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 더 로드는 이머시브 장르를 대표하는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 콜린 나이팅게일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스티븐 도비가 기획한 전시입니다. 이머시브는 몰두하게 한다는 뜻으로 뉴욕에서 '슬립 노 모어'라는 연극으로 유명해진 관객 참여형 장르를 뜻합니다. 영국 뮤지션 제임스 라벨의 음악을 33개의 공간에 걸쳐 재구성하고 시각, 청각, 촉각, 후각, 공간지각 등 다양한 감각을 통해 공간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예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다고 할 수 있는 사치 갤러리에서부터 전시를 시작했다고 하네요.
경험이 된 음악
주로 시각 정보를 이용해 커뮤니케이션하는 전시 방식과 다르게 다른 전시보다 강렬하고 묵직한 사운드가 공간을 가득 채운 전시입니다. 처음 전시장을 들어갈 때부터 온 몸을 두근거리게 하는 베이스가 반복적으로 울립니다. 애시드 하우스 음악처럼 단순하고 반복적인 사운드는 일상적인 공간과 초현실적인 전시 공간을 더 강렬하게 구분합니다. 의자처럼 각 공간마다 머무르면서 소리에 집중할 수 있는 지점이 있는데, 이는 엘-어쿠스틱스 사의 몰입형 입체 음향 시스템 엘리사 기술로 온 공간을 음악이 내 주변을 흐르는듯한 이머시브 사운드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아티스트의 목소리
전시에는 다양한 아티스트가 참여했는데 모두 제임스 라벨과 연관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트레인스포팅>, <28일 후> 등의 감독 대니 보일, <로마> <그래비티> 등의 감독 알폰소 쿠아론, 사토레 스튜디오의 수장 투팍 마티르까지 자신만의 개성이 뚜렷한 다양한 아티스트가 참여했습니다. 이에 더해 서울의 특성에 알맞게 한국 스트리트 아티스트 나나와의 협업, 한국 DJ 소울 스케이프와 협업한 FEEL MORE WITH LESS 작업도 흥미롭습니다. 특히 한국 민화에서 모티브를 얻어 좋은 소식을 전해주는 까치와 호랑이 작업이 기억에 남습니다.
교차되는 감각을 체험하는 것
음악을 좋아하고 아트도 좋아하기 때문에 좋아할 수밖에 없는 전시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각 영역은 아티스트의 스타일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채워집니다. 관객이 어떤 감각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각 공간이 다르게 다가옵니다. 강렬한 조명으로 물체의 색채를 완전히 제거한 공간 속에서 변하지 않는 요소를 배치해 오묘한 몰입감을 만들기도 하고, 상투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기다림이라는 개념을 촉감과 시각을 이용해 마치 천년이 넘은듯한 시간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제임스 라벨의 앨범 The Road를 거대한 레코드 판으로 만들어 그 위를 걷는 경험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The Road의 너머를 경험할 수 있는 전시였습니다.
기간: 21년 7월 23일 ~ 21년 11월 28일
장소: 여의도 더 현대 서울 ALT1 갤러리
전시 시간: 10시 30분 ~ 오후 8시 30분 (7시 30분 마감, 더 현대 서울 휴점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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