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중간점검
올해도 벌써 반년이 지났네요. 연초에 휘리릭 적어두었던 ‘올해 하고 싶은 일’ 리스트에서 생각보다 많은 항목들을 지워낼 수 있었다는 점에 스스로도 놀랐습니다. 어영부영 시간만 흘려보낸 것 같았는데 말이죠. 하나씩 읽어보다 보니, 아직 이루지 못한 것들이 의외로 사소한 것들이더라고요. 언제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계속 미뤄둔 게 분명해서, 참 나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이렇게 적어두길 잘했다 싶어요. 그렇지 않았다면 올해도 처리하지 않고 흘려보냈을 것 같거든요. 단순한 리마인더 역할뿐만 아니라, 적어두지 않았으면 성과로 인식하지 못했을 만큼 작은 일들까지도 성취감을 준다는 점에서, 목표 설정과 기록의 힘을 새삼 느낍니다.
요즘 저는 전환기를 맞이한 것 같아요. 저는 모든 게 아주 느린 사람이고, 생각에 깊이 빠지거나 회피하며 정체되기 쉬운 사람이에요. 변하지 않는 스스로에게 늘 일정 수준의 스트레스를 안고 살고 있었는데, ‘비우기’ 실천의 영향인지, 도저히 떠날 수 없을 것 같던 동네를 떠나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도쿄에 막 왔을 때는 손이 닿지 않을 것만 같은 동네였는데, 어느새 8년이나 살게 되었고, 또 다음을 고민하게 되다니… 정말 사람일은 알 수 없네요. 큰 결심을 한 만큼, 많은 것들이 순환되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레 기대해 봅니다. 생각해보니, 제 편지는 늘 정리, 변화, 시작 같은 이야기였던 것 같아요. 그만큼 지금의 저에게 그런 것들이 큰 주제였던 거겠죠. 작년, 함께 미래를 그리던 사람과 이별한 후엔 인생 계획을 새롭게 다시 세워야 했습니다. 저는 대문자 J거든요.
벌써 한 해의 반이 지나버렸다는 사실에 마음이 불안해지기도 하지만, 또 반년 뒤의 제 모습이 기대되기도 해요. 아쉬움이 조금이라도 덜 남도록, 체크리스트를 다시 한번 들여다봐야겠어요. (큰 시간을 들이지 않고 썼던 항목들인데, 지금 봐도 여전히 해내고 싶은 일들이라는 점에서, 제법 본질적인 것들을 잘 적어둔 것 같네요.)
여러분의 반년은 어땟나요?
메일링에 대한 얘기를 좀 해보고 싶었습니다. 사실 지금의 저는 이 메일을 쓰는 것이 조금 고민스러워졌습니다. 이전에도 말했듯, 글쓰기 자체가 힘들지는 않지만, 무엇을 위해 글을 쓰고있나? 라는 생각이 들기시작했어요. 친구들의 이야기는 재밌게 읽고있는데, 제 메일은 매번 비슷한 내용에, 딱히 재밌지도 않는 것 같기도 하고요. 서로에게 보내는 편지인 만큼, 읽는 친구들의 기분이 좋아졌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기록을 통해 기억할 순간을 더 많이 만들고, 나만 할 수 있는 재밌는 이야기를 찾고 싶다”가 저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를 평가하자면 저는 잘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글을 쓰는 것은 수단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이번주에도 써냈다는 행위자체가 목적이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다들 어떻게 생각해요? 친구들은 어떤 모티베이션을 가지고 편지를 보내고 있나요?
질문을 던지며 편지를 마무리하는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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