에도 안 좋지만 행복합니다.
이제는 그렇게 하다가 단명할 것 같아 무조건~~ 애착 인형처럼 스피팅 컵을 한손에 꼭 쥐고 있답니다. 학교를 아직 다니고 있어 대회 준비할 때만큼은 먹진 그때의 생각들이 새록새록 떠올랐어요. 댓글로 여러분들의 카페인 해장 방법을 알려주세요! 더 좋은 방법 아는 고인물(?)분들이 많을 것 같아서요!
3.
어쩌다, 사진
혜니
안녕하세요! 여러분. 한 달 만에 인사드리는 에디터 혜니입니다.
깊은 물빛처럼 하늘과 그림자 한 점 없이 내리쬐는 햇볕, 맨살을 드러내기엔 쌀쌀한 바람결이 불어오는 완연한 가을이 찾아왔습니다. 어느 카페의 테라스에 앉아 따듯한 필터 커피 한잔하기 좋은 계절 아닌가요?
커피 향과 함께 올라오는 얇게 하늘거리는 수증기, 카페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은 유리잔에 부딪혀 아른하게 퍼지고 바깥의 나뭇잎이 그려낸 그림자는 바람에 살랑이는 장면. 저는 커피를 마시며 마주하는 이러한 순간을 사진으로 남겨둡니다. 커피를 마시는 순간을 즐기는 소소한 습관이자 취미랄까요. 오늘은 저의 사진 이야기와 커피를 찍는 이유에 관해서 이야기해 볼게요.
처음 사진을 찍기 시작한 건 초등학교 3~4학년 때쯤, 꼬꼬마 시절 작은 손에 쥐어 줬던 아빠가 20대 때 쓰셨던 까맣고 오래된 필름 카메라였어요. 뷰파인더에 눈을 대고, 렌즈를 이리저리 돌려 초점을 맞추고 찰칵. 찡그린 한쪽 눈에 비친 뷰파인더로 보는 새로운 세상과 셔터를 누른 순간 '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손끝으로 전해지는 미세한 진동. 아주 오래전이지만 첫 셔터를 누를 때의 그 감각을 생생히 기억합니다. 그 후로 사진은 저에게 하나의 놀이나 재밋거리가 되었어요.
어릴 때부터 사진에 재미를 붙였으니, 사진은 그냥 일상을 기록하는 습관이었어요. 그러다 제 인생에 커피가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커피 일상을 사진으로 남기게 된 것이죠. 무의식적으로 카메라 렌즈를 들이댔으니까요.
아직도 사진을 제대로 배우고 있지는 않지만, 이제는 기록 습관을 넘어 더 잘 찍고 싶다는 욕심으로 취미가 되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잘 찍고 싶단 욕심은 일상을 더 소중히 간직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 같아요. 사진은 아끼는 마음으로 보는 것에 머무는 시선을 기록하는 기록물이거든요. 제 사진첩에 커피 사진이 대부분인 이유도 커피를 아끼고 좋아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겠지요.
여러분은 애정 어린 마음을 어떻게 간직하고 계신가요? 저처럼 아끼고 좋아하는 것들을 사진으로 간직해 보세요. 흘러가는 것들을 붙잡고, 간직해 두었다가 내 마음이 공허해질 때 하나씩 꺼내어 보세요. 비어 있는 마음 구석을 채울 수 있을 거랍니다.
4.
혜니님의 어쩌다, 사진을 이어받아 저도 제 필름 카메라 속 애정 어린 마음들을 꺼내 봅니다. 첫 필름 카메라, 올해 첫 여행지인 후쿠오카에서의 기록입니다. 애정 어린 마음들은 결국 렌즈에 담겼고, 돌이켜 보니 또 커피와 카페가 여행의 전부더군요. 게다가 망설일 일 없는 순간에만 셔터를 누르고, 그마저도 어떻게 현상될지 몰라 초조하기도 설레기도 한 기분을 느낀다는 건 참 기분 좋은 낯섦입니다.
언제까지고 이 기분 좋은 낯섦이 취미라는 핑계로 오래 남길 바래보아요 :)
5.
커피와 웨이트 트레이닝
병규
📢 커피와 취미: 커피 한 잔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활력, 웨이트 트레이닝의 매력
✨️커피를 사랑하는 프렌즈 여러분들! 오늘은 조금 색다르게 커피와 '웨이트 트레이닝'을 함께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아마 여러분 중에는 운동보다는 커피 한 잔을 즐기는 시간이 더 익숙한 분들이 많을 텐데요. 저도 저번 8년간 그랬어요! 그런데 커피와 운동을 함께하면 더 큰 즐거움과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것, 알고 계셨나요? 오늘은 제 몸과 마음을 윤택하게 만들어준 커피와 운동의 상관관계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해요!
💪 커피와 함께하는 운동, 어렵지 않아요!
☕️커피는 우리가 매일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활력을 주지만, 운동과 함께라면 그 효과가 배가됩니다. 사실 웨이트 트레이닝이란 게 조금 어렵고 힘들어 보일 수 있지만, 커피 한 잔과 함께라면 새로운 에너지로 도전할 수 있어요!
1. 더 강하게 느껴지는 각성 효과: 아침에 커피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하듯, 운동 전 커피 한 잔은 몸을 깨워줍니다. 커피에 들어있는 카페인은 기본적으로 신진대사 활성화를 촉진합니다. 그래서 커피를 마시면 몸이 좀 더 가볍게 느껴지고, 근육도 더 힘차게 움직일 수 있어요. 이건 마치 처음 커피를 마시고 에너지가 확 올라오는 그 느낌과 비슷하죠!
2. 집중력도 한 단계 업! 커피를 마실 때 뇌가 깨어나면서 집중력이 향상되는 걸 경험해보셨을 거예요. 웨이트 트레이닝에서도 그 집중력이 중요한데, 커피는 자연스럽게 몸과 마음을 운동에 몰입하게 도와줘요. 덕분에 짧은 시간에도 운동의 효과를 더 제대로 느낄 수 있답니다.
☕ 커피가 열어주는 새로운 경험
🏋♂️커피와 함께하는 웨이트 트레이닝은 단순히 운동을 넘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줍니다. 커피로 마음의 여유를 챙기고, 헬스로 몸 건강도 챙기는 나만의 일석이조의 루틴을 만들어보세요. 이렇게 두 가지 취미를 함께 즐기다 보면 몸과 마음이 동시에 활기를 찾는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거예요.
✍️ 마무리하며…
📅여러분의 하루에 활력을 더해주는 커피, 이제 웨이트 트레이닝과 함께 새로운 즐거움을 만들어보세요! 커피 한 잔으로 시작하는 활기찬 운동은 생각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그 자체가 여러분의 취미가 될 수 있어요. 운동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커피 한 잔과 함께 몸을 움직여보는 경험, 이건 정말 특별한 경험이 될 거예요 😊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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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커피와 수영으로 만들어가는 일상의 균형감
레이첼
[힘을 덜 수록 나아가는 하루]
예기치 못한 일이 생기거나 우울감이 찾아오면, 몸이 돌처럼 무거워져 침대에서 벗어나기조차 힘들었습니다. 손끝까지 퍼지는 무기력함에 좋아하는 일조차 하기 싫어져, 그저 침대에 누워 감정이 가라앉기를 기다리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패턴이 반복될수록 무기력이 배가 되었고, 악순환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그 길로 수영장에 등록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다니는 수영장은 주 5일 강습반만 운영하는데요. 주 5일 수영이 버겁게 느껴져 등록을 망설였지만, 두 달이 지나자 잘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정 스케줄이 생기자 일상에 안정감이 찾아왔고, 사람들과 나누는 짧은 인사와 안부가 마음 건강에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아침 수영을 마치고, 집에서 커피 한 잔을 내리는 일이 습관이 되었습니다. 수영과 커피 추출에서 의외의 공통점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잘하고 싶은 마음과 달리, 힘을 빼고 생각을 덜어낼수록 커피 추출과 수영이 훨씬 잘 되는 아이러니를 경험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더 잘하기 위해 더 많이, 더 빠르게 해내려고 합니다. 직장에서의 성과, 인간관계, 자기 계발 등.. 끝없이 어딘가로 내달리는 기차처럼요. 하지만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의지에 잔뜩 힘을 주면, 오히려 힘껏 버둥거리며 한없이 가라앉는 자신을 바라볼 때가 많습니다.
[루틴이 만들어 준 일상의 균형감]
커다란 나무의 가지를 잘라내어 보면, 그 모습이 나무 전체와 닮아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나뭇잎의 모양 역시 작은 패턴들이 반복되어 만들어지죠. 부분과 전체가 닮아있는 모습을 프렉탈 구조라 말합니다. 끝없는 순환과 자기 반복을 의미하는 프렉탈 구조처럼, 최소한의 루틴으로 만들어가는 반복되는 하루하루가 결국 나를 채우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걸 다시금 깨닫습니다.
2024년도 벌써 마지막 분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올해는 여러분에게 어떤 모습으로 남아있나요. 저는 남은 시간 동안 무언가를 더하기보다는, 최소한의 일상 루틴을 굳히는 일에 집중하려 합니다. 그리고 자그마한 변화를 자각하며 마음의 균형점을 찾고 싶습니다. 핸드드립을 할 때 조급함에 몸에 잔뜩 힘을 주며 푸어링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수영 상급반에 가고 싶어서 힘으로만 물살을 가르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는 것이죠.
자연스럽게 커피와 수영을 통해 어디서 힘을 주고 빼야 할지 균형감을 익히고 있습니다. 힘을 뺄수록, 하루가 더 부드럽게, 그리고 더 멀리 흘러간다는 걸 새삼 깨닫고 있습니다. 물의 저항을 느끼며 힘을 빼는 것이 더 멀리 나아가는 방법이었듯, 커피 한 잔을 부드럽게 추출하듯, 삶에도 여유를 남겨두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음의 여유를 두려면 일상의 균형을 찾아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지요. 여러분도 그런 마법 같은 하루를 자주 경험하시길 바라겠습니다.
8.
커피 한 권
: 커피를 읽어내듯 일상을 해아리는 것
소연
기후 변화로 조금은 혼란한 계절을 지내고 있지만, 이제는 가을에 접어들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을은 독서하기 좋은 계절이지요. 취미가 독서인 분들이 계실 텐데, 저에게도 책을 꾸준히 읽는 지인들이 몇몇 있습니다. 공부나 탐구를 위해서, 환기나 성장을 위해서 등 같은 취미를 가졌다고 해도 저마다 다른 이유로 책을 읽을 것 같습니다. 이유는 다를지라도 책 한 권은 개인의 일상과 일, 생각에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저에게는 커피 한 잔을 읽어내는 일이 그런 좋은 인사이트를 주는 취미인 듯합니다.
커피를 좋아하고 직접 내려 마신 지도 오래되었지만, 아주 느슨한 속도로 커피를 알아 오고 있는 저로서는 어떤 전문적인 지식이나 경험을 바탕으로 인사이트를 얻는 것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커피의 맛과 향을 '관찰하고 감각하는 과정’에서 영향을 받는데요. 관찰과 감각은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것들을 바라보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일상에서도 익숙한 것을 조금 멀리 떨어져서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다고 여기며 살아가고 있고, 커피 한 잔을 헤아리는 과정도 이와 닮아 있기에 그 접점들을 통해 배움을 얻는 것 같습니다.
관찰하고 감각한다는 것은 ‘객관성’이라는 단어로도 설명이 되는 것 같습니다. 올해는 커프레와 만나며 늘 궁금했던 센서리와 커핑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커피를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커피도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마시거나,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서 다 식어버리거나 얼음이 녹아버린 커피를 마시게 될 때가 있는데요. 그러다 보면 그날 내가 어떤 커피를 마셨는지 그 커피는 어땠는지 스쳐 가듯 금방 잊혀지는 것처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집중해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반복되는 하루를 살아가고 일을 하며 비슷한 사람을 만나는 순간들도 익숙함 속에서 스치듯 흘러가 버릴 때가 많은 듯합니다. 커피를 마시며 감각에 집중하고자 할 때마다 일상을 바라보는 방식에서도 이런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오늘의 커피가 내게 주는 단맛과 산미는 어떠한지, 그 맛과 향은 오늘의 나에게 좋게 느껴지는지 싫게 느껴지는지. 지금 내가 원하는 것은 차가운 커피인지 따뜻한 커피인지. 매일 마주하는 일상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질문을 해봅니다. 하루는 매번 0에서 새로 시작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일직선의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을 테니까요. 익숙한 것을 관찰하는 이유는 결국 이런 변화를 알아차리기 위한 것 같기도 합니다.
비슷한 운동을 하더라도 더 힘든 날과 가뿐한 날이 있고, 힘겨운 일이 생기더라도 어떤 날은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어떤 날은 큰 영향을 받기도 합니다. 감정이 큰 보폭으로 움직이는 날, 쉽게 지치는 날, 혹은 괜스레 기분이 좋은 날 등 잠시 물러서서 내 상태의 차이나 변화를 바라봅니다. 그러다 보면 그날의 날씨나 수면 시간, 지난 날의 업무량이나 누군가와의 대화 등 그 이유에 대해서도 알게 될 때가 있는데요. 그렇게 나의 일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가지다 보면 비슷한 상태를 발견했을 때 그 이유를 금방 찾아내고 다음의 일상을 조율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는 것 같습니다.
‘취미’는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해서 하는 일이라는 뜻도 있지만, 아름다운 것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힘이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습니다. 제게 커피라는 취미는 아름다운 것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일상 또한 아름다운 것을 바라보듯, 애정 어린 시선을 가지고 이해해 나가고 싶습니다. 매번 모든 것들을 섬세하게 캐치하는 것은 피곤한 일이기도 하지만, 관찰하고 감각하는 일에도 스스로 온오프를 할 수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요? 커피를 관찰하는 것도 익숙해진다면 조금은 덜 집중하는 순간에도 훈련된 감각으로 차이를 알아차릴 수 있는 때가 오듯, 꾸준히 일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언젠간 튼튼한 기반이 되어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을 읽으신 프렌즈분들은 오늘 어떤 커피로 하루를 시작하셨나요? 커피 한 잔을 읽고 헤아리듯, 오늘의 나, 그리고 주어진 하루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관찰하고 감각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에디터 소개
*월간 커프레는 매월 15일에 발행됩니다.
*위 주제에 관심이 있는 '객원 에디터'를 언제나 기다립니다.
해당 주제에 맞는 에세이, 정보, 사진 등 자유롭게 참여하고 싶으신 분이 계시면 로댕에게 연락주세요.
*월간 커프레는 3개월간 테스트 버전으로 운영됩니다. 저희 에디터팀은 피드백과 아이디어를 언제나 기다리고 있습니다.
*에디터에 대한 응원의 말, 궁금한 내용 모두 자유롭게 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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