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의 역할로, 지난 시간에는 성장에 이르기까지 예상되는 위험요소가 무엇인지를 살펴보았다. 벤처(Venture)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에는 위험을 감수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1938년 월스트리트 저널에서는 벤처캐피털을 '수익에 대한 보상이 확실하지 않는 투자'로 정의한 바 있다. 이처럼 투자자들이 예상되는 위험을 알고도 투자하는 이유는 그 위험 요소 뒤에 감추어진 예측 불가능한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리스크로 감추어진 채 드러나지 않은 성장 가능성에 대한 해석은 개별적인 판단 영역으로, 투자자의 능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번 시간은 스타트업 성장을 투자자로써 어떻게 해석하고 다루어야 하는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1. 방향성 있는 성장인가? Growth direction
스타트업 성장은 일반 기업 성장과 구분하지 않게 되면 자칫 오해가 생기게 된다. 스타트업은 잘 알려지지 않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과정을 통해서 빠른 성장에 도달하는 방법을 찾아간다. 성장에 이르는 통로를 발견하기까지는 성장은 커녕 오히려 정체된 것처럼 보인다. 이 기간 동안 스타트업은 자신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반면, 일반 기업은 알려진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확대처럼 익숙한 성장 방식으로 점진적 혁신과 안정적 성장 형태를 보인다. 두 유형의 기업 모두 성장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그 과정과 방향성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고객 가치 창출의 방향성
스타트업의 성장 과정에서는 속도보다 방향성을 이해가 우선이다. 불확실성이 만연한 환경에서 단순히 빠른 상승세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방향을 찾은 후 성장의 가속도를 높여가는 순서가 중요하다. 특히 선례가 없어 참고할 만한 성공 사례가 부재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상황에서는 방향성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 중심적 접근보다는 고객 가치창출(Value Creation)에 초점을 맞춘 방향성이 더 효과적이다. 이러한 접근법이 중요한 이유는 명확하다. 스타트업의 성장 여정은 잘 정비된 고속도로가 아닌, 불확실성이 높은 오프로드 비포장도로와 같다. 아직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길이기에 방향을 잃기 쉬운데, 이때 고객 가치가 나침반 역할을 한다. 미처 발견되지 않은 문제점이나 새로운 시각의 문제 정의 등이 이에 해당한다. 시장 지배적 논리를 따르기보다는 고객 중심적 사고를 통해 선제적으로 상황을 파악해야만 해당 기업만의 독특하고 빠른 성장 경로를 발견할 수 있다. 이미 경쟁사가 만들어 놓은 성장루트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는 결코 빠른 성장을 이룰 수 없기에 가치창출에 방향성을 두어야만 한다.
고객 가치 창출의 방향성 설정은 스타트업이 혁신적인 솔루션을 개발하고 시장에서 차별화된 위치를 선점하는 데 도움을 준다. 기존의 시장 논리에 얽매이지 않고 고객의 잠재적 니즈를 깊이 이해함으로써, 스타트업은 경쟁사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기회를 포착하고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우버 UBER는 고객이 방향성이 되어서 전혀 다른 빠른 성장를 보여준 표준적인 사례다.
우버는 자동차 산업의 수십년간 유지된 지배적 논리를 벗어나 고객 가치 중심의 혁신으로 성공했다. 자동차 소유 개념에서 탈피해 차량 활용의 불편함을 해결하는 접근법을 제시해서. 고객의 잠재 니즈를 발굴해 차량 공유라는 새로운 해법으로 이동의 개념을 재정의했다.
이러한 혁신적인 방향으로 우버는 기존 자동차 시장을 뛰어넘는 새 시장을 창출했다. 그 결과 전통적 완성차 업체들의 수십 년 성장을 넘어, 9년 만에 50년 된 현대기아차의 기업 가치를 추월했다. 스타트업이 기존 시장 논리에서 벗어나 고객 가치창출로 방향성을 정할 때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큰 성장과 가치 창출이 가능한지 보여준다
출처 : https://companiesmarketcap.com/automakers/largest-automakers-by-market-cap/#google_vignette
2. 확장성 있는 성장인가? Scalable Growth
스타트업 성장은 현재보다 미래 성장이 더 기대되는 확장성을 지녀야 한다. 방향성이 정해지게 되면 충분히 성장할 만큼 규모가 커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확장 가능한 성장인지 확인하려면 두 가지 핵심 요소를 점검해야 한다. 첫째, 네트워크 효과의 창출 여부다. 둘째, 반복 수익 비즈니스 모델의 선순환 구조 형성 여부다. 네트워크 효과만으로는 성장 크기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지속적인 매출 창출이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구축 여부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이 두 요소는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하여 스타트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한다.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 창출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는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의 사용자 수가 증가할수록 그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치가 높아지는 현상이다. 투자자가 네트워크 효과에 주목하는 이유는 선도 기업의 우위가 강화되고 후발 기업의 진입이 어려워지는 진입장벽 효과 때문이다.
성장에 이르는 방향성을 찾았다면 이어서 후발기업도 비슷한 방법으로 추격할 수 있는 상황에서 스타트업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어전략이 네트워크 효과다. 네트워크 효과는 형성되기까지 어려움이 있지만,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경우 더 빠른 성장, 더 낮은 고객 확보 비용, 더 높은 고객 충성도 확보로 경쟁사에 대한 더 강력한 방어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방어전략은 스타트업의 경쟁 우위를 창출해서 추가적인 성장동력이 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원하는 핵심적인 성장지표다.
네트워크 효과는 여러 가지 형태로 형성되기 때문에 특정 기준으로 형성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NFX는 네트워크 효과를 13가지로 상세히 설명하고 있을 정도로 복잡하다. 즉, 네트워크 효과는 성장 해석의 이해도구이지 진실여부를 판단하는 도구는 아니라고 본다. 스타트업 성장을 해석을 위한 기준점일 뿐으로, 현재 성장패턴이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네트워크 효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는 투자자의 경험적 판단에 의존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연결'을 네트워크 효과 형성여부 판단 기준으로 생각한다. 수직적 연결, 수평적 연결로 확장되는 과정이 있는지를 체크하는 것이다. 여기서 ‘연결’은 제품/ 콘텐츠/ 디바이스를 중심으로 하는 네트워크 보다 고객 중심적인 즉 경계가 없는 네트워크간의 새로운 방식 연결을 통한 확장이 더욱 강력하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네트워크 효과와 바이럴 효과의 구분이다. 네트워크 효과를 바이럴과 동일하게, 혹은 매우 밀접하게 바라보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잘못된 판단을 초래할 수 있다. 바이럴은 마케팅 관점에서 직접적인 고객이 다른 고객에게 ‘소문’을 내서 나타나는 사용자 수 증가 현상이다. 반면 네트워크 효과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많이 이용될수록, 사용자에게 더 가치 있어질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네트워크 효과로 바이럴이 생성될 수는 있어도 바이럴이 활발하다고 반드시 네트워크 효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반복 수익 비즈니스 모델(Recurring Revenue Business Model) 보유
네트워크 효과 확보 후, 스타트업 성장의 확장성을 판단하는 다음 단계는 반복 수익 비즈니스 모델의 형성 여부다. 반복 수익 비즈니스 모델은 고객에게 정기적으로 특정 금액을 청구하는 모델로, 실질적 성장 규모를 평가하는 핵심 지표다. 반복 수익 비즈니스 모델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며, 구독 기반, 부분 유료화, 사용량 기반, 사용자 기반, 계층형, 멤버십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모델은 스타트업의 지속 가능한 수익 창출 능력을 보여주며, 장기적 성장 잠재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반복 수익 비즈니스 모델이 성장에 중요한 이유는 본질적인 성장엔진에 대한 핵심 가설을 입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연한 시장제품 적합성(PMF) 성공이 아닌,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존재를 확인하는 기준이 된다. 반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되려면 모델 구축을 위해서는 두 가지 핵심 요소가 필요하다: Asset-Light 기반 운영전략과 디지털 기술적용이다. 링크드인 전 CEO 리드 호프만은 저서 <블리츠스케일링>에서 빠른 확장과 반복적 비즈니스 모델 형성을 위해 디지털 기술 채택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접근은 스타트업이 효율적으로 규모를 확장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우버(UBER)는 택시 기사와 승객을 연결해 주는 택시 예약 플랫폼으로 회사 명의의 택시나 운전기사를 소유하고 있지는 않고 있어서 Asset- light 기반 비즈니스 모델에 해당된다. 우버는 차량 운행으로 발생한 수익의 일정 비율을 취하는 수익모델 이외에 구독 모델를 통해서 고객이 정기적으로 비용을 지불하게 하여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것으로 반복 수익 비즈니스 모델에 해당된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플랫폼 비즈니스가 어떻게 효율적으로 확장성 있는 성장을 달성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시다.
반복매출의 중요성을 강조한 78법칙 출처: https://blog.hubspot.com/sales/rule-of-78-calculate-sales-quotas
리스크 뒤에 감추어진 성장을 파악하는 것이 투자자 역할 스타트업 투자는 높은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10배 이상 고성장을 통한 기대수익을 목표로 한다. 여기서 말하는 성장은 점진적으로 선형적인 성장이 아니라 ‘블리츠스케일링 (Blitzscaling)’용어로 표현될 정도로 비선형적 이다. 예측이 쉽지 않는 성장을 예견하는 것이 투자자 실력이다.
투자자가 지닌 심리적인 부담 중 하나는 FOMO(Fear of missing out)이다. 무한한 성장 잠재력을 가진 기업을 알아보지 못해 투자 기회를 놓치는 것은 투자자에게 평생 후회할 만한 일이 될 수 있다. 엔젤 투자자 페이지 크레그는 2008년 에어비엔비를 발견해 성장 가능성을 보고 초기 투자를 집행하려 하였으나, 투자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 이 사건에 대해서 페이지 크레그 자신도 후회스러웠는지 훗날 "에어비앤비, 나의 1조원짜리 교훈(Airb&b, My $1 Billion lesson) “이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블로그에 남기며, 유망한 기업을 놓친 것에 대한 소회를 전했다. 스타트업 투자에서 기회 포착의 중요성과 그 난이도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페이지 크레그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스타트업 투자자에게는 성장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통찰력을 더욱 체계적으로 갖추기 위해서는 성장의 두 가지 핵심 요소인 방향성과 확장성을 깊이 이해해야 한다.
첫째, 성장의 방향성은 스타트업의 제한된 자원과 시간을 고려할 때 특히 중요하다. 스타트업은 대기업과 달리 풍부한 자원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명확한 방향성 없이는 귀중한 자원을 낭비하고 중요한 시장 기회를 놓칠 위험이 크다. 따라서 스타트업의 성장 전략에는 명확하고 강력한 방향성이 되는 기준은 고개가치 창출이다. 이러한 방향성이 원칙으로 정리될 때 성장은 더욱 강력해 진다.
둘째, 확장성은 스타트업의 장기적 성공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네트워크 효과의 창출과 이를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로 전환하는 능력을 포함한다. 성공한 스타트업은 네트워크 효과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여, 초기의 성장 모멘텀을 장기적인 시장 지배력과 수익성으로 전환시킨다.
스타트업의 성장을 평가하는 방법은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외에도 다양하게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타인의 기준을 맹목적으로 따르기보다 자신만의 독창적인 시각으로 스타트업의 성장 가능성을 판단하는 능력이 뛰어난 투자자가 되는 조건이다. 페이지 크레그는 에어비앤비 투자 기회를 놓친 후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고, 여러 스타트업들을 만나며 지속적으로 학습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투자 안목을 키워 결국 탁월한 투자자로 성장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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