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산] 다양한 미국 대학 이야기 1편: 규모

칼텍 대학원생과 교수를 만나다

2024.12.18 | 조회 17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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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산 LAB

실리콘 밸리 이공계 박사 부부가 보는 세상 이야기

미국은 대학의 나라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대학의 수가 많고, 또 그 종류와 특성도 엄청 다양합니다. 처음 미국 유학을 결정할 때를 생각해보면, 단순히 연구 실적이나 명성만 생각하고, 특정 대학의 여러가지 세부 특성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고, 학교를 결정할 때 고려 요소도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몇 편의 글에 걸쳐서 미국 대학의 다양한 특성, 그리고 그에 따른 삶의 차이를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얼마 전, 저희 부부는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 이하 칼텍) 에 오랜 친구들을 만나러 다녀왔습니다. 이번에 만난 친구들 중 한 명은 이제 박사 과정 1년을 마친 대학원생이고, 한 친구 부부는 이미 임용된 지 몇 년이 지난 교수들이었습니다. 함께 학교를 산책하고, 교직원 숙소에 식사도 함께 하면서, 칼텍 대학원생의 삶과 교수의 삶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습니다. 서로 다른 커리어 단계에 있는 친구들을 통해 칼텍이라는 학교를 이전보다 더 다각도로 이해할 수 있었고, 저희의 스탠퍼드에서의 대학원 경험과 비교해볼 수 있어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칼텍 공식 Flickr 계정
이미지 출처: 칼텍 공식 Flickr 계정

(단아) 제가 대학원 입시를 할 때 칼텍에 지원했던 게 기억이 납니다. 저는 한국에서 학부를 다녔고, 미국에서 살아본 적도 없었기에, 당시에 칼텍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전무했었습니다. 칼텍에 대해서 아는 점이라곤 이 학교가 캘리포니아에 있다는 점, 그리고 드라마 빅뱅이론의 배경이라는 것 뿐이었죠. 지금 돌이켜보면 이렇게 무지한 상태로 지원했다는 사실이 좀 충격적일 정도입니다. 당시에는 칼텍이 스탠퍼드와 같은 캘리포니아 주에 있으니, 얼추 비슷한 지역일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던 것 같은데, 사실은 6시간이나 운전을 해야하는 거리입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보다도 훨씬 먼 셈이니, 같은 동네라고 하긴 어렵습니다. 이렇게 미국이 워낙 넓다 보니, 같은 주에 있어도 지리적으로, 문화적으로 굉장히 다른 학교인 경우가 다반사고요.

칼텍이라는 학교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성은, 역시 ‘규모’ 같습니다. 칼텍은 물리적 크기도 작지만, 무엇보다 학생 수가 적기로 유명한데요. 2024년 기준 칼텍 재학생 수는 대략 학부생 1000명, 대학원생 1400명 정도로, 스탠퍼드와 비교하면 13% 정도의 재학생 수이고, UC Berkeley 나 UIUC 등의 대형 학교들과 비교하면 훨씬 더 작은 규모입니다. 참고로 국내에서 소수정예 이공계 중점 대학으로 유명한 포항공대마저 재학생이 약 4천 명 정도입니다. 칼텍이 얼마나 작은 학교인지 좀 느껴지시나요?

2024년 기준 각 대학의 재학생 수. 칼텍은 국내에서 작은 편인 포항공대보다도 작다.
2024년 기준 각 대학의 재학생 수. 칼텍은 국내에서 작은 편인 포항공대보다도 작다.

대학원생 친구와 함께 산책하던 중, 길 가던 사람이 제 친구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지나갔습니다. 친구는 학교가 워낙 작고 식당도 사실상 하나 뿐이라, 고등학교처럼 서로를 다 알고 지낸다고 했습니다. 과를 불문하고 전교생 얼굴이 금방 익숙해질 정도로요. 이처럼 작은 커뮤니티가 만들어내는 응집력이 조금은 부러웠습니다.

커뮤니티가 작은 만큼, 분야별 연구자 수는 적지만, 오히려 다른 분야 사람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실제로 대학원생 친구의 연구실도 서로 다른 분야의 학생들이 함께 공유하는 공간이었고, 타 분야 간 교류가 활발해 보였습니다. 스탠퍼드에서는 같은 연구실, 비슷한 분야 사람들끼리만 친하게 지내는 경우가 많고, 하나의 버블에 갇히기가 굉장히 쉽거든요. 하지만 칼텍은, 드라마 빅뱅이론에서처럼 이론물리, 우주/항공, 생명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어울리는 모습이 굉장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곳이랄까요.

이러한 규모 차이는 교수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는 듯했습니다. 작은 커뮤니티의 장점도 분명히 있지만, 동시에 대형 대학이 제공하는 "큰 조직에서 오는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교수 친구 중 한 명은, MIT에서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누렸던 다양한 연구 인프라를 그리워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최정예 학생들이 모여 있고, 소수의 교수에게 집중되는 지원, 연봉, 주거 환경, 복지 등이 뛰어난 점도 있어 보였습니다. 칼텍은 여러 방면에서 작은 규모에서 오는 장단점이 명확했고, 저희가 익숙한 스탠퍼드와 극명하게 다른 점들이 흥미로웠습니다.

오늘은 이렇게 짧게나마 작은 대학교의 대표로, 칼텍에 대해 이야기해보았는데요. 앞으로 계속될 “다양한 미국 대학 이야기시리즈에서는 학교별 특화 분야, 지역적 특성에서 오는 다양한 커리어 기회, 날씨나 문화가 삶에 미치는 영향 여러 주제들을 다룰 예정입니다. 외에 미국 대학교에 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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