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 소년의 기억 속에는"
7살 때 강원도 화천 신읍리 시골 분교에 입학했다. 산골의 풀숲 길을 보자기 가방을 메고 1시간씩 걸었다. 어머니는 내게 쓰리세븐 가방을 사주셨는데 그보다 친구들처럼 보자기 속에 책을 싸서 어깨에 둘러 매는게 좋았다. 여름엔 산골 계곡에 발가벗고 뛰어들어 물장구를 쳤고 가재 먹개구리 메뚜기를 잡아 뜨겁게 달군 바윗돌 위에 구워 먹었다. 까까머리 친구들 집에 놀러 가면 허름한 창고 뒤에서 옥수수 감자 등을 꺼내 삶아 주곤 했다. 난 군용 건빵과 별 사탕을 주며 환심을 샀다.
학교를 오가는 길에 무수히 뱀을 봤다. 초록색 풀뱀, 집 앞을 슥 지나던 커다란 구렁이도 봤다. 더 무서웠던 건 높다란 나무 위 땅꾼 아저씨가 채집해 걸어 둔 포대기다. 나무 아래를 가로질러 갈 때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걸음아 나 살려라’ 달렸다.
마을에 연못 저수지가 있었는데 가뭄에 물을 다 방류해 밑바닥이 드러났다. 모두 그 흙 뻘에 들어가 퍼덕이는 민물고기를 잡았다. 온통 진흙 투성이였다.
크리스마스 때 신읍리 포병부대 교회에서 네모난 흰 떡을 먹던 기억도 난다. 전나무 가지에 아름드리 크리스마스 장신구를 달고 풍금 소리에 캐롤을 따라 불렀다.
짧은 산골 생활을 마치고 아버지의 지프차로 서울 명동을 지나갈 때 거대한 백화점 네온사인과 여기저기 울려퍼지던 캐롤송, 수많은 사람들의 풍경에 입이 딱 벌어졌다. 멀미가 심해지고 어지러웠다.
지금도 난 산골 마을의 순박했던 순간들과 빛에 여울진 계곡의 아름다움을 떠올린다.
나이가 들면서 구슬 놀이는 하지 않았다.
"마쿠스트가 추천해요!"
Childhood Days
RemediosLove Letter - Music From The Motion Pic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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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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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아빠
어린시절 좋은 기억, 내가 생각만해도 웃음짓게 만드네요... 유년기의 그런 좋은 추억들은 어쩜 혼탁한 세상을 헤쳐나가는 데 있어서 뽀빠이의 시금치와도 같은 힘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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