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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폴드, 이제 신약 개발까지?

2026.02.17 | 조회 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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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테크, 스타트업 그리고 자본시장에 대한 2차적 사고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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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입니다!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건강이 최고입니다. 그리고 아마 구글이 우리 건강을 책임져줄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지난주 화요일(2월10일), 알파벳의 AI 바이오 자회사 아이소모픽 랩스(Isomorphic Labs)가 IsoDDE(Drug Design Engine)를 공개하며 알파폴드(AlphaFold) 이후 어떻게보면 가장 혁신적인 도약을 보여줬거든요.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약물을 설계하고 결합 능력을 엔지니어링하는 통합 플랫폼을 내놓은 셈입니다.

재밌는건 바로 다음 날인 2월 11일 수요일, 오큘러스(Oculus) 공동 창업자 마이클 안토노프가 이끄는 딥 오리진(Deep Origin)이 찬물을 끼얹었는데요. 자신들의 DODock 엔진이 이미 6개월 전에 동등한 성능을 달성했다는 주장이었죠. AI 신약 개발이 정적인 구조 예측에서 전체 주기를 아우르는 약물 설계 전쟁으로, 그리고 컴퓨터 화면에서 임상 시험이라는 현실 세계로 전장을 옮기고 있음을 시사하는 셈입니다.

뭐가 다른가

일단 알파폴드 2는 50년 난제였던 단백질 접힘 문제를 해결하며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와 존 점퍼에게 2024년 노벨 화학상을 안겼고, 2024년 5월 공개된 알파폴드 3는 DNA와 RNA, 리간드 결합까지 예측 범위를 확장했었는데요.

하지만 단백질의 모양을 아는 것과 그 모양을 바꾸는 약을 만드는 작업은 근본적으로 다른 영역에 속합니다. 단백질은 정지된 조각상이 아니라 끊임없이 움직이고 호흡하는 동적인 존재이기 때문이죠. 허사비스가 "임상에 도달하려면 알파폴드 규모의 혁신이 6번은 더 필요하다"고 언급한 배경에는 이러한 난이도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IsoDDE는 바로 이 지점, 즉 관찰에서 엔지니어링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설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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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oDDE의 벤치마크 수치는 이런 전환을 숫자로 증명합니다. 신약 개발에서 가장 까다로운 일반화 테스트인 'Runs N' Poses' 벤치마크의 하드 카테고리(학습 데이터와 유사도 0~20%)에서 IsoDDE는 50%의 성공률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23.3%에 그친 알파폴드 3의 두 배가 넘는 수치이며, 알파폴드 3가 실패한 17개 사례를 포함해 총 60개 중 30개를 정확히 풀어냈죠.

항체-항원 구조 예측에서도 334개의 저상동성 복합체에 대해 고정밀도(DockQ >0.8) 구간에서 알파폴드 3보다 2.3배, 볼츠-2(Boltz-2)보다 19.8배 높은 성능을 보였고, 실제 약물 설계에 가장 중요한 결합 친화도 예측에서는 피어슨 상관계수 0.85를 기록하며 실험 데이터가 필요한 물리 기반 FEP 방식마저 넘어섰습니다. 시퀀스만으로 이 정도 정확도를 낸다는 건 비용과 시간의 방정식을 완전히 다시 쓰는 셈입니다.

그래서 뭐가 다르다고요?

IsoDDE가 보여준 가장 파괴적인 기능은 크립틱 포켓(Cryptic Pocket) 탐지 능력에 있습니다. 전체 인간 단백질의 85%는 약물이 결합할 만한 주머니(Pocket)가 없는 치료 불가능 타겟으로 분류됩니다. 췌장암의 주범인 KRAS가 대표적이었죠. 표면이 매끄러워 30년 넘게 공략이 불가능했지만, 2013년 케반 쇼캣 교수가 특정 움직임에서만 열리는 숨겨진 주머니(Switch-II 포켓)를 발견하면서 소토라십(Sotorasib, 2021년 승인)과 아다그라십(Adagrasib, 2022년 승인) 같은 혁신 신약이 탄생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IsoDDE는 실험 없이 오직 아미노산 서열만으로 이러한 숨겨진 주머니를 찾아냅니다. 5년 동안 단 하나의 결합 부위만 알려져 있던 E3 리가아제 기질 수용체인 세레블론(Cereblon)에서, IsoDDE는 2026년 네이처 논문이 실험적으로 밝혀낸 새로운 알로스테릭 포켓을 계산만으로 정확히 예측해냈습니다. 약물화 불가능으로 여겨지던 단백질의 절반 이상이 숨겨진 주머니를 가지고 있다는 가설이 AI를 통해 현실화될 경우, 제약 R&D가 공략할 수 있는 타겟의 범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표적 단백질 분해(TPD) 및 분자 접착제 분야에서 IsoDDE의 탐지 능력은 새로운 화학적 전략을 제시할 수 있다는거죠.

딥 오리진

하지만 마이클 안토노프가 설립한 딥 오리진의 주장은 이 경쟁이 기술 독점이 아니라는걸 보여주고 있는데요. 서두에서 이야기했듯 딥 오리진은 자신들의 DODock 엔진이 'Runs N' Poses' 벤치마크에서 알파폴드 3를 크게 앞섰으며, 별도의 'PoseBusters' 벤치마크에서는 90% 이상의 성공률(알파폴드 3는 약 76%)을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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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순수 AI인 IsoDDE와 달리, 원자 단위의 물리학 모델과 머신러닝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을 채택한 결과입니다. 실제로 딥 오리진은 CD73 타겟에 대해 90억 개의 화합물을 스크리닝하여 48개의 유효 물질을 찾아냈고, 그중 9개는 10마이크로몰(µM) 이하의 강력한 효능을 보였습니다. 6억 달러를 투자받은 구글의 자회사와 2,550만 달러를 투자받은 스타트업이 동등한 기술적 성취를 주장하는 상황(아 2,550만 달러가 적은 돈은 아닙니다만)은, 어쩌면 기술의 진입 장벽이 생각보다 높지 않음을 보여주는 셈입니다.

아직 승인은 없음

다만 현재 기준에서는 AI가 발견하고 설계하여 FDA 승인을 받은 신약은 전무합니다. 인실리코 메디슨(Insilico Medicine)의 폐섬유증 치료제 렌토서팁(Rentosertib)이 2025년 11월 임상 2a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냈지만, 가장 큰 관문인 임상 3상이 남아있죠. AI는 약물 같은 분자를 만드는 데는 능숙해졌지만(임상 1상 성공률 80~90%), 약효와 독성을 예측하는 문제(임상 2상 성공률 40%)는 여전히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아이소모픽 랩스가 맺은 30억 달러 규모의 파트너십 역시 실상을 뜯어보면 바이오벅스(Biobucks)의 착시가 큽니다. 일라이 릴리로부터 받은 4,500만 달러와 노바티스의 3,750만 달러를 합쳐도 실제 수령한 선급금은 약 8,250만 달러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금액은 성공 여부가 불확실한 마일스톤에 묶여 있는 셈입니다. 2025년 AI 신약 개발 분야의 총계약 규모가 150억 달러를 넘었지만, 실제 선급금 비중은 2% 수준인 50:1의 비율을 보였다는 점은 이쪽의 재무적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승인이 모든 것을 바꿀 것

AI 신약 개발 쪽 스타트업 상황을 보면, 멀리보면 24년 8월엔 리커전(Recursion)이 엑사이언시아(Exscientia)를 6억 8,800만 달러에 인수했었고, 슈뢰딩거의 자소시티닙(Zasocitinib, 지금은 일본 다케다가 가져감)이 임상 3상에서 효능을 입증하는 등 시장은 빠르게 재편되고 있습니다. 아이소모픽 랩스는 구글의 컴퓨팅 파워와 335명의 인력, 17개의 파이프라인을 앞세워 수직 계열화를 시도하고 있고, 딥 오리진 같은 신규 도전자들은 하이브리드 기술로 틈새를 노리고 있죠.

IsoDDE와 DODock의 등장은 기술적으로 분명한 진보가 맞습니다.

하지만 진짜 승부는 벤치마크 점수가 아니라, 2026년 말로 예정된 아이소모픽의 첫 임상 진입과 인실리코의 임상 3상 결과에서 갈릴 겁니다. AI가 만든 분자가 인간의 복잡한 생물학적 시스템을 통과해 약으로 인정받기 전까지는, 이 모든 기술은 여전히 가능성이라는 이름의 옵션으로 남아있을 수밖에 없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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