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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8일, 미국 법원이 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메타(Meta)를 상대로 제기한 반독점 소송을 기각했습니다. 메타가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인수해 경쟁을 불법적으로 제거했다는 FTC의 주장(2020년부터 이어져 왔던)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거죠.
이 판결은 단순히 메타의 승리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법원이 디지털 시장의 경계를 전통적인 잣대로 재단할 수 없음을 인정한 역사적 사건이자, 빅테크 해체를 외쳐온 규제 당국에 대한 강력한 사법적 제동이기 때문입니다. 과연 법원은 왜 메타의 손을 들어주었을까요?

무너지는 소셜과 미디어의 경계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시장 정의(Definition)였습니다. FTC는 메타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냅챗 등으로 구성된 ‘개인 소셜 네트워킹’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고 주장했죠. 틱톡이나 유튜브 같은 비디오 플랫폼은 엔터테인먼트이지 소셜 네트워킹이 아니라며 시장에서 제외했습니다.
하지만 제임스 보스버그(James Boasberg) 판사는 이 주장을 단칼에 거절했습니다. “소셜 네트워킹과 소셜 미디어 사이의 벽은 무너졌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죠.
근거는 명확했습니다. 2025년 기준, 인스타그램 사용자가 친구나 가족의 게시물을 보는 시간은 전체의 7%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 93%는 알고리즘이 추천해 주는 낯선 창작자의 영상(릴스 등)을 보는 데 쓰였죠. 페이스북조차 그 비율이 17% 대 83%였습니다. 즉, 메타의 플랫폼들은 이미 기능적으로 틱톡이나 유튜브와 동일한 비디오 엔터테인먼트 서비스가 되었다는 겁니다.
소비자가 틱톡과 인스타그램을 사실상 동일한 목적(시간 때우기)으로 사용하는데, 틱톡을 경쟁자에서 뺀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거죠. 이 시장 개념 정의가 무너지면서 메타가 독점 기업이라는 전제 자체가 성립할 수 없게 된 겁니다.
법원은 경제학적 이론뿐만 아니라 실제 발생한 사건들을 자연 실험으로 활용해 두 플랫폼의 대체 관계를 증명했습니다.
2020년 인도의 틱톡 금지 사례를 보면 인도가 틱톡을 금지한 후로, 사용자들은 소셜 미디어를 끊은 게 아니라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으로 대거 이동했습니다. 페이스북 사용량은 60% 급증했고, 인스타그램은 두 배로 늘었죠.
2025년 1월 미국에서 규제 문제로 틱톡 서비스가 잠시 멈췄을 때, 광고주들은 즉시 메타 플랫폼으로 예산을 옮겼고, 그 결과 메타의 광고 단가(CPM)가 10~12% 상승했습니다.
이 데이터들은 소비자와 광고주 모두에게 메타와 틱톡이 완벽한 대체재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틱톡이라는 강력한 대체재가 존재하는 한, 메타는 가격을 마음대로 올리거나 서비스를 저하시킬 수 있는 독점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 입증된 셈입니다.
모순
이번 소송은 미국 행정부의 다소 자가당착적인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기도 했죠.
한편에서 의회와 백악관은 틱톡이 “너무나 강력하고 지배적이어서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강제 매각법을 통과시켰습니다. 그런데 다른 한편(FTC)에서는 “틱톡은 메타의 경쟁 상대가 될 만큼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하며 메타를 독점 기업으로 몰아세운 거죠.
메타의 변호인단은 이 모순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정부가 틱톡의 지배력을 인정해 놓고 법원에서는 경쟁자가 아니라고 하는 건 앞뒤가 안 맞는다”는 논리로 FTC를 공격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틱톡을 견제하려던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이 결과적으로 메타를 구해준 꼴이 된 겁니다.
FTC는 메타가 인스타그램(2012)과 왓츠앱(2014)을 인수한 것이 잠재적 경쟁자를 미리 제거한 불법적 인수라고 주장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법원은 '현재'의 독점 여부가 중요하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과거에 인수를 했더라도, 그 이후 틱톡이라는 새로운 거대 경쟁자가 등장해 시장 판도를 뒤흔들었다면, 그 인수가 경쟁을 영구적으로 제한했다고 볼 수 없다는 거죠.
판사는 “소비자들이 10년 전의 인스타그램 버전을 지금의 버전보다 더 좋아할 것이라고 믿기는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메타가 틱톡에 대항해 릴스를 만들고 끊임없이 기능을 개선한 것은 독점 유지가 아니라 치열한 '경쟁’의 결과물이라는 겁니다. “덩치가 크다는 것만으로 나쁜 것은 아니다(Big is not necessarily bad)”라는 미국 반독점법의 오랜 원칙을 재확인한 것입니다.
No More 리나 칸

이번 판결은 네오-브랜다이즈(Neo-Brandeisian) 학파, 즉 기업의 규모 자체를 문제 삼아 해체를 주장해 온 리나 칸 전 FTC 위원장( 어차피 리나 칸은 행정부에서 없어졌고, 뉴욕의 사회주의 시장에게 갔지만...)의 철학에 대한 사법부의 입장인거죠.
법원은 이미 통합되어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기업을 강제로 쪼개는 구조적 구제에 대해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구글 검색 반독점 소송에서도 크롬 매각 같은 극단적 조치보다는 배타적 계약 금지 같은 행태적 조치가 논의되고 있죠. 메타 판결은 그 기준을 더 높였습니다.
이제 규제 당국은 단순히 “과거에 경쟁사를 샀다”는 이유만으로 빅테크를 해체할 수 없습니다. 현재 시점에서 유효한 경쟁자가 없다는 것을, 그리고 그 독점력이 영구적이라는 것을 입증해야 하죠. 하지만 AI와 틱톡처럼, 기술 시장은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새로운 경쟁자가 끊임없이 등장합니다.
메타는 독점이 없습니다. 적어도 법원의 눈에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틱톡과 피 튀기게 싸워야만 생존할 수 있는, 거대하지만 불안한 경쟁자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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