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조금 특별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AI로 코딩하는 시대가 왔잖아요. Cursor, Claude, GPT 같은 도구들이 코드를 대신 써주니까, 이제 개발을 전혀 몰라도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세상이 됐어요. 흔히 "바이브코딩"이라고 부르는 거죠.
그런데 저는 오히려 이 시대에 "기획"이 더 중요해졌다고 생각해요. 코딩을 AI가 대신해주니까, 이제 진짜 승부는 "뭘 만들지"에서 갈린다는 거예요.
오늘은 제가 7년 넘게 개발하면서 겪은 실패들, 그리고 AI를 활용해서 기획하는 방법까지 이야기해볼게요.
기획 없이 만들었던 시절
Q.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타래라고 해요. 1인 프로덕트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고, 지금은 "같이하기"라는 습관 형성 서비스를 만들고 있어요. 개발 경력은 7년 정도 되고요.
요즘은 AI 도구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개발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MVP 하나 만드는 데 몇 달씩 걸렸는데, 지금은 몇 주면 만들 수 있게 됐어요.
Q. 실패 이야기가 나왔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실패를 겪으셨어요?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저는 출시 못 한 서비스가 꽤 많아요.
왜 그랬냐면, 기획 없이 바로 개발부터 시작했기 때문이에요. 개발자 출신이다 보니까,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코드부터 짜고 싶었거든요. 기획서요? 머릿속에 있으니까 됐다고 생각했어요.
Q. 그래서 어떤 문제가 생겼어요?
문제는 만들다 보면 생각이 바뀐다는 거예요.
처음에는 "이 기능 하나만 있으면 돼"라고 시작해요. 그런데 만들다 보면 "이것도 있으면 좋겠다", "저것도 넣어야 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게 반복되면 기능이 계속 늘어나요. 기능이 늘어나면 개발 시간도 늘어나고, 버그도 많아지고, 출시일은 계속 밀려요. 그러다 지쳐서 결국 출시 못 하고 접는 거죠.
작은 토이 프로젝트도 그랬어요. 이것도 넣고 싶고 저것도 넣고 싶은 마음이 커지는 거예요. 결국 출시 못 한 서비스들이 꽤 돼요.
돌이켜보면, 기획이 없었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아요. "뭘 만들지"가 명확하지 않으니까, 만들면서 계속 흔들린 거예요.
AI 시대, 기획이 더 중요해진 이유
Q. 요즘은 AI가 코드를 써주잖아요. 기획 없이 빨리 만들어보고, 안 되면 버리면 되는 거 아닌가요?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실제로 해보니까 그게 아니더라고요.
AI가 코드를 써준다고 해서 "공짜"는 아니에요. 코드를 이해하고, 수정하고, 연결하는 건 결국 제가 해야 해요.
방향이 틀리면, 틀린 방향으로 계속 시간을 쓰게 돼요. AI가 빠르게 만들어주니까 "뭔가 진전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은 들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이게 내가 만들려던 게 맞나?" 싶은 순간이 와요.
Q. 비유를 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자동차로 비유해볼게요.
예전에는 자전거를 타고 여행했어요. 느리지만, 잘못된 길로 가도 금방 알아채고 돌아올 수 있어요.
지금은 스포츠카를 타고 여행하는 거예요. 속도가 엄청 빨라요. 그런데 네비게이션 없이, 목적지도 정하지 않고 출발하면? 빠르게 달리긴 하는데,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거예요.
AI는 스포츠카 같아요. 엄청 빠르게 만들어줘요. 그런데 네비게이션 없이 쓰면 빠르게 길을 잃는 거예요. 기획서가 바로 그 네비게이션이에요.
기획서가 뭔데요?
Q. 기획서라고 하면 뭔가 어렵고 복잡한 문서 같은데요.
기획서는 사실 별거 아니에요. 그냥 "뭘 만들 건지 정리한 문서"예요.
어떤 문제를 해결할 건지, 누구를 위한 건지, 어떤 기능이 필요한지, 언제까지 만들 건지. 이런 것들을 글로 정리해놓은 거예요. 형식은 중요하지 않아요. 노션에 적어도 되고, 메모장에 적어도 돼요.
Q. 기획서가 왜 필요한 건가요?
기획서가 하는 일은 크게 세 가지예요.
첫째, 생각을 명확하게 해줘요. 머릿속에만 있는 아이디어는 항상 완벽해 보여요. 그런데 글로 쓰려고 하면 "어, 이 부분은 어떻게 하지?" 싶은 게 나와요. 글로 쓰는 과정에서 구멍이 보여요.
둘째, 기준을 만들어줘요. "이건 기획서에 있으니까 넣자", "이건 기획서에 없으니까 나중에 하자". 이렇게 판단할 수 있어요. 흔들리지 않는 기준이 되는 거죠.
셋째, 커뮤니케이션을 도와줘요. 누군가 "이게 뭐야?"라고 물으면, 기획서를 보여주면 돼요. 30초면 핵심을 전달할 수 있어요.
AI로 기획서 쓰기
Q. 기획서 쓰는 것도 막막한데요.
저도 예전에는 기획서 쓰는 게 힘들었어요. 백지 앞에 앉아 있으면 머리가 하얘지는 느낌이었거든요.
그런데 AI가 이걸 도와줄 수 있어요. AI를 기획 파트너로 쓰는 거예요.
AI한테 제 아이디어를 던지면, AI가 질문을 해줘요. "타겟 사용자가 누구예요?", "기존 서비스와 뭐가 달라요?" 그 질문에 답하다 보면 생각이 정리돼요.
Q.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 건가요?
제가 실제로 쓰는 방법을 공유해드릴게요. 4단계로 나눠서 진행해요.
1단계: 아이디어 구체화하기
보통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막연해요. "이런 서비스 있으면 좋겠다" 정도의 느낌만 있는 거죠. 그걸 명확하게 만들어야 해요.
AI한테 아이디어를 던지고, 다음을 정리해달라고 해보세요.
- 이 서비스가 해결하는 핵심 문제
- 기존 대안들과의 차별점
- 검증이 필요한 가설 3가지
-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리스크
중요한 건, AI가 정리해준 걸 그대로 쓰면 안 돼요. "이건 맞아", "이건 좀 다른데?" 하면서 다시 대화해야 해요. 이런 핑퐁을 하다 보면 진짜 기획이 나와요.
2단계: 사용자 여정 설계하기
사용자 여정이라는 게 뭐냐면, 사용자가 이 서비스를 처음 만나서 계속 쓰게 되기까지의 과정이에요.
AI한테 다음을 정리해달라고 해보세요.
- 사용자가 이 서비스를 발견하는 상황
- 첫 사용 경험 (온보딩)
- 핵심 가치를 느끼는 "아하 모먼트"
- 반복 사용하게 되는 습관 루프
- 이탈할 수 있는 지점과 방지책
특히 **"아하 모먼트"**가 중요해요. 사용자가 "어, 이거 괜찮은데?"라고 느끼는 순간이에요. 이 순간을 경험한 사용자는 계속 써요. 이 순간을 경험 못 한 사용자는 떠나요.
3단계: MVP 범위 정의하기
MVP는 "최소 기능 제품"이에요. 서비스의 핵심 가치를 검증할 수 있는 가장 작은 버전을 말해요.
이 단계가 제일 어렵고, 제일 중요해요. "뭘 뺄지" 결정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에요.
AI한테 다음을 정리해달라고 해보세요.
- MVP에 반드시 포함할 기능 (Must-have) — 3개 이내
- 있으면 좋지만 나중에 해도 되는 기능 (Nice-to-have)
- MVP에서 의도적으로 뺄 기능과 그 이유
- 2주 안에 만들 수 있는 가장 작은 버전
"2주 안에 만들 수 있는 버전"을 물어보는 게 중요해요. 이 질문을 하면 강제로 "진짜 중요한 게 뭐지?"를 생각하게 돼요.
4단계: 1페이지 기획서로 정리하기
앞에서 정리한 내용을 1페이지로 압축하는 거예요.
1페이지로 압축하려면, 진짜 중요한 것만 남겨야 해요. 그 과정에서 생각이 더 명확해져요. 그리고 누군가한테 설명할 때 30초면 핵심을 전달할 수 있어요.
포함할 섹션은 이래요.
- 한 줄 요약
- 해결하는 문제
- 솔루션
- 타겟 사용자
- 핵심 기능 (3개 이내)
- 성공 지표
- 1차 마일스톤
기획서를 쓰고 나면 달라지는 것들
Q. 이 과정을 다 거치면 어떤 변화가 있어요?
확실히 달라요.
첫째, 개발할 때 고민이 줄어요. "이 기능 넣을까 말까?" 고민할 때 기획서를 보면 돼요. 예전에는 매번 고민했는데, 이제는 그 시간이 확 줄었어요.
둘째, 방향이 흔들릴 때 돌아올 곳이 생겨요. 개발하다가 "이게 맞나?" 싶을 때 기획서를 다시 읽어봐요. 정신이 돌아와요.
셋째, 시간이 오히려 줄어요. 역설적이에요. 기획서 쓰는 데 시간을 쓰는데, 전체 시간은 줄어요.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시간이 줄어서예요.
흔히 하는 실수들
Q. 기획할 때 흔히 하는 실수들이 있나요?
몇 가지 자주 보이는 실수들이 있어요.
첫 번째, "내가 원하는 것"과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혼동하는 거예요. "이 기능 멋있겠다"고 생각해서 넣었는데, 정작 사용자들은 안 쓰더라고요. 항상 "이게 정말 사용자한테 필요한가?"를 물어봐야 해요.
두 번째, 첫 버전에서 완벽을 추구하는 거예요. MVP는 "최소 기능 제품"이에요. 불완전해도 괜찮아요. 빨리 내놓고, 사용자 반응을 보고, 그다음에 개선하면 돼요.
세 번째, 숫자 없이 기획하는 거예요. "성공하면 좋겠다"는 말은 의미가 없어요. "일주일 후 재방문율 30%면 성공이다"처럼 숫자로 정해야 나중에 판단할 수 있어요.
네 번째, 기획서를 쓰고 안 보는 거예요. 기획서를 열심히 썼는데, 개발 시작하면 안 보는 분들이 있어요. 기획서는 계속 참고해야 해요.
비개발자 바이브코더를 위한 이야기
Q. 개발을 전혀 모르는 분들한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세요?
AI가 코딩을 대신해주는 시대가 왔어요. 이건 정말 대단한 거예요. 예전에는 개발을 배우는 데만 몇 년이 걸렸는데, 이제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서비스를 만들 수 있게 됐어요.
그런데 한 가지 주의하셔야 할 게 있어요.
코딩을 AI가 대신해준다고 해서, "생각"도 대신해주는 건 아니에요.
"뭘 만들지", "왜 만들지", "누구를 위해 만들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여전히 여러분이 해야 해요. AI는 그 답을 가지고 코드를 써주는 것뿐이에요.
그래서 기획이 중요해요.
Q. AI한테 코딩 요청하기 전에 기획부터 하라는 말씀이시죠?
맞아요. 순서가 중요해요.
보통은 이렇게 하잖아요.
아이디어 → 바로 "이거 만들어줘" → "이것도 추가해줘" → 기능 늘어남 → 복잡해짐 → 포기
이 순서를 바꿔보세요.
아이디어 → "이 아이디어 정리 좀 도와줘" → 기획 대화 → 기획서 완성 → 코딩 시작
바이브코딩 하시기 전에, 30분만 투자해서 AI랑 대화해보세요. 그 30분이 나중에 몇 주를 아껴줄 거예요.
정리하며
Q. 오늘 이야기를 정리해주시겠어요?
오늘 이야기한 내용을 정리하면 이래요.
AI가 코드를 써주는 시대가 왔어요. 실행 속도가 엄청 빨라졌어요. 그런데 그래서 오히려 기획이 더 중요해졌어요. 방향이 맞으면 빠르게 갈 수 있지만, 방향이 틀리면 빠르게 잘못된 곳으로 가기 때문이에요.
기획서는 어렵지 않아요. "뭘 만들지 정리한 문서"예요. AI랑 대화하면서 만들 수 있어요.
4단계로 진행하면 돼요.
- 아이디어 구체화
- 사용자 여정 설계
- MVP 범위 정의
- 1페이지 기획서 정리
이 과정을 거치면 개발할 때 고민이 줄고, 방향이 흔들릴 때 돌아올 곳이 생기고, 전체 시간도 줄어요.
더 깊이 알고 싶다면
오늘 이야기한 내용을 더 깊이 있게 다룬 책이 있어요.
제가 직접 집필한 『AI 사이드 프로젝트 시작하기 (기획편)』이에요.
이 책에서는 오늘 소개한 4단계 프로세스를 더 구체적인 예시와 함께 설명하고 있어요. 실제로 제가 "같이하기" 서비스를 기획할 때 사용한 프롬프트들, AI와 나눈 대화 전체, 그리고 완성된 기획서 템플릿까지 담았어요.
바이브코딩으로 첫 서비스를 만들어보시려는 분들께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구매링크: https://book.devroder.co.kr/
궁금한 점이나 더 알고 싶은 주제가 있으시면 답장 주세요. 다음 뉴스레터에서 다뤄볼게요.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