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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스프론트(Wealthfront), 또 다른 핀테크 상장

2025.10.02 | 조회 2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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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테크, 스타트업 그리고 자본시장에 대한 2차적 사고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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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의 핀테크 IPO 시장은 활황이었다고 되돌아볼 수 있겠습니다. 위불(WeBull), 이토로(eToro), 차임(Chime)에 이어 이번엔 로보어드바이저의 원조 웰스프론트(Wealthfront)가 나스닥 상장을 예고했죠. 웰스프론트의 재무제표는 그야말로 완벽에 가깝습니다. 높은 성장률에 건실한 흑자 구조, 그리고 디지털 네이티브 고소득자라는 확실한 팬덤까지 갖췄죠.

하지만 이 완벽해 보이는 그림 뒤에는 다소 불편한 진실도 숨어있습니다. 회사의 핵심 수익원 중 75%가 금리라는 외부 변수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죠. 연준이 금리 인하 사이클에 접어든 지금, 웰스프론트의 상장은 최고의 순간에 EXIT하려는 VC들의 합리적인 선택일까요? 아니면 최고점에 물량을 떠넘기는 폭탄 돌리기일까요?

첨부 이미지

실패가 만든 완벽한 재무제표

오늘날의 웰스프론트를 만든 가장 결정적인 사건은 아이러니하게도 2022년 UBS와의 인수합병 실패였습니다. 당시 14억 달러 규모의 M&A가 무산되면서 웰스프론트는 생존을 위해 스스로 수익을 내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에 직면했죠.

그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쉬운 EXIT이 사라지자, 회사는 혹독한 체질 개선을 통해 스스로 돈을 버는 방법을 터득했습니다. 이번 IPO 서류에 담긴 재무 상태는 바로 그 고통스러운 전환의 결과물인 셈이죠.

출처: Wealthfront S-1
출처: Wealthfront S-1

웰스프론트의 재무 건전성은 40의 법칙(Rule of 40)으로 명확히 증명됩니다. 기업의 매출 성장률과 이익률을 더해 40%가 넘으면 건강한 기업으로 평가하는 이 기준에서, 웰스프론트는 50점이 넘는 경이로운 점수를 기록했습니다. 20%+의 매출 성장률에 30%+의 순이익률을 더한 결과죠. 이 회사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성장과 수익성의 균형을 맞추고 있는지 보여주는 데이터입니다.

2022년의 실패가 없었다면 아마 오늘날과 같은 탄탄한 수익 구조는 만들어지지 못했을 겁니다. 역설적으로 실패가 회사를 IPO에 적합한 A급 매물로 탈바꿈시킨 효과적인 계기가 된 셈입니다.

진짜 수익은 자문이 아닌 예금에서

웰스프론트는 로보어드바이저로 알려져 있지만, 회사의 진짜 수익 엔진은 투자 자문이 아닙니다. 바로 캐시 스윕(cash sweep) 프로그램이죠. 실제로 2025 회계연도 기준, 전체 매출의 75%가 여기서 발생했습니다.

프로그램의 구조는 간단합니다. 고객이 웰스프론트의 고금리 예금 계좌에 돈을 넣으면 웰스프론트는 이 자금을 35개 이상의 파트너 은행에 대신 예치해줍니다. 그리고 파트너 은행들로부터 높은 이자를 받아 그중 일부만 고객에게 돌려주고 나머지를 수익으로 가져가는 방식이죠.

결국 웰스프론트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은 저렴한 비용으로 개인 고객들의 예금을 모아 은행에 공급하는 효율적인 예금 중개 플랫폼인 겁니다.

0.25%의 낮은 수수료를 받는 투자 자문 사업은 이제 수익원이라기보다 회사의 핵심 고객층인 고소득 디지털 네이티브를 끌어들이기 위한 미끼 상품 혹은 고객 확보 채널로서 기능하고 있습니다. 일단 플랫폼 안으로 들어온 고객들의 유휴 현금이 자연스럽게 고수익 사업인 캐시 스윕 프로그램으로 흘러 들어가도록 설계된 효과적인 구조인 거죠.

금리 인하

바로 이 지점에서 웰스프론트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 드러납니다. 회사의 핵심 수익 모델이 거시 경제 변수인 금리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죠.

웰스프론트가 지난 2년간 경이로운 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던 건 2022년부터 이어진 고금리 환경 덕분에 캐시 스윕 프로그램의 수익성이 극대화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연준은 2024년 말부터 금리 인하 사이클을 시작했고 앞으로 추가적인 인하가 예상되는 상황이죠.

이건 웰스프론트의 매출과 이익률이 앞으로 거의 확실하게 감소할 것임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파트너 은행에서 받는 이자가 줄어들면 웰스프론트의 수익 스프레드도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결국 이번 IPO는 회사의 수익성이 사이클의 정점에 있을 때 상장하여 최고의 가치를 인정받으려는 합리적 타이밍에 이루어지는 겁니다. 회사와 초기 VC들에게는 최상의 시나리오지만 정점에서 주식을 사는 공모주 투자자들에게는 상당한 위험을 전가하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물론 금리가 낮아지면 주식 시장이 활성화되어 투자 자문 수수료 수익이 늘어날 수 있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하지만 낮은 마진의 자문 수익이 높은 마진의 현금 수익 감소분을 얼마나 상쇄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죠.

엑싯(Exit) 파티

이번 IPO를 가장 반기는 이들은 아마도 웰스프론트의 초기 투자자들일 겁니다. 타이거 글로벌(Tiger Global)이 약 20%, DAG 벤처스가 12%, 인덱스 벤처스가 11.5% 등, 주요 VC들이 회사 지분의 50% 이상을 보유하고 있죠.

2008년부터 길게는 17년간 돈이 묶여있었던 이들에게 이번 상장은 그야말로 초대박 엑싯 기회입니다. 반대로 공모주 투자자들에게는 잠재적인 위험 요소로 작용합니다. 바로 오버행 리스크죠.

통상적으로 IPO 후 180일간의 보호예수(lock-up) 기간이 끝나면, 이들 VC들은 차익 실현을 위해 보유 주식을 시장에 대량으로 매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규모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회사의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주가에 상당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죠.

결국 이번 IPO는 VC들에게는 이른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수 있지만 이들의 화려한 엑싯 파티 비용을 공모주 투자자들이 치르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매수매도에 대한 추천은 아닙니다)

좋은 회사, 좋은 주식?

웰스프론트가 훌륭한 기업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겁니다. 디지털 네이티브 고소득자라는 미래의 핵심 고객층을 확실히 장악했고, 95%에 달하는 압도적인 고객 유지율은 이들의 브랜드와 서비스가 얼마나 강력한지를 증명하죠.

출처: Wealthfront S-1
출처: Wealthfront S-1

하지만 투자의 관점에서 보면 이 IPO는 좋은 기업을 나쁜 타이밍에 사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기도 합니다. 금리 하락이라는 피할 수 없는 거시적 역풍이 예고되어 있기 때문이죠. 판매자(VC와 회사)에게는 완벽한 타이밍이지만, 구매자(공모주 투자자)에게는 썩 좋지않은 타이밍이 될 수 있는 겁니다.

결국 이 딜의 매력도를 결정하는 것은 최종 공모 가격이 될 겁니다. 향후 금리 인하에 따른 실적 하락을 충분히 감내할 수 있을 만큼의 안전 마진이 확보된 가격에 상장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회사라도 투자자에게는 힘든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웰스프론트는 장기적으로 매력적인 자산일 수 있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예측 가능한 폭풍 속에서 시작하고 있다는 사실을 투자자들은 명심해야 할 겁니다.

긴 연휴의 시작입니다. Divided by Zero는 다음주에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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