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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마크 저커버그는 오픈AI와 구글을 뛰어넘겠다며 메타 초지능 연구소(Meta Superintelligence Lab, MSL)를 대대적으로 꾸렸죠. AI 인재전쟁에서 앞서나가기 위해서 전 세계 AI 씬에서 가장 잘나간다는 44명의 천재를 싹쓸이했죠. 그런데 이 올스타팀의 멤버 명단을 들여다보면 뭔가 좀 재밌습니다. 팀원의 절반이 중국 출신이라는 믿기 힘든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죠.
얼마전 화제였던 KBS 다큐 인재전쟁에서 중국의 공대 인재 굴기에 대해서 다루기도 했었는데요. 이게 단순한 우연일까요? 아니면 우리가 모르는 사이 AI라는 21세기 최대 격전지의 헤게모니가 이미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증거일까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본진인 메타의 심장부가 어떻게 중국의 인재들에게 장악당하게 된 걸까요?
메타의 MSL을 들여다보면
메타가 꾸린 MSL팀 면면은 그야말로 화려합니다. 오픈AI에서 40%, 구글 딥마인드에서 20%를 빼오는 등, GPT-4, 제미나이 같은 현존 최강 AI 모델 개발의 주역들을 싹쓸이했죠. 저커버그가 얼마나 다급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메타의 자체 모델 라마 4(Llama 4)의 실망스러운 성과와, 딥시크(DeepSeek) 쇼크가 저커버그를 초조하게 만들었다는 후문이 있죠)
그런데 이 올스타 팀의 인구 구성을 보면 놀라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 절반이 중국계: 팀원 중 50%가 중국 출신입니다. 미국 인구에서 중국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1.6%에 불과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건 그야말로 압도적인 수치입니다. 메타가 '세계 최고'를 모았더니, 그 절반이 중국인이었다는 거죠
- 1세대 이민자의 힘: 더 중요한 사실은 이들 대부분이 미국에서 태어난 중국계 미국인이 아니라, 중국 본토의 명문 대학에서 학부 교육을 받은 1세대 이민자라는 점입니다. 칭화대, 베이징대, 저장대, 중국과기대... 이들의 출신 대학 리스트는 중국 최고 엘리트 코스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 한국과 인도의 자리: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이 현상은 더욱 두드러집니다. 표에서는 안보이지만 우리나라 연구원은 오픈AI의 추론 모델 개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정형원 박사 단 한 명뿐입니다. 실리콘밸리의 거대한 인도계 인재 풀을 고려할 때, 인도 출신 연구원도 단 두 명에 불과했죠
이 데이터가 말해주는 바는 명확합니다. AI 연구의 최정상 레벨에서 중국이 배출하는 엘리트 인재의 질과 양이 이미 다른 모든 국가를 압도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미국의 가장 중요한 기술 기업이 자신들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 팀을 꾸리기 위해 경쟁국의 교육 시스템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상황. 어쩌면 장기적으로 전략적 취약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중국의 AI 인재 파이프라인
메타 연구소의 인력 구성은 우연의 결과가 아닙니다. 지난 수십 년간 중국이 국가적 차원에서 치밀하게 설계하고 실행해 온 AI 인재 육성 전략의 결실로 보이죠.
- 6살부터 배우는 AI: 중국은 2025년부터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이어지는 국가 표준 AI 교육과정을 의무화했습니다. 초등학생은 AI 리터러시를, 중학생은 머신러닝의 원리를, 고등학생은 직접 AI 알고리즘 모델을 설계하는 식이죠. 미국이 주마다 다른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우왕좌왕하는 동안,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AI 네이티브 세대를 길러내고 있는 겁니다. 이렇게 다져진 기초 위에, 매년 미국보다 6배 이상 많은 공학 학사(2021년 기준 중국 140만 명, 미국 12.7만 명)를 쏟아내니, 인재 풀의 규모부터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 국가가 판을 까는 산업 생태계: 중국 정부는 '2030년까지 AI 세계 1위'라는 명확한 목표 아래, 반도체와 AI 산업에 1000억 달러에 가까운 펀드를 조성하고, 정부 주도 VC를 통해 지난 10년간 9000억 달러 이상을 쏟아부었습니다. 단순히 돈만 대는 게 아니라, 'AI 시범 지구'를 지정하고, 국영 연구소를 세우고, 컴퓨팅 자원을 보조하며 스타트업의 리스크를 줄여주죠. 저커버그를 긴장시킨 딥시크를 탄생시킨 항저우의 량주 모델은, 칭화대의 학문적 역량, 알리바바 같은 대기업의 지원, 그리고 정부의 체계적인 서포트가 결합된 중국식 혁신 생태계의 성공 사례라고 합니다
- 두뇌 유출을 두뇌 순환으로: 과거에는 해외로 나간 엘리트들을 두뇌 유출이라며 안타까워했지만 중국은 이제 이들을 글로벌 지식 네트워크의 허브로 활용합니다. 해외에서 최신 기술과 지식을 흡수한 인재들이 본국의 연구자들과 활발히 교류하고, 때로는 귀국하여 중국의 기술 발전을 이끄는 두뇌 순환 구조를 만든 거죠
결국 교육으로 인재를 길러내고, 산업 정책으로 일자리를 만들고, 글로벌 네트워크로 지식을 흡수하는 이 풀스택 국가 전략이, 오늘날 메타의 연구소를 채울 만큼 강력한 인재 파이프라인을 만들어낸 겁니다.
지정학적 아이러니
이러한 중국의 부상은 미국의 지정학적 고민을 깊게 만들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더 아이러니한 건, 미국의 AI 리더십을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이 어쩌면 미국 자신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역사적으로 미국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전 세계 최고의 인재들을 끌어들이는 '아메리칸드림'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미국의 이민 정책은 이 장점을 스스로 걷어차고 있죠. 특히 인도나 우리나라 출신 엔지니어들이 영주권을 받기 위해 수십년을 기다려야 하는 현재 비자 시스템은 최고의 인재들을 미국 밖으로 밀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죠. 실제로 미국에서 학위를 마친 최상위 중국 AI 연구자들이 중국에 남는 비율은 2019년 11%에서 2022년 28%로 급증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메타 같은 미국 기업들은 자국 내에서 필요한 인재를 충분히 확보하는 때엔 엄청난 주권 프리미엄을 지불하며 해외 인재 영입에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언론에 보도된 수천억 원대의 연봉은 결국 미국의 인재 파이프라인이 만들어낸 영향도 있는 셈이죠.
미국이 한편으로는 중국의 기술 발전을 막겠다며 수출 통제에 열을 올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최고의 인재들이 미국에 정착하지 못하게 막아 중국의 기술 굴기를 돕고 있는 모순적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인재 전쟁
메타의 초지능 연구소(MSL) 사례는 우리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죠. AI 시대의 글로벌 패권 경쟁은 단순히 더 좋은 모델이나 더 많은 GPU를 확보하는 싸움을 넘어, 누가 더 뛰어난 인재를 길러내고, 붙잡고, 활용하느냐의 싸움으로 전환되었다는 겁니다.
중국은 지난 수십 년간의 국가적 투자를 통해 이제 AI 연구의 최전선에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혹은 특정 분야에서는 이미 앞서나갈 만큼 강력한 인재 풀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물론 아직은 미국이 기초 연구나 알고리즘 혁신에서 앞서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거대한 내수 시장과 국가적 지원을 바탕으로 AI 기술의 응용과 확산에서 우위를 점하게 된다면, 글로벌 AI 패권의 향방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게 될 겁니다.
메타의 연구소에서 벌어진 인재 지각 변동은 어쩌면 앞으로 다가올 더 큰 변화의 전조일지도 모릅니다. AI 패권 전쟁의 진짜 승자는 누가 먼저 AGI를 개발하느냐가 아니라, 이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사람을 누가 더 많이 확보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테니까요.
그 안에서 KBS가 조망했듯, 우리나라는 다소 씁쓸한 현실이 보여지고 있는데요. 어쩌면 상황을 전환시킬 골든타임은 얼마남지 않았을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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