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과 백"
11월호의 주제는 '흑과 백'입니다. 7명의 에디터들이 해당 주제로 이야기를 담아주셨습니다. 최근 인기가 많은 흑백 요리사에서 영감을 얻어, 우리의 일상과 커프레의 활동들, 그리고 커피 속에서 우리는 어떤 흑백을 가지고 있을까요. 흑과 백의 시선을 던지는 에디터의 이야기가 아래에 담기게 되었습니다. 커프레 매거진 속에 차곡차곡 쌓이는 이야기들을 즐겁게 읽어주세요 :)
목차
- 1. 어두워도 괜찮아요, 커프레에서는. -류장현
- 2. 커피 맛 vs 카페 분위기 -병규
- 3. 확고한 취향의 이면 -혜니
- 4. 롱블랙과 플랫화이트 -녕
- 5. 유명한 산지 vs 유명하지 않은 산지 -찰리
- 6. 바리스타의 흑과백, 그 이면들 -릴리
- 7. 흑과백 : 사실은 유채색의 마음들 -소연
1.
어두워도 괜찮아요, 커프레에서는.
류장현
벌써 문을 연 지 1년 반이 더 된 커피 프렌즈 레이블(이하 커프레). 이제는 소수 정예라고 하기엔 어려울 만큼 꽤 많은 프렌즈가 있습니다. 100여 명의 프렌즈는 커피를 매개로 관계 지향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데요. '느슨한 관계'라는 슬로건 아래에서 자라는 많은 관계들. 저는 오늘, 우리의 관계와 그 안에서의 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하나의 연결고리로 모인 사람들은 서로 비슷한 느낌이리라 예상하기 쉬운데요. 개인적으로 커프레의 프렌즈들은 그렇지 않다고 느낍니다. 넘치는 에너지를 힘껏 발산하는 외향적인 프렌즈가 많은 한편, 있는 듯 없는 듯하다가도 때가 되면 조용히 자신을 드러내는 내향적인 프렌즈도 많습니다. 또 커피 업계에 몸을 담고 있는 프렌즈가 절반, 커피와는 전혀 관련 없는 일에 종사하는 프렌즈가 나머지 절반일 정도로 프렌즈들의 직업군도 다양합니다. 남녀노소 저마다의 목적을 갖고 카페에 있는 것처럼 프렌즈들도 커프레에 있는 듯합니다.
흑과 백. 여러분은 이 두 단어를 볼 때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저는 옳고 그름이나 좋고 나쁨처럼 상반되는 것들이 떠올랐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흑이 그릇되고 나쁨의 의미로, 백은 반대의 뜻으로 느꼈는데요. 그러나 생각을 거듭하다 보니 그저 어두운 것은 어두운 대로 밝은 건 밝은 대로,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서 좋고 나쁨을 따지기보다는 두 색이 어떤 조화를 이루는지에 신경 쓰는 것이 더 중요한 게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런 이유에서 저는 커프레의 프렌즈들도 흑과 백으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밝게 빛나는 프렌즈와 반대로 조금은 어두운 프렌즈. 자신이 어디에 속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그러나 어디에 속하든 걱정하지 마세요. 주제와 상황에 따라 모든 프렌즈는 결국 흑과 백을 오가거든요. 커피에 대한 전문성이 필요할 땐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프렌즈들이 깊은 지식을 나누며 빛나죠. 하지만 커피에 대한 지식만이 커피와 커프레를 이루는 전부는 아니기에 때로는 다른 직종의 프렌즈가 자신만의 능력으로 우리의 마음을 서로 이어주며 빛나기도 합니다. 사진을 잘 찍는 프렌즈가 카페 투어를 하며 멋들어진 사진과 이런 사진을 찍는 방법을 프렌즈들에게 공유하는 것처럼요. 매일 달라지는 우리의 대화 주제 속에서 모두 함께 같은 순간에 빛나긴 어렵지만 저마다의 순간에 커프레를 빛내고 있다고 믿습니다. 적어도 제가 아는 커프레의 모든 관계는 이런 작용 속에서 조용히, 그리고 꾸준히 자라나고 있습니다.
제 경우엔 그렇게 외향적이지도 내향적이지도 않고 카페에서 일하는 바리스타이지만 그다지 전문적이지도 않은, 여러 부분에서 상당히 애매한 위치에 서 있습니다. 위치만큼 밝기도 애매하다면 차라리 다행이었을 텐데요. 하지만 커프레 초창기의 저는 모호한 제 위치를 부끄러워하는 마음에 잠겨 흑백을 오가는 다른 프렌즈들과는 달리 낙심한 채로 어두운 곳에만 머물렀습니다. 오프라인 모임 참여를 하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죠. 그러나 빛만으로는 꽃을 피울 수가 없듯이 저의 위치를 인정하고 제 밝기를 받아들이고 나니 금세 어두운 길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언젠가는 저도 빛날 날을 기대하면서요. 행여 지금 순간에 예전의 저와 같은 마음의 프렌즈가 이 글을 읽고 난 뒤에 저처럼 변화되신다면 제 마음이 조금 밝아질 것 같습니다.
연필만으로 그린 그림이더라도 명암을 잘 다루면 입체감과 생동감이 살아 숨 쉬듯이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믿습니다. 커피라는 하나의 매개로 모인 우리의 모습도 명암을 잘 다룬다면 쉽사리 무미건조한 풍경화로 남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커프레가 항상 밝고 화려하기만 한 곳은 아니라고 느낍니다. 때로는 어둡고 조용한 순간도 있지만 그조차도 우리가 함께하여 결국 빛을 발한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저에게 커프레는 누군가가 밝다고 구태여 꺼트리려고 하지 않고, 어둡다고 양껏 멀리하지도 않는, 밝든 어둡든 느슨한 구분 아래에서 모두가 함께하는 끈끈한 커뮤니티로 느껴집니다. 여러분도 그러신가요?
2.
커피 맛 vs 카페 분위기
병규
카페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요? 커피의 맛일까요, 아니면 분위기와 인테리어일까요? 물론, 커피 맛과 분위기 모두 완벽한 카페를 찾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키는 곳은 드물죠. 때로는 함께 가는 사람의 취향이나 카페의 영업 시간과 같은 외부 요인들이 선택에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게다가, 카페를 방문하는 목적에 따라 무엇을 중시하느냐는 매우 달라질 수 있죠.
이러한 질문은 단순히 개인적인 고민에 그치지 않고, 카페 문화를 사랑하는 우리 프렌즈들 사이에서도 자주 논의되고 있는 것 같아요. 전 여기에는 정답을 두지 않고, 이러한 논의는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를 통해 커피의 맛이나 카페의 분위기에 대한 기준이 발전하고, 그 결과 더 높은 수준의 카페 문화가 만들어지기 때문이죠.
☕ 변화하는 기준, 달라진 카페의 모습 커피 맛과 분위기에 대한 기준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해왔다고 느껴요. 예전에는 ‘커피 맛이 없는 카페’라고 불리는 곳의 기준이 지금과는 달랐습니다. 저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한때 ‘커피 맛이 끔직하다’고 평가받는 곳들은 커피에서 탄내가 나고, 이상한 맛이 나고, 쓰고 떫고… 정말 입에 갖다 대기도 힘들 정도로 맛이 형편없었죠.
그러나 최근에는 ‘맛이 없는 카페’라고 해도 그 의미가 조금 달라졌습니다. 요즘 ‘커피 맛이 없다’는 곳은 부정적인 맛이 심하게 느껴지기보다는, 커피가 그저 밍밍하고 특별한 매력이 없다는 정도로 바뀐 것 같습니다. 물론, 맛있는 커피라고 할 수는 없지만요.
이처럼 커피의 맛과 카페의 분위기에 대한 기준은 높아졌고, 그만큼 소비자들의 기대치도 함께 상승했습니다. 최근 국내 커피 시장이 무시무시하게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더더욱 드는데요. 커피 애호가들은 더 섬세한한 맛을 추구하고, 분위기를 중시하는 사람들은 카페의 인테리어와 조명, 소리 등 모든 요소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되었죠. 이러한 변화는 카페가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 아니라, 경험을 제공하는 곳으로 발전했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카페 사장님들은 더 나은 커피 품질과 세심한 분위기 연출을 통해 고객의 발길을 붙잡으려 노력하고 계세요. 그 결과로, 커피 맛과 분위기 모두를 중시하는 사람들은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완벽한 카페’에 대한 기준도 점차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 프렌즈 여러분들의 의견은?
저는 이 주제에 대해선 정답을 두지 않고, 논의가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만의 ‘맛있는 커피’에 대한 기준과, ‘이 정도면 허용 가능한 분위기’에 대한 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기준들을 서로 공유하고 논의할수록, 커피 맛과 분위기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방향성이 생길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이는 커피 애호가와 분위기를 중시하는 사람들 모두를 위한 더 나은 카페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겠죠.
프렌즈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카페에서 커피의 맛이 더 중요한가요, 아니면 분위기가 더 중요한가요? 가장 좋았던 카페와 커피, 어떤 것들이 있었나요? 가장 안 좋았던 것들은요? 많이 공유해주세요!
3.
확고한 취향의 이면
혜니
바스락 거리는 낙엽이 발끝에 채이고, 깊게 들어오는 햇빛이 따사롭고, 길 거리에 겨울 간식이 익어가는 단내가 폴폴 풍기기 시작하는 가을의 끝과 겨울의 시작. 그 어딘가 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커피를 좋아 하시나요?
보통 커피 취향을 말할 때에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 지는데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산 국가나 특정 지역과 농장 보다는 가공 방식을 먼저 말하곤 합니다. 특히 워시드냐 네추럴이냐 차이로 커피 취향이 많이 갈리죠. 같은 지역에서 나고 자란 커피라도 이 가공 방식 하나로 커피 향미에는 큰 차이가 두드러져요.
저는 워시드 커피를 좋아합니다. 메뉴판에 적힌 원두 정보에서 워시드가 적혀 있는 지 가장 먼저 확인 볼 정도로요. 상큼한 산미와 허브나 꽃 같은 향들이 둥둥 떠다니는, 그리고 두께가 얇은 단맛이 하늘하늘하게 마무리되는 그런 커피를 좋아합니다.
이렇듯 커피 취향이 나름 명확한 편인데요. 확고한 취향이란, 나 자신을 잘 알게 해주는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취향이 단단하게 다져지기 까지 나를 면밀히 살펴보고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가고 깨닫는 과정을 지나오니까요. 하지만 한가지 기호만 고집하다 새로운 경험의 기회를 놓쳐 버리거나, 다양한 커피를 즐기는 재미를 지나쳐 버릴 수도 있어요. 그리고 좁고 깊은 세계에 갇혀버려 다른 사람의 취향에 공감하지 못 하게 될 수도 있죠.
이런 부분에서 커프레의 활동이 한 취향에 머무르지 않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커핑이나 카페투어를 통해 서로의 기호성을 나누며 상대방의 입맛도 이해해보고 공감하면서 또 다른 나의 취향을 발견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워시드 커피만 마시던 제가 프렌즈들과 여러 색깔의 커피들을 나눠 마시면서 네추럴 커피도 이따금 마시게 되었으니까요.
여러분은 커프레에서 취향이 단단해 졌나요? 유연해 졌나요?
혹시 아직 나의 커피 취향을 찾지 못 하셨다면, 곧 열릴 커프레의 취향 품평회 COC에 참여 해보시는 것도 좋겠네요!
12월 첫째주 2024 Cup of Coffree가 열립니다. 프렌즈들이 올 한해 맛있게 마셨던 커피나 최애 로스터리의 원두를 출품하고 블라인드로 커핑 한 다음, 각자의 취향을 반영한 점수로 선호도를 메기는 데요. COC에서 1위를 차지한 로스터리의 원두는 2025 Coffree HBrC (Home Barista Brewers cup Championship)의 공식 원두로 지정되는 영광을 누리게 됩니다!
프렌즈들의 입맛을 엿보고 내 취향은 어떤 커피에 가깝고 어떤 커피와 거리가 있는 지 살펴보세요 :-) COC를 통해 서로의 취향을 알아보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내 시야 또한 넓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4.
롱블랙과 플랫화이트
녕
5.
유명한 산지 vs 유명하지 않은 산지
찰리
흑과 백이라는 주제가 선정되고 나서 산지에 대한 내용이 떠올랐습니다. 흑백 요리사에서 유명한 요리사와 유명하지 않은 요리사를 흑백으로 나눈 것처럼, 산지에서도 유명한 곳과 유명하지 않은 곳이 있으니까요. 그런 산지의 흑백을 이야기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개인적으로 유명하지 않은 산지의 커피를 경험하기를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국제 개발에 관심이 있는데요. 그런 면 때문에 아직 주목받지 못한 국가들의 커피도 궁금해하는 편입니다. 이를테면 우간다, 미얀마, 볼리비아, 페루, 멕시코, 르완다, 동티모르, 필리핀, 중국 커피 등. 비교적 유명하지 않은 산지의 커피를 많이 마셔봤습니다. 그 중에서 이번 글에서는 우간다와 미얀마의 커피를 소개해보려 합니다.
우선 우간다 커피를 소개해보려 합니다. 부산에 위치한 그레이스 우간다 수입사를 통해 우간다 커피를 공수했고, 그레이스 우간다는 우간다의 스페셜티 커피를 취급하며, 케냐와 우간다의 경계에 있는 엘곤산의 주쿠카보라 농장과 거래를 맺고 있습니다. 로부스타가 주로 생산되는 우간다에서 아라비카 스페셜티 커피를 전문으로 수입하는 회사입니다. 2024년 전까지 커피파인더, 제로쓰로, 로우키 커피와 콜라보를 진행했던 경험이 있는 수입사입니다!
간략하게 우간다 커피에 대해 소개해보자면(그레이스 우간다 대표내님과 인터뷰했던 내용입니다!) 스페셜티 품종은 SL28과 SL14 위주로 육종한다고 합니다. 케냐와 품종이 거의 같지만, 토양이 달라서 다른 떼루아가 느껴집니다. 케냐처럼 산미가 강하지는 않고, 단맛이 강하다고 합니다. 또한 케냐의 영향을 받아 동쪽은 워시드, 서쪽은 주로 내추럴 가공을 한다고 해요. 우간다 커피의 90%가 로부스타지만, 고품질의 아라비카 커피도 재배하고 있습니다.
제가 로스팅해서 마신 우간다 커피는 엘곤 내추럴이었습니다. 믹스베리잼, 포도, 삼나무, 초콜릿 같은 뉘앙스가 강했습니다. 특히 케냐와 비슷하게 보라 계열의 과일 향이 강하게 느껴졌고, 그 외에 삼나무 같은 신선한 나무향도 있었습니다. 이 나무 뉘앙스는 호불호가 많이 갈리더라고요. 무엇보다도 엄청 달콤했어요. 마치 설탕을 뿌린 듯한 미친듯한 달달함이 너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번에는 미얀마 커피입니다. 미얀마의 유안겐 협동조합에서 생산된 커피로, 워시드 가공을 거쳤습니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로스팅한 후 마신 이 커피는 저를 놀라게 하기 충분했습니다. 기존에 다른 국가의 커피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진짜 감초 같은 단맛과 부드러운 질감, 입안에서 오랫동안 머무는 진득한 애프터테이스트가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로부스타가 조금 섞인 듯한 질감과 단맛, 짙은 갈색의 허브 향이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이국적이면서도 우리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커피의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잘 섞여 있었어요.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무나 뿌리 같은 뉘앙스가 강해져서, 식은 뒤에는 조금 아쉬운 커피였습니다.
비록 에티오피아나 과테말라, 콜롬비아처럼 유명한 산지는 아니지만. 주목받지 않는 산지의 커피를 마셔보고 경험하는 것도 커피 경험의 폭을 넓힐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됩니다. 사실 유명한 산지의 커피는 커프레 여러분들이 더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해요. 그래서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다양한 나라의 커피를 이번 글에서 소개해드리고 싶었습니다!
6.
바리스타의 흑과백, 그 이면들
릴리
따스한 햇살이 잘 들어오고, 기분 좋은 커피 향과 즐거운 재즈 음악이 들려오는 여유로운 카페. “아, 나도 바리스타를 하면서 카페나 차려볼까? 여유롭게 괜찮을 것 같지 않아?”라는 말을 많은 사람은 한 번쯤 들어보거나 아니면 한 번쯤 생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카페라는 여유로운 공간을 운영하고, 고객에게 제공하는 나이스한 서비스, 맛있는 커피 추출 등 이 모든 것을 해내는 바리스타는 사실 상상 이상으로 감내해야 하는 고된 흑의 이면이 있다는 것을, 또 그 과정을 통해 즐겁고 행복한 백의 이면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그렇다. 오늘 이야기해 볼 주제는 바리스타의 현실적인 이면, 흑과 백이다.
먼저 바리스타 흑의 면을 살펴보자.
첫 번째는 체력과 건강 이슈다. 하루 종일 좁은 바에서 바삐 움직이며 커피를 만든다. 무거운 우유와 소모품이 입고되는 날은 필연적으로 근육을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러쉬의 연속으로 정말 바쁜 날은 퇴근 후 바로 기절하여 다음 날에 눈을 뜨기도 한다.
두 번째로는 감정적인 소모다. 바리스타는 맛있는 커피를 만들기 위한 기술뿐만 아니라, 고객이 맛있는 커피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친절한 서비스 능력도 필요하다 가끔 무리한 요구를 하며 감정을 담아 말하는 고객을 응대하는 일은 감정적 피로를 요구한다. 물론 고객과 소통하는 것은 참 즐겁지만, 때로는 퇴근 후 그 누구와도 말하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바리스타 백의 이면을 살펴보자.
첫 번째,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커피를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들은 정말 다양하기 때문에 그들과 대화를 통해 다양한 세상을 접할 수 있다. 내가 접해보지 못한 경험도 간접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다! 실제로 나는 바리스타 일을 하면서 다양한 직업을 가진 단골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선생님, 정치인, 과학자, 미술 심리 치료사 등) 덕분에 나는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을 대화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즐길 수 있었다.
두 번째,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다. 사람, 공간, 음악, 독서, 만남, 대화, 꽃, 강아지 등 수많은 문화는 커피와 카페를 통해서 빠질 수 없다. 바리스타가 만든 커피를 사람들에게 제공하며, 그들은 휴식과 여유를 얻고 자연스럽게 그 자체가 문화가 된다. 색다른 문화를 창조하고 분위기를 이끄는 것도 바리스타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실제로 요즘은 카페 자체적으로 하는 행사(예: 북토크, 필사 모임, 뜨개 모임)가 많이 생기는 중이다. 이뿐만 아니라 외부적인 행사(야외 마켓 행사, 카페쇼)도 있어 바리스타는 커피를 만들 뿐만 아니라 당야한 문화를 만들어 간다.
사실 백의 이면은 스스로가 이 직업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즐겨야 가능하다는 전제 조건이 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기계적이고 교육받은 형식적인 서비스가 아니라, 진심으로 우러나온 마음으로 대화해야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다. 다양한 문화를 만드는 것 또한 문화를 만들기 위해 내가 직접 그 문화를 즐기고 경험할 줄 알아야 한다. 내가 문화를 경험하고 즐길 줄 알아야, 나 또한 그러한 문화를 만들고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쓰고 있는 바리스타의 현실적인 이면, 흑과 백이 누군가에게는 그 반대가 될 수 있다. 내가 제시한 흑이 누군가에게는 백이 될 수도 있고, 내가 제시한 백이 누군가에게는 흑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이든 흑과 백, 어둠과 빛이 있기 마련이며 그 무엇도 하나만 존재할 수 없기에, 그들은 공존하며 더욱더 빛나는 것이다.
바리스타는 하루 종일 서 있고 고된 감정 노동이 있을지라도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에게 온기를 전해주며 문화를 이끌고 사랑을 전달해주는, 흑과 백 모두가 담긴 매력적인 직업이라는 것을!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도, 커피를 마시는 커피 애호가도 모두가 알아주기를 바라며 우리 모두 행복한 커피를 즐기자!
7.
흑과백 : 사실은 유채색의 마음들
소연
최근에 화제가 되었던 넷플릭스의 흑백요리사 마지막회에서는 이 질문이 나옵니다. ‘당신에게 요리란?’. 저는 이 마지막 질문에 이어지는 참여자들의 말들이 마음에 많이 남았던 것 같습니다. 각자 다른 여정과 모습으로 요리를 해왔지만, 자신의 열정이 향하는 일에 대한 비슷한 마음이 느껴져서였을까요? 무언가를 좋아하는 길고 깊은 마음은 흑과 백으로 정의할 수 없는 듯합니다.
10월 한 달 동안 커프레는 피플라이크어스라는 카페를 운영했습니다. 평일에는 프렌즈 혜니님과 다랭님이 운영을, 주말에는 다양한 개성을 가진 프렌즈들이 팝업을 진행했는데요. 그 중 취미로 홈 카페를 해오며 이번엔 네 번째 팝업을 진행하신 기연님과, 직업인으로 오랫동안 커피를 해오며 10월의 평일 운영을 맡아주신 다랭님의 이야기를 담아보았습니다. 조금 다른 모습으로 커피와 음료에 애정을 쏟아온 두 명의 프렌즈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에디터 소개
*월간 커프레는 매월 15일에 발행됩니다.
*위 주제에 관심이 있는 '객원 에디터'를 언제나 기다립니다.
해당 주제에 맞는 에세이, 정보, 사진 등 자유롭게 참여하고 싶으신 분이 계시면 로댕에게 연락주세요.
*월간 커프레는 3개월간 테스트 버전으로 운영됩니다. 저희 에디터팀은 피드백과 아이디어를 언제나 기다리고 있습니다.
*에디터에 대한 응원의 말, 궁금한 내용 모두 자유롭게 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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