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에서 만나요"
그렇게 암울한 나날을 보내던 중에 지난 5월, 이프노이프 작가님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소쿠리 소식지 8호에 실렸던 'DAO, 현실과 악수할 수 있나요?' 기억하시나요? 그 날, 모두의 연구소 라운지에 들러 이프노이프 작가님에게 샌드위치를 건네주고 왔는데, 그게 너무 고마웠다고... 그래서 맛난 커피와 점심을 같이 먹자고 약속하고는 얼마 후 이프노이프 작가님을 대학로에서 다시 만났어요.
대학로 학림다방에서 비엔나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작가님의 북촌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전세집을 구하러 우연히 북촌에 갔다가 작은 오두막같은 한옥을 만나, 그 곳에 자리를 잡고, 3년의 시간을 다채롭게 누렸다는 작가님.
서울 도심 속 한옥 마을 '북촌'의 따뜻하고 깊게 남아있는 기억과 표현들은 인공지능(AI)과 미디어아트의 접목을 통해 10장의 드로잉으로 다시 태어났고, 드로잉 작품을 담은 이프노이프의 첫 아트북을 만들어 3년동안의 북촌시간을 기념하고 또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다고 했어요.
그래서, 만들었습니다. 3권의 아트북 샘플들을요.
표지와 내지, 제본 방식이 각각 다른 3가지 책 중에서 제일 비싼 비용이 들어간 (3안)을 대부분 모두 선호했고, 이 책은 이프노이프 작가님처럼 북촌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소중한 기억으로 간직될 수 있겠다 싶어 한정판 소량 제작으로 한 번 판매까지 해 보자는 용기있는 도전으로 이어졌습니다. (어려운 결심이었지만 '이 때가 아니면 언제 또 해 보겠어' 하는 마음으로 서로를 믿고 모험을 떠나 보기로 했어요.)
스무살 초반부터 독립 생활을 하던 이프노이프 작가님은 '플러스코프' 일 때문에 개도국과 선진국을 오가며 지구촌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정착하지 못하는 삶에 많이 지쳐 있었다고 해요.
떠돌아 다니지 않고, 어딘가 길게 정착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질 무렵, 많지 않은 전세금을 가지고 막연히 서울 중앙부에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소망으로 하나님께 기도를 하던 중, 우연히 발견하게 된 북촌한옥마을의 오두막.
리스크가 많았던 대신 정말 저렴하게 나와있던 집. 창문 밖으로 보이는 기와, 지붕 위로 올라가면 한 눈에 보이던 한옥마을 뷰에 매료되어 힘들 때 여기서 커피 한 잔 마시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바로 집을 본 당일날 계약을 해 버리고... 이사를 한 후부터 이 집에서는 어쩌면 그렇게 잠이 잘 오고, 코로나 때라 사람이 없었기에 동네를 구석구석 탐방하기 너무 좋았던 시절...
한국에서 산다는 것이 본인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했었는데 결국 정착을 하고 싶다는 결단을 하게 한 동네, 북촌...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고통과 아픔, 화재 같은 안 좋은 기억들도 많았지만 청와대 오픈, 100년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는 송현공원, NGO 본부가 특히 많아 회의를 하기 너무 편했던 그 집... 돈이 많지 않았던 때라 미팅 장소가 북촌으로 정해지면 얼마나 재정에 도움이 많이 되었는지...
회사 일로 힘들고 지칠 때, 한바탕 울고 싶어질 때마다 "울지 말고, 차라리 아트를 하자"면서 자주 본 북촌 장면을 중심으로 드로잉 작업을 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남겨진 작품들이 "이프노이프 인 북촌" 아트북에 수록된 그림들이라고.
사람의 마음과 일상 속 Serendipity (뜻밖의 발견) 테마가 어쩌면 하나님이 본인에게 던져준 선물 같다는 이프노이프 작가님의 북촌 스토리를 들으며, 첫 아트북 작업을 함께 하게 된 것도 일종의 '선물'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2024.07.15 월 맑음
"스완피디가 추천해요"
이프노이프 작가님과 함께 "이프노이프 인 북촌" 아트북 작업을 시작한 5월.
같은 달, 83번째 생신을 맞이하신 어머니의 자서전도 함께 만들기 시작했어요.
어머니에게 선물로 드린 이 책은 추가로 주문을 더 하셔서 직접 미싱제본을 하신 다음, 주변 지인 분들에게 선물로 나누어 주실 거라고 해요. (다행히 반응이 아주 좋아서 셀프 키트 형태로 주력 상품을 만들어 보면 좋겠다 싶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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