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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 vs 미국채

2025.10.01 | 조회 1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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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테크, 스타트업 그리고 자본시장에 대한 2차적 사고를 공유합니다

Divided by Zero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IT테크, 스타트업 그리고 자본시장에 대한 2차적 사고를 공유합니다.

채권 시장에서 역사적인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회사채 금리가 미국 국채 금리와 거의 같아지거나, 특정 구간에서는 오히려 더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난 거죠. 수십년간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절대 기준점, 즉 무위험 자산으로 여겨졌던 미국 국채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시장은 어떻게 세계 최대 기술 기업의 신용을 세계 최대 강대국의 신용과 동급으로, 혹은 그 이상으로 평가하게 된 걸까요? 단순히 일시적인 시장의 변덕일까요, 아니면 자본 시장의 권력 구조가 근본적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신호일까요?

출처: WSJ
출처: WSJ

채권 시장의 가격은 거짓말을 하지 않죠. 2025년 9월 말 데이터를 보면, 두 거인의 신용 위험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얼마나 극적으로 수렴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건 단순히 투자 등급 회사채에 대한 전반적인 선호도가 높아지는 현상을 넘어섭니다. 시장은 마이크로소프트를 단순한 우량 기업이 아닌, 미국 정부와 동급의 피어로 대우하기 시작한 겁니다. 기업이 속한 국가보다 더 안전할 수는 없다는 금융계의 오랜 통념이 깨지고 있는 거죠.

엇갈리는 건전성

시장의 이러한 평가는 각 주체의 펀더멘털을 분석해보면 매우 합리적인 결과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미국 정부의 재무 상태는 완전히 상반된 방향으로 향하고 있죠.

마이크로소프트의 재무 상태는 그야말로 철옹성입니다. 2025 회계연도에 매출은 2,817억 달러, 순이익은 1,018억 달러를 기록했고, 보유 현금성 자산만 946억 달러에 달하죠. 애저(Azure)를 필두로 한 클라우드 사업은 39%의 성장률을 보이며 회사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S&P와 무디스로부터 최고 신용등급(AAA/Aaa)을 받은 단 두 개의 미국 기업 중 하나라는 사실은 이들의 재무적 안정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 정부의 재정 상황은 구조적인 악화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국가 부채는 37조 4,000억 달러를 넘어섰고, GDP 대비 부채 비율은 120%에 육박하죠. 더 심각한 것은 이것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적자로 굳어졌다는 점입니다. 2025 회계연도 첫 11개월(미국정부는 회계연도가 10월에 시작) 동안의 재정 적자만 2조 달러에 달했고, 부채에 대한 이자 지급액은 국방 예산을 넘어설 정도로 급증하고 있습니다. 결국 지난 5월, 무디스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1로 강등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시장은 이 두 개의 극명하게 엇갈리는 재무제표를 정확히 가격에 반영하고 있는 겁니다. 예측 가능하고 유능한 자본 관리를 보여주는 기업과,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서 재정 건전성이 계속 악화되는 국가 사이에서 투자자들의 선택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거죠.

부채의 목적

장기적인 재무 건전성을 평가할 때, 빚을 '왜' 지는지는 매우 중요합니다. 미래를 위한 생산적인 투자와 현재의 소비나 과거의 빚을 갚기 위한 빚은 질적으로 다르죠. 이 지점에서 두 주체의 격차는 더욱 벌어집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AI 시대의 패권을 잡기 위해 역사상 가장 야심 찬 인프라 투자를 집행하고 있습니다. 2028년까지 AI에 최적화된 데이터센터 구축에 무려 80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죠. 분명 막대한 고객 수요에 기반한 생산적 투자입니다. 이 투자는 애저, 코파일럿 등 가장 수익성 높은 사업 부문의 미래 성장을 담보하면서 결국 투자 비용을 상회하는 막대한 현금 흐름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죠.

반면 미국 정부 부채의 주된 동력은 사회보장, 메디케어 같은 현재 소비 성격의 의무 지출과 과거에 진 빚에 대한 이자 상환입니다. 2025년에도 1조 달러가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자 지급액은 아무런 새로운 자산이나 미래 소득을 창출하지 못하는 말 그대로 사장 비용이죠. 이는 부채가 이자를 낳고, 그 이자를 갚기 위해 다시 빚을 내야 하는 부채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위험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미국은 파산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마이크로소프트가 미국 정부보다 절대적으로 더 안전하다고 결론 내릴 수 있을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국가는 기업과 근본적으로 다른 고유한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국가에게는, 미국에게는 과세권이 있죠. 마이크로소프트는 경쟁 시장에서 제품을 팔아 돈을 벌어야 하지만, 국가는 법의 힘으로 국민과 기업으로부터 강제로 세금을 징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은 기축통화국으로서 화폐를 발행할 수 있죠. 미국 정부는 자신이 통제하는 통화(달러)로 빚을 집니다. 최악의 경우, 중앙은행인 연준을 통해 돈을 찍어내서라도 명목상의 채무는 항상 이행할 수 있죠. 기업에게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 때문에 미국 국채의 진짜 위험은 채무 불이행이라는 신용 리스크가 아닙니다. 진짜 위험은 정부가 빚을 갚기 위해 화폐를 남발하여 채권자들에게 가치가 떨어진 달러를 되돌려주는 구매력 리스크죠. 즉, 명목상의 원금은 받지만 실질 가치가 하락하는 소프트 디폴트의 위험입니다.

시장이 마이크로소프트 채권에 미국 국채와 비슷한 금리를 매기는 것은 어쩌면 이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리스크와 마이크로소프트의 견고한 미래 생산성을 비교 저울질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무위험 자산의 재정의

마이크로소프트와 미국 정부의 신용 스프레드 붕괴는 단순한 금융 시장의 이변이 아닙니다. 어쩌면 글로벌 경제 질서의 근본적인 변화를 알리는 중대한 사건이죠.

수십 년간 금융 시스템의 기반이었던 무위험 자산의 정의 자체에 대한 도전이기도 합니다. 이제 투자자들은 안전의 기준을 단일 국가의 신용이 아닌,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인 자산들의 포트폴리오에서 찾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포트폴리오에는 일부 초우량 국가의 국채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AAA 등급의 초거대 기업이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죠.

더 나아가서는 국가에서 초거대 기업으로의 권력 이동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글로벌 자본 시장이 한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자국 정부보다 더 신뢰하기 시작했다는 건 경제적 신뢰도와 영향력이 국가의 경계를 넘어서고 있음을 의미하고 있죠.

AI와 클라우드라는 21세기 경제의 핵심 인프라를 장악한 기업이 전통적인 주권 국가의 권위에 필적하는 기업형 초국가로 부상하고 있는 시대의 서막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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