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근처 헬스장 다니기
회사에서 150m 떨어진 헬스장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회사 근처’라 함은 회사의 누군가와 마주칠 가능성이 아주 농후함을 시사하지요.. 벌써 두 명과 마주쳤습니다. 점심 한번, 저녁 한번 두 번 방문에 각각 한 명씩이니 100% 확률이네요. 저는 분명히 보았고 그분들도 저를 보았을 거 같은데 타이밍이 조금 어색해서 운동 중에 아는 척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중 한 분은 탈의실에서도 다시 한번 만났어요. 제가 인사를 시도하려는 찰나에 눈을 피하시더라고요..? 뭔가 더 어색해졌습니다.. 내일은 그래서 한 번 아침에 가보려고 합니다. 과연…
더 폴 : 디렉터스 컷 (2024!)
지난 주말에 더 폴의 미니 GV에 다녀왔습니다. 아름다운 영상미에 CG가 거의 사용되지 않은 것으로도 유명하죠.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2009년쯤, 집에서 봤었어요. (아마 불법 다운로드..) 영상미가 대단해서 특별하게 다가왔고, 이렇게 컴퓨터 화면 말고 영화관에서 봤었으면 정말 좋았겠다 생각을 했었지요. 시간이 지나오면서 가끔 그 영화에 대한 언급을 여기저기서 접했고 그때마다, 아 맞아 그 영화 좋았었지 또 한 번 봐야지 했어요. 하지만, 뭔가 각 잡고 목욕재계라도 하고 완벽한 세팅에서 봐야 할 것만 같은 마음이 들어 매번 미루다가, 결국 다시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네요.
그런데! 재개봉을 한다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래서 지난 1월 14일에 혼자 보러 갔습니다. 내가 한동안 잊고 지냈던 그 영화. 오프닝이 시작되면서, ‘아, 이 음악이었지.’ ‘아, 이런 장면이었지.’ 하다가 갑자기 아주 뜬금없게도 16년 전으로 돌아가서 2009년 당시의 나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 당시의 나의 하루하루는 어땠었는지, 내가 어떤 생각들을 했었는지 그런 작고 사소한 생각들을요. 평일 오후, 한산하고 어두운 영화관에 앉아있으니 그렇게 짧은 공상에 빠지게 되었던 거 같아요. 보통 혼자 영화를 보면 더 영화에 집중하게 되는데 참 이상했어요. 아마 누구랑 같이 봤으면 갑자기 과거로 나 혼자 돌아가버리는 일은 없었을 거 같거든요.
⬇️ 영화의 오프닝입니다. (링크 눌러 주실거죠? 🥹)
https://youtu.be/QhARR-zmTCE?si=YbbK3EXn89_muIIN
어쨌든, 영화는 이번에도 정말 특별하고 좋았어요. 이 영화에 대해서는 영상미만 떠올랐었는데, 이제는 각 캐릭터들에 조금 더 감정이입하고 공감을 하게 되더라고요.
또, 그런데! 감독님께서 GV를 하신다길래 지난 주말 2월 8일에 또 보게 되었습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조명이 밝아지더니 감독님이 나타나시고 짧은 미니 GV가 시작되었습니다. 질문에 답할 때엔 이 영화를 child 혹은 baby로 표현하셨고, 답변 내용마다 이 영화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는 것이 와닿았습니다. 그리고 아래 내용을 보시면.. 이 영화에 이 감독님이 얼마나 힘을 쏟았는지 수치적으로도 느끼실 수가 있습니다.
타셈 싱이 우연히 본 불가리아 영화 <요호호>(YO HO HO, 1981)에 매료되면서 시작된 프로젝트로 판권 구매에만 걸린 시간이 15년, 총 28개국 로케이션을 위한 장소 섭외에만 17년, 영화에 딱 맞는 주인공을 찾기까지 7년, 실제 촬영 기간 4년 반이 걸렸다.
어느 정도냐, 제작비의 상당 금액인 6,500만 달러도 타셈 싱이 모두 투자했다. 타셈 싱은 이미 나이키, 코카콜라, 아우디, 폭스바겐을 비롯해 여러 명품 CF와 뮤직비디오 연출로 유명했는데, 그렇게 차곡차곡 벌어놓은 돈이 이 프로젝트에 다 들어갔다. 영화에 정신 팔린 남친에 넌더리가 난 여친이 떠나자, 모아둔 결혼자금도 몽땅 제작비로 투자했다.
안타깝게도 사실 이 영화는 당시에 흥행 면에서는 많이 아쉬웠습니다. 제작비 $30,000,000에 총 수입 $3,669,465…
그 이후 긴 세월이 지났고, 한국에서의 이런 큰 관심과 사랑에 감독님은 진심으로 감사하시는 것 같았어요. 한 쪽 무릎을 꿇으면서 감사 인사까지 전하셨으니까요! 나의 오랜 작품이 거의 20년이 지나 이런 머나먼 타국(?)에서 큰 사랑을 받는다는 건 과연 어떤 느낌일까요?
내가 오랜 기간 마음속에 특별하게 간직하고 있던 외국 영화의 감독님을 16년 후에 실제로 보게 되고, 이 영화를 좋아해 줘서 고맙다는 진심이 담긴 인사를 바로 앞에서 듣는 것은 저에게도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연락하지 않는 사이가 된 지 이미 오래지만, 당시에 이 영화를 추천해 줬던 친구에게 지금도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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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더 폴의 오프닝 영상으로 시작하는 아침이에요. 여러번 추천해주었는데 보지못한 찔림에 더욱 적극적으로..* 감독이 CF건이 들어오면 일부러 영화 로케 장소로 촬영을 잡아 준비했다는 이야기도 읽은 것 같아요. 인생을 건 작품, 기대하지 않았던 뒤늦은 타이밍에 인정받는 기분에 대해 생각하게 되네요. 그나저나 오늘 아침에는 동료분을 마주치셨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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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마주쳤습니다! 친한 분이라 같이 머리 말리고 같이 기분 좋게 출근했어요. ㅎㅎ 이로써 세 번 방문에 세 번 마주침으로 100% 유지 중이네요. (세 분 모두 각각 다른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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