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렇게까지 무계획이어도 괜찮아?!
동과 함께 오키나와를 다녀왔어요. (전) 하우스 메이트였던 W까지 셋이서요. 여행 일주일 전 목적지를 정해 비행기 표를 끊고, 이틀 전 숙소를 예약한 즉흥 여행이었죠. 평소 여행을 좋아하고 자주 다니긴 하지만 이렇게 번갯불 콩 구워 먹듯 떠난 건 처음이었어요. 특히 해외여행으로는요!
MBTI 세계관에서 J는 계획형이라 쓰고 불안으로 읽는다죠. 저는 소문자 j쯤 되는 ‘불안이’인데요. 꼭 정해진 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건 아니지만, 미리 준비하는 걸 선호하고 다양한 선택지를 확보할 때 편안하긴 해요. 그럼에도 이번 여행 만큼은 ‘지금’ 우리가 함께 보낼 시간이 소중해서 망설임이 없었고, 그런 제가 스스로도 신기했어요.
우리 셋은 셰어하우스에서 만났지만, 굳이 손가락 꼽아보자면 채 3개월도 함께 살지 않았을 거예요. 그 집에 스쳐간 다른 메이트도 많았고요.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사골국물 마냥 진해진 이 인연이 애틋하고 감사한 마음이 드는데요. '어떻게 2025년 다같이 오키나와에서 모였을까' 곰곰이 생각봤을 때, 여행 내내 서로의 컨디션을 걱정하는 애정과 수고로움을 충분히 감사하는 태도에서 그 이유를 찾은 것 같아요. 시간의 양 또는 밀도와 상관없이요! 귀여운 것을 좋아하고, 맛있는 음식에 진심이며, 즐거운 일을 찾는 성향이 잘 맞아서일 수도 있지만요;)
오키나와 필수 코스로 꼽는 츄라우미 수족관이나 만좌모 절벽을 보지 않았지만, 새까만 오솔길을 헤쳐 찾아간 샤브샤브집과 돌아오던 길, 별이 쏟아지던 밤하늘이 이번 여행을 오래오래 기억하게 도와줄 것 같아요. 아, 처음 도전한 좌측통행 운전도요! 프로페셔널한 동의 보조 정도긴 했지만요✌️
2. 나를 알아가는 진지한 이야기
지구 반대편에서 보내주신 진의 편지를 잘 읽었어요! ‘벌이가 없는 삶’을 주제로 진지한 이야기를 하려다 다른 친구들의 말랑한 편지에 노선을 바꾸셨다고요. 편지 말미에 적으셨듯, 부디 원래 마음에 담았던 그 이야기를 편하게 들려주셨으면 해요. 저도 가벼운 일상에 섞어 속이야기를 종종 꺼내볼게요! 얼굴도 이름도 모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요.
저는 지난 12월을 끝으로 밤과 낮, 주말과 주중의 구분이 없는 스타트업 생활을 마무리했어요. 즐겁고 의미 있는 일이란 확신을 가지고 뛰어들었는데, 바닥까지 소진하고 자책하는 과정을 거쳐 결국 일을 정리하기로 했거든요. 요즘은 프리랜서로 지내며, 생각과 감정을 회고하고 발견하는 데 에너지를 아끼지 않고 있어요. 인색했던 칭찬을 굳이 찾아서 해주려고 하기도 해요. 앞으로 그 과정에서 아하! 하는 모먼트가 있다면 조금씩 나눠볼게요;)
친구들 모두 다시 추워진 한 주 씩씩하게 지나길 바라며, 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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