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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 벤처캐피탈(VC) 투자를 하는 시대?

코튜(Coatue) CTEK 펀드의 등장

2025.05.12 | 조회 3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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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테크, 스타트업 그리고 자본시장에 대한 2차적 사고를 공유합니다

Divided by Zero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IT테크, 스타트업 그리고 자본시장에 대한 2차적 사고를 공유합니다.

"개미도 스페이스X에 투자할 수 있다?" 예전 같으면 허황된 꿈처럼 들렸을 이야기입니다.

벤처캐피탈(VC) 투자는 그들만의 리그였죠. 수십억, 수백억씩 굴리는 기관 투자자나 돈 많기로 소문난 '큰손'들만 참여할 수 있는, 그야말로 "그들만의 잔치"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 철옹성 같던 VC 투자 시장에 심상치 않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기술 투자 전문으로 유명한 코튜 매니지먼트(Coatue Management)가 얼마전, '코튜 이노베이션 펀드(CTEK)'라는 이름의 새로운 펀드를 선보였습니다. 근데 이게 좀 특이합니다.

출처: Coatue Management
출처: Coatue Management

바로 일정 자격 요건을 갖춘 개인 투자자들도 코튜의 투자 전략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는 점이죠. 그것도 아직 상장하지 않은 유망한 비상장 기술 스타트업부터 이미 시장을 주도하는 IT 기업까지, 코튜가 점찍은 혁신 기업에 투자할 기회를 말입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시장은 술렁였는데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와 델 창업자 마이클 델의 패밀리 오피스가 이미 무려 10억 달러를 초기 투자금으로 약정했고, 코튜 창업자인 필립 라퐁(Philippe Laffont)과 내부 직원들도 1억 5천만 달러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하니, 판돈부터가 심상치 않죠.

과연 코튜는 왜 이런 시도를 하는 걸까요? 그들은 대체 어떤 회사이길래 이런 '판'을 벌일 수 있는 걸까요? 그리고 이 새로운 펀드가 기존의 투자 방식과 뭐가 다르길래 "새로운 투자의 장이 열렸다"고까지 이야기하는 걸까요? 정말 이번에는 개인도 VC 투자의 달콤한 열매를 맛볼 수 있는 시대가 오는 걸까요?

코튜 매니지먼트(Coatue Management)

코튜 매니지먼트, 아마 기술 투자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입니다. 지난 20년간 기술주 중심의 투자로 명성을 쌓아온, '기술투자 전문 투자사'죠. 이들은 비상장 단계의 유망 스타트업부터 이미 시장을 장악한 빅테크까지, 기술 기업의 성장 주기 전반에 걸쳐 투자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오픈AI, 바이트댄스(틱톡 모회사), 도어대시, 스페이스X 등이 이들의 포트폴리오에 이름을 올렸던 대표적인 기업들이죠.

이런 배경 속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CTEK, 코튜 이노베이션 펀드

CTEK 펀드

CTEK은 코튜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텐더 오퍼 펀드(Tender Offer Fund)', 즉 일종의 '인터벌 펀드(Interval Fund)'입니다.

이 펀드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접근성'입니다. 코튜의 기존 펀드들은 최소 수백만 달러 이상을 투자해야 하는 그들만의 리그였지만, CTEK은 일정 자격 요건(미국의 경우 '적격 투자자' 및 '자격 있는 고객')을 갖춘 개인이라면 최소 5만 달러(약 6~7천만 원)부터 투자가 가능합니다. 물론 이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금액은 아니지만, 이전보다는 문턱이 훨씬 낮아진 셈이죠.

대부분의 벤처캐피탈 펀드는 투자자 수가 제한(99 미만)되거나 자금이 장기간 묶이게 됩니다. 하지만 이 펀드는 Mercury, Harvey 같은(세쿼이아에서 투자하는) 고성장 스타트업에 대한 접근을 열어줄 수 있는겁니다.

물론, 기존에도 개인이 비상장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이 펀드가 다른 이유는 바로 그 규모와 타겟입니다.

CTEK은 인공지능,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차세대 인프라 등 혁신 기술 분야의 비상장 기업과 상장 기업 모두에 투자합니다. 대략 자산의 20~50%는 비상장 기업에, 50~80%는 상장 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하네요. 코튜가 가장 잘하는,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술 기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핵심 전략은 그대로 가져가는 겁니다. 개인이 벤처캐피탈 투자 포트폴리오를 그대로 가져갈 수 있는거죠.

분명 긍정적인 신호는 맞습니다. 코튜 같은 대형 투자사가 개인 투자자 시장에 직접 뛰어들었다는 것 자체가 의미하는 바가 크죠. 제프 베조스나 마이클 델 같은 거물들이 초기 투자자로 나섰다는 점도 시장의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입니다.

더불어 전통적인 펀드는 보통 10년 이상의 긴 만기와 폐쇄적인 구조를 가지는데요, 한번 돈을 넣으면 중간에 빼기가 거의 불가능하죠. 통상 환매 조건이 까다롭고요. 하지만 인터벌 펀드는 정기적으로(CTEK의 경우 분기별) 펀드가 투자자들의 주식을 되사주는 '환매 청구(Tender Offer)' 기회를 제공합니다. 물론, 전체 자산의 5%까지만 되사주는 등 한계는 있지만, 아예 돈이 묶여버리는 전통적인 방식보다는 유동성 측면에서 숨통이 트이는 구조입니다.

모아이크(Mosaic) 플랫폼 코튜는 2015년부터 자체 개발한 데이터 사이언스 플랫폼 '모자이크'를 투자 결정에 활용해왔습니다. 이 플랫폼은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투자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며, 리스크를 통제하는 역할을 한다고 하네요. CTEK 역시 이 모자이크 플랫폼을 통해 투자 대상을 선정하고 관리할 예정
첨부 이미지

결국 CTEK은 코튜의 검증된 투자 역량을 바탕으로, 비상장 혁신 기업 투자의 높은 수익 잠재력과 상장 주식 투자의 유동성을 결합하되, 인터벌 펀드 구조를 통해 개인 투자자들의 접근성과 환금성을 높인 새로운 형태의 투자 상품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왜 갑자기 개인 투자자들에게 문을 열었을까요? 몇 가지 이유를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현재 미국 상장시장의 성과를 떠나서 현재 가격이 고평가 상태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S&P500 Index는 Mag7으로의 비중 집중이 이뤄지고 있고, 고성장 스타트업의 IPO 이벤트는 드물어진지 오래죠. (우버, 에어비앤비, 로빈후드 등 상장이 쏟아지던 때와는 확연히 다릅니다)

앞으로를 생각하면 개인들이 초과수익률을 달성하기 점점 더 어려워졌다는 이야기.

고액 자산가나 전문 투자자 개인들은 여전히 새로운 투자처, 특히 private market의 높은 수익률에 목말라 있죠. 코튜 입장에서는 이 거대한 '개인 자본 시장'을 새로운 자금 조달 창구로 활용하려는 계산이 깔려있을 겁니다.

더불어 예전에는 정보 비대칭과 높은 진입 장벽 때문에 소수만 누릴 수 있었던 투자 기회들이 점점 더 많은 사람에게 열리는 추세인 것도 분명합니다. 이런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자신들의 투자 전략을 더 넓은 투자자층과 공유하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습니다. "혁신에 대한 투자를 민주화하겠다"는 코튜의 슬로건이 이를 뒷받침하죠.

Coatue 포트폴리오(일부), 출처: Coatue Management
Coatue 포트폴리오(일부), 출처: Coatue Management

새로운 시대?

자, 그럼 CTEK의 등장은 정말 '개인이 벤처캐피탈 투자를 하는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걸까요?

앞으로 다른 대형 VC들도 비슷한 형태의 펀드를 출시하며 이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도 충분히 있고요. 그렇게 된다면 개인 투자자들에게도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다양한 투자 기회가 열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냥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몇 가지 생각해 볼 문제들이 있죠.

  • 제한된 유동성: 인터벌 펀드가 분기별 환매 기회를 제공한다고는 하지만, 전체 자산의 5%라는 한도는 여전히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시장 상황이 안 좋거나 환매 요청이 몰리면, 내가 원할 때 원하는 만큼 돈을 빼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거죠. 게다가 1년 이내 환매 시 2%의 수수료까지 물어야 합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구요? 개인들은 기관처럼 장기간 투자를 할 수 있는 여력이 적습니다.
  • 높은 수수료: CTEK의 수수료 구조(연 1.25% 운용보수 + 성과가 연 5%를 넘을 경우 초과분의 12.5%를 성과보수로 가져감)가 일반적인 공모펀드에 비해 높은 편입니다. 물론 사모펀드보다는 낮지만,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죠.
  • 깜깜이 투자: 비상장 기업 투자는 정보 비대칭이 심하고, 기업가치 평가도 주관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과연 개인 투자자들이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 그리고 펀드의 자산 가치가 공정하게 평가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계속될 겁니다.
  • 개인투자자?: '적격 투자자'라는 자격 요건 자체가 여전히 높은 진입 장벽입니다. 최소 투자 금액 5만 달러 역시 일반적인 개인에게는 큰돈이죠. 결국 '초고액 자산가'에서 '고액 자산가'로 문턱이 조금 낮아졌을 뿐, 진짜 '개미'들을 위한 투자는 아니라는 비판도 가능합니다.

즉, 여전히 높은 자격 요건과 투자금, 제한적인 유동성, 그리고 정보 접근의 어려움 등은 개인 투자자들이 넘어야 할 산입니다. CTEK은 어쩌면 그 '좁은 문'을 아주 조금 더 넓힌 것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앞으로 더 많은 운용사들이 비슷한 시도를 하게 될 것이고, 이는 장기적으로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혁신 기업에 대한 자금 조달 방식을 바꾸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겁니다.

출처: SpaceX on Unsplash
출처: SpaceX on Unsplash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튜 같은 시장의 '거인'이 움직였다는 것은 중요한 신호입니다.

그동안 소수에게만 허락되었던 프라이빗 시장, 특히 혁신 기술 기업 투자의 문턱을 낮춰 개인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려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죠. "혁신에 대한 투자를 민주화하겠다"는 코튜의 슬로건이 단순한 구호가 아님을 보여주는 행보입니다.

결국 CTEK의 성공 여부는 코튜가 이 새로운 구조 안에서 얼마나 꾸준히 좋은 성과를 보여주고, 투자자들에게 만족스러운 유동성을 제공하며, 시장의 신뢰를 얻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있겠죠. 정말 '벤처캐피탈 투자의 새로운 시대'가 열릴지, 아니면 또 다른 형태의 '그들만의 리그'로 귀결될지는 앞으로 CTEK이 써내려갈 역사에 달려있다고 봐야겠습니다.

하지만 개인이 상장 전 스페이스X에 투자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만으로도, 이미 흥분되는 시작인 것은 분명해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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