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세운 세운 상가는 오래된 곳과 새로운 곳이 함께 공존하는 형태가 흥미롭습니다. 다시 세운교와 세운 보행데크를 따라 걷다 보면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켜온 분위기는 담으면서 훨씬 세련되게 공간을 꾸민 다양한 가게를 만날 수 있습니다. 여러 재료와 공장이 모여 물성이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을지로만의 디자인 언어를 느낄 수 있습니다. 다른 곳이었으면 매우 어색했을 네온사인부터 마치 방금 옆 건물에서 주문한 것만 같은 가구들이 인상 깊었네요.
상가를 잇는 큰 다리에서 대림 상가의 옛 간판을 이용해 만든 공공 벤치가 인상 깊습니다. 사람들이 오고 가면서 자연스럽게 을지로를 느낄 수 있는 좋은 경험을 설계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벤치를 만든 곳은 프라그 스튜디오. 2016년 대학 동기 3명이 모여 세운 상가에 둥지를 텄고, 금속을 활용한 다양한 굿즈를 만들어 오고 있습니다. 2주로 생활 속에서 쓰기 좋은 쓸모 있으면서 아름다운 물건을 만들고 있습니다. 또 다른 디자인 스튜디오인 어보브 스튜디오는 2017년 창업해 세운 메이드로 선정되어 스피커를 제작하고 을지로 산업 도감 전시, DDP 오픈 큐레이팅 등을 담당하기도 했습니다. 2020년에는 코엑스 스타필드의 별마당 도서관의 스노우 파빌리온을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재건축, 재개발이 아니라 재생이라는 말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방문했던 2017년에만 해도 을씨년스럽고 어둡던 세운 상가는 이전의 것을 부수고 치워버리지 않고 기억을 간직하면서 새로운 옷을 입었습니다. 평일에 여러 스튜디오가 실제로 작업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쉬웠네요.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 생기 넘치게 북적거리는 가게가 많아 기분이 좋았네요. 지금 전시도 하고 있긴 하지만, 물음표가 많이 떠오르는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제 이해력이 부족한 것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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