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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AI 브라우저의 시간일까

2025.07.14 | 조회 3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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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테크, 스타트업 그리고 자본시장에 대한 2차적 사고를 공유합니다

Divided by Zero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IT테크, 스타트업 그리고 자본시장에 대한 2차적 사고를 공유합니다.

얼마전 퍼플렉시티(Perplexity)가 코멧(Comet)이라는 새로운 브라우저를 정식으로 내놓았습니다. 얼핏 보면 또 하나의 크롬 클론이 등장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 사건은 지난 30년간 이어져 온 웹브라우저의 역사를 새로 쓰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어보입니다.

이들의 비전은 브라우저를 단순히 정보를 검색하는 도구에서, 사용자를 대신해 사고하는 파트너로 바꾸겠다는 겁니다. 우리가 수많은 탭을 띄워놓고 정보를 짜깁기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AI 에이전트가 대신해주는 세상. 매력적으로 들리지 않나요?

과연 비전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요? 아니면 또 다른 기술적 하이프에 그치게 될까요

퍼플렉시티 코멧

퍼플렉시티 코멧의 핵심은, 사용자의 작업 흐름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인지적 운영체제(cognitive operating system)'가 되겠다는 것입니다. 브라우저 사이드바에 상주하는 AI 어시스턴트가, 현재 보고 있는 유튜브 영상이나 구글 문서에 대해 바로 질문하고 답을 얻게 해주는 식이죠.

가장 인상적인 기능은 멀티탭 종합 능력입니다. 여러 쇼핑몰 탭을 띄워놓고 "어디가 배송이 제일 빨라?"라고 물으면, AI가 모든 탭의 정보를 종합해서 답을 줍니다. 수많은 탭 사이를 오가며 정보를 비교해야 했던, 우리 모두가 겪어본 그 '인지적 과부하'를 직접적으로 해결해주는 기능이죠.

하지만 이 시도는 동시에 이 새로운 카테고리가 마주한 근본적인 한계도 명확히 보여줍니다. 코멧은 정보 요약이나 리서치 같은 '생각하는' 작업에는 탁월한 성능을 보이지만, 이메일을 보내거나 일정을 잡는 것 같은 '행동하는' 작업에서는 아직은 실패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 구글 생태계 안에서의 작업은, 구글의 보안 정책에 막혀 대부분 실패했죠. 어쩌면 AI 브라우저의 가장 큰 적이, 어쩌면 경쟁사가 아니라 파편화된 웹 생태계 그 자체일 수 있어보이죠.

더 흥미로운 지점은 프라이버시의 역설입니다. 퍼플렉시티는 "사용자 데이터로 모델을 훈련시키지 않는다"며 프라이버시를 강조하지만, 정작 개인정보처리방침에는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한다고 명시되어 있고, CEO는 장기적으로 초개인화 광고를 팔 계획이라고 인정한 바 있습니다. 월 200달러라는 높은 구독료는, 어쩌면 이 비즈니스 모델의 모순을 감추기 위한 일시적인 방편일지도 모릅니다.

AI 브라우저 전쟁

하지만 AI 브라우저를 시도하고 있는건 퍼플렉시티 뿐만이 아니죠. 코멧의 등장을 신호탄으로, AI 브라우저 시장은 이미 여러 플레이어들이 각자의 철학으로 경쟁하는 전쟁터가 되었습니다.

  • 젠스파크(Genspark): 젠스파크는 정보 요약을 넘어, '실제 행동 자동화'에 집중합니다. 700개가 넘는 API 연동(MCPs)을 통해 "줌 회의 잡아서, 노션 문서 첨부하고, 관련자에게 슬랙으로 알림 보내줘" 같은 복잡한 멀티플랫폼 작업을 하나의 명령으로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죠
  • 다이아(Dia): 아크(Arc)' 브라우저로 유명한 브라우저 컴퍼니(TBC)는, 파워 유저를 위한 아크와는 별개로, 더 쉽고 단순한 AI 브라우저 다이아를 개발 중입니다. 복잡성 대신, 미니멀한 디자인과 직관적인 AI 경험으로 일반 사용자를 공략하겠다는 전략이죠
  • 브레이브(Brave): 브레이브 브라우저는 레오(Leo)라는 AI 어시스턴트를 '사용자 프라이버시'라는 절대 원칙 위에 구축했습니다. 모든 요청을 익명화하고, 서버에 대화 기록을 남기지 않으며, 심지어 유료 구독조차 사용자와 연결할 수 없는 토큰 시스템을 사용합니다. 퍼플렉시티의 모순적인 프라이버시 정책을 정면으로 겨냥하는 차별화 포인트

이 외에도 시그마OS(SigmaOS)나 오페라 원(Opera One) 같은 플레이어들이 특정 생산성 워크플로우에 집중하며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기도 합니다.

빅테크는?

그렇다면 기존 시장의 지배자인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는 뭘 하고 있을까요? 그들 빅테크 역시 크롬과 엣지에 제미나이와 코파일럿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움직임은 아직까지 다소 조심스럽고 방어적입니다. 왜 그럴까요? 혁신가의 딜레마 때문이죠

구글의 수백조 원짜리 비즈니스 모델은 사용자가 '검색 결과의 파란 링크'를 클릭해야만 작동합니다. 그런데 만약 AI 브라우저가 너무 똑똑해져서, 링크를 클릭할 필요 없이 완벽한 정답을 바로 알려준다면 어떻게 될까요? 구글의 광고 제국은 뿌리부터 흔들리게 됩니다. 이 구조적 딜레마가 구글이 가장 파괴적인 AI 브라우저를 만드는 것을 주저하게 만드는 가장 큰 족쇄인 셈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경쟁의 구도를 한순간에 바꿔버릴 수 있는, 진짜 게임체인저도 등판을 준비하고 있죠. 바로 오픈AI. '오퍼레이터(Operator)'라는 코드명의 이 브라우저는, 챗GPT의 수억 명의 사용자를 등에 업고 시장에 등장하는 순간, 크롬의 아성에 도전할 수 있는 유일한 플레이어가 될 수 있습니다. 오픈AI의 목표는 단순히 더 나은 브라우저를 넘어, AI 에이전트와 미래의 하드웨어를 연결하는 거대한 생태계의 허브를 만드는 것입니다.

브라우저 핵심 철학/전략AI 통합 모델주요 에이전트 기능
퍼플렉시티 코멧인지적 운영체제사이드바 어시스턴트정보 요약, Q&A, 멀티탭 리서치
젠스파크완전한 행동 자동화MCPs를 통한 API 연동웹사이트 자율 항해, 양식 작성, 워크플로우 자동화
다이아 (TBC)대중적인 AI 단순성사이드바 어시스턴트페이지 요약, 웹 콘텐츠 기반 Q&A
브레이브 레오프라이버시 우선주의개인정보 보호 아키텍처요약, 콘텐츠 생성, 번역
오페라 원 (Aria)생산성 강화사이드바 및 커맨드 라인Q&A, 콘텐츠 생성, 로컬 처리 기반 탭 관리
시그마OS (Airis)창작자를 위한 생산성워크스페이스 기반 UI문맥 기반 Q&A, 인터랙티브 요약
OpenAI 오퍼레이터생태계 중심 슈퍼 어시스턴트통합 에이전트예약, 양식 작성 등 작업 자동화

브라우저를 넘어 인지적 운영체제로

이런 AI 브라우저들의 등장은 단순히 '더 똑똑한 크롬'이 나오는 수준의 이야기가 아닐겁니다. 이건 인터넷 등장이후 우리가 지난 40년간 익숙했던 개인용 컴퓨터의 작동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시도인거죠.

과거 우리는 각기 다른 앱(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등)을 열어 따로 작업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AI 브라우저의 시대에는, 브라우저의 검색창이 모든 것을 지시하는 일종의 마스터 박스가 됩니다. "도쿄 여행 계획 짜줘"라는 하나의 명령에, AI가 항공권 앱, 호텔 예약 사이트, 캘린더 앱을 오가며 모든 작업을 자율적으로 처리해주는 거죠. 이렇게 되면, 데스크톱의 유일한 역할은 브라우저를 실행시키는 아이콘 하나를 제공하는 것으로 끝날지도 모릅니다.

이 패러다임 전환의 가장 큰 희생양은 단연 구글의 검색 광고가 될 겁니다. AI가 직접 답을 주면, 우리는 더 이상 파란 링크를 클릭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그리고 바로 이 지점이, 구글이 아닌 다른 플레이어들에게는 수백조 원짜리 시장을 빼앗아 올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가 됩겁니다.

출처: 퍼플렉시티
출처: 퍼플렉시티

이렇듯 AI 브라우저라는 새로운 카테고리가 탄생할 시간은 분명히 왔습니다. 기술적 기반은 마련되었고, 시장의 문제의식도 충분히 무르익었습니다.

하지만 당장은 아니죠. 우리 모두가 AI 브라우저를 대중적으로 사용하게 될 시간은 아직은 오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현재의 제품들은 비전은 원대하지만, 실제 성능은 아직 불안정하고, 비즈니스 모델은 위태로우며, 프라이버시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 전쟁의 승패는 누가 더 똑똑한 AI 모델을 가졌느냐가 아니라, 누가 사용자의 신뢰를 얻고,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며, 기존 시장의 거대한 관성을 넘어설 수 있느냐에 달려있을 겁니다. 어쩌면 미래의 웹은, 모두가 동의하는 개방형 표준 위에서 여러 AI 에이전트들이 공정하게 경쟁하는 세상이 될 수도 있고, 혹은 거대 기업들이 각자의 '벽으로 둘러싸인 정원' 안에서만 작동하는 폐쇄적인 생태계를 만들 수도 있겠죠.

분명한 것은, 브라우저가 다시 한번 기술 혁신의 가장 뜨거운 전쟁터가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 전쟁의 결과가, 앞으로 우리가 디지털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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