욥기 23:10
그러나 내가 가는 길을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순금 같이 되어 나오리라
하나님께서 먼저 가 계신 땅
기도하며 기다렸던 기니비사우에 10월 17일 도착했습니다.
기니비사우는 1974년 포르투갈로부터 독립하여, 다른 국가들에 비해 비교적 늦게 독립한 나라입니다. 그 영향 때문인지 지금도 포르투갈 식민지 시절의 흔적들을 볼 수 있었고, 언어 역시 포어와 기니비사우의 여러 민족 언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식민지 시절의 영향이 컸던 탓인지, 기니비사우는 아직 21세기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개발되지 않은 모습이 많습니다. 수도임에도 불구하고 5층 이상의 건물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자랑할 것 없는 나라처럼 보이지만, 저는 이곳에서 하나님께서 이 나라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기니비사우를 둘러싼 대부분의 서아프리카 국가들은 이미 이슬람화가 되었고, 기독교에 대한 핍박도 심합니다. 그러나 기니비사우는 아직 이슬람화가 되지 않았습니다. 노방전도나 야외 집회 등 직접적으로 복음을 전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 나라입니다.
거리에서 노방전도 하시는 분, 핍박을 당하고 일주일 동안 물도 마시지 않고 금식 기도하시는 분, 이슬람 국가에서 이곳으로 와 복음을 전하시는 분들을 보며,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사람들을 통해 이 나라를 향한 사랑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계심을 느끼게 됩니다.

쿵파 마을
기니비사우에 오기 전, 선교사님과 함께 앞으로의 사역을 나누며 이 땅에서 하나님께서 어떤 사역을 여실지, 또 무엇을 보여주실지에 대한 기대와 소망을 품고 갔습니다.
하지만 도착하니 선교사님께서는 새로운 사역을 준비하시는 기간이셨고, 선교지 땅 문제로 인해 매일 변호사를 만나셔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기니비사우에 도착한 지 약 일주일이 지났을 때에는, 선교사님께서 12월 중순 미국으로 가신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선교사님이 미국을 가시면 저 혼자 남아 있을 수 없었기에, 다른 사역지를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한국 선교사님께서 쿵파라는 마을에서 사역하고 계시다는 소식을 알았고, 감사하게도 2주간 방문하고 왔습니다.
쿵파 마을 방문은 저에게 정말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쿵파는 제가 가본 곳들 중 가장 자연에 가까운 곳이었습니다. 저녁이 되면 고릴라가 마을 근처를 돌아다니고, 상의를 입지 않은 채 생활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아무도 모를 것 같은 마을에도 사우디에서 비행기를 보내 마을 이장님이 메카를 다녀올 수 있도록 지원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영적 전쟁의 현실을 깊이 느낍니다.


쿵파는 정말 하나님만 의지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시편 63편을 묵상하며 지냈습니다.
묵상을 통해 광야는 단지 힘들고 외로운 곳이 아니라 주님을 찾고, 만나고, 의지하고, 배우는 곳이며, 다윗의 고백처럼 성소가 되는 곳임을 알았습니다.
갑작스럽게 방문하게 된 쿵파 마을이었지만, 한국 선교사님과 현지 분들의 따뜻한 환대로 기쁘게 지낼 수 있었고 하나님을 더 깊이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선교사님께서 개인적인 사정으로 12월부터 내년 여름까지 한국에 계시게 되어서 저 역시 쿵파에 계속 머물 수 없게 되었고 다시 수도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배고픔 속에서 배운 나눔
쿵파 마을에서 수도로 돌아오는 길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이동 중 차량이 고장 나 11시간 동안 수리를 해야 했고, 원래 10시간 정도면 도착할 거리를 20시간이 넘게 걸려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기니비사우에서는 유럽의 폐차장 차량을 들여와 고쳐 사용하기에, 이동 중에 차를 고치며 목적지를 향해 가는 일이 흔합니다. 이 과정 속에서 제가 깊이 경험한 것은 배고픔과 감사입니다.
아프리카에 와서 가장 많이 경험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배고픔입니다. 기니비사우에서 알게 된 것은 식사 기도를 할 때 오늘도 먹지 못하는 자들을 위해 기도하며, 실제로 밥을 먹을 때는 배고픈 사람이 있으면 누구든 초대해 함께 나누는 모습이었습니다.
저 역시 차 고장으로 인해 식사를 하지 못하였고 지쳐 있을 때, 현지 분들이 코코넛과 땅콩, 바나나, 물을 나누어 주셨습니다. 그 나눔 덕분에 무사히 수도까지 올 수 있었고, 진심 어린 감사가 마음에 깊이 남습니다.


배움의 시간
기니비사우에 머무는 시간 동안 하나님께서는 정말 많은 일들을 보여주시고 경험케 하셨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선교사님 사역 땅을 시청에서 빼앗으려는 일이 있었습니다. 기니비사우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이러한 일이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정권이 바뀌기 전,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위치를 이용해 시민들의 땅을 여러 이유로 빼앗습니다. 선교사님은 로펌을 통해 땅을 지키시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현지인분들은 이 시기에 땅을 잃는 것을 봅니다.
현지인 분의 말에 의하면 시청이 대통령 궁을 빼고 수도의 모든 땅은 다 팔아 먹었다는 표현을 하실만큼, 나라의 상황이 심각한 것을 봅니다.
두 번째로는 쿠데타가 있었습니다. 기니비사우는 11월에 선거가 있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예상과 달리 야당이 승리하자 여당 측에서 조작 쿠데타를 일으켰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최근까지도 거리에는 복면을 쓴 군인들이 무리로 총을 들고 다니며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했고, 시위자들을 체포하는 등 상황이 매우 불안정했습니다.
쿠데타를 통해 일상의 삶이 제한되는 것을 느끼며 일상에서의 누리는 은혜에 대해 다시 한번 묵상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3일간 선교사님께서 학생들에게 침례를 주기 위해 함께 섬을 다녀왔습니다. 섬에 가기 전 들은 이야기들은 저의 마음을 무겁게 했습니다. 선진국에서 아무도 모르는 기니비사우 섬에 가서 임상실험을 위해 여성들의 몸에 칩을 이식했고, 그로 인해 아이를 낳지 못하거나 통증을 호소하는 사례들, 그리고 여전히 13~14세의 여자아이들이 결혼과 임신하는 악습이 남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다행히 이번에 들어갔던 섬은 현지 선교사님이 함께 사셔서 섬 안에 교회도 생겼고, 밝은 에너지와 생를 직접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섬에 들어가서 보았던 것은 현지 선교사님의 헌신입니다. 한 사람의 순종과 헌신을 통해 많은 열매가 맺히고, 영혼들이 돌아오는 것을 보며 마지막 때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들을 땅 끝에서 보게 됩니다.
기니비사우 일들을 통해 기자, 변호사, 국회의원, 판사, 시장, 대사 등 다양한 분들을 만나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어떻게 지혜롭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또한 한 지도자를 통해 나라가 변화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며, 지도자의 중요성과 한 사람을 통해 많은 열매가 맺히는 것을 보며 저와 기니비사우 영혼들이 하나님이 찾으시는 그러한 한 사람이 되기를 소망하게 됩니다.




닫히는 길
쿠데타로 인한 정세 불안, 선교사님의 사역 준비 등으로 인해 기니비사우에서의 시간을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저를 훈련시키시기 위해 이 땅으로 보내셨다고 믿으며, 더 머물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해 보았지만, 이 시기에 모든 한국 선교사님께서 각기 다른 이유로 기니비사우에 계시지 않으셔서 더 이상 머물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정말 흔치 않은 상황 속에서 저는 저의 계획보다 하나님의 뜻과 타이밍을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기니비사우에서 보고, 경험하고, 느낀 모든 것이 그저 순탄하고 편안한 길은 아니었지만 저에게는 너무나 값진 시간이었고, 하나님을 더욱 알아가는 귀한 훈련의 시간이었습니다.
열리는 길 <감비아>
스바냐 3장 17절
그가 너로 말미암아 기쁨을 이기지 못하시며 너를 잠잠히 사랑하시며 너로 말미암아 즐거이 부르며 기뻐하시리라 하리라
12월 9일, 기니비사우에서 감비아 (지역:소마)로 오게 되었습니다.
이번 선교를 준비하면서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나라였기에, 제가 지금 감비아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전적인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라고 고백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니비사우에서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게 된 후, 선교사님의 추천으로 감비아를 알게 되었고, 인터넷을 통해 감비아 선교사님과 연결되게 되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요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선교사님께서 흔쾌히 받아주셔서 감비아에 오게 되었습니다.
기니비사우에 비해 많은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고, 선교지 정보도 충분히 알지 못한 상태였지만, 마치 오래전부터 이곳에 있었던 것처럼 적응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감비아 선교사님께서는 초중고 학생들을 돌보시며 함께 공동체 생활하시는 사역을 하고 계셔서, 저 역시 아이들과 함께 먹고 자며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공동체 안에서 감비아와 아프리카에 대해 조금씩 배워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공동체가 없던 저에게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나라에서 공동체를 허락해주셨습니다. 새벽예배부터 식사까지 함께하는 일상이 큰 은혜이자 간증이 되고 있습니다.

배고픔 속에서 느끼는 하나님의 품
아프리카에 와서 음식의 소중함을 깊이 느끼고 있습니다. 식량이 부족하며 모든 요리가 저렴한 향신료로 질이 좋지 않아서 많은 어려움을 느낍니다. 아이들은 먹을 것이 없어 닭 뼈를 씹어 먹고, 들쥐를 잡아먹거나 돌을 던져 새를 잡아 먹기도 합니다.
현지 음식을 먹으며 지내는 것이 지치고 힘들 때, 하나님께서는 스바냐 말씀(3:17)을 통해 저를 꼭 안아주시는 것 같습니다. 순간마다 이런 환경 속에서도 현재 글도 쓰고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가 됩니다.
또한 이렇게 귀한 아이들을 만나 함께 지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제게는 과분할 만큼 귀한 아이들을 통해 하나님께서 큰 위로를 주고 계십니다.







개인 간증
기니비사우와 감비아에서 지내며 가장 먼저 마음에 깊이 남은 것은, 일상에 대한 감사입니다.
아프리카에서 지내며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아프신 분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어릴 때부터 제대로 된 케어를 받지 못해 신체가 불구가 되신 분들, 병이 있어도 병원에 갈 수 없는 분들을 보게 됩니다.
그 모습을 보며 지금 이 순간, 제가 멀쩡한 정신과 몸으로 선교 소식을 전하고 있다는 것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하루하루 평범하게 여겼던 일상이 큰 축복이었음을 이 땅에서 배우게 됩니다.
아프리카에서 지내며 분명히 보게 되는 문제들이 있습니다.
나라에 일자리 x -> 일자리 x 돈 x -> 생존을 위해 몸을 팔기 시작 or 어린 나이에 결혼하는 것을 봅니다.
기니비사우에서 어느 저녁, 불건전한 복장을 입고 머리는 헝클어진 채 뼈밖에 남지 않은 왜소한 어린 소녀가 지친 얼굴로 길가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장면은 아직도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단 한마디 위로조차 건네지 못했던 것이 마음에 깊은 후회로 남았습니다.
이러한 상황들을 마주할 때 복음 전파와 더불어, 현지인 분이 스스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방법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일회적 도움을 넘어 함께 일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사역의 필요성을 깊이 느끼게 됩니다.
이를 위해 기도할 때마다 하나님께서 길을 하나씩 보여주십니다. 또한 여러 선교사님들을 통해 동일한 마음과 방향을 확인하게 되며, 이 땅에서 하나님께서 준비시키시고 계심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기도제목
1 너무나도 감사히 지내고 있지만 음식, 물 등 현실적인 어려움들이 있습니다.
이로 인해 최근 건강에도 이상 신호들이 있습니다.
환경을 넘어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바라보며 넉넉히 감당할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2 생각치 못한 사역들과 비전들을 보여주십니다. 길을 하나 하나 여시는 주님과 동행할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3 선교를 통해 하나님을 더욱 알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4 감비아를 비롯하여 서아프리카의 많은 영혼들이 주님께로 돌아오는 역사가 일어날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의견을 남겨주세요
김주환
최의종 선교사 보내준 글 한 줄 한 줄 가슴을 조이며 다 읽었어. 지금 하나님의 심장을 품고 기니비사우에서, 감비아에서 정혜진 일정과 소속 선교 단체도 없이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전적 순종하는 최선교사를 하나님은 얼마나 기뻐하실까~~~!! 한국에서의 푸념들이 얼마나 주님앞에 사치스러운 행동이었는지 돌아보면서 아마 지금 최선교사는 어떻게 저들에게 빵과 복음을 나눌수 있을까 기도하고 있겠지? 글을 읽는 내내 얼마나 내가 낯 부끄러운지 모르겠었어. 어쩌면 내가 가 있어야 할 그 땅에 의종 선교사가 그 땅에서 현지인들과 먹고 자며 그 땅을 향한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는 시간들~^^ 하나님께서 아프리카에도 주의 은혜의 날들이 속히 오길 고국에서 간절히 기도할께! 제일 우려되는 것은 최선교사 건강이야. 늘 음식과 충분한 휴식, 안전과 보호를 위해 기도할테니 건강우선으로 잘 챙기고 식사와 물공급이 잘 되었으면 좋겠네! 그 여정이 언제까지인지는 모르겠지만 하나님의 임재와 도우심가운데 고국에 돌아오는 날까지 완전 승리하길 기도할께~^^ _______________________ "네가 물 가운데로 지날 때에 내가 너와 함께 할 것이라 강을 건널 때에 물이 너를 침몰하지 못할 것이며 네가 불 가운데로 지날 때에 타지도 아니할 것이요 불꽃이 너를 사르지도 못하리니 대저 나는 여호와 네 하나님이요 이스라엘의 거룩한 이요 네 구원자임이라." (이사야 43:2-3)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